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93화 (1,192/1,307)

# 1193

어쨌거나 현수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5일이 지난 후 이실리프호는 우주로 올라갔다.

투명은신마법인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와 전파, 음파 및 전자파 흡수 마법진이 있기에 눈에 보이지도 않고 코앞에 레이더를 들이밀어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공간확장마법 덕분에 승조원들은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우주로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임무 수행에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취미를 위한 것도 모조리 가져갔다. 그중엔 책도 있는데 거의 도서관 하나가 통째로 실렸다. 따라서 엄청난 무게이다.

그럼에도 마치 무게가 없는 듯 둥실 떠오른다. 그리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갔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오래된 친구라는 표현을 쓰지만 늘 한국을 들여다보고 있는 미국의 최첨단 위성도 이실리프호의 존재를 알아내지 못했다. 지나와 일본의 위성들 또한 알지 못했다.

현수는 내부의 승조원들이 압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원하는 고도에 이르기까지 약 7일이 걸리도록 했다.

세심한 배려 속에서 쏘아진 것이다.

이실리프호가 사라진 후 이실리프 우주항공, 이실리프 스페이스, 그리고 이실리프 코스모스와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의 전 임직원은 거나하게 파티를 열었다.

그간의 노고는 막대한 보너스와 길고 긴 휴가로 보상해 주었다. 연구원 1인당 약 20억 원의 보너스가 지급되었고, 각각 3개월 유급 휴가가 주어졌다.

이들이 업무에 복귀할 때쯤이면 이실리프 우주항공의 모든 것은 비날리아 자치령으로 옮겨져 있을 것이다.

이실리프 코스모스는 몽골 자치령으로, 이실리프 스페이스는 아와사 자치령으로 완전히 이전될 예정이다.

마인트 대륙에서 다프네를 장거리 텔레포트시킨 마법진 덕분에 단숨에 지구 반대편까지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실리프 우주항공의 격납고에서 비밀리에 제작된 송골매는 모두 아홉 대이다.

이것들도 각 자치령으로 보내졌다.

한 대만 있어도 웬만한 나라 공군력 전체를 쌈 싸먹을 수 있는 비밀병기이다. 하여 자치령마다 하나씩 보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는 자치령이 두 개로 나뉘어 있어 두 대를 보냈고, 에티오피아와 몽골, 그리고 러시아 자치령엔 하나씩 보냈다.

나머지 넷 중 셋은 북한으로 보냈고, 하나는 이실리프 우주항공 격납고에 보관시켰다.

대한민국엔 이미 개조된 F―15K가 있기에 유사시를 대비해 하나만 남겨둔 것이다.

* * *

“정말 괜찮아요?”

“그럼. 그러는 당신은?”

“저도 괜찮아요.”

현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이는 권지현이다. 현수와 더불어 국적을 포기하면서 사표를 냈다.

그리곤 이곳 아와사 자치령으로 왔다.

에티오피아의 남부 아와사엔 거대한 아와사 호수가 있다.

바다처럼 넓은 이 호수는 작년부터 수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 농토가 조성되면서 더 많은 물이 필요한 때문이다. 아리아니와 정령들이 애를 썼다.

농토가 아닌 곳엔 울창한 숲이 조성되는 중이다. 인가 근처는 주로 유실수가 식재되어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은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다.

이는 지구의 기울어진 자전축과 공전 주기로 인해 북회귀선 부근에 형성된 열적도[Thermal Equator] 때문이다.

그 결과 열대강우대[Tropical Rain Belt]가 대기 중에 형성되면 기나긴 우기(雨期)가 되고, 강우대가 남회귀선으로 내려가면 기나긴 건기(乾期)가 된다.

아디스아바바의 경우는 5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가 우기이고, 나머지는 모두 건기이다.

우기엔 둑이 터질 정도로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건기엔 모든 풀이 말라죽어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다. 농사에는 적합하지 않은 기후이다.

그런데 이곳 아와사 지역은 확실히 다르다.

밀을 재배하는 곳의 연간 강수량은 800∼900㎜이다.

커피 재배지라 하여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아라비카 종을 재배하는 곳은 1,400∼2,000㎜, 로부스타 종은 2,000∼2,500㎜이다.

딱 알맞게 비가 내린다. 그것도 국지성호우 같은 것 없이 내린다.

이처럼 물이 많이 필요한 곳엔 많은 비가 내리고, 상대적으로 그러지 않아도 되는 곳은 덜 내리는 곳이 아와사이다.

아와사 호수의 물은 당장 식수로 써도 괜찮을 정도로 맑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아리아니와 물의 정령 덕분이다.

그리고 드넓은 아와사 호수가 보이는 언덕 위에는 왕궁으로 써도 충분할 만큼 크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다.

열대지역이라 한옥 단지는 아니다.

태국 북부 최고의 리조트인 다라데비 치앙마이, 또는 포시즌즈 치앙마이 같은 느낌을 주는 화려한 건물이다.

아와사 호숫가에 자리 잡은 이곳은 울창한 수림과 맑은 물, 그리고 호화스러우면서도 고아한 인테리어가 어울린다.

바닥 면적만 3천 평쯤 되는 이 건물은 3층으로 지어졌는데, 2층과 3층엔 아와사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널찍한 베란다가 갖춰져 있다.

얼핏 보면 영락없는 리조트 건물이다.

이 건물의 주변엔 울창한 숲이 있는데, 그 사이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밑바닥이 환히 보이는 수영장도 있다.

왕궁의 주요 재료가 목재인지라 화재 시 소화수로 쓰고 기화열로 주변 기온을 낮추기 위함이다.

개울 곳곳엔 연못이 있으며, 잘 꾸며진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밖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오솔길도 있다.

왕궁의 부지 면적은 약 20만 평이며, 예술적인 담장 바깥엔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지어져 있다.

왕국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이곳은 아직 정식 명칭이 지어지지 않아 이실리프궁이라 불린다. 이곳은 지현과 현수, 그리고 철이의 보금자리이다.

“아직은 살기에 불편하지?”

“괜찮아요.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요.”

“행정수반 일까지 하느라 힘들어서 어떻게 해?”

“아뇨. 재미있어요. 제 손으로 이곳을 가꾼다는 기분이 확실히 드니까요.”

공무원 출신인데다 꼼꼼한 성품인지라 일 처리가 야무지면서도 빠르고 흠결이 없다. 덕분에 아와사 자치령은 빠른 속도로 체계가 잡히는 중이다.

“적당한 인물을 물색할 때까지는 수고해 줘. 참, 전성운 검찰총장을 모시면 어떨까?”

“그분이요? 그분이라면 아주 잘해내실 거예요.”

지현이 생각하기에 전성운 검찰총장은 현수와 코드가 맞는다. 청렴결백하며 정의가 바로서기를 바라는 인물이다.

정치력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불의와 타협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현재의 여당과는 뜻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리를 내놓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그만두고 나갔을 때 벌어질 일들이 뻔해서이다.

그래서 권철현 고검장이 사표를 냈을 때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다. 자신과 가장 유사한 후배인 때문이다.

지현은 전성운 검찰총장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믿고 맡길 수 있다 생각한 것이다.

“알았어. 내가 한번 이야기해 볼게. 참,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이쪽으로 모실까?”

“그래주면 좋기는 해요. 하지만 그냥 이대로 해요.”

“…그래, 그게 편할 거야.”

조만간 왕국 선포를 하고 국왕과 왕비가 될 것이다. 권철현에게 행정수반을 맡기게 되면 신하가 된다.

다소 껄끄러울 수 있었다.

“그나저나 테리나는 어떻게 할 거예요?”

“몽골 자치령의 왕비로 삼을 생각이야.”

“북한은 어떻게 해요? 거기도 왕비가 필요하잖아요.”

“북한은… 그냥 없어도 돼.”

“거기도 왕국으로 한다면서요. 왕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내 수명이 얼마나 긴지 알잖아?”

“아! 그건…….”

지현은 현수의 수명이 1,500년으로 늘어났음을 들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어쨌거나 아들이 태어나도 현수보다 오래 살 수 없다.

현수는 아주 특수한 케이스라 아무리 오랜 수련을 해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은 왕자가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다.

왕국이 1,500년 이상 유지된다면 현수의 나이가 1,450살이 넘었을 때 태어나는 아이가 왕국을 물려받으면 된다.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그래도 퍼스트레이디는 있어야 하잖아요. 국제적인 행사 같은 것이 있을 때 의전(의전(儀典) :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상 필요하니까요.”

“설화에게 하라고 하면 돼.”

“설화요?”

지현은 백설화에 대한 이야기를 테리나로부터 들은 바 있다. 현수와의 동침에 실패하면 수용소, 혹은 교화소행이었는데 로그비노프 특임대사의 수양딸이 되었으며 동생으로 삼았음을 들은 것이다.

“응. 누이동생으로 삼았어. 똑똑해서 잘해낼 거야.”

“…그렇겠지요.”

현수는 백설화가 모스크바국립대학 생물학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걸 모르는 모양이다.

IQ가 170 수준이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두뇌를 타고난 데다 생물학에 관심이 많아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 결과가 전체 수석으로 3년 만에 졸업한 것이다.

“아무튼 언제 왕국으로 선포할 건데요?”

“조만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일단락되면.”

다른 곳은 몰라도 북한을 왕국으로 선포하면 당장 지나에서 태클을 걸고 들어올 것이다.

북한에 투자한 기업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지나의 오광그룹은 용등 석탄광 개발권을 획득한 바 있다. 북한의 최대 무연탄광으로 매년 100만 톤씩 채굴해 간다.

당산강철그룹은 천진에 연산 150만 톤 규모의 강철공장을 건설할 바 있다.

지길특이그룹은 20년간 평진 자전거 합영회사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산동국대황금은 북한에서 금광개발을 진행 중이고, 만향집단은 혜산청년동광의 지분 51%를 가졌다.

연변 천지산업무역주식회사는 무산광산 철광석 50년 채굴권을 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나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나의 북한에 대한 투자는 70% 이상이 광산자원에 집중되어 있다.

돈 몇 푼 주고 막대한 지하자원을 퍼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북한과의 모든 계약은 무효라 주장하면 가만있을 리가 없다. 따라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에야 왕국 선포가 가능하다.

“그게 언제쯤인데요?”

“지나의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준비가 되었을 때지. 며칠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어.”

이실리프호가 궤도에 안착하는 순간부터 한반도의 평화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어떤 나라도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은 이실리프호를 드러낼 때가 아니다. 자칫 집중 포화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휴전선 인근에 배치되어 있던 대부분의 군부대는 은밀히 이동 중이다. 장사정포나 전차 등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어차피 고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개인 화기 역시 소지하지 않았다.

북한이 88식 보총이라 부르는 AK―74M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가진 소총을 제작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소총의 명칭은 J―1이다. 지현의 이름에서 땄다.

어쨌거나 병사들은 별다른 군장 없이 식량과 천막 등만 가지고 이동하고 있으므로 위성으로 살펴도 군부의 이동을 눈치채긴 힘들 것이다.

대치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한쪽이 거의 모든 군사력을 철수시킨다는 것은 예상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나와의 국경 근처에 배치되는 동안 안주 기계공업단지에서는 대대적인 조립 작업이 진행된다.

기계공업단지 내의 1,000개가 넘는 공장 근로자들은 무엇의 부품인지도 모르고 생산해 냈다.

보안을 위해 일부러 분산하여 생산케 한 결과이다.

그것 중 하나는 XK―2 흑표를 개량한 것으로 독일의 최신형 레오파르트―2A7보다 우수한 전차이다.

이 전차는 Y―1 전차로 불리게 될 것이다. 연희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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