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6
그 결과 발전 효율을 24%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설비가 도로 양쪽에 설치되었고, 만들어진 전력은 비가 쏟아지는 한밤중에도 중앙선과 차선, 그리고 노견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LED 유도등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
눈 오는 날엔 열선에 먼저 전기가 공급되도록 되어 있다.
남바린 엥흐바야르의 설명을 들은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설비가 없으면 제설차가 있어야 하며, 환경에 좋지 않은 염화칼슘을 대량 살포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돈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설비로 사전에 이를 차단한 것이 흡족하다.
“애쓰셨습니다.”
“아닙니다. 실무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은 결과지요. 저는 그런 걸 취합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가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에겐 충분한 포상이 있으면 더 좋을 듯하군요.”
“명심하겠습니다.”
남바린 엥흐바야르는 또다시 메모한다. 현수의 한마디 한마디가 지시 사항이기 때문이다.
몇 마디 말을 더 하는 동안 차는 제법 큰 연못을 돌아 현관 앞에 당도했다. 연못 주위를 도는 동안 현수와 테리나는 고품격 정원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높은 곳에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같은 아름다움을 책임지고 있다면, 측백나무와 사철나무 등은 그 아래쪽에서 아기자기한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여기에 바위와 작은 폭포가 곁들여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골풀과 유유히 유영하는 비단잉어, 그리고 한가로이 떠 있는 수련까지 더해지니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써도 충분할 만큼 극한의 미를 창조하고 있다.
“세상에! 너무나 아름다워요.”
테리나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다. 현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화룡점정을 이룬 연분홍 수련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연못은 해모수지라 명명되어 있습니다. 직경은 약 70m이며 수심은 3m 정도 됩니다. 이 안에는…….”
남바린 엥흐바야르의 설명을 들은 현수와 테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성을 많이 들여 조성한 연못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연못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주변에 피어 있는 온갖 종류의 꽃들 때문이다.
더없이 싱싱하고 화사하다.
[아리아니, 네 작품이지?]
[호호! 당연하죠. 어때요? 예쁘죠?]
[그래, 아주 마음에 든다. 보기에 좋아.]
[호호! 호호호! 주인님이 칭찬해 주시니 저도 좋아요.]
어깨에 올라앉은 아리아니는 현수의 귀를 잡고 마구 비빈다. 좋다는 표현을 이렇게 하는 듯싶어 내버려 두었다.
이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현관문이 열리고 두 명의 사내가 나온다. 정갈한 한복 차림이다.
딸깍―! 딸깍―!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반보쯤 앞서 걸어 나온 사내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호텔리어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때 남바린 엥흐바야르가 입을 연다.
“궁의 충관과 부총관입니다, 회장님.”
“아! 반갑습니다.”
현수가 둘과 악수를 나누는 사이에 사내들 몇이 나오더니 차로부터 현관까지 붉은 융단을 깐다.
“이쪽은 예카테리나 일리치 브레즈네프 양입니다.”
“반갑습니다. 총관 함익필입니다.”
“부총관 밤빈 지그지드라 합니다.”
부총관 역시 몸가짐이 정갈하다. 이때 남바린 엥흐바야르가 다시 입을 연다.
“함 총관은 영국의 유서 깊은 집사 전문학교 ‘비스코스’의 교감이었습니다. 지그지드 부총관은 네덜란드 집사 양성 기관인 ‘버틀러 아카데미’ 출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서 집사장으로 재직했는데 스카우트했습니다.”
“아! 그런가요? 반갑습니다.”
테리나와 인사를 나눈 함 총관과 지그지드 부총관은 정중한 태도로 둘을 해모수궁 안으로 안내했다.
11장 미티어 스트라이크
“우와아!”
대번에 테리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중세와 현대가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적인 때문이다. 어우러지기 어려운 둘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웅장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신경 많이 썼군요.”
“네,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넓고 높은 로비를 지나는 동안 설명이 이어진다.
1층과 2층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 있는데 연회를 베풀거나 전람회, 실내악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용도로 설계되었다. 이에 따라 지하 1층은 주방과 식재료 창고, 사용인 휴게실 및 숙소 등 부속실로 이루어져 있다.
3층은 전체가 도서관이다.
소장되어 있는 도서가 약 300만 권이라는데 주로 각 분야의 전문 서적들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현수 일가만을 위한 도서관인지라 거의 모든 면적이 서가로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4층은 해모수궁의 대소사를 지원하는 공간이다. 사용인들의 숙소 및 창고 등으로 채워져 있다.
5층은 커다란 침실과 이보다 더 큰 거실, 그리고 수십 개의 부속실로 이루어져 있다. 육아를 위한 공간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시중을 들어줄 사람들의 대기 장소와 전용 주방 등도 갖춰져 있다.
발코니로 나가 보니 수영장이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Hanging Gardens Ubud에서 착안한 듯한 형상이다.
6층과 7층은 현수 부부를 위한 공간이다. 5층처럼 침실과 거실이 있고, 서재와 헬스 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 곳에 계단실이 있고, 두 곳에 엘리베이터 홀이 있으며, 중심부엔 에스컬레이터도 있다.
누구의 안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웬만한 왕궁 뺨칠 정도로 우아하고 화사하며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수고한 분들에게 적당한 상을 내리십시오.”
현수의 시선을 받은 함 총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랫사람들의 공을 챙겨주는 현수가 마음에 든 때문이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식사를 하면서 행정수반과 대화를 나눠야겠습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곧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쉬시지요.”
총관 일행이 물러나자 테리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마음에 들어?”
“그럼요! 제가 이런 곳에서 살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왕비가 된 기분이에요.”
“후후! 후후후!”
현수는 미소 지으며 테리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이제부터 이곳의 총책임자는 테리나야. 살림 잘할 수 있지?”
“사, 살림이요?”
왠지 부끄럽다는 듯 몸을 튼다.
“그래, 나하고 살아야 하잖아. 살림 안 할 거야?”
“아, 아뇨. 해야죠. 저, 잘할게요.”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테니 좀 씻어.”
“네? 씨, 씻어요?”
테리나는 아직 날도 어두워지지 않았고 아래엔 행정수반이 기다리고 있는데 잡아먹으려 하느냐는 표정이다.
이미 몸과 마음을 다 준다고 했으니 원한다면 기꺼이 응하겠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고 분위기도 그렇다는 뜻이다.
테리나의 내심을 눈치챈 현수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잠시 내려가서 행정수반과 이야기 좀 나눠야 하니 쉬고 있으라고. 그리고 아까 한 얘기는 대체 어디로 들은 거야?”
“아까 한 이야기요? 어떤 거요?”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중엔 슈퍼 포션에 대한 것도 끼어 있다.
“결혼식을 올리면 열흘 동안 내가 뭐 한다고 했지?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된다고?”
“아, 그거요? 깜박했어요.”
“싫어? 싫으면 지금…….”
현수가 상의를 벗으려는 몸짓을 하자 테리나는 대경실색해 손사래를 치며 물러선다.
“시, 싫어요. 나도 그거 한 다음에… 네?”
현수가 정밀계측 기구 등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수퍼포션과 회복포션을 복용시킨 후 리커버리 마법으로 체내의 불균형을 잡으면서 마나 마사지까지 동반되면 테리나는 20대 중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과 싱싱한 모습은 150살까지 유지된다. 다시 말해 150살이 되어야 현재의 모습이 된다.
세월이 흘러 180살이 되면 40살로 보이고, 210살엔 50세로, 240살엔 60세쯤으로 보이게 된다.
270살이 되면 70살로 보이며, 300살이 되어 수명이 끝날 때가 되어야 비로소 80세쯤 된 노파의 모습이 될 것이다. (전능의 팔찌 25권)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는 이미 이런 혜택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테리나는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수가 마법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 더 놀란 표정이었다.
“아! 그래서…….”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는 세계적인 모델이다.
모든 화장품회사와 의류회사, 그리고 모든 고급 브랜드에서 셋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CF를 찍기만 하면 초대박이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쉐리엔과 듀 닥터, 그리고 스피드와 항온의류의 전속모델이니 당연한 일이다.
셋은 쉐리엔을 먹지 않아도 늘 날씬한 몸매이고, 듀 닥터를 쓰지 않아도 항상 최상의 피부 상태를 유지한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100일간 이를 닦지 않아도 구취나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
신혼 초 열흘간이 만들어낸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때 체질이 개선되면서 신체의 모든 불균형이 바로잡혔다. 아울러 평생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살 수 있는 몸이 되었다. 면역 기능이 최상인 상태가 된 때문이다.
아기를 잉태할 몸이 이렇다 보니 그 속에서 열 달간 머물다 출생하는 아이는 누구보다도 건강한 몸과 영특한 두뇌를 부여 받고 태어난다.
현이과 철이, 그리고 아름이가 그 장본인이다.
이 아이들은 결핵, B형간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폴리오(소아마비), 폐렴구균, 홍역, 이하선염, 풍진 등 13종의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다.
평생 유지될 최상의 면역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어려서 IQ 측정을 할 수는 없지만 최하가 150은 될 것이다. 이는 학습의 질이 달라질 것을 의미한다.
일련의 이야기를 들은 테리나는 눈빛을 반짝였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고, 예쁘고 잘생긴 아기를 낳고 싶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수는 엄청난 부자이다. 아내가 되면 평생 설거지 한 번 안 하고 살 수도 있다.
“알았어요. 샤워하고 쉴게요. 다녀오세요.”
테리나는 현수의 마음이 변하면 큰일이라는 듯 얼른 욕실로 사라진다.
* * *
일본의 상징이 되어버린 후지산은 시즈오카현 북동부와 야마나시현 남부에 걸쳐 있다.
도쿄에서 약 100㎞ 정도 떨어진 곳이다.
오전 6시 30분. 후지산으로부터 낮은 진동음이 터져 나온다. 그와 동시에 주변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른 시각이라 이를 알아차린 사람은 없다.
우르릉! 우르르르르릉―!
깊은 곳으로부터 터져 나온 굉음은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한 번 포효하듯 소리를 낸다.
우르르릉! 우르르르르르릉―!
확실하게 조금 전보다 소리가 크다.
같은 시각, 새벽에 배달된 조간신문을 가지러 마당으로 나온 도쿄대학 지진연구소 소장 나카소네 가쓰히로는 이맛살을 찌푸린다.
“또인가?”
화산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후지산은 300∼500년에 한 번씩 분화를 한다. 1707년에 마지막 분화가 있었으니 올해는 311년이 지난 해이다.
언제 폭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인지라 수년 전부터 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오늘은 왠지 조금 더 소리가 큰 것 같네.”
전에도 이런 소리를 낸 적이 많았기에 나카소네 가쓰히로는 이맛살을 찌푸릴 뿐이다.
거의 매일 후지산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분화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걸 어제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