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7
그렇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후지산 쪽을 힐끔 바라본다. 물론 보이지는 않는다.
탁, 탁―!
신문에 묻은 잔디를 털어낸 나카소네는 현관으로 걸어가며 신문을 펼쳤다. 1면 톱에 다음에 같은 제호가 보인다.
정녕 열도 침몰이 시작되었단 말인가?
전에는 침체 일로를 걷는 경제가 문제라는 기사가 메인이었는데 열도 침몰에 자리를 내주었다.
열도 서쪽과 북쪽, 그리고 남쪽은 매일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하루에 약 70㎝씩 가라앉기에 호들갑을 떨며 이삿짐을 싸는 사람이 많았다.
돈이 있는 자들은 호주나 하와이 등지로 떠나고 있다. 처음엔 미미했으나 점차 그 숫자가 늘어나는 중이다.
너무도 확연히 가라앉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면 내용을 대충 훑어보니 꺾은선그래프가 보인다.
주고쿠 산맥의 최고봉인 다이센 산의 해발고도가 1,729m에서 얼마나 주저앉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확실히 매일 70㎝ 정도 낮아지고 있다.
같은 속도라면 가라앉기 시작한 날로부터 2,463일이 지나면 산꼭대기가 바다 속에 잠긴다.
산꼭대기가 약 6.7년이니 저지대는 얼른 대피를 시작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참고로 서울시청 및 광화문 사거리의 해발고도는 약 45m이다. 매일 70㎝씩 가라앉는다면 65일이 되는 날 수면 아래로 사라진다. 그렇기에 주코구 산맥의 서쪽 저지대는 이미 난리가 벌어진 상태이다.
인근의 부동산은 값이 사라졌다. 하긴 바다에 잠길 땅을 어디에 쓰겠는가! 하여 가재도구만 챙겨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목적지는 주고쿠 산맥 너머 동쪽에 자리 잡은 히로시마, 후쿠야마, 오키야마 등지이다. 아예 바다 건너 시코쿠, 또는 규슈로 이주하는 사람도 많다.
동북쪽 히다산맥과 기소산맥 인근으로 가면 확실히 고지대이기는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이후 안전하지 않다는 소문이 번져 그쪽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 정부는 난민들로 인한 범죄 행위 때문에 골치를 썩는 중이다. 약탈과 절도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우르르르릉! 우르르르르르르릉―!
용트림을 하듯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온다.
신문을 들고 현관 안으로 들어서려던 나카소네 가쓰히로는 얼른 후지산 쪽을 바라본다.
분명한 진동을 느낀 때문이다.
“안 되겠군. 서둘러야겠어.”
집 안으로 들어선 나카소네 가쓰히로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곤 곧바로 집을 나섰다. 운전을 시작하기 전 비상연락망을 통해 전 직원으로 하여금 조기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
같은 시각, 이스라엘 폭격기들이 폭탄창을 개방하고 있다.
그러자 상당히 많은 포탄이 지상을 향해 마지막 비행을 하기 시작한다.
슈우우우웅―! 쒸이이잉―!
쿠앙! 콰아앙! 콰콰콰쾅! 콰콰콰콰콰쾅!
굉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무너져 내린 것은 학교들이다.
이 중 하나는 가자지구에 자리 잡은 제발리야 학교이다.
지난 2014년에도 공습당해 이곳에서 잠들어 있던 3,0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
그때 폭격을 당한 곳들은 유엔의 보호소 7곳도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 건물을 무장단체들이 무기고 등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예고 없이 폭격한 것이다.
약 50일간 계속된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인 2,220명이 사망하고 1만 1,231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자 중 1,492명은 민간인이고 이 중 551명은 어린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때의 참상을 간신히 잊을 만한 시점에 또다시 무차별적인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슈아아아앙―! 휘이이잉―! 쎄에에에엑―!
콰앙! 콰아아앙! 콰콰콰콰콰쾅―!
시뻘건 화염이 학교와 병원 등에서 뿜어진다.
“아악! 살려줘!”
“아아악! 어서, 어서 피해!”
“아악! 뜨, 뜨거워! 살려주세요! 아아아악!”
불길에 휩싸인 여인 하나가 운동장으로 뛰어나오며 비명을 지른다. 그러자 사내 하나가 뒤따라 나와 물을 끼얹는다.
“가만있어! 내가 도와줄게, 사라!”
“아악! 어서요! 뜨거워요! 아아아악!”
촤악! 촤아아악―!
반 양동이가 넘는 물을 끼얹었지만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아악! 살려줘, 아말! 아아아아악!”
“으으으! 간악한 이스라엘 놈들! 또 백린탄이야.”
백린탄[White phosphorous shell]은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기이다. 이로 인해 신체에 불이 붙으면 공기를 차단하기 전까지는 꺼지지 않으며 온도가 수천℃까지 올라간다.
다시 말해 물로는 끌 수 없는 불길이 사라라는 여인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아아악! 아아아아!”
불길에 휩싸인 사라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더니 쓰러져 꿈틀거린다. 목숨이 끊기는 순간까지 가해지는 고통을 견뎌내지 못해 기절했다. 그럼에도 신체는 꿈틀거리고 있다.
“으아아아아! 이스라엘 개 같은 놈들! 아아아악!”
아말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사랑하는 아내 사라가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2014년 공습 때에도 두 아들을 잃었다.
그때도 백린탄이 아이들을 태워서 죽였다.
이스라엘은 국제적인 약속 따윈 지키지 않는 놈들이라 욕을 많이 먹었지만 그때뿐이다. 국제적인 비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팔레스타인들을 쏴서 죽였다.
같은 시각, 시리아와 레바논 접경지대에서도 폭발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콰아앙! 콰아아아아앙! 콰콰콰콰쾅―!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발사한 공대지 미사일의 무차별적인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의 목표물은 자하드의 비밀 무기고이다. 정보가 확실한지 알 수는 없지만 명령대로 학교와 병원을 폭격했다.
미사일은 입력된 좌표를 강타했고, 건물들은 맥없이 무너져 내린다. 이스라엘 조종사들에겐 목표물 안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안중에도 없다.
“1차 폭격은 성공적이다! 제군들, 기지로 귀환하라!”
“네, 편대장님!”
이스라엘 전투기 조종사들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기지로 돌아간다. 곧이어 제2 출격, 제3 출격 등이 계속될 것이다.
지휘부에선 이번 기회에 하마스와 헤즈볼라, 자하드 등 무장단체들을 싹쓸이하겠다고 공언했다.
민간인이 있든 말든 의심되는 곳은 모조리 폭격하도록 명령이 떨어진 상태이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곳에서도 폭발음이 터져 나온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의 시가지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학교 건물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이곳은 이전에도 폭격을 받아 반파되었다.
이를 국경 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 MSF]가 손본 뒤 간이병원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내전으로 변변한 의료기관이 없는 시리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병원의 외과의사 헨리는 레지던트 과정이 끝나자마자 이곳으로 왔다. 와보니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헨리는 지난 3년간 수없이 많은 수술을 집도했다. 수많은 테이블 데스를 경험했지만 많이 구하기도 했다.
얼마 전, 헨리는 스승인 외과교수와 통화했다. 그때 스승은 이런 말을 했다.
“수술 환경이 어떠했든 상관없이 네가 지난 3년간 한 일은 내 30년 의사 경력과 맞먹는다. 이제 겨우 3년이 지났는데 은퇴해도 되겠구나.”
오늘 헨리는 부족한 식량과 의약품을 구하러 외출했다. 어제 8시간짜리 수술을 했는데 테이블 데스가 되었다.
우울해진 헨리로 하여금 기분 전환을 하도록 동료들이 순번을 바꿔 내보낸 것이다.
어쨌거나 한창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 중인 수술실의 천장을 뚫고 폭탄 하나가 떨어져 내린다.
콰아아앙―!
“아악! 캐액! 컥! 끄윽!”
굉렬한 폭발음이 사라진 곳에는 산모와 의사, 그리고 간호사들의 신체가 조각조각 나뉜 채 널브러져 있다. 막 산모의 뱃속에서 나온 아기의 신체는 뭉그러진 상태이다.
세상의 빛을 봄과 동시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다른 수술실에도 폭탄이 떨어졌다.
콰아앙! 콰아앙―!
“아악! 캑! 크윽! 끅!”
다리에 복합골절이 일어난 일곱 살 소년을 수술하던 의료진 모두 저승의 고혼이 되었다.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소년의 복부엔 큼지막한 파편이 박혀 있고, 선혈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아직 목숨이 끊어지진 않았지만 다행히도 마취 상태인지라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다.
“끄르르! 끄르르르!”
소년의 목에서 가래 끓는 듯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이내 멈춘다. 이승에서의 삶이 다한 것이다.
“으아아! 개새끼들! 으아아아아!”
간이병원 외곽에서 고함을 지르는 사내가 있다. 초록색 수술복을 입고 청진기가 목에 걸려 있는 젊은 의사이다.
외출했다 이제 막 당도한 외과의사 헨리이다.
“으아아! 으아아아아!”
사내의 고함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길지는 않았다.
“고든! 소피! 윌리엄! 테린! 존슨―!”
사내는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며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 속으로 파고든다. 살아 있다면 구해내려는 것이다.
“고든! 살아 있어? 소피! 의식이 있으면 대답 좀 해! 윌리엄! 나야, 헨리! 어디 있어? 테린! 테린! 대답 좀 해봐! 존슨! 어디에 있어? 어디에 있냐고?”
사내의 음성이 건물 잔해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폭격은 건물 외부에서 시작하여 중심부로 이어졌다. 그 결과 하나도 대피하지 못했다.
“고든! 소피! 제발 대답 좀 해! 윌리엄! 테린! 존슨! 나야, 헨리! 어디에 있어? 응? 어서! 어서 대답해!”
헨리의 고함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이미 모든 의료진과 환자가 사망한 때문이다.
“으아아! 으아아아아!”
헨리는 고뇌에 찬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결과는 변화가 전혀 없다.
“으아아! 이스라엘 개새끼들! 아아아!”
헨리의 고함은 길었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던 간이병원 하나가 완전하게 붕괴되었다. 그런데 이곳 하나가 아니다.
모두 일곱 곳이 같은 상황이다.
이스라엘 첩보부 모사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던 간이병원은 자하드의 거점이다.
이는 잘못된 첩보이다. 이곳은 진심으로 환자들을 긍휼히 여기는 의사들이 근무하는 병원일 뿐이다.
근거조차 명확하지 않은 이 첩보 때문에 공습이 가해졌고, 무고한 인명들이 산화했다.
* * *
“이런……!”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던 현수의 눈이 커진다.
열도 침몰에 관한 기사를 보던 중 오른쪽에 뜬 속보를 클릭해보니 가자지구 등에 가해진 폭격에 대해 보도되어 있다.
누가 찍은 사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백린탄에 의해 희생된 아이들의 사진이 여럿 있다.
차마 눈 뜨고 못 볼 참상이다.
다마스쿠스에선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던 간이병원이 공습당해 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내용과 사진이 올라와 있다.
“하여간 이놈들은……!”
몇 개의 기사를 더 읽어본 현수는 이실리프 정보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곤 몇몇 자료를 확인했다.
이스라엘 국보1호는 ‘통곡의 벽’이다. 유대 민족의 신앙의 상징이자 전 세계 유대인들의 순례지이다.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이스라엘 공군기지의 위치이다. 지나 국안부와 일본 내각조사처 첩보 자료에 의하면 예비 기지를 포함하여 13개가 있다.
북부 Ramat David, 중부 Tel Nof, 남부 Nevatim, 이들 3개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공군 전력이 배치되어 있다.
중부지역 기지 중 Sedot Mikha는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발사기지로 확인되었다.
텔아비브의 남쪽, 가자지구의 북쪽에 위치한 팔마힘 공군기지는 이스라엘의 우주센터이다.
자료를 확인하던 중 아미르 에셸 이스라엘 공군참모총장의 발언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