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98화 (1,197/1,307)

# 1198

2014년에 있던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하루에 목표물 수천 곳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유례없는 공격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정확히는 12시간 안에 1,500회 폭격이 가능합니다.”

이스라엘 공군이 아랍 국가 전체를 상대할 만큼 많은 전투기와 폭격기 등을 보유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이 밖에 4,170대의 전차와 1만 대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어 육상 전력 또한 아랍을 압도하고 있다.

현수는 육상 기지들도 모두 확인했다.

다음은 공항이다.

이스라엘에는 텔아비브에서 10㎞ 떨어진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비롯하여 여러 개의 공항이 있다.

모든 것을 확인한 현수는 이실리프호로 이메일을 발송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준비되는 대로 아래에 표기된 좌표로 적당한 크기의 암석들이 떨어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람.

목 적 : 목표물의 완전한 파괴 및 말살

대상1 : 동경 35° 13′ 21″ 북위 31° 47′ 63″

대상2 : 동경 34° 48′ 08″ 북위 32° 05′ 10″

……

현수가 입력한 좌표는 약 180개이다.

이스라엘의 국보 1호라는 ‘통곡의 벽’을 필두로 이스라엘의 모든 공항과 주요 군사기지 전부가 망라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궁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주요 건물들 또한 포함되어 있다.

바다에 있는 잠수함이야 어쩔 수 없지만 육군과 공군 전력 거의 전부가 파괴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민간인이 희생되겠지만 그건 조금도 배려치 않았다. 이스라엘 놈들도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암석엔 탄도미사일처럼 추적 기능이 달려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확한 폭격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격할 때 백린탄을 사용했다.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를 공격하면서 민간인의 희생은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목표물을 포함한 인근을 모조리 파괴하는 것으로 범위를 잡도록 한 것이다.

이실리프호는 지표면으로부터 약 3만 5,800km 정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의 내부에는 단단한 바위 수천 개가 실려 있다. 크기는 제각각인데 이것들은 땅의 정령왕 노이아가 지구 깊은 곳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현수가 떨구라는 암석이 바로 이것이다.

이실리프호에서 쏘아진 암석들은 지구의 인력에 의해 점점 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12장 준비되었나?

2015년에는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때문에 말이 많았다.

이것은 적의 미사일이 고도 40∼150㎞에 있을 때 요격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이다.

미사일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중력가속도가 붙고, 종말 단계가 되면 마하 20이 넘어 요격 불가능한 때문이다.

참고로 마하 20은 초속 6.8㎞이다.

이실리프호에 실린 암석의 특징은 암석질이 아닌 철질이라는 것이다. 암석질은 대기권과 격돌할 때 폭발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철질은 훨씬 덜하다.

그리고 이것의 아래쪽은 원추형으로 다듬어져 있다. 대기권에 접어들어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표면의 일부는 대기권을 뚫는 동안 마찰열로 사라지겠지만 최소한 수박보다도 큰 덩어리들이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가진 채 지표면과 충돌할 것이다.

최종 속도는 공기 저항과 일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하 마하 44는 넘을 것이다. 초속 15㎞ 정도이다.

이 정도면 지구의 어떠한 무기로도 요격할 수 없다.

무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암석이 가진 운동에너지 또한 엄청날 것이다. Ek= ½mv2이기 때문이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했으면 본인들도 당해봐야지. 간악한 유태인 놈들!”

이메일을 발송한 현수는 나직이 이를 갈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유태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때문이다.

“이번에 공격을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일본 열도와 같은 꼴을 당하게 해주지.”

땅의 정령왕 노이아로 하여금 이스라엘 전체를 바다 속으로 넣어버리라는 명령을 내릴 생각이다.

* * *

“어서 오십시오, 국왕폐하!”

김정은의 허리가 직각으로 꺾여 있다. 이곳은 김정은이 사용하는 집무실이다.

“내가 전에 말한 것들은 준비되었나?”

현수가 상석에 앉으며 입을 열자 김정은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말씀하신 대로 해놓았습니다.”

“수고했군. 오늘은 숙천으로 갈 것이네. 준비하게.”

“숙천이라 하심은……?”

“내가 유전의 위치를 잡아줄 것이야. 그러니 그쪽도 준비를 하고 있으라 전하라.”

“네, 폐하.”

김정은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곤 밖으로 나간다.

“오라버니, 아니, 국왕폐하!”

곁에 서 있던 백설화가 불러 시선을 돌리자 그녀가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다.

“이건 뭐지?”

보아하니 인삼을 찐 것인 듯싶다.

“이건 얼마 전에 함경도 개마고원에 있는 북수백산에서 채취한 100년 묵은 천종삼이에요. 옹기그릇에 담아 밥솥에 넣어 찐 거니까 효과가 확실할 거예요. 잡수세요.”

천종산삼을 먹는 방법은 전통 방식대로 약탕관에 넣어 달여 먹는 방법이 있다.

이보다 더 좋은 효과를 얻으려면 생것을 씹어 먹거나 옹기그릇에 넣어 밥솥에 쪄먹는 것이 좋다.

백설화는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해 잘 말린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무쇠솥에 넉넉히 흰쌀밥을 지으면서 그 복판에 옹기그릇을 넣어 산삼을 쪘다.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러니 설화가 먹어.”

현수는 더 이상 개선될 게 없는 체질이다.

거의 완결 무결한 신체이다. 근력이랄지 시력 같은 신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최강이다.

따라서 천종산삼을 먹는 건 일종의 낭비이다.

“네? 제가요? 아, 안 돼요. 제가 어떻게…….”

북한에서도 천종산삼은 매우 귀한 것이기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안 되긴, 내가 먹으라는데. 어서 먹어.”

“안 돼요. 이건 국왕폐하를 위해 진상된 거란 말이에요.”

“진상? 누가?”

“폐하의 수행총관이 된 최 중장님이 구해온 거예요.”

최철이 현수를 처음 만난 2013년 12월엔 소좌였다. 남한 계급으론 소령이다. 그런데 지금은 중장이다. 남한의 별 두 개짜리 소장과 같은 계급이다.

소좌의 월급은 북한 돈으로 4,000원이다. 장마당에서 1달러가 8,000원에 거래되니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같은 직위인 대한민국 소령의 급여는 약 550만 원이다. 10,000배나 많은 셈이다.

이번에 별 두 개짜리 중장이 되었지만 큰돈을 급여로 받는 것도 아닌데 귀한 천종산삼을 구해왔다니 혹시 뇌물을 받은 건 아닌가 싶다.

“최 중장이? 흐음! 돈이 어디에 있어서.”

“창전거리 아파트를 팔았대요. 그 돈 중 일부로 이걸…….”

“집을 팔아서 내게 이걸 주는 거라고?”

“네, 입은 은혜가 너무 크다면서 머리카락을 모두 뽑아 신이라도 삼아드리고 싶지만 군인이라 머리카락이 짧다면서 이걸 가져온 거예요. 최 중장님은…….”

최철 중장 일가는 현수를 만나기 전까지 신의주의 자그마한 주택에서 살았다. 평수로 따지면 18평쯤 된다.

그러다 현수와 인연이 닿으면서 소좌에서 대좌로 무려 3계급이나 특진했다. 남한으로 치면 소령 1호봉에서 곧장 대령 10호봉쯤이 된 것이다.

근속기 간으로 따지면 14년 후에 있을 일이다.

그리고 얼마 후 북한의 강남이라는 창전거리의 아파트까지 배정받았다. (전능의 팔찌 29권)

그런데 또다시 두 계급이나 진급하여 중장이 되었다. 그야말로 벼락 진급이다. 최근의 진급인지라 추가로 넓은 아파트가 배정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게 현수의 덕이다.

본인의 말대로 은혜를 입어도 너무나 큰 은혜를 입었다. 하여 창전거리의 아파트를 8만 달러에 팔았다.

그중 6만 달러가 100년 된 천종산삼을 매입하는 데 들었다. 나머지 2만 달러로 살 수 있는 집은 선교구역이나 낙낭구역에 있다.

참고로 창전거리가 포함된 중구역엔 24시간 전기가 공급되지만, 선교구역과 낙낭구역엔 하루에 2∼3시간만 전기가 공급되니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구할 수가 없었다. 하여 평양 외곽의 허름한 집으로 이사했다.

백설화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필요도 없는 걸 사느라 집을 팔고 빈민촌으로 이사했다니 마뜩치 않은 것이다.

“그 사람 참…….”

“저어,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최 중장님, 사람 참 괜찮은 거 같아요. 오라버니, 아니, 국왕폐하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하구요.”

백설화의 말처럼 목숨을 내놓으라면 당장에라도 내놓을 듯하기는 하다.

“끄응! 알았어. 아무튼 그건 설화가 먹어.”

“네……?”

여태 무슨 이야길 들었느냐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난 그거 먹으나 안 먹으나 똑같아. 그러니 설화가 먹어.”

“말도 안 돼요. 제가 어떻게…….”

말이 길어질 것 같다. 이럴 땐 단호해야 한다. 그렇기에 억누르고 있는 기세를 풀며 입을 열었다.

“국왕으로서 내리는 명령이야! 설화가 먹어!”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아니. 내가 보는 앞에서 지금 당장 먹어.”

“…네에.”

설화는 접시 위의 산삼을 들어 입에 넣었다. 그리곤 우걱우걱 씹는다. 못 먹을 걸 먹는 듯한 표정이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리커버리!”

샤르르르릉―!

눈에 보이지 않는 서늘한 마나가 백설화의 체내로 스며든다. 그 즉시 모든 불균형을 바로잡기 시작한다.

여기에 천종산삼의 효능이 더해지자 백설화의 몸에서는 묘한 악취가 뿜어진다. 체내의 불순물이 몸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때문이다.

“방귀 뀌었어?”

“네? 아, 아뇨! 으윽! 자, 잠깐만요.”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악취를 느낀 백설화는 후다닥 달려 나간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시뻘겋다. 방귀를 뀌었느냐는 오해를 들을 만한 냄새가 났기에 부끄러운 것이다.

“흐으음!”

현수는 턱밑을 쓰다듬었다. 최철 수행총관의 아내와 아이들이 떠오른 때문이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 똑, 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들어선 것은 김정은이다.

“폐하, 밖에 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흐음! 알았네. 같이 가세.”

“네, 폐하.”

잠시 후 현수는 전용차를 타고 숙천으로 향했다. 김정은 등은 뒤차를 타고 따르는 중이다.

주변엔 경호 차량들이 즐비하다. 전후좌우를 완전히 에워싼 채 빠른 속도로 주행하고 있다.

평양 시가지를 벗어날 즈음 현수는 마나에 의지를 실어 보냈다.

[아리아니, 근처에 있지?]

[호호! 그럼요.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그래, 노이아를 불러서 서한만과 숙천유전에 대해 파악해 보라고 해.]

지난 2005년 지나는 북한 해역이 포함되는 서해 서한만 분지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예비 탐사로 구체적인 위치를 확정한 바 있다.

그해 12월 양국은 ‘해양원유 공동개발협정’을 체결하였다.

서한만 분지에 대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한 결과이다.

서한만 분지는 지나의 발해만 대륙붕과도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북한과 지나가 공동 탐사를 추진한 서한만 해역의 양측 경계가 획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나는 동경 124°를 기준으로 서쪽 70%는 자국 영해에, 동쪽 30%는 북한에 속해 있다고 주장한다.

[석유라는 게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라는 거죠? 알겠어요.]

아리아니의 신형이 사라지자 조수석에 앉은 최철 중장에게 말을 걸었다.

“수행총관!”

“네, 폐하.”

“천종산삼을 사느라 아파트를 팔았다고 들었네.”

“…들으셨습니까? 소신이 충성의 뜻으로 바친 것입니다. 가납하여 주십시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