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0
노이아와 대화를 마친 현수는 시추팀을 불러들였다. 그리곤 상세 지도를 꺼내 세 곳에 점을 찍어주었다.
시추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전이 있을 것이라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탐사를 해본 적도 없는 곳을 뚫어보라니 이해되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김정은이 즉시 시행하라고 하니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자, 다음은 천지건설팀 들어오세요.”
잠시 후 북한에 체재 중인 부장급 이상이 모두 들어선다. 일이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많은 인원이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부회장 김현수입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그러고 보니 반가운 얼굴도 있네요. 토목부 강 이사님, 그리고 실측팀 정 부장님, 오랜만입니다.”
현수와 시선이 마주친 둘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다.
지난 2013년 8월 31일, 둘은 잉가댐 현장에 있다가 반군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때 현수는 세스나기를 타고 왔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혼자서 반군들을 제압하고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군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구해냈다.
300여 명에 달하던 반군 중 무려 200여 명이 조준사 당한 결과이다. (전능의 팔찌 11권)
당시 현장 책임자는 토목부 강 부장이고 부책임자는 실측팀 정 차장이었다. 현수가 당도했을 때 둘은 총상을 입고 기절한 상태였다.
둘은 현수의 마법 덕분에 깨어난 뒤 후송되었다.
병원에 당도하자 의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총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도 크지 않았고 금방 아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역시 현수의 마법 덕분이다.
13장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부회장님.”
“저도 오랜만입니다.”
둘은 아는 척해주는 현수가 몹시 고마웠다. 그렇기에 우쭐한 기분이 든 듯 다소 상기된 표정이다.
“몸은 다 회복되었지요?”
“아이고, 그럼요! 부회장님 덕분에 목숨을 구했는데 그땐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맞습니다.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저도요.”
둘은 깊숙이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춘다. 김정은 등은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끼어들지는 않았다.
“에구, 이제 와서 뭘…. 그때 그래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네에.”
둘은 현수와 시선을 마주치며 환히 웃는다.
“자, 그런데 어느 분이 이쪽 책임자지요?”
“접니다, 부회장님.”
현수의 시선을 받은 이는 현수가 전무일 때 상무이사이던 사내이다. 이름은 지훈이다.
“직책은 어떻게 되죠?”
“북한 담당 부사장입니다.”
“아, 그래요? 축하드립니다.”
“네에.”
인사를 받는 것이 계면쩍은 듯 웃음을 짓는다.
“이쪽 사업 전반에 대한 브리핑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곧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러죠.”
현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지훈 부사장은 임원 및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린다. 모두들 알았다는 듯 후다닥 바깥으로 튀어 나간다.
약 10분 후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진행되는 공사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안주 유화단지 건설공사이다. 이 밖에 상당히 많은 곳에서 공사가 수행된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낙후된 북한 전역을 남한과 맞먹는 수준으로 개선하려니 일이 많은 것이다.
모든 브리핑이 끝난 후 현수는 여러 가지 지시를 내렸다.
첫째는 북한의 주택 개선사업이다.
현재 방 두 개 이하가 전체 주택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 보급률도 낮고, 단열 처리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실리프 펠릿 덕분에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석탄으로 난방을 하는 집이 있다고 한다.
아울러 주택 규모는 23평 이하가 90%에 이른다.
건축 후 30년 이상 경과된 낡은 주택이 무려 280만 가구에 이르며, 주택 보급률은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삶의 질이 형편없다는 뜻이다.
이에 현수는 노후 주택을 헐어내고 400만 가구를 신축하도록 지시했다.
품질은 2018년 현재 남한의 신도시 수준이다.
32평형 200만 가구, 40평형 100만 가구, 48평형 50만 가구, 60평형 50만 가구 건설이다.
4인 가구는 32평형, 5인 가구 40평형, 6인 가구 48평형, 7인 이상인 가구 60평형에 입주하게 된다.
1차 공사가 끝나면 침실 3개와 화방실 2개를 갖춘 25평형 아파트 400만 가구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보급률 100%가 달성된다.
이를 시행하기에 앞서 건축 자재를 제작하기 위한 공장부터 건설하도록 했다.
북한지역에서 생산된 건축자재들은 몽골과 러시아, 그리고 에티오피아와 콩고민주공화국 자치령까지 수출될 예정이다.
수많은 군인이 제대해야 하는 상황이니 고용 확대와 고용 안정을 위한 조치이다.
남한의 임대아파트 표준건축비는 평당 평균 327만 63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분양아파트 기본형 건축비(평당 474만 2,100원)의 68%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의 아파트 공사는 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시공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에는 부가가치세 및 특별소비세와 같은 세금이 전혀 없어 원부자재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참고로 향후 모든 이실리프 왕국은 세금을 징수하지 않을 계획이다. 개인이 사업을 해서 얻은 소득에 대한 과세도 하지 않는다. 아울러 상속세도 걷지 않는다.
둘째, 국가 차원에서 건축 자재를 생산하여 무상으로 공급한다.
셋째, 인건비가 남한보다 훨씬 저렴하다.
남한의 경우 일용직의 일당은 8∼10만 원이다.
일당이 9만 원이라면 월 25일간 일을 했을 때의 월수입은 225만 원이다.
2015년 현재 북한에선 500달러만 있으면 4인 가족이 1년간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한화로 55만 원이니 한 달 생활비로 46,000원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 10만 원을 급여로 주겠다고 하면 서로 일을 하겠다고 줄을 설 것이다.
물론 다른 자치령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이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력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남한과의 대치 상황이 해소될 것이니 120만이나 되는 군인 중 절반 이상을 데려다 쓰면 된다.
이런 식으로 원가를 절감하면 자재비와 인건비 부분이 20분의 1 이하로 확실하게 줄어든다.
따라서 북한에서 400만 가구를 건설하는 일은 남한에서 10만 가구를 건설하는 것보다도 적은 비용이 든다.
부지 매입 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개인이 소유한 땅이 단 한 평도 없다. 이실리프 자치령들 역시 토지를 개인이 소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한 경제 양극화의 원인 가운데에는 부동산 투기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원천봉쇄하여 졸부라는 말이 나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파트는 무상으로 제공하겠지만 입주 후엔 감가상각비 정도는 대가로 받아낼 것이다.
32평형 아파트의 건설 원가는 1,000만 원 정도가 될 것이다. 이것의 수명을 50년으로 잡으면 월 17,000원 정도를 사용료로 납부하게 된다. 보증금은 당연히 없다.
가스와 수도, 전기 등의 사용료는 많아야 월 13,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4인 가구 월 주거비용이 30,000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주는 이유는 주거를 위한 비용을 최대한 낮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여태껏 1당 독재하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아온 북한 주민들을 위한 배려이다.
현수가 두 번째로 지시한 것은 초대형 유조선 입항을 위한 숙천 항만 공사 등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황해북도 곡산군과 함경남도 부전군에 핵융합발전소 건설도 지시했다.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공사이지만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토목부 강 이사와 실측팀 정 부장, 그리고 지훈 부사장 등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북한의 수뇌인 김정은은 묵묵히 이야기만 듣고 있고 현수가 모든 것을 총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때문이다.
현수는 이를 눈치챘지만 짐짓 모르는 척하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살 집을 짓는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밀 시공과 품질 보장을 늘 염두에 두십시오. 아울러 환경오염에 대한 것도 충분히 검토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모두가 물러나자 현수는 김정은에게 시선을 주었다.
“준비되어 있습니까?”
“네, 모두 집합시켜 두었습니다. 가시디요.”
숙천에서 다시 평양으로 되돌아왔다. 현수의 차가 멈춘 곳은 만수대의사당 앞이다.
“추웅성―!”
“추웅성―!”
현수가 지날 때마다 호위총국 요원들이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경례를 올려붙인다.
북한은 원래 경례 구호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여 김정은에게 시선을 돌리니 백설화와 테리나가 건의하여 이렇게 하도록 제도를 바꾸었다고 한다.
만수대의사당은 평양 중심에 위치하며, 평양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세워져 있다.
남한의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건물이지만, 그동안 최고인민회의의 회의장으로 사용되었으며, 북한의 주요 정치 행사와 국가회의 개최 장소로 이용되었다.
벌컥―!
“일동 기립!”
타탁! 타타타타타타탁!
2,000여 석에 달하는 의자에 앉아 있던 인원이 한꺼번에 일어서자 제법 큰 소음이 난다.
현수는 김정은의 안내를 받아 단상으로 올라섰다.
“전체 차렷!”
처척!
매스게임의 강국답다. 2,000명이 차렷 자세를 취하는데도 소음이 아주 짧다.
“매스 앱솔루트 피델러티!”
샤르르르르르르르릉―!
현수의 전신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간다.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는 북한군 간부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현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싶어 바라보는 게 아니다.
현수의 전신에서 뿜어진 마나가 각자의 뇌리로 스며듦에 따라 없던 충성심이 생기면서 눈빛이 바뀌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인원은 북한군 장성 1,400여 명 및 고위 간부이다. 이들만 장악하면 나머지는 문제도 아니다.
그렇기에 다들 모이도록 지시를 내려놓은 것이다.
“나는 오늘 조선인민주의민주공화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대신 이실리프 왕국이 들어섬을 선포하려 여러분을 모았다.”
현수가 잠시 말을 끊자 모두 대경실색하는 표정이다.
“저거이 무슨 소리임메?”
“그러게. 뭔 소리디? 공화국이 사라진다니?”
“누구 아는 사람 없음메?”
잠시 술렁이는 모습이 보이자 보조 연단에 서 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일갈한다.
“다들 떠들지 말고 주목하라우!”
김영남은 조선로동당 서열 2위로 대외적으로는 국가원수의 역할을 하고 있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정숙해진다.
“나는 이실리프 왕국의 초대 국왕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
현수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장내의 인물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위엄 넘치는 카리스마와 절대충성마법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자 다들 눈을 크게 뜬다. 남한만큼 잘살 수 있게 된다니 관심이 간 것이다.
그렇게 잠시 설명이 이어졌다.
“자, 이제 충성 맹세를 받도록 하겠다. 강제성이 없으니 원하지 않는 자는 하지 않아도 좋다.”
현수가 말을 마치고 자세를 바로하자 김정은이 연단 아래로 다가와 멈춘다. 그리곤 준비된 충성 맹세를 바친다.
왕국의 신민으로서 죽을 때까지 왕실에 충성을 맹세하며, 왕국의 번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맹세이다.
북한의 실질적인 주인이던 김정은이 고개를 숙이는데 어찌 다른 말을 하겠는가!
현수는 북한의 모든 장성과 고위 관료들부터 충성 맹세를 받았다. 열외 자는 하나도 없다.
하루 만에 다물궁을 만들어낸 신적인 존재이기에 감히 다른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