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1
이로써 북한 장악은 마쳐졌다.
* * *
“필승! 일직 사령이 함대사령관님께 보고드립니다.”
관사에서 깊은 잠에 취해 있던 심흥수 제1함대사령관은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보고하라!”
“02시 35분 현재 일본 제3함대 항공모함형 헬기 구축함 이즈모함을 필두로 이지스 구축함 아카고와 묘코를 비롯한 제3호위대와 제7호위대 함정 여덟 척이 서진하고 있습니다.”
일본 해군 제3함대는 마이즈루에 기지를 두고 있다.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함대이기에 순전히 대한민국 해군을 겨냥한 함대이다.
“…3함대 전부가? 적 잠수함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하루시오급(하루시오급 : 2,500톤급 디젤 잠수함.) SS―588 후유시오와 오야시오급(오야시오급 : 3,000톤급 디젤 잠수함.) SS―599 세토시오와 SS―600 모치시오는 아직 오키 군도 부근에 있습니다.”
“아군 상황은?”
“아직……. 아! 추가 보고 있습니다.”
“추가?”
“네! 일본 해군 제2함대의 기함 쿠라마를 비롯하여 제2호위대와 제6호위대 소속 함정들도 서진하고 있답니다.”
제2함대는 사세보에 기지를 두고 있다. 이것 역시 한국과의 분쟁을 대비한 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적의 위치는?”
“전속으로 서진하고 있습니다. 약 한 시간 후 우리 영해에 당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잠수함은 없나?”
“역시 하루시오급 한 척과 오야시오급 두 척입니다.”
“알았다. 1함대에 진돗개 둘을 발령한다.”
“네! 진돗개 둘 발령합니다. 필승!”
군대의 준비 태세에는 진돗개와 데프콘이 있다.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은 전시상태를 말하고, 진돗개는 비상경계 태세를 뜻한다.
따라서 전쟁이 나면 데프콘이 발령되는 것이고, 비상경계 태세로 돌입할 필요가 있을 땐 진돗개가 발령된다.
따라서 ‘진돗개 둘’이 발령되면 군경이 비상경계에 임하게 된다. 참고로 진돗개 하나면 전시 상태라고 보면 된다.
경계태세 발령권은 군 책임 및 특정 경비(해역) 지역의 경우 육군은 연대장급, 해군은 방어전대장급, 공군은 관할 부대장급 이상의 지휘관이 행사할 수 있다.
전화를 끊은 심흥수 1함대 사령관은 매뉴얼에 따라 통합방위본부에 보고했다.
10분 후 심흥수 함대사령관은 작전실에 당도했다.
“일동 차렷! 필승!”
심 소장이 들어서자 잠자리에서 뛰어나온 장교들이 일제히 경례한다.
“보고 사항은?”
“일본 놈들이 미친 것 같습니다. 2함대와 3함대가 전속력으로 서진하고 있습니다.”
“3함대 사령 나카가와 오이지로 해장보와 2함대 사령 아와사키 히데토시 해장보는 미친놈 맞아.”
“네?”
무슨 뜻이냐는 표정이다. 일본이 함대 사령 자리에 미친놈을 앉힐 일은 없기 때문이다.
림팩 훈련 때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게 군 것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지금은 이런 걸 설명할 여유가 없다.
그렇기에 심 소장은 화제를 돌렸다.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오늘 초계는 누가 하고 있지?”
“기함인 양만춘함이 울릉도 인근에 있습니다.”
“아, 그래? 그거 잘되었군.”
원래 해군 1함대의 기함은 광개토대왕함이었다.
3,000톤급 구축함으로 한국형 경량 구축함 도입 사업인 KDX―1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첫 번째 함정이다.
2함대 사령관이던 심흥수 소장은 1함대 사령관으로 보직 발령을 받았을 때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을 양만춘함으로 바꿔주기를 요구했다.
이에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은 흔쾌히 명령서에 사인을 했다. 아부신공의 달인 박무성 신임 참모총장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기 직전에 내린 명령이다.
“김상우 함장과 연결하라.”
“네, 알겠습니다. 양만춘함 함장과 연락합니다.”
통신병의 손가락이 콘솔을 누빈다.
“연락되었습니다, 사령관님!”
심 소장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말한다.
“아아! 나 함대사령관이다.”
“필승! 양만춘함 김상우 대령입니다.”
“미친개 몇 마리가 뛰어다닌다는데 그물 펴고 있다가 모두 잡아야겠지?”
“…저희가 파악한 건 여덟 마리인데 더 있습니까?”
“미친개가 여덟 마리인 것은 맞다. 미친 오리도 세 마리쯤 있을 수 있다.”
“알겠습니다.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죠. 저희가 때려잡겠습니다. 아주 아작을 내놓을까요, 아님 먹을 수 있게 적당히 두들길까요?”
“그건 잠시 후 다시 알려주겠다. 수고해라.”
“필승! 자알 알겠습니다.”
통신을 마친 김 대령은 고복현 소령을 불렀다.
둘의 입가엔 희미한 웃음이 배어 있다. 이때를 대비한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양만춘함은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독도 앞바다에서 초계하던 해군 1함대 소속 초계함 광명함(PCC―782) 함장과 전탐관은 여덟 척의 함정이 다가오는 것을 레이더로 지켜보고 있었다.
속도와 방향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영해를 침범할 우려가 커서 사령부에 연락해 놓고 대기하는 중이다.
선두의 배가 영해로 들어서자 신속히 메시지를 보냈다.
“경고한다! 귀 함은 대한민국 영해를 침범했다! 즉시 물러나도록 하라! 다시 한 번 경고한다. 귀 함은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했다! 즉시 퇴각하라!”
“……!”
적으로부터 아무런 반응도 없자 함장은 재차 송신했다.
“귀 함은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했다! 즉시 퇴각하라!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발포할 수도 있다!”
아무런 대꾸도 없다. 대신 일본 구축함으로부터 함포가 발사되었다.
콰앙! 콰아앙―!
“아앗! 전속력 전진!”
함장의 명에 따라 광명함은 즉시 자리를 이동했다.
콰아앙! 콰앙―!
계속해서 함포가 발사되었지만 광명함은 맞지 않았다. 바닷물이 심하게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친놈들! 서도 뒤쪽으로 이동하라!”
“네! 서도 뒤쪽으로 이동합니다!”
일본 구축함은 계속해서 함포사격을 가하고 있지만 매번 빗나가고 있다. 하지만 안전한 것은 아니다.
“통신병, 사령부와 연결해!”
“네! 사령부와 통신 연결합니다!”
잠시 후 함장은 함대 사령부와 선이 닿았음을 보고받았다.
“사령부! 여긴 광명함! 적으로부터 공격받고 있습니다!”
“일본 해군인가?”
“그렇습니다. 모두 여덟 척의 함정이 우리 영해를 침범했습니다. 경고를 했더니 함포 사격을 가하는 중입니다.”
“미친놈들이군. 알았다. 광명함! 섬에 바싹 붙어 적의 공격을 피하라!”
“네? 응사는 하지 않습니까?”
“초계함으로 이지스함과 구축함들을 잡겠다고?”
깜깜한 밤이라 여덟 척의 배가 왔다는 것만 알고 있는 광명함 함장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이지스함이라고? 그럼 한일해전이란 말인가?”
한국의 해군 전력이 일본 해군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한국 해군이 함정을 운용하는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펀치력의 열세를 감당해 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잠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김 중령, 배는 잃어도 좋다. 장병들의 안위부터 챙겨라.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김 중령은 곁에 있는 이 대위를 불렀다.
“이 대위, 엑조세(엑조세 : 프랑스의 대함 미사일. 하푼 미사일과 유사.) 발사 준비!”
“네! 엑조세 발사 준비합니다!”
이 대위는 얼른 복창하고 뒤로 물러선다.
“강 중사, 엑조세 발사 준비!”
명령이 떨어지자 콘솔 위로 분주히 움직이는 손길이 있다. 사격통제병 강 중사이다. 잠시 후, 엑조세 대함미사일 발사 준비가 되었다는 불빛이 들어온다.
“미사일 발사 준비 완료!”
“미사일 발사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함장님!”
“대기하라!”
“네, 발사 대기합니다!”
이 대위는 다시 한 발짝 물러선다.
이 순간 일본 3함대 소속 함정 중 일곱 척은 독도를 지나 울릉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나머지 한 척만 광명함을 사냥하기 위해 선회하는 중이다.
섬 뒤에 있어 직접적인 공격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탐병! 적과의 거리는?”
“현재 적과의 거리 약 20㎞입니다!”
“통신병! 사령부와 다시 연결하라!”
“네, 사령부와 연결합니다, 함장님!”
잠시 후 다시 한 번 심 흥수 사령관과 연결되었다.
“사령관님, 여긴 광명함. 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엑조세로 타격을 가하려 합니다.”
“광명함은 대기하라. 반복한다. 광명함은 현 위치에서 대기한다. 미사일 발사는 허가하지 않는다.”
“우릴 사냥하러 오는 놈이 있습니다. 그래도 대기합니까?”
“반복한다. 광명함은 현 위치 대기이다. 응사하지 마라.”
김 중령은 레이더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보다 더 가까워진 상태이다.
“대기만 하면 됩니까?”
“그렇다. 명이 있을 때까지 공격하지 말고 대기하라.”
“끄응! 알겠습니다. 통신 끝!”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 중령은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다.
유사시를 대비한 훈련을 지겹도록 했는데 막상 실전을 하게 되었음에도 그걸 쓰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함장님, 엑조세 발사 대기 중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사령관과 통화하는 사이에 조준까지 완료한 사격통제병 강 중사의 물음이다.
버튼만 누르면 엑조세가 날아갈 것이다. 훈련만 해봤지 실제로 발사를 해본 적은 없기에 몹시 흥분된 상태이다.
“발사 대기하라! 사령부에서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가만히 있습니까?”
“아니! 명령이 떨어지면 발사한다! 전원 전투태세!”
“네! 전투태세 발령합니다!”
이 대위가 버튼을 누르자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삐잉! 삐잉! 삐이잉! 삐잉! 삐잉! 삐이잉!
비상령이 발동되자 광명함 승조원들은 일제히 훈련받은 위치로 이동한다.
쏴아아아아! 쏴아아아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모두들 긴장된 표정으로 적 함정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같은 시각, 포항 특정 경비 지역 사령부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이 부대는 동해안의 최대 산업 지역인 포항시―경주시 일대의 포스코, 포항 항구, 월성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중요 시설을 방호하는 임무를 가진 해군―해병대의 합동사령부이다.
해병대 제1사단장이 사령관 직을 겸직하는데 포항시와 경주시에 주둔하는 모든 해군(제6항공전단, 포항 항만 방어대대)도 지휘한다.
에에에에에에엥! 에에에에에에엥―!
깊은 잠에 취해 있던 장병들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자 지체 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사세보를 출발한 일본 해군 2함대의 전함들이 다가오고 있음에 비상령이 발동된 것이다.
“미친놈들! 바람도 심하고 비도 오는 한밤중에…….”
해병대 1사단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보고하라!”
“네! 일본 2함대 소속 구축함들이 총출동하여 우리 영해 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영해까지의 거리는?”
“현재 40㎞까지 접근했습니다.”
“왜 이렇게 보고가 늦었나?”
“2함대 함정들이 대마도 인근 해역으로 항진해서 그렇습니다!”
대마도는 아직까지 일본 영토로 인정되고 있다. 그 인근에 있었다면 뭐라 할 말이 없다.
“현 상황은?”
“부산 쪽으로 급속 항진 중입니다.”
“알았다. 진돗개 둘 발령한다. 즉시 전파하도록!”
“네! 진돗개 둘 발령합니다!”
사령관의 명령을 복창한 작전장교가 진돗개 둘을 발령하기 위해 몸을 돌린 사이에 사령관은 레이더에 시선을 주고 있다.
여덟 개의 점이 부산과 포항을 향해 북서진하는 중이다.
“미친놈들! 우릴 뭐로 보고!”
한밤중에 시작된 한일해전의 막은 이렇게 올랐다.
『전능의 팔찌』 50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