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2
1장 싸가지 없는 놈
“대사, 귀국의 함정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십시오. 독도는 분명한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걸 모른다 하지 않겠지요?”
대한민국 외교부장관 정순목의 목에는 핏대가 서 있다. 화가 단단히 난 때문이다.
반면 주한일본대사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상대가 어떻든 상관없다는 듯 비릿한 조소를 베어 문 표정이다.
“장관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시군요. 다케시마는 아국의 영토입니다. 따라서 아국의 함정들은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한 것이 아닙니다.”
“뭐요?”
정순목 장관의 목에 다시 한 번 핏대가 선다.
학창 시절 택견 고수가 되고 싶어 수련에 몰두하던 장관인지라 여러 손기술을 알고 있다. 그중 싸대기, 또는 활개 뿌리기로 한 방 갈기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중이다.
그런데 싸가지 없는 일본대사는 이런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태연스레 말을 잇는다.
“장관, 남의 영해를 침범해 놓고 거꾸로 이런 일로 잠자리에 든 타국의 대사를 불러내는 건 심각한 외교적 무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너무도 어이없기에 정 장관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대사! 독도가 어떻게 일본 땅이란 말씀이십니까?”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여전히 유들유들한 표정이다.
“아국의 모든 교과서에 그렇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 외무성에서 귀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를 즉시 반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점유 기간 동안의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정식 외교문서를 보낸 것을 잊었습니까?”
“뭐요? 어디서 이런……!”
정순목 장관은 상대가 일국의 대사인지라 차마 ‘싸가지 없는 새끼’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정 장관의 이마에는 굵은 핏대가 서 있다. 몹시 진노했다는 뜻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다.
“독도의 해안선을 기선[Baseline]으로 하여 인근 12해리는 아국의 영해입니다. 따라서 귀국의 어선 및 군함, 경비함 등의 접근을 불허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케시마를 기준으로 한 영해의 상공엔 어떠한 비행물체도 통과를 허락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봐요, 대사!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는 겁니까?”
“방금 전 제가 한 말이 아국의 입장입니다.”
“뭐요?”
정순목 장관은 너무도 화가 나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본대사는 비릿한 조소를 베어 물고 있다.
“한국이 우리 일본의 영해를 침범했다는 뜻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런데 왜 소리를 지릅니까?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하지요?”
“뭐요? 지금 방금 뭐라고 했어? 이런 싸가지 없는 개새끼가! 한번 맞아서 뒈지고 싶어?”
분노가 극에 달한 장관의 입에서 결국 쌍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본대사는 태연한 표정이다.
염장을 지르고야 말겠다는 태도이다.
“나는 방금 일본이 아국 영해를 침범했음을 경고했소. 따라서 이 시간 이후에 벌어지는 무력 충돌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 하는 바이오. 가서 당신네 총리라는 놈에게 똑똑히 전하시오. 꼴도 보기 싫으니 가시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친 장관은 문을 가리켰다. 내 집무실에서 썩 나가라는 뜻이다.
“중대한 외교적 실례라는 걸 기억하고 아국에 전하겠소.”
시게이에 도시유키가 물러간 후 정 장관은 곧장 청와대로 들어갔다.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 *
현수는 백화원 영빈관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 소파에서 두툼한 서류들을 읽고 있다.
그런 그의 앞에는 이실리프 정보의 대표가 된 엄규백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국내 담당인 1국 국장을 겸하고 있어 국내 정보를 총괄하기도 한다.
“흐음! 이게 정말 사실인가요?”
현수는 자신이 보고 있는 보고서의 내용이 믿기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악질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애비는 조선임전보국단 간부였다.
이 단체는 일제강점기 말인 1941년에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통합되어 조직된 연합 단체로 줄여서 임보단, 또는 보국단으로 불렸다.
이 단체에 가입한 자는 골수 친일파라 보아도 된다.
대통령의 애비는 일본이 패망하면서 남긴 적산((敵産) : 1945년 8·15 광복 이전까지 한국 내에 있던 일제(日帝)나 일본인 소유의 재산을 광복 후에 이르는 말.)으로 부를 이루었다. 외가는 대놓고 친일 행위를 하던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자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니…….”
현수는 나직이 혀를 찼다.
대한민국 유권자 중 상당수가 선거철만 되면 멍청이가 되는 병에 집단으로 감염된 것이 분명하다 느낀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된 세상이니 이런 정보는 얼마든지 밝혀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관참시를 해도 시원치 않을 친일파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놓았다.
대놓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자들 편에 서 있는 자를 뽑은 걸 보면 분명 제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도? 끄응!”
현수는 또 한 번 침음을 삼켰다.
대통령 유고 시 그 권한을 대행하는 순위는 2014년 11월 19일에 개정된 정부조직법 제12조 ①항과 ②항, 그리고 제26조 ①항에 명기되어 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제12조(국무회의)
①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장으로서 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주재한다.
② 의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장인 국무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고,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및 제26조 ①항에 규정된 순서에 따라 국무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제26조(행정각부)
① 대통령의 통할하에 다음의 행정각부를 둔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
현수가 보고 있는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대통령은 골수 친일파의 자식이다.
국무총리 역시 친일파의 아들로 매년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참석하는 자이다. 그 애비에 그 아들이라는 뜻의 ‘견부견자’라는 별명을 가졌다.
참고로 견부견자(犬父犬子)는 ‘개 같은 아비에 개 같은 자식’이라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인 경제부총리는 현재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맡고 있다.
한일의원연맹은 1975년 5월 23일 한일 양국 의원 간의 교류와 협력 증진을 위해 창설된 단체이다.
2013년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연맹에 소속된 일본 회원 258명 중 44%인 114명은 A급 전범의 위패를 합사해 놓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자이다.
이런 놈들과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자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 유고 시 그 역할을 대리할 서열 3위에 해당되는 교육부총리 역시 한일의원연맹 소속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무능과 부정부패, 그리고 오만과 자만의 대명사인 교육부 마피아의 중심축인 자이다.
세간에서 부르는 별명은 ‘친극꼴’이다. 발음 때문에 ‘친구꼴’이라고도 불리는데 ‘친일 극우 꼴통’을 줄인 말이다.
권한대행 서열 4위에 해당되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친일파로 의심되지는 않지만 심각한 독직과 부정부패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엔 국립전파연구원과 우정사업본부 등 4개 소속 기관이 있다.
아울러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한국과학기술연구 원[KIST]를 비롯한 41개 산하 기관이 있다.
장관은 취임 이후 4개 소속기관장과 41개 산하기관장 중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8할 정도가 경질되었다.
현재에도 기관장의 경질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놔두면 100%가 바뀔 것이란 비아냥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아무튼 바뀐 기관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가 장관과 동향이다. 공무원 출신도 있고 기업인도 있다.
기관장들의 교체에 앞서 뇌물이 오갔다는 투서가 있어 현재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서열 5위 외교부장관 정순목은 대학생 시절 독재정권에 맞서 시위에 앞장선 전력이 있다.
그때의 일로 옥살이도 했다.
따라서 이번 정권과는 코드가 맞지 않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장관직에 오른 것은 먼저 물망에 오른 인사 모두가 청문회에서 개망신을 당한 때문이다.
대통령이 먼저 지명한 세 명의 장관 후보는 각종 불법행위 등이 탄로 나 공개적인 쪽팔림을 당했다.
하나는 연예기획사로부터 정기적으로 성상납을 받은 자이다. 물론 권력을 이용한 압력의 결과이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중 미성년자인 열일곱 살짜리 가수지망생과 동침한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폭력까지 휘두른 것이 드러나 재판을 받는 중이다.
다른 후보자는 외교관 시절 주재국에서 수시로 마약 파티를 한 사실이 드러나 자진사퇴했다.
또 다른 후보자 역시 외교관 출신인데 국고 낭비와 횡령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은 개망신이 계속되자 권력에 관심이 없는데다 친 야당적인 정순목을 후보로 지명했다.
야당에서 신망하는 인사를 내세운 것은 털면 먼지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신이 지명한 인사들에 대한 야당의 반대가 명분을 잃을 것이라는 꼼수를 쓴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정 후보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그 결과 내키지 않았지만 장관에 임명했다.
서열 6위 통일부장관도 친일파로 의심되지는 않지만 심각한 부정부패가 의심되고 있다.
2015년 통일부 예산은 1조 4,752억 원이었다.
그런데 이 돈을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썼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가짜 영수증과 납품가 부풀리기 등으로 상당한 액수를 나눠 먹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여 검찰에서 수사하는 중이다.
서열 7위 법무부장관은 판사 출신으로 정권과 야합하는 판결로 현 위치에 올랐다. 다시 말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시로 견강부회((牽强附會) :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가 자기의 주장이나 조건에 맞춤. 고집으로 자기 얘기를 관철시키고 합리화시키는 것.)한 판결을 일삼던 양심도 없는 자이다.
양심 있는 지식인들의 공통된 평가는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잡놈이다. 그래서 ‘후곡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후’는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을 가진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첫 글자이다.
‘곡’은 자기가 배운 것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고 그것을 굽혀 가면서 세속에 아부하여 출세하려는 태도나 행동을 가리키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첫 글자이다.
마지막으로 ‘인’은 사람의 모습을 갖추곤 있지만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배은망덕하다는 뜻인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첫 글자이다.
후곡인 세 글자 모두 아주 나쁘다는 뜻인데 이런 자가 장관직에 있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라 할 수 있다.
8위인 국방부장관은 3성 장군 출신으로 별다른 흠이 없다. 해사 출신이기에 하나회 같은 조직과도 관련이 없다. 순전히 실력으로 진급한 결과 장관이 된 것이다.
9위부터 다시 서열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행정자치부장관 → 문화체육부장관 → 농림축산식품부장관 → 산업통상자원부장관 → 보건복지부장관 → 환경부장관 → 고용노동부장관 → 국토교통부장관 → 해양수산부장관
이들 아홉 명의 공통점은 모두가 군 면제자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그리고 교육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통일부장관 등도 미필이다.
대통령 유고 시 서열 1위부터 16위까지 중 딱 둘만 군필자다. 외교부장관과 국방부장관만 군대를 다녀온 것이다.
병역이 의무인 나라에서 국무위원 거의 전부가 미필이니 참으로 한심하다.
“심각하군요.”
현수의 중얼거림에 엄규백 국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