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05화 (1,204/1,307)

# 1205

“아, 그래요? 그건 곧 해결되겠군요. 그럼 언제든 삼족오와 미리내를 쓸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고마워요, 샌디.”

“네, 근데 말로만 때우시려는 건 아니죠?”

“……?”

“저요, 아직 다이안 못 봤거든요. 쳇!”

그러고 보니 샌디는 세계적인 걸그룹이 된 다이안의 열렬한 팬이라 했다.

하여 그녀들과 만나게 해주고 사인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알았어요. 다이안 스케줄 확인한 후 바로 연락할게요.”

“어머! 정말요? 와아, 신난다!”

샌디의 환호성을 들은 현수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새로운 OS를 만들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여느 여학생처럼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현수는 다이안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아직 모르기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이안의 명성은 비틀즈나 ABBA를 넘어섰다.

남자로 치면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 엘비스 프레슬리와 클리프 리차드, 그리고 프랭크 시내트라가 한 팀을 이룬 것과 같다.

여자의 경우는 비욘세, 셀린디온, 머라이어 캐리, 마돈나, 그리고 휘트니 휴스턴이 이룬 팀이다.

‘지현에게’와 ‘첫 만남’ 이후에 발표된 곡 모두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곡은 모두 24곡이다. 매번 두 곡씩 발표했는데 이 곡 모두 빌보드 차트 1위를 했다.

현재 12집까지 나왔는데 빌보드 차트 1위부터 24위까지가 모두 다이안의 곡이다. 곧 13집이 나올 것이기에 관심이 증폭된 결과이다.

샌디와의 통화를 마친 현수는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 조연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컬러링으로 들리는 건 현수가 아드리안 공국에 처음 갔을 때 연주되었던 마탑주 찬가이다. 이 곡은 대단히 서정적이었는데 크게 세 개의 멜로디로 구성된 상당히 긴 곡이다.

현수는 이것을 분리시켜 세 개의 곡으로 나눴다. 지금 들리는 건 그중 두 번째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 곡 제목이 뭐더라? 아, 맞아! 이건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곡이야.”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쓴 것으로 너무도 사랑하니 한순간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가사이다.

현수는 아내들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득 6서클 마스터인 이마르 이사틴과 대결을 앞뒀을 때 연주되었던 멜로디가 떠오른다.

마인트 대륙의 황태자 슐레이만 로렌카가 등장했을 때 울려 퍼진 황태자 찬가이다. 상당히 웅장한 곡이다.

“네,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 대표 조연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아이고, 회장님!”

조연 대표는 말을 잇지 못한다. 너무도 황공해서이다.

이실리프 그룹이 있기에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는 승승장구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다이안은 방송국에 대고 큰소리를 쳐도 된다.

10년 차 중견 가수가 새 앨범을 내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이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다.

신곡에 맞는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그리고 백댄서 비용으로 최소 수백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정상급 아이돌 그룹이라면 수억 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세 개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하고 받는 출연료는 고작 40만 원 정도이다.

가수들은 생방송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드라이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을 해야 한다.

중간중간 프로그램에 쓰일 영상도 녹화해야 한다.

사전 녹화라도 있는 날이면 새벽 5시에 졸린 눈을 비비고 기상해 준비를 시작한다. 하루 종일 방송국의 좁은 대기실에서 스탠바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고 받는 출연료가 미용실 비용도 안 되는 것이다.

참고로 신인 아이돌 그룹의 경우는 인원이 몇 명이든 45만 원을 받는다. 5∼6년차 정상급 아이돌 그룹이라 할지라도 75만 원이 고작이다.

가수들이 이 돈을 받고도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는 신곡 무대를 보여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사에선 대놓고 갑질을 한다.

자기네 신곡을 PR하려고 출연하는 것이므로 출연료를 많이 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대응이다.

그런데 다이안의 명성은 너무도 높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방송국에서 섭외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출연만 하면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곳에서 부르기에 다이안은 신곡이 나오면 국내에선 딱 하나의 방송에만 딱 한 번 출연한다.

국내 팬들에게 인사하는 무대이다.

이게 끝나면 미국, 러시아, 지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지에서 무대를 갖는다.

어쨌거나 국내 방송사에서 받는 출연료는 1인당 2억 원이다. 소득 금액의 38%가 세금인데 이를 제외한 실수령액이 이러하다. 따라서 방송국 장부에 잡혀 있는 실제 출연료는 1인당 3억 2,258만 원이다.

이뿐만 아니라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전부 방송국 부담이다. 의상은 물론이고 메이크업 비용과 간식비까지 모두 방송국에서 지불하고 있다.

이를 합치면 방송국에선 1인당 약 3억 5,000만 원 정도를 지불하는 셈이다.

다이안이 명성을 이용한 갑질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가수 중 어느 누구도 이를 시샘하거나 욕하지 않는다. 자신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다이안은 본인들이 받은 출연료 전액을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쓰라고 이실리프 자선재단에 쾌척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의 몫은 제외된 금액이다.

아무튼 두 달에 한 번씩 신곡을 발표하니 1년이면 48억 원을 기부한다. 이는 18년간 지속될 일이다.

따라서 이 금액을 모두 합치면 864억 원이나 된다.

어쨌거나 매번 공식적으로 기부를 하니 방송국에서도 불만은 없다. 자신들이 지불한 돈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의 방송사에서는 이보다 더한 대접을 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2016년엔 다이안이 미국 ABC방송사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항공편이 마땅치 않아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하자 곧바로 전세 제트기가 동원되었다.

당연히 모든 비용은 ABC방송국에서 지불했다.

그 해에 러시아 국영 TV·라디오 방송사[VGTRK]에서도 전세기를 띄워 다이안을 모셔갔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등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국들이 이런 경쟁을 하는 이유는 다이안이 출연한다는 공지가 뜨면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나의 모 방송은 시청률이 0.12%에 불과했다.

그런데 출연 한 달 전에 공지를 띄워놓자 곧바로 10%대로 뛰어올랐다. 방송 당일의 시청률은 무려 70%에 육박했다.

이 방송사에선 꼼수를 부려 다이안이 출연한 60분짜리 프로그램을 여섯으로 쪼개 다음 방송에 끼워 넣었다.

그 결과 63%, 61%, 65%, 60%, 63%, 64%를 기록했다. 당연히 수많은 광고가 붙어 방송사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이후로도 계속된 유료 다운로드 덕분에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뒀다.

게다가 방송국의 인지도가 높아져 다이안이 출연하지 않음에도 약 2%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게 되었다.

참고로 이 시청률은 한국에선 20%에 해당된다.

어쨌거나 다이안은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다른 가수나 연기자 등은 그렇지 못하다.

다른 연예기획사와 달리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는 일체의 접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

방송국 PD에게 뇌물을 주는 일도 없고, 술자리조차 같이하지 않는다. 성상납은 당연히 없다.

누구든 성상납을 바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곧바로 언론에다 대고 이야기해서 개망신을 줬다.

그 결과 방송사 PD 여섯 명이 해고당했고, 국회의원 열한 명은 다음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에선 누구든 만날 때 항상 녹음한다는 것을 미리 공표한 상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이안을 제외한 나머지 연기자 및 가수들의 섭외가 쉽지 않았다.

다이안의 국내 활동이 다양하다면 끼워 넣기라도 시도하겠는데 워낙 외국에 있는 시간이 많아 불가능했다.

물이 깨끗하면 고기가 적다면서 적당히 혼탁해도 된다는 충고도 들었지만 조연 대표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소속 연예인들의 수입이 적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조연 대표의 이런 한탄을 들은 민주영은 방송국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 방송사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시청자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방송사는 한반도 북쪽 이실리프 왕국에 세워진다.

그래서 속칭 ‘방통위’라 불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억압과 규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가칭 YBS인 이 방송사에선 홈쇼핑과 음악방송, 그리고 드라마와 뉴스 등이 방영된다.

홈쇼핑에선 이실리프 계열사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소개한다. 항온의류, 듀 닥터, 쉐리엔, 스피드, 목재 펠릿 보일러, 그리고 태양광 발전설비와 각종 농축산물, 가공품 등이다.

이 밖에 품질이 확인된 중소기업의 상품들도 소개되는데 다른 홈쇼핑 방송사와는 다를 예정이다.

지난 2015년 모 TV홈쇼핑 방송사와 납품업체 간의 갑질 논란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 방송사와 납품업체 간의 계약 구조를 들여다보면 물건이 팔리든 안 팔리든 방송 시간에 따른 홈쇼핑 방송사의 마진을 선입금해야 한다.

사람들은 100원짜리 상품을 판매할 경우 TV홈쇼핑에 지불하는 금액이 25원∼30원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택배비 및 물류비용 등 부대비용까지 모두 합하면 45원∼50원을 TV홈쇼핑 방송사가 먹는다.

이쯤 되면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

하여 중소기업들은 물건을 팔아봐야 남는 게 없어서 더 이상 홈쇼핑에서 판매하지 않겠다고 떨어져 나가곤 했다.

YBS를 설립하는 이유는 이실리프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상품에 대한 홍보가 주목적이다.

따라서 일반 상품에 대한 이윤은 10%로 선을 그었다.

매출에 대한 이윤이며, 상품이 하나도 안 팔리면 단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이 물건을 사면 이런 걸 사은품으로 무상 지급하겠다는 방송은 결코 하지 않을 계획이다.

또한 ‘주문쇄도’, ‘매진임박’, ‘1분 후 판매종료’ 같은 자극적인 문구도 실제가 아닌 경우엔 쓰는 일이 없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비가 비싸 엄두를 못 내는 중소기업의 믿을 만한 제품들을 밀어주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다이안 및 소속 가수들의 공연으로 이루어진 음악방송과 드라마엔 광고가 붙는다.

이실리프 계열사 제품들에 대한 광고는 무료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의 광고는 유료이다.

국내 방송사 광고비의 10분의 1 정도를 받을 계획이다. YBS는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닌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YBS에서는 뉴스를 방송할 예정이다. 진짜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보도가 될 것이다.

정부가 감추려는 모든 것을 낱낱이 까발려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공무원이 잘못을 저지른 경우엔 아예 실명과 소속, 그리고 어떤 짓을 했는지 거론하여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예정이다.

판사가 그릇된 판결을 내릴 경우엔 그 부당함을 모두가 알도록 하여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도록 할 것이다.

경찰이나 검사의 잘못도 모두 거론하여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군대에서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지거나 학교 폭력 사건 또한 낱낱이 보도할 것이다.

사건을 은폐하려 할 경우엔 이를 주도한 자들에 대한 특별 조사를 실시하여 그 자리를 잃게 만들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따라서 국민을 위해 공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일 뿐 국민 위에 군림하는 상전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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