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6
뉴스는 한국어로도 방송하겠지만 스페인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어 보도될 예정이다.
YBS 홈페이지엔 방송 화면이 곁들어진 뉴스 전문이 프랑스어, 독일어, 지나어, 힌두어, 아랍어, 러시아어 등으로 올라갈 것이다.
전 세계 어디서든 한국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편부당한 일을 똑똑히 알리기 위함이다.
필요에 따라 상세한 주석이 달리기도 할 것이다. 관습이나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가 한국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안 좋은 면만 부각시켜 국가를 수치스럽게 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알릴 건 알려야 한다.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으로 변신케 하려면 권력자들이 벌이는 못된 짓들을 확실하게 까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여 마냥 나쁜 점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선행이나 미담, 권장 사항과 좋은 정보 등도 보도될 예정이다.
취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또는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가 있을 경우엔 그에 합당한 강력한 처벌을 가할 것이다.
하수인뿐만 아니라 지시한 자까지 모조리 색출하여 징벌도로 보내거나 막장 속에 처넣을 수도 있다.
한번 막장에 들어가면 1년에 한 번 정도 햇볕 구경을 하는 중노동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깊이 반성한다 해도 결코 원위치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줄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3장 너는 좀 쉬어라!
“오랜만입니다, 조 대표님.”
“네, 회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네, 그럼요.”
“언제 한번 뵈어야 하는데… 회사가 조금 그래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본인이 경영을 잘못하여 수익이 시원치 않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죄송할 게 무어 있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뵈었으면 하는데 시간은 어떠신지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조연 대표의 음성엔 은근한 걱정이 실려 있다.
“일이라니요? 그런 거 없습니다. 다이안과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그런데 스케줄이 어떤지 모르겠네요. 언제가 괜찮습니까?”
“아이고, 회장님이 말씀하시면 언제든 시간 비워야죠.”
조 대표의 음색은 금방 활기로 가득 찬다.
“…그래도 됩니까?”
“그럼요. 누구 덕에 오늘날의 다이안이 된 건데요. 말씀만 하시면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재깍 대령하겠습니다.”
“아뇨. 그러지 마시고 킨샤사에 올 수 있는 시간 좀 알아봐 주세요. 휴양 겸 해서 오는 걸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킨샤사요? 알겠습니다.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치자 엄규백이 기다리고 있다가 입을 연다.
“방금 전에 대통령과 외무장관과의 면담이 끝났습니다.”
“그래요? 어떻게 대응한다고 합니까?”
“저쪽에서 더 큰 도발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응사하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풀라고 지시 내렸습니다.”
“…대통령이요?”
“네, 그렇다고 합니다. 아, 잠시만요.”
엄규백은 자신의 노트북에 시선을 모은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이런 빌어먹을!”
“왜 그럽니까?”
“아, 죄송합니다. 방금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는데 대통령이 독도를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리려 한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독도를 포기해요?”
“네, 일본 정계를 막후에서 지배하는 시게노 나루토시라는 자가 있습니다.”
“시게노 나루토시오? 그자가 누군가요?”
“으음, 욱일회 회주라고 말씀드리면 아시겠습니까?”
“네? 뭐라고요?”
현수가 놀란 표정을 짓자 엄규백의 말이 이어진다.
“방금 전 대통령이 그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Excite 메일 계정입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일본 고유 검색 엔진인 Excite에 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시게노 나루토시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엄규백은 노트북의 글귀를 그대로 읽어 내렸다.
드디어 시간이 왔군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은 물러설 것입니다. 뜻하는 대로 행하셔도 좋습니다.
―가네다
“가네다는 또 뭡니까?”
“아마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의 성인 듯합니다.”
“흐음! 대통령이 국민 몰래 창씨개명을 했나 봅니다.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이래도 되는 건지…….”
현수는 미간을 많이 좁혔다. 아주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대통령 유고 시 권력 승계 서열을 다시 한 번 봅시다.”
“네, 여기…….”
엄규백은 표정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
앱솔루트 피델러티 마법 때문이다. 따라서 현수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즉각 명대로 하게 될 것이다. 빠르게 권력 승계 순위를 읽어 내린 현수는 엄규백에게 시선을 주었다.
“요원들에게 연락하여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현 위치를 파악 후 보고해 주십시오.”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엄규백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생선 가게는 고양이에게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의 뜻을 명확히 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지켜야지요.”
“어떻게 보고드리면 되겠습니까?”
“방금 말한 것의 역순으로 현 위치를 문자로 넣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따르지요.”
엄규백은 곧바로 현수의 지시사항을 요원들에게 전파했다.
잠시 후, 각 부 장관 등을 비롯한 요인들의 현 위치가 보고되었다.
“이런……!”
“왜 그럽니까?”
“그게…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현재 룸살롱에 있다고 합니다. 기업인들과 함께입니다.”
무슨 일로 접대를 받고 있을지 뻔하다.
“…위치는요?”
“강남구 대치4동…….”
엄규백의 보고를 들은 현수는 아공간에 담겨 있는 정밀 지도를 꺼내 위치를 파악했다.
“엄 대표는 이곳에 있으면서 계속 보고해 주세요.”
“네? 아, 네.”
엄규백은 빠르게 집무실 밖으로 나가는 현수의 뒷모습을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현수의 집무실 문을 열면 두어 발짝 앞에 또 다른 문이 있다. 안에서의 대화를 비서실에서도 들을 수 없도록 일종의 전실이 갖춰진 때문이다.
따라서 문이 닫힘과 동시에 현수의 신형이 사라지는 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르―!
* * *
“하하하! 좋습니다, 좋아! 그렇게 되도록 내가 힘 좀 쓰겠습니다. 그러니 안 사장님은 염려 탁 놓으시면 됩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민아라고 했지? 장관님 잘 모셔라.”
“네, 그럼요.”
민아는 안 사장이 슬쩍 찔러주는 10만 원짜리 수표를 받아 챙겼다. 이 순간 브래지어 속을 파고드는 손이 있다.
이 자리의 주빈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다.
처음 이 룸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느글느글하게 생긴 장관의 상판을 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다.
잘생기고 못생긴 것을 떠나 욕심 사납게 생긴 때문이다. 이런 자들 대부분이 우악스럽다.
하여 제발 파트너가 안 되었으면 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어 이놈의 시중을 들게 되었다.
10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챙긴 민아는 이를 접어 브래지어 속에 넣으려 했다.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브래지어 속을 파고드는 손길이 있다.
‘으으읏!’
예상대로 우악스런 손길이다. 통증이 느껴지지만 어찌 인상을 찌푸리겠는가!
민아는 얼른 빈 술잔에 양주를 채워 넣었다.
“장관님, 제 술 한 잔 받으세요.”
“그래? 어어, 그래라 그럼! 하하하!”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방금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운전사로부터 온 것인데 내용은 자양강장제 세 박스를 받아 뒷좌석에 모셔두었다는 내용이다.
5만 원권 지폐를 넣으면 한 박스당 3,000만 원은 너끈히 들어간다. 세 박스라면 최소가 9,000만 원이고 꾹꾹 눌러 담으면 1억 원도 가능하다.
오늘 이 자리에 올 때 공돈이 생길 걸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금액인 듯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하여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한편 민아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애써 참고 있다.
‘으으! 아프다. 제기랄, 멍들 텐데. 나쁜 놈!’
민아는 슬쩍 몸을 돌려 손길을 피하려다 만다. 더 강하게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아아! 아파요.”
“크흐흐! 아파? 크흐흐! 아프다고? 고년 참, 앙탈은…….”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더욱 손에 힘을 주었다. 민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뱉는 신음을 더 즐기려는 것이다.
“아아! 진짜 아프단 말이에요. 아아아!”
민아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는 순간 누군가의 음성이 들린다.
“매스 슬립!”
“하음! 끄응…….”
털썩―!
“에이, 쓰벌! 이런 놈을 장관이라고 뽑아놓다니… 진짜 눈이 삔 거야, 뭐야? 딥 슬립, 딥 코마!”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듣지 못한다. 모두가 깊은 잠속으로 빠져든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나면 모두가 멀쩡하겠지만 미래창조과학부장관만은 아니다. 이 세상의 어떤 각성제로도 깨울 수 없는 혼수상태에 접어든 때문이다.
현수가 마인트 대륙 황태자 전용 서고에서 읽은 7서클 마법 중 하나이다. 이 마법이 구현되면 시전자가 캔슬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깨어나지 않는다.
이 마법의 원래 목적은 굶겨 죽이는 것이다.
당사자는 죽는 줄도 모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몹시 고통스러울 것이다.
아무런 상처도 없이 의식만 잃었으니 어떻게든 깨우려 온갖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재산은 모두 탕진된다. 다시 말해 일석이조를 노린 마법이다.
현수가 사라지고 난 뒤 분위기 파악을 위해 룸에 들어선 마담은 모두가 잠든 모습에 나직이 혀를 찬다.
“쯧쯧! 잠은 집에 가서 자지 귀찮게 왜 여기서……. 얘, 김 군아! 나가서 이 손님들 기사 불러와라!”
안 사장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등이 차에 태워져 집으로 가는 동안 두 명의 장관이 추가로 딥 코마에 빠져든다.
대통령 유고 시 권한을 대행하는 서열 2위와 3위인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이다.
경제부총리는 검사들과 더불어 서초동 룸살롱에 있었다.
그곳에서 오간 대화는 말 안 듣는 몇몇 기업을 어찌 손봐줄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아주 나쁜 놈이다. 자신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는다고 없는 죄를 만들어서라도 엮으려고 했다.
현수는 경제부총리뿐만 아니라 검사들까지 딥 코마 마법을 걸어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도록 했다.
국민을 위해서 써야 할 권력으로 자기 배나 채우려 하니 사회에서 격리될 필요가 있다 생각한 것이다.
다음으로 제압한 것은 교육부총리이다.
현수가 당도했을 때 애첩과 밤일을 하고 있었다.
교육을 책임져야 할 자가 권력과 돈으로 자신보다 서른 살이나 어린 여자를 유린하고 있던 것이다.
당연히 딥 코마 마법이 구현되었다. 이때 현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너는 좀 쉬어라. 그렇게 쉬다 보면 조만간 화장터에서 활활 불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20분 후, 국무총리 역시 같은 마법에 당했다.
“이봐요, 총리. 아무리 졸려도 그렇지.”
대통령은 대화 중이던 국무총리가 잠든 모습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딥 코마!”
대통령 또한 깊은 혼수상태로 접어드는 것을 확인한 현수는 조용히 청와대를 빠져나왔다.
약 10분 후, 청와대가 어수선해진다.
보고할 내용이 있어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선 비서실장에 의해 둘의 유고 상황이 발견된 때문이다.
즉각 주치의가 불려 나왔다. 반응이 없자 앰뷸런스를 불러 서울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둘 다 깨어나지 않았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법에 따라 권력을 대행할 경제부총리 등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모두가 인사불성 상태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