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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08화 (1,207/1,307)

# 1208

야당으로선 맥 빠지는 대답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었고, 국방부장관에 임명되었다.

정권에선 자신들과 같은 코드를 가진 인사가 국방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겠지만 이는 오인이다. 미안하게도 이 장관은 대통령과 세상을 보는 시선의 방향이 많이 달랐다.

특히 친일파를 보는 방향은 완전히 반대였다.

4장 송골매 출격

취임 후 공식 일정을 모두 소화해 낸 어느 날 이 장관은 1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다.

본인이 사령관으로 근무하던 부대이고 함대사령관 심흥수 소장과는 해사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날 밤, 사령관 관사에서 술자리가 있었다.

동해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오징어와 가리비가 안주의 전부인 조촐한 자리였다.

얼큰하게 술이 오르자 이 장관은 대한민국 해군이 최강이 되길 꿈꾸지만 내부에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많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부하들의 비리 때문에 본인이 강제 전역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 장관은 적어도 1함대에서는 그런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아끼는 후배가 자신처럼 어느 날 갑자기 강제 예편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심 소장은 화제를 바꿔 장관이 된 이후 좋아진 게 무엇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런 건 없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해 머리숱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휑한 머리를 보여주었다.

심 소장이 보기에 이 장관은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그냥 놔두면 병이 생길 것 같아 스트레스라도 경감시켜 주려는 배려 차원에서 현수와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물론 대외비임을 사전에 철저히 다짐받았다.

양만춘함을 비롯한 여러 함선이 현수에 의해 개조되었음을 들은 이 장관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군문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지금껏 바라던 최강의 해군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이 장관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충무공 이순신에서 이실리프 그룹 회장 김현수로 바뀌었다.

이순신은 최강 해군을 꿈꾸게 해준 인물이지만, 김현수는 그런 해군을 완성시켜 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장관은 그날 들은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았다. 다만 시시때때로 히죽거려서 남들이 오인하는 게 문제였다.

신임 장관이 미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돈 것이다.

“그런데 해군만으로 되겠습니까?”

대통령 권한대행의 물음에 이 장관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해군의 변신을 감춰야 한다고 느낀 때문이다.

“공군도 동원토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 행정자치부장관께서 전작권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장관님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일본이 우리 영해를 침범한 이상 자위권 발동은 당연한 일입니다. 일본과의 전면전이 아닌 우리 영해에서 적 함정을 격퇴하는 것은 전작권과 관련 없습니다.”

국방장관의 답변에 다른 장관들은 눈빛을 빛낸다.

미국에 밉보이면 장관 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음을 알기에 보내는 눈빛이다.

“좋습니다. 이 시간 이후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다들 주어진 임무에 따라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모든 장관이 대답하자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정순목 권한대행님, 이제 지하 벙커로 자리를 옮겨서 지휘하셔야 합니다.”

“그러죠.”

정순목을 비롯한 요인들이 자리를 비운 대통령 집무실은 다소 휑한 느낌이다.

* * *

현수는 이실리프 우주항공 격납고 안에 당도해 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도 제법 세찬 날씨인지라 바깥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탁, 탁, 탁, 탁―!

누군가 격납고 곁에 차를 세우고 열심히 뛰어온다. 그러다 현수 앞에 당도하자 절도 있게 경례한다.

“충성! 송광선 부장, 회장님의 호출을 받고 왔습니다.”

“아! 송 소령님이시군요. 오랜만입니다. 예편하신 거죠?”

“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이실리프 항공의 시험비행팀 부장으로 입사했습니다.”

“그래요? 회장으로서 환영이 늦었습니다. 우리 회사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에구, 별말씀을…….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예편한 걸 후회하진 않습니까?”

“후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만족스럽습니다. 저놈과 인연을 맺었으니까요.”

송광선 소령은 현수의 뒤쪽에 얌전히 세워져 있는 송골매에 시선을 주고 있다.

현수에 의해 자신의 애기 F―15K가 개조된 이후 송광선 소령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지구 최강의 전투기를 조종하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았다.

비행을 하지 않은 시간엔 나름대로 작전을 구상했다.

전처럼 편대비행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아주 다양한 작전의 수립이 가능했다. 하여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게임을 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실리프 브레인의 이준섭 대표이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허락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이실리프 그룹의 총수가 김현수이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그 자리에서 이실리프 항공 비행팀으로의 이직을 제의받았다. 당시 둘의 대화는 이랬다.

“이실리프 항공으로 자리를 옮기면 상당히 괜찮은 장난감을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장난감이요?”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드리면 아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김현수 회장님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김 회장님께서 그리 전하라 하셨습니다.”

“아! 그렇다면 말씀대로 자리를 옮겨야죠. 언제 예편하면 됩니까?”

송광선 소령은 승승장구하여 공군참모총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별다른 고심도 하지 않고 제의를 받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를 옮기면 월급은 얼마나 받는지, 어떤 직급으로 입사를 하며 근무 여건은 어떤지에 대한 물음도 전혀 없었다.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도 알려 하지 않았다.

그저 ‘김현수’라는 이름 석 자와 ‘상당히 괜찮은 장난감’이라는 말이 인생의 행로를 단숨에 바꿔 버린 것이다.

이준섭 대표와 만난 다음 날 송 소령은 사표를 냈다.

당연히 11전투비행단 전원이 나서서 반대했지만 아무도 송 소령의 뜻을 꺾지 못했다.

절차에 따라 예편을 한 송광선 소령은 이실리프 항공에 당도한 직후 이 격납고에서 송골매 1호기를 만났다.

본인이 애기이던 F―15K보다 훨씬 덩치가 작은 놈이다.

길이는 절반 정도이고 폭은 4분의 3 정도이다. 높이도 상당히 낮아 정말 장난감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뭔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어 송골매의 이모저모를 아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곳은 이실리프 우주항공이다. 그런데 이실리프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상품 가운데 평범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실리프 어패럴의 항온의류, 이실리프 메디슨의 쉐리엔, 이실리프 모터스의 스피드, 이실리프 코스메틱의 듀 닥터와 아르센의 공주, 디오나니아의 눈물 등은 초일류 상품이다.

아울러 비교될 상품조차 없는 유일무이한 것들이다.

불법 복제의 원조 격인 지나에서도 짝퉁을 만들 재간이 없어 손을 놓은 상품들이다. 겉모습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지만 품질이 떨어져 어떻게 해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정말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기에 체면 생각지 않고 바닥에 누워서 살펴보기도 했다.

그렇게 번득이는 눈빛으로 송골매를 바라보던 송 소령의 시선에 아크릴 입간판 하나가 뜨였다. 격납고 입구 안쪽에 세워져 있어 들어올 때는 보지 못한 것이다.

천천히 다가가 보니 다음과 같은 표가 보인다. 가장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 수직 이착륙 전폭기 송골매 제원 비교 ◆

“뭐야? 전폭기라고? 저건 아닐 거고. 뭐지?”

전폭기는 공중전과 폭격을 함께할 수 있는 비행기이다.

방금 전까지 본 건 전투기로는 쓸 수 있어도 폭격기는 아니다. 덩치가 작기 때문이다.

송 소령은 나직이 중얼거리고 표에 시선을 주었다.

《 특기사항 》

① 수직 이착륙 시 반중력 엔진을 사용하여 전혀 열을 동반하지 않음.

② 특수 기능 무 흔적 → 완벽한 스텔스 기능뿐만 아니라 육안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함을 의미함.

③ 이륙 소음 및 비행 소음 → 30㏈ 이하임.

④ 현존하는 모든 추적 기능으로부터 자유로움.

⑤ 추락 방지 장치 → 유사시 고도 300m에서 멈추며 조종사의 조작에 따라 5m 단위로 하강 가능함.

“뭐야? 저게 이거라고? 세상에 맙소사!”

모든 내용을 읽은 송광선 소령은 저도 모르게 경악성을 터뜨렸다. 그리곤 송골매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눈앞의 송골매가 스르르 사라진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격납고는 텅 비어 있다.

“뭐, 뭐야? 어, 어떻게……?”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떼려던 송 소령은 그 자리에 멈췄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다시금 송골매가 나타난 때문이다.

“헉! 이, 이건……! 그럼 이게……?”

육안으로 식별 불가능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았는데 단번에 이해된다.

“세, 세상에 맙소사! 어떻게 이런 게…….”

송 소령이 멍한 시선으로 송골매를 바라볼 때 격납고로 들어서는 인물이 있다.

“환영합니다, 송광선 부장님!”

“네? 누, 누구십니까?”

“아!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실리프 우주항공의 대표를 맡고 있는 추태호 사장입니다.”

“아, 사장님! 반갑습니다.”

송 소령은 얼른 경례를 하려다 고개를 숙인다.

몸에 밴 습관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추태호 사장은 송골매를 자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떻습니까? 우리 송골매, 한번 몰아보시겠습니까?”

“네에? 이, 이걸 몰아보라고요?”

송 소령은 말까지 더듬는다.

“네, 회장님께서 송골매 1호기는 송광선 부장님이 맡아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셔서 이준섭 이실리프 브레인 대표가 가신 겁니다.”

“김, 김현수 회장님께서 직접이요?”

“그렇습니다. 송골매 1호기는 대한민국의 기술력으로 만든 최초이자 최고의 수직이착륙 전폭기입니다. 이걸 맡으시면 송 부장님은 역사책에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추태호 대표의 말에 송 소령은 넋을 잃은 표정을 짓는다.

“그럼 장난감이라 한 게 이겁니까?”

“네, 장난감치곤 좀 비싸죠. 회장님께서 개조하신 F―15K를 타보셨으니 몇 가지만 더 말씀드리죠. 송골매는…….”

추태호 사장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송 소령은 애인 다루듯 송골매를 쓰다듬는다.

잠시 후, 격납고 바깥으로 나간 송골매는 제자리에서 그대로 솟구쳐 오른다.

수직 이착륙 비행은 처음이지만 수직 이륙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도 조절 레버를 조작하면 반중력 마법에 의해 그대로 솟구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엔진이 가동되었고, 일정 고도 이상이 되자 충분한 추력을 낼 수 있다는 램프가 깜박인다.

조종간을 조절하자 그 즉시 쏘아져 나가기 시작한다.

이 세상의 어떤 레이더로도 식별이 불가능한데다 소음이 거의 발생치 않으므로 남의 눈치를 볼 일은 없다.

딱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초음속을 돌파할 때 나는 소닉붐(Sonic boom)이다. 이날 이후 경상남도 사천시 인근에선 정체 모를 굉음에 대한 신고가 잦았다.

상당히 큰 폭발음이라 무장공비가 출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었으나 그러기엔 너무나 남쪽이라 배제되었다.

이실리프 항공이 의심을 받았으나 부인했다. 알려져서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으나 더 이상의 접근은 없었다. 방위산업체를 상대로 군사기밀을 탐할 만큼 간 큰 경찰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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