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09화 (1,208/1,307)

# 1209

송광선 부장의 임무는 송골매가 가진 문제점 파악 및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사용법 숙지였다.

물론 본연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예전 동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것만 빼면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급여는 이전의 세 배였고, 사천 시가지에 위치한 100평짜리 단독주택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그리고 이실리프 모터스에서 생산한 1,500㏄급 승용차도 두 대나 제공받았다.

또한 하나뿐인 아들과 아내는 물론 본인까지도 경호원의 보호를 받는 중이다.

아무튼 차례차례 송골매가 만들어졌고, 후임 조종사들이 올 때마다 교육을 담당했다. 그들 역시 송 부장처럼 대경실색하곤 하여 그런 모습을 즐기는 악취미가 생기기도 했다.

어쨌거나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삶이 이어졌다.

오늘도 아내와 저녁 산책을 즐겼다.

공군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훨씬 많아졌고, 여가시간도 많아 부부 사이가 훨씬 더 좋아져 행복함을 느낀 저녁이었다.

귀가 후 좋아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뜨거운 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새벽에 전화가 걸려왔다.

한밤중이지만 송골매가 있는 격납고로 와달라는 현수의 전화였다. 그 즉시 튀어나와 이곳에 당도한 것이다.

왜 한밤중에 불러내느냐는 질문 따윈 없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네, 주무시는데 나오라 해서 미안합니다.”

“아, 아닙니다. 언제든 부르시면 나와야죠. 한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네, 이 시각 현재 일본 함정들이 독도 해역을 침범하여 우리 초계함에 대고 함포사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말을 마치고 들고 있던 노트북을 펼쳐서 보여주었다.

시시각각 속보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어 상당히 많은 기사가 쌓여 있다.

“…이, 이게 진짜입니까?”

“네, 현 상황입니다. 가서 놈들의 위에 있다 예전 동료들을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가급적이면 송골매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범위였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즉시 출동하죠.”

송 부장은 격납고 한쪽에 마련된 탈의실로 들어가 비행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리곤 곧바로 송골매에 올랐다.

버튼을 누르자 무 소음 전기모터가 작동되면서 천천히 전진한다. 송골매의 육상 이동은 전기모터가 담당하는데 자동차의 오토트랜스 미션을 응용하여 전진 및 후진이 가능하다.

전진하는 사이에 격납고의 문이 활짝 열린다. 전투기 내에서 버튼만 조작하면 열리도록 되어 있다.

송골매가 격납고 바깥 이륙 지점에 당도하자 송광선 부장은 경례를 올려붙인다.

“회장님, 송골매 1호기,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러 출격합니다. 필승!”

“네, 수고해 주십시오. 별도의 통신은 하지 않겠습니다.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여 대응하십시오.”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캐노피가 내려옴과 동시에 송골매가 떠오른다.

놀이동산에 가면 자이로 드롭(Gyro Drop)이 있다. 높은 곳에 있다가 그대로 떨어지는 놀이기구이다.

송골매의 이륙 모습은 그것과 반대로 금방 까마득한 높이까지 솟아오른다. 전투기 내부에 자동 압력 조절 장치가 있어 조종사는 기압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비행 고도에 도달하자 송골매의 형상이 사라진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진이 구현된 때문이다.

잠시 후 소닉붐이 들려온다. 초음속을 돌파한 것이다.

콰아아앙―!

* * *

같은 시각, 일본 해군 3함대 기함 이즈모함의 함교에선 나카가와 오이지로 해장보가 부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즈모함은 일본 해군의 최대 규모 호위함이다. 2015년 3월 25일에 취역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나가 스텔스 기능을 갖춘 차세대 주력 전투기들을 배치함에 따라 이번 작전이 끝나는 대로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칙쇼! 그깟 초계함 하나 처리하지 못하다니!”

“악천후인데다 놈들이 독도를 끼고돌아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 대일본 해군이 함포를 스무 발이나 발사하고도 침몰시키지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 그건…….”

분노한 나카가와 오이지로 해장보의 얼굴을 본 부관은 한 발짝 물러선다. 굳이 편들어주다 욕먹을 일 없기 때문이다.

분노에 대한 반응이 없자 해장보는 화제를 돌린다.

“현재 조센징의 해군 함정들은 어디에 있나?”

해장보의 물음에 부관이 전탐관에게 시선을 주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아직 자신들의 영해에 머물고 있습니다.”

“영해에? 움직임은?”

“네, 영해에 있고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바보 같은 놈들이군. 주시하고 있도록!”

“하이!”

해장보는 통신병을 바라본다.

“상부에서 연락 온 것은 없나?”

“네, 아직 없습니다.”

첫 임무인 독도 해역은 벌써 장악했다.

계획된 후속 임무는 울릉도 해역도 장악함과 동시에 한국 1함대 소속 함선들과 교전하여 모조리 침몰시키는 것이다.

처음 이 작전이 입안되었을 때 나카가와 오이지로 해장보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자신만만했다. 한국 1함대를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생각한 때문이다.

1함대 사령관 심흥수 소장을 비롯한 휘하 장교들에 대한 파악은 일찌감치 끝났다.

이는 일본이 파견한 스파이에 의한 정보가 아니다.

한국 내에서 일본을 동경하는 자들 스스로 파악하고 알아서 보고한 내용이다. 주로 정치인과 언론인이다.

자신들이 먼저 함포사격이나 하픈을 발사해도 한국 해군은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못한다.

한국 해군은 전시작전권도 없을뿐더러 자신들을 상대로 사격을 가할 경우 전함 침몰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최고위층과 사전 교감이 있어 대응 사격을 하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곧 날이 밝을 것이다. 그럼 상륙작전이 시작된다.

상륙을 위한 수직 이착륙 수송기 ‘V―22 오스프리’가 여섯 대나 함재되어 있으며 해병대원들이 대기 중이다. 이 정도면 한 번에 144∼192명의 무장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독도엔 해경에서 파견한 경비대가 있는데 40명이 안 된다. 따라서 압도적인 병력으로 밀어붙여 모두 제거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그런데 해경은 군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독도 점거는 민간인을 살해하고 상륙하는 것이 되므로 UN의 질타 내지는 제지가 있을 것이다.

정부에선 그러거나 말거나 독도를 점령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엔 여러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독도 인근 해저에 있는 약 6억 톤으로 추정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가 확보된다.

둘째, 풍부한 어족자원이 확보된다.

셋째, 나날이 피폐해지는 경제 때문에 시름에 잠긴 국민들의 시선을 호도((糊塗) :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버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할 수 있다.

독도를 먹은 후엔 상황을 봐서 울릉도도 도모하기로 하였다. 한국의 고위층은 이것까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울릉도까지 삼키려는 건 나날이 가라앉는 본토 대신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는 강원대지와 울릉대지를 차지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울릉도를 차지하고 있으면 새로 생겨난 육지에 대한 소유권 주장이 타당해진다.

더 나아가 한국의 동해안을 먹는 것도 고려되었지만 이는 국제적 비난을 고려하여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다.

나카가와 오이지로 해장보가 잠시 입을 닫고 있자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함장님, F―15K가 대구 K―2기지로부터 떴습니다.”

“그래? 몇 기나 떴나?

“현재까진 36기, 아니, 40기가 떴습니다.”

“알았다. 주시하도록!”

“하이!”

이즈모함에서 알고 있다면 비장의 무기인 F―35A도 활주로를 박찼다는 뜻이다.

지난 2015년 4월, 아베 신조는 미국을 방문했다.

그때 오바마는 아베를 환대하며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중심은 일본’이고, ‘한국은 그저 오래된 친구’라고 했다.

미일 관계가 한미 관계보다 우위에 있음을 대내외에 분명히 천명한 것이다.

곧이어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되면서 일본은 패전국이 아닌 보통 국가로 격상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자위대는 군대로 바뀌었다.

그리고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으로 미일 양국은 안보·경제 모두에서 확실한 동맹관계를 구축했다.

이 일에 배후엔 미국과 일본의 금괴 도난 사건 등이 있다.

양국은 이를 채워 넣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달러와 엔화를 찍어냈다.

여기까지는 미국과 일본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달러와 엔화의 가치 하락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국의 자금 유출은 막아야 했다.

그래서 미국 입장에선 자국이 발행하는 국채를 사주는 일본이 고맙다. 이미 일본이 보유하고 있던 막대한 액수의 미국 국채를 현수가 휴지 조각으로 변한 건 모르는 일이다.

하여 자위대가 군대로 격상되도록 놔둔 것이다.

아무튼 사람들은 일련의 사태를 110년 전에 미일 간에 있던 카쓰라―태프트 밀약((Taft-Katsura Secret Agreement) : 러일전쟁 직후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제국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는 문제를 놓고 1905년 7월 29일 당시 미국 육군 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일본제국 내각총리대신 ‘카쓰라 다로’가 도쿄에서 회담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화 기록.)의 재판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2015년 8월, 오바마는 원폭 피해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였다. 주구장창 과거사 문제를 주장해 온 한국으로 하여금 외교적 고립에 처하게 한 방문이다.

어쨌거나 자위대는 군대로 격상되었고, 일본은 80대의 F―35A를 사들였다. 배치된 것을 보면 40대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며, 나머지 40대는 지나를 견제하는 것이다.

5장 욕심이 부른 재앙

해장보의 예상대로 오키섬에 새롭게 조성된 공군기지에서는 40대의 F―35A가 출격했다.

오키섬에서 독도까지는 158㎞이다. 대구 K―2기지에서는 330㎞나 떨어져 있다. 그렇기에 느긋하게 있다가 한국 공군이 출격하자 대응 출격한 것이다.

“멍청한 놈들. 그깟 F―15K로……. 흐흐흐!”

나카가와 오이지로 해장보를 비롯한 장교들 모두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F―15K는 독도 상공에 3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 그리고 스텔스기도 아니다. F―35A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비릿한 웃음을 짓는 것이다. F―15K가 오기는 잘 오겠지만 도착 즉시 바닷속으로 떨어질 것을 상상하고 있다.

“자, 우리도 준비해야지. 우리의 목표는 1함대 함선 전부를 수장시키는 것이다. 모두 전투 위치로!”

“전원 전투 위치로!”

해장보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름 일사불란하게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약 5분 후 나카가와 오이지로 해장보가 다시 입을 연다.

“한국 1함대 함선들의 위치는?”

“모두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래? 하긴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살지.”

“함장님, 상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나카가와 오이지로는 불빛이 반짝이는 버튼을 누른 뒤 수화기를 들었다.

“네, 나카가와 오이지로 해장보입니다. 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네!”

통화를 마친 나카가와 오이지로는 부관을 바라본다.

“광명함에 미사일 발사 준비!”

“네, 미사일 발사 준비합니다.”

부관의 복창을 들은 미사일 담당은 콘솔을 두드려 독도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는 광명함을 1표적으로 지정한다.

“발사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발사!”

“네, 발사합니다.”

푸슈우우우웅―!

광명함을 타깃으로 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대를 박차고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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