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0
같은 시각, 광명함 함장 김학선 중령은 미사일이 발사되었음을 보고받았다.
“전속력으로 항진하라!”
“네, 전속력으로 항진합니다.”
“전원 전투 배치!”
“전원 전투 배치! 전투 배치! 전투 배치! 전투 배치!”
잠시 장병들의 뛰어다니는 소리가 요란하다.
일본 3함대 소속 구축함이 쏜 함포가 모조리 빗겨 나간 것은 아니다. 요리조리 피한다고 피했지만 세 발이나 맞았다.
다행히 인명 손실은 없지만 미사일 발사 장치의 전원이 나가 버렸다. 포격에 어딘가 망가진 듯하다. 함미 쪽 함포도 무용지물이 되었고, 레이더에도 이상이 있다.
아직 엔진은 문제없지만 이 상태라면 상대의 펀치력을 이겨낼 수 없다. 그런데 상대가 미사일을 쏘았다고 한다.
즉각 훈련받은 대로 총원 전투 배치를 했다.
김학선 중령은 문득 심흥수 사령관의 말을 떠올렸다. 배는 잃어도 괜찮지만 장병들은 잃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끄응!”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면 곧바로 함포사격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싶다. 그런데 일체의 대응도 하지 말라는 명을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제기랄! 부관, 전원 퇴함하라!”
“네? 뭐라고요?”
요란한 경고음이 터져 나오는 중이라 제대로 못 들었다는 표정이다.
“전원 퇴함을 명령했다! 즉각 퇴함하라!”
“퇴, 퇴함이라니요? 함포 한 발도 안 쏘고…….”
“명령이다! 지금 즉시 전 병력 퇴함하라!”
“아, 알겠습니다. 전 병력 퇴함합니다.”
김 중령의 명령은 즉각 전파되었다. 전투 배치되어 있던 병력은 훈련받은 대로 일사불란하게 퇴함을 시작했다.
함교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김학선 중령은 입술을 깨물고 있다. 변변한 방어 한 번 못해보는 것이 못내 아쉬운 것이다. 하여 다시 한 번 사령부와의 연결을 지시하려다 만다.
어떤 상황인지 보고했으니 대응 사격을 허가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면 벌써 떨어졌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떤 개자식이……!”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농간이 개입되어 있다 생각한 김 중령은 거칠게 발길질을 했다.
콰앙―!
작용반작용의 원리에 의해 발이 아팠지만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함장님, 전원 퇴함했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니다. 먼저 가라. 나는 광명함과 운명을 함께하겠다.”
“함장님……!”
“명령이다! 귀관은 즉시 퇴함하라!”
“…알겠습니다! 퇴함합니다, 함장님! 다시 또 뵙기를……. 충성! 함장님과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개소린 그만하고 어서 퇴함해! 미사일이 어디에 맞을지 모른다!”
“네, 알겠습니다!”
부관이 함교 밖으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하픈 한 발이 광명함의 옆구리 깊숙한 곳을 파고든다.
그리곤 품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일순간에 풀어낸다.
쿠와아아아아아앙―!
쩌어어억―!
단 한 방에 광명함은 두 동강으로 나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푸른 바다 속으로 빠져든다.
대한민국의 PCC 포항급 함정 하나가 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같은 순간, 레이더를 보고 있던 김상우 대령의 입에서 나직한 침음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제기랄.”
조금 전까지 아직 살이 있다는 뜻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불빛 하나가 사라진 때문이다.
“통신병, 사령부와 연결해!”
“함장님, 그럼 스텔스가 풀립니다. 적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연결해! 전속력 항진!”
“네! 전속력으로 항진하며 사령부와 연결합니다!”
부관이 복창하자 양만춘함의 속력이 점점 빨라진다.
같은 순간, 일본 3함대 소속 이즈모과 아타고, 그리고 묘코함 등이 소란스러워진다.
지금껏 울릉도 뒤쪽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양만춘함이 동쪽으로 항진을 시작한 때문이다.
이 중 이지스 구축함 묘코의 함장이 고함을 지른다.
“모리, 타깃팅되었나?”
“네, 함장님! 타깃팅이… 어라? 이상합니다.”
“뭐가?”
“레이더 고장인 듯합니다. 양만춘함이 레이더에서 사라졌습니다.”
“뭐야? 하필이면 이때……. 빨리 확인해!”
“네, 함장님!”
이런 대화는 묘코에서만 있던 것은 아니다 일본 3함대 소속 여덟 척의 함정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만춘함이 사령부와의 통신을 끝냄과 동시에 스텔스 기능을 가동시킨 때문이다.
“조금 전 위치는 확인되었나?”
“네!”
“그렇다면 즉각 양만춘함의 항진 방향과 속도를 감안한 함포사격을 실시하라!”
“네! 함포사격 실시합니다!”
묘코함 함장의 지시에 따라 함포가 불을 뿜는다. 양만춘함이 있을 만한 곳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다른 함정들 역시 함포사격을 실시한다.
콰앙! 콰앙! 콰콰콰콰콰콰쾅!
순식간에 수십 발의 함포가 발사되었다. 그러나 이는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이들은 양만춘함이 향하던 방향과 속력을 감안한 사격을 실시하였다.
양만춘함의 최고 속력은 30노트인 것으로 발표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시속 42노트로 항진 중이다. 당연히 일본 해군이 쏜 포탄을 아무것도 없는 바다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독도와 울릉도 사이의 거리는 87.4㎞이다.
1노트는 1.852㎞/h에 해당된다. 양만춘함은 시속 42노트로 항진 중이다. 77.784㎞/h로 수면 위를 쏘아져 가는 중이다.
양만춘함 함장 김상우 대령은 점점 가까워지는 일본 3함대 함정들을 보고 있다.
“하픈 발사 준비!”
“네, 하픈 발사 준비합니다!”
하픈은 보잉 IDS에서 생산하는 크루즈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110㎞, 속도는 850㎞/h이다.
현수는 이것을 손봐주었다.
우선 상대의 기만에 속지 않도록 킨 아이 마법진을 부착시켰다. 그 결과 명중률이 대폭 상승되었다.
그리고 음파와 전파 흡수 마법진을 사용하여 스텔스 미사일로 변모시켰다. 게다가 헤이스트와 그리스 마법 역시 적용되어 훨씬 빠른 속도로 쏘아져 간다.
그 결과 사거리는 150㎞, 속도는 920㎞/h로 향상되었다.
“1번 목표 아타고! 2번 목표 묘코! 3번 목표 이즈모! 4번 목표……!”
김상우 대령은 여덟 척의 적 함정의 명칭을 차례대로 읊었다.
아타고와 묘코는 이지스 구축함이고, 이즈모는 일본 최대 전함이다.
미사일 발사를 담당하는 장교가 그대로 복창하자 콘솔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해진다. 잠시 후 보고가 들어온다.
“타깃팅 완료했습니다, 함장님!”
“잠시 대기!”
“네, 잠시 발사 대기합니다.”
함교가 조용해진다. 언제라도 명령이 떨어지면 발사 버튼을 눌러야 하기에 잔뜩 긴장된 표정이다.
지금껏 훈련만 해왔을 뿐 실전은 처음이다. 자신이 버튼을 누르면 미사일이 발사되니 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같은 시각 김상우 대령은 계속해서 시계를 힐끔거린다.
‘빌어먹을! 왜 연락이 없지?’
전시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7분 30초 간격으로 스텔스 기능을 10초간 켜서 통신을 주고받기로 한 것이다.
다분히 적의 레이더를 생각한 조치이다.
김상우 대령은 손목시계에 시선을 주었다. 사령부로부터 연락이 올 시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아직도 2분 13초나 남았군.’
같은 시각, 대구 K―2기지를 떠난 F―15K들은 독도를 향해 쏜살보다도 빠르게 다가오는 중이다.
이것들의 아래엔 하얀색 미사일이 두 기씩 달려 있다.
‘AGM―84L 하픈 블록Ⅱ’ 공대함 미사일이다.
사정거리 205㎞인 이것은 내장된 레이더를 통해 표적을 획득하고 돌입하는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이다.
약 200㎏짜리 탄두는 구축함을 단 한 발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화력을 품고 있다.
발사되면 고도를 낮춰 해수면에 붙어서 비행하다가 적함을 공격하는 최종 단계에서 갑자기 상승한 뒤 내리꽂히는 팝업 기동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탄두 부분만 하얗게 칠한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도 두 기씩 달려 있다.
사거리 60㎞대의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인 이것은 자체 레이더가 있어 발사한 전투기가 미사일을 유도하지 않아도 되는 똑똑한 놈이다.
‘AIM―9X 슈퍼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도 두 기씩 달려 있다. 추력편향노즐을 채용하여 기존의 AIM―9 시리즈와는 차원이 다른 고기동성과 명중률을 지녔다.
사정거리 22㎞짜리인 이것은 초점멸 적외선 영상 탐지기를 장착하여 대단히 높은 추적 능력과 명중률을 가졌다.
하픈과 암람, 그리고 슈퍼 사인드와인더 중 일부는 현수의 손길을 거친 것들이다.
60기의 F―15K 중 16기만 해당되는데 미사일이 장착된 상태로 성남공항으로 온 결과이다.
이것들은 음파와 전파 흡수 마법진이 그려져 있어 스텔스이며, 오토 붐 마법진이 그려져 있어 불발일 경우 자폭하도록 되어 있다.
시간이 되어 통신을 개방하자 곧바로 명령이 떨어진다.
“사령관이다! 양만춘함의 무제한 공격을 허가한다! 이상!”
“네, 알겠습니다!”
10초짜리 통신이 끝난 순간 김상우 대령의 눈빛이 번뜩인다. 성난 이리가 여우 사냥을 시작하려 할 때의 눈빛이다.
“발사 준비된 미사일 전부 발사!”
“네, 미사일 발사합니다! 미사일 발사!”
부관은 함장의 명령을 복창하곤 곧바로 명령을 하달시킨다. 미사일 발사 담당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지체 없이 버튼을 누른다.
쐐에에에에엑―!
슈아아아아아아앙―!
고오오오오오―!
세 발의 미사일이 순차적으로 발사대를 박차고 나간다.
삽시간에 선상이 희뿌연 연기에 휩싸였지만 강한 해풍에 금방 흩어진다.
“미사일 추가 발사 준비하라!”
“네, 미사일 추가 발사 준비합니다!”
같은 시각, 오키섬을 떠나 독도로 향하던 F―35A 40기의 조종사들은 사냥감을 찾아 레이더를 살펴보고 있다.
대구로부터 오는 F―15K 40기가 주목표이고, 한국 1함대 소속 함정들은 눈에 뜨이는 족족 파괴 대상이다.
“앗!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누군가의 당혹성에 모두가 레이더를 다시 본다.
세 발의 미사일이 일본 해군 3함대가 있는 곳으로 쏘아져 간다. 한국군이 발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적 함정은 없다.
이때 양만춘함에선 추가로 세 발의 하픈을 발사하였다.
“아앗! 또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픈은 수상함정·항공기·잠수함 등 어떤 것에도 탑재가 가능한 무기이다.
그런데 발사 주체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하픈은 어디서 발사하느냐에 따라 크기가 약간씩 다른데 대체적으로 지름 34㎝, 무게 530㎏ 정도이다. 사람이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없는 것이다.
섬도 없는 바다 한복판에서 하픈이 발사되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바보! 잠수함이다! 찾아라! 아울러 상부에 보고하라!”
“하이! 상부에 보고합니다!”
한국의 잠수함 운용 능력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림팩 훈련에서 여러 번 아주 확실하게 증명해 냈다.
이번 작전에 앞서 일본 해군은 한국 잠수함을 잡기 위해 보잉에서 만든 P―8A 포세이돈을 대기시켰다.
포세이돈은 P―3C 오라이온을 대체하는 신형 대잠 초계기이며 최초의 터보팬 항공기이다.
미군도 2012년에야 가질 수 있던 신형이다.
오바마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와 밀담을 나누었다.
그 결과 일본은 미국을 제외한 첫 번째 포세이돈 보유국이 되었다.
오키섬에 대기하고 있던 포세이돈 두 기가 급파되는 그 순간 마이즈루 기지에서 P―1 4기가 떴다.
미쓰비시에서 만든 P―1은 포세이돈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데 첨단기술이 집약된 대잠초계기이다.
게다가 대함, 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어 폭격기에 필적하는 능력을 가졌는데 지나 해군을 상대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마이즈루에 배치했다 함은 한국 해군의 잠수함 또한 계산에 있었음을 반증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