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1
어쨌거나 한국 잠수함을 잡기 위해 포세이돈과 P―1이 부지런히 다가오는 동안 서쪽을 향해 편대비행을 하던 F―35A의 레이더에 뭔가가 다가오는 것이 감지되었다.
“앗! 편대장님,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11시 방향에서 접근 중입니다!”
“당황하지 마라. 우릴 겨냥한 것이 아니다. 우리 F―35A는 스텔스기이다.”
“압니다. 근데 곧장 우리 쪽으로 다가옵니다.”
“무시해라. F―15K는 결코 우릴 감지해 낼 수 없다.”
편대장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들 입을 다물었는지 조용하다. 하지만 레이더에서 시선을 뗀 것은 아니다.
“편대장님, 우리가 표적인 것 같습니다. 락온되었습니다.”
“웃기는 소리! 한국엔 스텔스기를 잡아낼 레이더가 없다!”
편대장의 고집스런 음성을 들은 파일럿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편대장님, 우리가 표적 맞습니다! 아앗! 플레어!”
F―35A 중 하나가 화려한 불꽃을 뿜어내며 회피 기동에 들어간다.
“으앗! 채, 채프((Chaff) : 상대편의 레이더 탐지를 방해하기 위하여 공중에 뿌리는, 알루미늄 따위로 된 금속박.)!”
알루미늄박들이 사출됨과 동시에 또 하나의 F―35A가 고각으로 비행 방향을 바꾼다.
바로 이 순간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온다.
콰아앙! 콰아앙―!
두 대의 F―35A가 시뻘건 화염 속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현수 덕에 스텔스 미사일이 된 AIM―120 암람 두 발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아앗! 이, 이게 뭐야? 모, 모두 산개하라! 산개하라!”
F―35A는 F―22 랩터보다는 못하지만 이에 필적하는 스텔스 기능에 EO―DAS, AESA레이더 같은 첨단 항전 장비와 아주 진보된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기동성도 뛰어나다.
한국이 보유한 어떠한 레이더로도 결코 잡을 수 없다.
물론 아주 가까이 다가가면 식별이 가능하지만 그러기 전에 F―15K가 먼저 추락할 것이다.
그런데 방금 두 대의 F―35A가 격추되었다. F―15K가 발사한 암람 아니면 사이드와인더에 의한 일이다.
그런데 적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아앗! 채프! 플레어!”
“으아아! 아아아!”
콰아앙! 콰아아앙!
또 두 대의 F―35A가 화염에 휩싸인다.
지휘를 맡은 제1편대장의 안색이 창백하다.
두리번거리며 적기를 찾았지만 보일 리가 없다. 그러기엔 너무나 먼 거리에 있어서일 것이다.
이 순간 여덟 대의 F―15K에서 공대함 하픈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쐐에에에에엑―!
슈아아아아앙―!
고오오오오오―!
여덟 중 여섯은 현수 덕분에 스텔스 기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F―35A나 아타고, 묘코 등에선 두 발의 하픈만이 식별되고 있다.
다음 순간, F―15K에 달려 있던 암람 및 사이드와인더가 차례로 쏘아져 나간다. 그 수효는 정확히 36발이다.
“아앗! 락온되었습니다! 회피기동 들어갑니다!”
“빌어먹을! 저도 락온되었습니다. 채프! 플레어!”
사방에서 조종사들의 고함이 터져 나온다. 사방에서 쏘아져 오는 미사일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암람은 사거리가 60㎞이고, 사이드와인더는 22㎞이다.
이런 미사일이 날아온다 함은 이 거리 안에 적기가 있는데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면 상대도 스텔스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F―35A도 스텔스기인데 저쪽에선 식별이 되는 모양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뭐야, 이건? 아앗! 플레어! 채프!”
제1편대장 역시 애기가 락온되자 황급히 기수를 튼다. 미사일 기만을 시도했으나 불행히도 먹히지 않았다.
“채프! 플레어!”
알루미늄박이 허공에 비산하고 화려한 불꽃이 쏟아져 나간다.
그와 동시에 회피 기동에 들어갔지만 미사일은 뒤에서만 쫓아오는 것이 아니다.
기수를 틀고 고각으로 솟구치려는 순간 위에서 내리꽂히는 미사일 하나가 보인다. 레이더를 보았지만 잡혀 있지 않다. 스텔스 미사일인 것이다.
“아앗!”
콰아아아앙―!
제1편대장의 애기가 산화함과 동시에 오키섬으로부터 날아온 F―35A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한다.
전후좌우는 물론이고 위에서도 미사일이 쏘아져 오는데 어찌 채프와 플레어만으로 무사할 수 있겠는가!
“흐음! 여긴 대충 정리가 되겠군.”
K―2기지에서 날아온 F―15K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한 송광선 부장은 독도를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는 여섯 대의 비행 물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잉에서 만든 대잠초계기 P―8A 포세이돈 두 기와 미쓰비시에서 만든 P―1 네 기이다.
“드디어 이걸 써볼 때가 왔나?”
송광선 부장은 레이더에 나타난 여섯 기의 초계기를 한꺼번에 표적 목록에 입력시켰다. 그리곤 버튼 하나를 누른다.
그와 동시에 송골매 아래쪽에서 스르르 돋아나는 것이 있다. 레일건이다.
미국이 연구하던 프로토타입 레일건은 길이가 19.15m이다. 필요한 전자장비 및 전력 공급 장치가 소형화되었음에도 이러하다. 이때 투사체의 무게는 약 10㎏이다.
이것 한 발당 발사 비용은 대략 2만 5,000달러이다. 기존의 미사일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할 수 있다.
미군은 2020년까지 사거리 370㎞짜리 레일건을 개발하여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군함에 탑재하려는 레일건은 64MJ급이다.
투사체가 가진 운동에너지만으로도 일렬로 행진하는 전차 열 대를 뚫어버리고, 비행 중인 초음속 제트기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군함조차 침몰시킬 수 있다.
이는 이론상 이러하다는 것이다.
이것의 도면을 살핀 현수는 획기적으로 축소시킬 방안을 강구했다. 전투기에 장착하는 것을 고려한 때문이다.
천재적인 두뇌는 결국 그 단초를 찾아냈다. 결정적 힌트를 얻은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에선 이를 완성시켰다.
그 결과 우주전함인 이실리프호와 송골매에 레일건이 장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송골매에 달려 있는 것은 덩치는 작지만 어마어마한 사거리와 위력을 가졌다.
사거리 100㎞까지는 원형공차가 불과 5㎝이다. 미군의 그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
어쨌거나 레일건에 충분한 전류가 공급되자 여섯 발의 투사체가 차례로 발사되었다.
딜레이 타임은 약 5초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불과 5초 만에 모을 수 있는 비법은 마나집적진에서 착안했다.
어쨌거나 투사체가 목표물을 향해 쏘아졌다.
투앙! 쐐에에에에에엑―!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목표를 향해 직진하자 허공을 찢어발기는 파공음이 터져 나온다.
투앙! 쐐에에에에에에엑―!
투앙! 쐐에에에에에에엑―!
여섯 발을 발사한 송광선 부장은 레이더에 시선을 주고 있다. 그런데 투사체가 작고 빨라서 그런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시속 9,000㎞로 날아간 투사체는 100㎞ 거리에 있던 P―1과 P―8A 포세이돈을 차례대로 꿰뚫어 버린다.
콰앙―! 퍼어엉―! 쿠와앙―! 콰아아앙―!
가장 먼저 당한 건 미쓰비시에서 만든 대잠초계기 P―1이다. 시속 830㎞/h로 쏘아져 오다 뭔지 모를 것에 꿰뚫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연료탱크를 뚫고 지나갔다.
싣고 있던 항공유가 줄줄 새는가 싶더니 금방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커다란 폭발음과 더불어 산산이 부서져 버린 때문이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을 사냥할 생각에 희희낙락하던 세 명의 조종사와 여섯 명의 임무 인원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저승의 고혼이 되어버렸다.
곧이어 방금 전 저승에 도착한 여러 명의 동료를 만날 수 있었다.
일본이 야심차게 준비한 대잠초계기에 타고 있던 자들이다. 한국의 잠수함을 찾아냈다면 추호도 망설이지 않고 어뢰를 쏘았을 놈들이니 조금도 불쌍치 않다.
비슷한 순간, 수면 위에서도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아악! 실패했다! 근접 방어 시스템 가동해!”
“네! CIWS 가동합니다!”
두루루! 두루루루루루루루루!
20㎜ 팰렁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수한 총탄을 토해놓는다. 하나 양만춘함에서 발사된 하픈은 화망을 뚫었다.
그리곤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 묘코의 허리에 처박힌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우당탕! 와당탕! 와장창! 콰당―!
“으아악! 아아악! 아앗! 커흑! 캐액!”
6장 돌비 내리다!
함교에 전해지는 무지막지한 충격에 모든 유리창이 깨짐과 동시에 함장을 비롯한 모두가 쓰러진다.
이때 또 하나의 하픈이 쏘아져 오고 있다. 하나 이것의 존재를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송골매에서 쏜 이 녀석은 스텔스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쿠아아아앙―!
쩌어어억―!
거대한 이지스 구축함이 두 쪽으로 갈라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동강으로 잘린 채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든다.
쏴아아아아아!
폭발의 여파로 바다로 떨어져 허우적대던 병사들은 침몰이 만들어낸 소용돌이로부터 벗어나려 애를 쓴다.
이때 또 한 척의 이지스함이 침몰한다. 선수 부분에 두 방의 하픈이 틀어박힌 결과이다.
갑자기 거센 파도가 만들어진다.
앞쪽으로 기우뚱하는가 싶더니 아타고함의 선수가 수면 아래로 들어가더니 곧추선 때문이다. 곧이어 강렬한 기세로 기포를 뿜어내더니 바닷속으로 빨려든다.
주변에서 허우적대던 수병들 또한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해 검푸른 수면 아래로 같이 잠겨든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앙! 콰아아앙―!
일본의 최대 전함 이즈모에서도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다. 유폭이라도 일어나는지 폭음은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그때마다 시뻘건 불길과 더불어 환한 빛이 뿜어지는데 주변 바다는 엉망이다. 먼저 침몰한 아타고와 묘코의 잔해물, 허우적대는 수병들 때문이다.
여기에 이즈모에서 일어난 폭발로 수많은 잔재가 사방으로 뿌려지고 있다. 전장 248m, 전폭 38m짜리 이즈모함이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이다.
갑판에 있던 수직 이착륙 수송기 ‘V―22 오스프리’ 여섯 대와 이에 탑승한 채 대기하고 있던 해병대원 200여 명이 가장 먼저 수장되었다.
곧이어 이즈모함의 승조원 973명 역시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미사일 유폭으로 인한 강한 충격 때문에 도저히 몸을 뺄 수 없던 결과이다.
2015년 3월에 취역하였고, 곧 항공모함으로 개장될 상황이었는데 수심이 2,000m나 되는 곳에서 침몰을 시작했다.
수면 위 사람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이즈모와 아타고, 그리고 묘코 등은 압궤되고 있다.
수압 때문에 우그러들면서 원형을 잃고 있는 것이다.
* * *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서 한일해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은 점점 어둠이 짙어가고 있었다.
“우와! 별똥별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귀가하던 사람들 모두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방금 들은 대로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으앗! 이리로 떨어진다!”
쐐에에에엑―! 슈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쿠아아아앙! 와르르르!
첫 번째 운석이 떨어지자 유태인들이 보물 1호라 칭하는 통곡의 벽이 단숨에 무너진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두 번째 운석이 통곡의 벽을 이루고 있던 바위 무더기를 강타한다. 그 순간 전체가 크게 들썩이는가 싶더니 일제히 솟구쳐 오른다.
너무나 거대한 충격파 때문인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60㎝쯤 되는 바위가 산산이 부서진 채 솟아오른다.
가장 큰 조각도 벽돌보다 작을 정도로 부서졌다.
쐐에에에에에에엑! 쿠와아아아앙―!
세 번째 운석 또한 통곡의 벽이 있던 자리를 강타한다. 그러자 자갈 크기로 부서져 버린다.
“우아앗! 야훼께서 노하셨다!”
누군가 소리쳤지만 이것에 신경 쓰는 이는 없다. 하늘로부터 무수한 운석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때문이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