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13화 (1,212/1,307)

# 1213

과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맨틀의 중심부가 위치한 지하 1,500㎞ 깊이에서의 온도는 약 1,730℃이며, 외핵은 2,730℃, 지구 중심부는 3,230∼4,230℃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프리트가 뿜어낼 수 있는 온도를 감안해 보면 지각의 일부분을 녹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 지각판 섭입이 조금이라도 격렬해지면 거꾸로 솟구칠 텐데?”

노이아의 말에 이프리트가 대꾸한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지각판의 움직임을 멈추도록 하면 내가 구멍을 뚫어. 그런 다음에 후쿠시마 원전이 빠져들도록 한 다음 엘레이아가 식히면 되잖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이프리트를 바라보는 엘레이아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엄청난 열로 녹아버린 지각의 일부분을 물의 차가움으로 식히는 게 쉽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프리트의 말은 이어진다.

“그렇게 해서 맨틀과 외핵이 맞닿는 곳까지 끌어내리면 마스터께서 염려하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야.”

노이아는 턱을 괸 채 계산을 해본다.

이프리트의 말대로 되면 후쿠시마 원전은 약 120만 기압을 받게 되어 영원히 지상으로 솟아오를 수 없다.

“흐음! 맞는 말이긴 해. 근데…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야. 워낙 압력이 세서.”

노이아 자신이야 실체를 가지지 않은 정령이니 지구의 중심부까지 내려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을 통째로 끌어내리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일이다. 그렇기에 고심에 잠긴 것이다.

이쯤 되면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노이아, 지각판 아래에만 있어도 지상에 영향을 못 주니까 너무 깊이 끌고 갈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네, 마스터. 그렇긴 합니다.”

노이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레이아도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여 고개를 끄덕이다가 현수와 시선이 마주친다. 순간 스파크 같은 것이 느껴졌는지 흠칫거린다.

하지만 현수는 이런 걸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을 잇는다.

“참! 엘레이아, 태평양을 오염시킨 방사능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겠어?”

“전부요?”

“그래, 전부.”

바다는 어느 한 나라의 소유가 아니다.

인류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한시바삐 방사능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라고 하시면 하기는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에요. 벌써 엄청나게 퍼졌거든요.”

“그래, 알아.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신경 써서 모아줘.”

현수가 미소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자 엘레이아는 전신을 배배 틀며 대답한다.

“네, 마스터. 말씀대로 할게요. 근데 시간은 걸려요.”

“그래, 애써줘. 일단은 화산부터 시작해.”

“네, 마스터.”

4대정령이 떠난 후 현수는 TV에 시선을 주었다.

한일해전의 승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같은 시각, 커티스 피츠제럴드 한미연합사령관은 잔뜩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장관님, 이건 협정 위반입니다. 전시작전권은 우리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걸 잊었습니까? 어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본과 전쟁을 벌일 수 있단 말입니까?”

이권호 국방부장관은 잔뜩 열 받아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시선을 주며 차분한 어조로 대꾸한다.

“내 집에 들어온 강도까지 잡아달라고 할 수는 없지요. 게다가 전작권은 일본과의 전쟁엔 해당 사항이 없는 겁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꼭 글자로 쓰여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전작권이 우리에게 있으니 한국은 누구와 전쟁을 하든 우리 미군의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커티스 피츠제럴드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나 이 장관의 표정엔 큰 변화가 없다.

“그건 아니죠. 북한과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를 감안해 전작권을 미군에 맡긴 겁니다. 지나가 참전해서 우리가 지면 아시아 대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까 싶어 얼씨구나 하고 가져간 것 아닙니까?”

“그, 그건……!”

속내를 대놓고 까발려 버리니 연합사령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우리가 전작권을 가진 것은 지나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사드(THAAD)를 배치하자고 했던 겁니까? 지나가 쏜 탄도미사일이 미국 영토로 가기 전에 떨구려는 목적으로 말입니다.”

“……!”

“지나는 우리의 최대 교역국입니다. 미국의 안위를 위해 우린 지나와 경제적 마찰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오랜 군사동맹 관계입니다.”

이권호 장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웃는 표정은 아니다.

“맞습니다. 오래된 동맹 관계! 덕분에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오랫동안 안전했지요. 그런데 지금은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커티스 피츠제럴드 한미연합사령관은 눈을 크게 뜬다.

“북한은 더 이상 남한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정보가 빠르니 잘 알겠지만 북한에 중대한 권력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건…….”

미국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평양 등을 주시하고 있다. 하여 김정은이 권좌에서 내려오고 현수가 새로운 태양이 되었음을 이미 파악한 상태이다.

다만 현수의 성향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데다 북한에서도 전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권력자를 공표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예의 주시하며 상황의 추이만 보고 있을 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이 남침할 확률이 제로에 수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더 이상 필요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에게 있어 한반도는 군사적으로도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 대륙의 가장 끝에 있으며 지나를 견제할 수 있는 절묘한 위치에 있다. 잠재적 적이라 판단하고 있는 지나의 턱밑에 들이밀어진 비수 역할을 맡길 수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철수는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철군했다가 전쟁이 벌어지면 상륙작전을 벌여야 하는데 어마어마한 인명 및 물적 피해가 우려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륙작전으로 인천 상륙작전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의 작전 결과, 상륙작전은 전력 우위를 확보하고도 위험성이 많다는 교훈을 얻었다. 상당 규모의 병력이 일정 기간 동안 무방비로 전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반면 상륙을 저지하는 쪽은 참호 속에 들어가 있거나 콘크리트 벙커 안, 또는 엄폐물 뒤에서 공격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지나를 저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한 주한미군 철수는 꺼내 들 수 없는 카드이다.

그간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한반도에 주둔해 있었다.

그런데 북한 내부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이젠 다른 나라들이 아무리 부추겨도 결코 남북전쟁이 벌어지지 않을 상황이 되어버렸다.

한국 입장에선 국경을 맞댄 적이 사라진 셈이다. 따라서 미군의 명목상 주둔 목적이 사라졌다.

미국 입장에선 몹시 곤혹스럽다.

그동안 한국에 빨대를 꼽고 쭉쭉 잘 빨아먹었다.

폐기 직전인 전쟁비축물자[WASA―K]를 제값 받고 팔아먹는 건 애교에 속한다.

전쟁이 나면 한국군이 사용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30년 넘게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우리 군이 저장 및 관리하던 것이다.

약 60만 톤에 달하는 도태탄약을 미국으로 회수해 폐기할 경우 소요될 천문학적 비용을 한국에 떠넘기려는 파렴치한 짓이었다.

지난 2010년, 한국의 주력 전투기 F―15K는 수리 부품이 모자라 10대 가운데 1.4대꼴로 ‘비행 열외’ 상태였다.

현재에도 60대 중 10대는 뜨지 못한다.

보잉사는 F―15K를 곧 단종할 예정이니 향후 30년간 사용할 부품을 미리 주문하라고 요구했다.

7장 아유, 시원해!

지난 2004년 한국과 미국은 서울과 경기도에 흩어져 있던 주한미군 기지들을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기 위한 ‘용산기지 이전협정[YRP]’과 ‘연합토지 관리계획 개정협정[LPP]’을 각각 체결한 바 있다.

서울 용산기지는 YRP에 따라 경기도 의정부 및 동두천에 소재한 미2사단의 31개 기지 중 23개는 LPP에 따라 모두 2016년까지 이전되었다.

이때 들어간 총비용 16조 원(공사비용) 중 미국이 부담한 것은 달랑 1조 원이다.

원칙대로라면 2004년 국회에서 통과된 LPP의 ‘원인제공자 비용부담’ 원칙에 따라 용사기지 이전은 한국이, 미2사단 이전은 미군이 각각 전액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미군은 미2사단 이전 역시 한국이 제공한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했다. 미군기지를 이전하는 비용 대부분을 한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처리한 것이다.

미군은 자신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는 비용도 한국이 부담토록 했다.

이에 의식 있는 국민들이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 친미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행정부와 국회, 그리고 군부에선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어쨌거나 한국으로선 주한미군의 필요성이 급격하게 줄었다.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워낙 숭미주의자가 많기에 한미연합사령관의 음성은 줄지 않는다.

“그간 주한미군이 지켜준 것을 잊으셨소?”

“그간의 역할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일본과의 분쟁에 미국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보시오, 장관. 전작권은 미군에게 있습니다. 한국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합니다.”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커티스 피츠제럴드 사령관에게 시선을 맞춘 이권호 국방장관은 굳은 표정을 짓는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일본과의 분쟁에 미국은 끼어들지 마십시오. 우리 정부는 중립을 원합니다.”

“중립이요? 우리가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커티스 피츠제럴드 사령관의 말은 중간에 잘렸다.

“그럼 주한미군의 즉각적인 철군이 있어야 할 겁니다.”

“이, 이보시오, 장관!”

장관의 일언은 중천금과 같다. 그런데 미군 철수라는 말이 나오자 커티스 피츠제럴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충격적인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장관의 말은 이어진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일본과의 분쟁에 미국은 끼어들지 마십시오. 이건 저쪽에서 먼저 걸어온 전쟁입니다.”

“그건…….”

한미연합사령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일본이 먼저 독도 해역을 침범했고, 이를 경고하는 한국 초계함에 함포사격을 가했으며, 끝내 미사일로 침몰시켰음은 이미 전 세계에 공표된 사실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은 승전을 확신했다.

그렇기에 3분 간격으로 전황을 보도했다. 물론 고화질 동영상이 포함되었다.

국민의 시선을 쏠리게 하려는 목적의 일환이며, 일본군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든든하던 2함대와 3함대의 전함 전부가 격침되었다.

잠수함도 열두 척이나 작살났고, 독도 상공에선 F―35A와 F―15J가 각각 40대씩 격추되었다.

뿐만 아니다.

한국의 잠수함을 사냥하기 위해 나선 대잠초계기 전부가 떨어졌으며, 공중급유기와 조기경보기마저 추락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피해이다.

반면, 한국의 피해는 광명함 침몰과 김학선 중령 등 세 명의 실종, 그리고 27명의 부상이 전부이다.

독도 해역에 작전을 나서면 고작 30분을 머물 수 있다던 F―15K는 마이즈루와 오키섬을 떠난 적기를 모조리 격추시키는 한편 일본 해군 2함대 함선들도 파괴했다.

그리곤 곧장 남하하여 부산과 포항을 급습하려던 일본 3함대 소속 함정 전부에게 하픈을 먹여주었다.

그리고도 한참을 초계비행한 뒤 K―2기지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미국 측에선 긴급 상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F―15K는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한국엔 공중급유기가 한 대도 없다. 따라서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때문이다.

계산에 의하면 F―15K는 보조 탱크를 달았다 하더라도 제 능력의 세 배 이상을 비행했다. 하여 보잉사 직원과 미 공군 조사단이 대구 K―2로 급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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