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4
F―15K를 샅샅이 조사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들은 F―15K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다.
보여주는 건 어렵지 않다. 겉보기엔 아무런 개조 작업도 거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런 결과가 없으면 자신들이 시험 비행을 해보거나 가져가서 확인해 보겠다고 할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하다. 어떻게 하였기에 연비가 대폭적으로 향상하였으며, 스텔스 기능은 어찌 획득했는지에 대한 집요한 조사 및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순순히 그 기술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을 내밀 것이다.
미쳤나? 가르쳐 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제11전투비행단은 이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에 미국에선 차후 한국에 어떠한 전투기나 무기도 판매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협박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대한민국의 대답은 냉랭한 코웃음이다.
향후 미국으로부터 어떠한 전투기도 도입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것보다 훨씬 우수한 것을 직접 대량 생산할 수 있는데 왜 달러를 낭비하겠는가!
따라서 미국의 협박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한미연합사령관을 앞에 둔 이권호 국방장관은 조금도 꿀리지 않는 표정이다.
“우린 먼저 도발한 적에게 응징을 가한 겁니다. 일본은 항상 이런 식입니다. 하여 이번엔 본때를 보여주려 합니다.”
“본때라니요?”
“우리의 영토임에도 일본이 강점하고 있는 대마도, 아니, 진도(津島)를 되찾을 겁니다.”
이 장관의 이 말은 삼국시대엔 현재의 대마도를 진도라 불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마도가 한국 땅이라니요?”
한미연합사령관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료를 뒤져보면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 우기는 근거보다 대마도가 우리 땅이라는 근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진도는 우리 땅입니다. 이번 기회에 일본이 강점하고 있는 그걸 되찾아올 생각입니다.”
“이보시오, 장관! 그럼 일본이 가만있을 것 같습니까?”
커티스 피츠제럴드 한미연합사령관은 별 미친 소리를 다 듣는다는 표정이다. 하나 이권호 국방장관은 당당하다.
“일본이 무슨 짓을 하던 우린 그걸 격퇴할 전력을 갖췄습니다. 이번에 잘 보여주었는데 우리가 겁먹을 것 같습니까?”
“그, 그건……!”
한미연합사령관은 일순 대꾸할 말을 잃었다. 이번 싸움에서 한국이 원사이드하게 강함을 증명한 때문이다.
이때 이권호 장관의 말이 이어진다.
“이번엔 대마도로 만족하겠지만 한 번이라도 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면 규슈[九州]를 비롯하여 시코쿠[四國]와 혼슈[本州]까지 우리의 육군을 상륙시킬 수 있습니다.”
“장관, 그건 영토 침공…….”
이권호 장관의 결연한 표정을 읽은 한미연합사령관은 말을 잇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 말로도 격앙된 감정이 달래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현재 감정이 고조된 상태가 아니다.
정순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끝에 향후의 일정을 확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은 우리 미국에게 매우 중요한 우방국입니다. 그런데 서로 전쟁을 하면 난처합니다.”
“미국에겐 둘 다 우방국일 수 있으나 우리에게 일본은 적입니다. 그리고 이번 전쟁은 저쪽이 먼저 걸어온 겁니다. 미국에서도 걸어온 싸움을 피하면 겁쟁이라 하지요? 그걸 치킨이라고 하나요? 아무튼 본때 좀 보여줘야겠습니다.”
“그건……!”
“미국은 중립만 견지해 주시면 됩니다.”
“장관……!”
한미연합사령관은 계속 뒷말을 잇지 못한다. 논리를 잃은 때문이다.
“가십시오. 오키나와에 주둔해 있는 주일미군이 철수한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의논할 일이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한국과 일본 문제는 둘이 알아서 해결할 겁니다.”
“장관, 일본이 우리 미국에게 중요한 우방국이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그건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의 우방국이 아니라는 뜻인가요?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아, 아니, 내 말을 그게 아니고… 아무튼 잘 생각해서 화해를 권하는 바입니다.”
한미연합사령관과 이권호 장관이 만나고 있을 때 주미대사 윤성우는 존 캐리 미국 외무장관과 얼굴을 맞대고 있다.
“대사, 한국이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그럼 칼 든 강도를 만났는데 가만히 있습니까?”
“그렇더라도 전작권은 우리 미국에게 있습니다.”
윤성우 대사는 아주 차분한 어조로 대꾸한다.
“강도를 만나도 경찰이 있으면 때리는 매를 다 맞고만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군요.”
“경찰이 갈 때까지는 그래야지요.”
존 캐리 외무장관은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그럼 장관님 댁에 강도가 들거든 그렇게 하십시오. 가족 중 누군가가 강도의 칼에 찔려도 절대 대항하지 마시고, 부인이나 따님이 놈들에게 강간을 당해도 언제 올지 모를 경찰을 기다리고 있으세요. 아셨습니까?”
존 캐리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것 보세요, 대사!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한국에게 있어 우리 미국이 어떤 존재입니까? 말씀 한번 해보세요!”
“미국은 우리 한국에게 일본이 때리는 매를 다 맞고 있으라는 나라네요. 그렇게 다 맞아주면 나중에 똑같이 보복을 해줍니까?”
“일본은 우리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나라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그리고 때렸다 해서 똑같이 대응하는 건 미개인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그래요? 그럼, IS가 미국에 와서 테러를 해도 절대 보복하면 안 되겠군요. 그러면 미개한 국가가 되니까요.”
“이것 보세요, 대사! 조금 전부터 왜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방금 전의 비유는 합당하지 못합니다!”
존 캐리는 따져 묻는 듯한 표정이다.
“나는 장관께서 보자 하여 왔습니다. 알다시피 조금 전 한일해전의 1막이 내렸습니다. 일본이 먼저 건드렸고 우린 대응한 것뿐입니다. 불러서 따지려면 일본대사를 먼저 불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한국이 일본을 함부로 대하는 듯하여 대사를 먼저 부른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 강도짓 하러 온 놈을 때려눕혔는데 왜 때렸느냐고 따지려 부른 거군요.”
윤성우 장관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다. 반면 존 캐리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다.
“일본이 왜 강도입니까? 우리 미국의 우방국입니다.”
존 캐리는 고분고분해도 시원치 않을 한국대사가 뻣뻣하게 굴자 슬쩍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다. 의당 설설 기어야 하는데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군함은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하였고, 이를 경고하는 초계함에 미사일을 발사하여 격침시켰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울릉도 쪽 영해까지 침범하려 했습니다.”
“……!”
광명함이 격침된 직후 일본은 방송을 통해 독도를 점령했으며 이제 곧 울릉도까지 삼키겠다는 것을 공표하였기에 존 캐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다.
이때 윤성우 대사의 말이 이어진다.
“우리 해군과 공군은 영토를 침범한 강도를 상대했습니다. 다시는 침범할 수 없도록 2함대와 3함대의 모든 함정을 격침시켰지요.”
“……!”
“뿐만 아니라 F―35A와 F―15J, 그리고 대잠초계기와 공중급유기, 그리고 조기경보기까지 떨어뜨렸습니다.”
“……!”
이 역시 모두 사실인지라 존 캐리는 대꾸 없이 윤성우 대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우린 집에 무단 침입한 강도를 혼낸 겁니다.”
“이보세요, 대사! 한국의 전작권은 미국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허락하지 않으면 단 한 발의 총도 쏘면 안 됩니다. 그런데 감히 사전 양해도 없이 함부로 군사력을 투사하여 우리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을…….”
“장관, 뭘 잘못 알고 계신 듯하여 바로잡습니다. 전작권은 일본과의 전쟁에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무슨 말씀을! 한국이 벌이는 모든 전쟁에 대한 작전권은 우리 미국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협정을 위배…….”
존 캐리는 윤성우 대사를 깔보는 듯 매서운 눈빛을 발하고 있다. 동양의 자그마한 국가가 감히 미국에 대항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이다. 하지만 말을 더 잇지는 못한다. 윤성우 대사가 말을 자른 때문이다.
“그래요? 그럼 지금 이 순간부터 한국은 전작권을 회수하겠습니다. 아울러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주십시오.”
“뭐, 뭐요?”
느닷없는 말에 존 캐리가 대경실색한 표정을 짓는다.
“남북한은 더 이상 전쟁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의 주둔 사유가 사라졌으니 철수하는 게 마땅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우리 미국이 한국에 베푼 것이 얼마인데 이토록 배은망덕한 말씀을 하십니까? 방금 한 말이 정녕 귀국의 입장입니까? 우리 미국에게 버림받으면 어찌 될지 몰라요?”
이쯤 되면 깨갱 하고 꼬리를 내릴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윤성우 장관은 여전히 태연하다.
“그럼요. 아주 잘 압니다. 그래도 주한미군을 철수하여 주십시오. 이건 조금 전 본국으로부터 온 훈령입니다.”
“이것 보세요, 대사! 한국의 대통령은 지금 유고 중입니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그리고 교육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까지도 그러하구요.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외교부장관은 대통령 유고 시 서열 5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주한미군 철수가 귀국의 공식 입장이라는 겁니까?”
“호오! 우리 대한민국을 환히 들여다보고 계시는군요. CIA 요원을 상당히 많이 파견하신 듯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 그건…….”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는 것은 우방국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스파이를 파견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존 캐리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에 CIA 요원을 상당수 파견시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계는 물론이고 언론계와 군부, 그리고 경제계와 학계까지 사찰하고 있다.
뉴 에셜론으로 전화 통화를 감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메일까지 무단으로 열어보고 있다.
그러는 한편 친미주의 성향을 가진 인사들을 다수 포섭하여 그들로부터 고급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대부분 고위직인지라 이들로부터 국가 기밀을 입수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때가 많았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전 공군참모총장 중 하나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합동군사전력목표기획서’, ‘국방중기계획’ 등 공군 전력 증강 관련 군사기밀을 12차례에 걸쳐 록히드 마틴에 넘겼다.
아무튼 존 캐리 외무장관이 이런 말을 내뱉은 것은 윤성우 장관의 태연하면서도 뻣뻣한 대응에 너무나 흥분하여 그만 속내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죠, 우린 이번 침공에 대한 대가로 그동안 일본이 강점하고 있던 진도를 회수할 생각입니다.”
“진도라니요? 서해에 있는 진도를 말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제가 말한 진도는 일본이 대마도라 부르는 섬입니다. 우리는 그 섬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뭐요? 그건 엄연한 영토 침입입니다.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
“일본이 우리 영토 독도를 침범하는 건 되고요?”
슬쩍 말꼬리를 올리자 존 캐리는 얼굴이 시뻘게진다. 논리에서 밀린 것에 화가 난 모양이다.
“아무튼 한국은 그래선 안 됩니다.”
“한국만 안 된다는 걸 보면 미국에게 있어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더 무거운가 봅니다. 이렇게 편까지 들어주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이보세요, 대사! 일본은 우리 미국에게 있어…….”
존 캐리가 말을 이으려 할 때 윤성우 주미대사가 다시 말을 끊었다. 외교적 실례인 건 분명하지만 말 같지도 않은 걸 끝까지 들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잠시 후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전면전을 선포할 겁니다. 미국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만일…….”
“만일이라니요? 우리가 일본 편에 서서 참전이라도 하면 어쩌겠습니까? 한국이 하루라도 버틸까요?”
“하루요? 한번 그래보시지요. 미국은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주일미군 전부와 7함대까지 잃을 겁니다. 이번 한일해전에서 F―35A가 모두 추락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 공군은 F―22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