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15화 (1,214/1,307)

# 1215

“……!”

“이번에 일본의 조기경보기는 아무것도 경보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잠수함 운용 능력을 간과하지 마십시오. 미국이 일본 편에 서는 순간 조지 워싱턴호의 두 눈에 동전이 놓일 수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호는 미국 7함대의 기함인 최신예 항공모함이다. 그리고 두 눈에 동전이 놓인다는 것은 죽은 이들의 눈 위에 동전을 놓아주어 저승에서 노잣돈으로 쓰라는 미국의 풍습을 견준 말이다.

“뭐요?”

“아! 7함대엔 니미츠급 항모 외에도 티곤데라가급 순양함 두 척과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 일곱 척, 그리고 강습상륙함 두 척, 상륙지원함 여섯 척, 잠수함 여덟 척 등이 있지요? 다 합쳐서 오십 척인가요, 육십 척인가요?”

“……!”

“이 밖에 전투기, 수송기, 정찰기, 헬기 등도 한 350대쯤 있지요? 해군과 해병대원 6만 명도 있고요.”

“무엇을 말하려 하십니까?”

존 캐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르고 있는 표정이다.

“일본 편에 서는 순간 7함대 등은 일본이 자랑하던 2함대나 3함대와 같은 신세가 될 겁니다.”

“뭐요?”

“아! 흥분하지 마십시오. 이건 극비의 국가 정보인데 그간의 정이 있어 장관님에게만 특별히 말씀드립니다.”

“……!”

존 캐리는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눈만 부릅뜬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 새로운 걸 하나 개발했습니다. 뭔지 궁금하시죠? 그간의 친분도 있고 하니 특별히 말씀드립니다. 그건 스텔스 미사일입니다. 어떠한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고 어떠한 교란에도 속지 않는 아주 영리한 놈입니다.”

“……!”

그러고 보니 일본의 2함대와 3함대에 있던 이지스 구축함이 별다른 활약도 못하고 가장 먼저 격침되었다.

스텔스기인 F―35A도 몽땅 격추되었다.

윤성우 장관이 말대로라면 한국은 스텔스기를 감지해 낼 레이더까지 가졌다.

정말 이러하다면 7함대도 감당 못한다. 레이더로 잡아내지 못하는 미사일, 또는 어뢰를 어찌 상대하겠는가!

이지스함이 있으나마나 한 상황이다.

존 캐리는 삽시간에 등이 축축하게 젖는 느낌을 받았다. 식은땀이 솟은 것이다.

“핵무기를 쏴도 좋습니다. 기왕 쏠 거면 미국이 가진 걸 다 쏘십시오.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숫자가 8,217개라지요? 이 중 실전 배치된 건 3,844개이고요. 참, 호주에 있는 파인갭 기지 지하에 있는 네 발을 포함한 숫자입니다.”

“……!”

존 캐리는 자신도 정확히 모르는 걸 한국대사가 구체적인 숫자와 장소를 대자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실전 배치된 것 말고 보유한 것까지 몽땅 동원해서 쏘세요. 우리가 어떻게 요격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뭐요?”

“우리 기술이 요즘 확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한 발이라도 한국 땅에 떨어지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지요.”

“장을 지지다니요?”

미국인은 모르는 표현이기에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윤성우 장권은 그냥 본인의 말만 이었다.

“참, 미국이 오판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복이 가해질 겁니다. 워싱턴과 뉴욕에 스텔스 미사일 수백 발이 배달되면 어떤 일이 빚어질까요?”

“뭐요? 지금 어디서 감히……!”

존 캐리는 부르르 떤다.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말에 몹시 분노했음이 분명하다. 채찍질은 웬만큼 되었으니 이쯤 되면 당근이 필요하다. 그게 협상의 방식이다.

“뭐, 미국이 중립을 지켜준다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는 집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만 뭡니까?”

“주둔군지위협정인 SOFA는 합리적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미군의 필요에 의해 주둔하는 것이 되므로 토지사용료를 내야 하며, 주둔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미군이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재판과 처벌은 우리가 합니다.”

“……!”

“한미연합사는 잔존시키되 전시작전권은 당연히 우리 정부가 가집니다.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이것 보세요, 대사!”

존 캐리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윤성우 장관을 바라본다. 지금으로선 뭐라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정부의 뜻을 피력했으니 이만 물러갑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본 편에 서십시오. 아마도 그 결과는 미국의 완전한 파멸이 될 겁니다. 그러니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십시오.”

“뭐요? 대사, 한국 대통령의 유고 상황이 풀리면…….”

“본국에서 그러더군요. 가장 강력한 각성제로도 깨어나지 않는다고요. 뇌파를 검사한 의사는 코마 상태라고 합니다. 언제든 호흡기를 빼면 그대로 사망입니다.”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은 현재 인공호흡기 등을 쓰고는 있지만 뺀다고 해서 곧바로 사망하진 않는다.

굶겨 죽이기 위한 마법이니 당연한 일이다.

현재 대통령 등이 있는 병실엔 계엄군이 경비를 서고 있으며 주치의를 제외한 어느 누구의 접근도 차단되어 있다.

주치의 역시 타인과의 접촉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극성스런 기레기들과 외국에서 파견한 스파이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대통령 사망과 다름없는 완전한 유고 상태입니다. 따라서 대통령 등이 깨어나 미국 앞에 설설 길 것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이보시오, 대사!”

“참, 우리 국민은 내가 한 말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무슨 소린지는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나는 이만 물러갑니다.”

윤성우 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 밖으로 나감에도 존 캐리는 불러 세우지 못한다. 아무래도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개최해야 할 시점인 듯싶다.

하여 백악관 직통인 핫라인을 들었다.

같은 시각, 외무장관 집무실을 벗어나 너른 복도를 걷고 있는 윤성우 주미대사의 입가엔 미소가 어려 있다.

“아유, 시원해!”

* * *

주한 일본대사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자신을 초치한 한국 외교부장관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노려보고 있다.

“귀국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 일본과 한국은 오랜 우호관계를 맺어온…….”

“호오, 그래서 우리 영해를 무단으로 침범하여 초계함을 침몰시켰습니까? 그런 게 우호관계입니까?”

“그, 그건…….”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할 말이 궁색하여 잠시 머뭇거린다.

“그건 되었고, 이거 받으세요.”

“뭡니까, 이건?”

정순목 권한대행이 건넨 것의 표지를 본 시게이에 도시유키의 눈이 커진다. ‘영토반환요구서’라 쓰여 있기 때문이다.

“뭡니까, 이건?”

“귀국이 강점하고 있는 우리 진도를 즉시 돌려달라는 외교 문서입니다. 우리 요청을 거절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경고합니다.”

일본이 한국 외교부로 독도를 반환하라는 외교 문서를 보낸 것에 대한 대응이다.

“세상에 이런 법은 없습니다. 어떻게 우리 일본에게…….”

시게이에 도시유키의 말은 중간에 잘렸다.

8장 모조리 잡아들이세요

“일본은 우리 영토인 독도를 늘 자신의 것이라고 우겼습니다. 우린 진도가 우리의 것임에도 지금껏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아닙니다. 즉시 반환을 요구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대마도는 우리 일본 땅입니다.”

“우리의 요구가 거절되면 전면전입니다.”

“네에?”

“규슈는 물론이고 본슈까지 우리 육군이 상륙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아울러 전쟁이 시작되면 일본이 전멸할 때까지 계속될 겁니다. 항복 따윈 받지 않습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세계지도에서 확실하게 일본을 지워 버릴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즉시 진도를 반환하십시오.”

“정녕 우리 일본과의 전면적인 전쟁을 바란다는 겁니까?”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몹시 열 받은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순목 권한대행은 TV 리모컨을 누른다.

“후지산, 아소산 등 일본의 모든 화산이 터졌더군요. 정신이 없을 텐데 여기에 우리 미사일이 가세하면 어떨까요? 알다시피 우린 미사일 전력이 아주 좋습니다.”

“이이, 이이이……!”

“어떻게 할까요? 도쿄부터 지도에서 지워 드릴까?”

“이이, 이이이……!”

일본대사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도 나직한 소리를 낸다. 몹시 화가 난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순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말은 이어진다.

“진도에 거주 중인 일본인 모두 즉시 소개하십시오. 곧 우리 육군이 상륙할 거니까요. 쓸데없이 반항하면 궤멸만이 남는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으으, 으으으……!”

“그러고 보니 세상에 많은 해악을 끼친 두 나라가 천벌을 받고 있군요. 쌤통입니다.”

이스라엘에 집중적으로 떨어진 운석과 일본의 모든 화산 분화를 빗댄 말이다.

“2011년 대지진 때 우리는 귀국에 성금을 모아서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랬더니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교과서에 싣겠다고 발표하더군요.”

“……!”

뭔 소린가 싶은지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대꾸 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일본 열도 전체가 침몰해도 한국에선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구원의 손길을 베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알아서 대처하십시오.”

“……!”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정순목 권한대행을 당장에라도 씹어 삼키고야 말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권한대행은 한마디 더 한다.

“전쟁이 선포되면 일본과의 국교는 물론이고 모든 조약 및 협정 등이 자동적으로 폐기됩니다. 한국 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자본은 단 한 푼도 빠져나갈 수 없을 거구요. 이를 유념하십시오. 만일 일본 정부가 재일교포들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면 우리도 국내에 체류 중인 일본인들을 상대로 똑같은 보복을 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합니다.”

“끄으응.”

시게이에 도시유키는 혈압이 올라 죽을 지경인지 나지막한 침음을 낸다. 힘으로도 정순목 권한대행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정 권한대행이 이처럼 일본의 심기를 박박 긁는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은 현수와의 통화 덕분이다.

그 내용엔 이번 한일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양만춘함과 F―15K의 비밀이 포함되어 있다.

현수가 이를 알려준 것은 현 정부의 각료 중 정순목 권한대행과 국방부장관만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경제부총리 등이 권력을 쥐고 있었다면 결코 알려주지 않았을 비밀이다.

권한대행은 주미대사와의 통화에서 이를 일부 걸러내고 훈령을 내렸다. 그렇기에 윤성우 대사가 존 캐리를 상대로 그토록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수와 통화 이후 정순목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이 깨어나지 않기를 소원했다. 깨어나는 즉시 양만춘함과 F―15K 등을 미국에 바칠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정순목 권한대행은 지시를 내려 청와대 출입기자 중 일부를 제한시켰다. 특정 언론사들을 골라 그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이 명단에는 황색 찌라시의 두목 격인 조아일보, 동선일보 등과 권력에 빌붙어 마냥 아양만 떨어대던 지상파 방송사 SKB나 SMB, 그리고 CSB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TV조아나 채널 B 같은 일부 쓰레기 종편이 망라되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편향적인 보도를 일삼았고, 사실을 왜곡하여 일부 무지몽매한 국민을 호도하여 많은 지탄과 욕을 먹어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김현수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어 바야흐로 대도약할 호기를 맞이했다. 일사불란하게 앞만 바라보며 달려야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난다.

그런데 이번에 배제시킨 언론사들을 그대로 놔두면 딴죽걸기를 일삼을 것이고, 온갖 분탕질로 국론을 분열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러는 이유는 오로지 자신들의 존재감과 이익을 위해서일 것이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들만 떵떵거리며 살면 된다는 심보의 소유자들이니 과감히 골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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