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17화 (1,216/1,307)

# 1217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곧 사회악 명단도 입수될 겁니다.”

“사회악 명단이라니요?”

“악질 사채업자나 마약 밀매범, 조폭 등 우리 사회를 좀먹는 자들을 뜻합니다.”

“그자들의 명단도 작성되었다고 합니까?”

“그렇습니다. 외국인 조폭 또한 포함되어 있으니 그들을 잡아들일 땐 각별히 보안에 신경 쓰셔야 합니다.”

국내엔 많은 외국인 조폭이 있다.

이들에 의해 각종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깡그리 정리하려는 것이다.

“그들도 계엄사에서 수용합니까?”

“그렇습니다. 인권 따위는 따질 필요가 없으니 잘 대해줄 필요 없습니다. 딱 삼청교육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발령된 직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사회정화정책의 일환으로 군부대 내에 설치한 기관이며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 초기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꼽힌다.) 수준이면 됩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사회악을 먹이고 입히며 재우고 씻기는 비용조차 아깝다는 뜻이다.

“삼청교육대요?”

나중에 상당히 문제가 많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기에 임문택 사령관은 우려 섞인 표정이다.

“그때는 자신들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을 잡아들였지만 이번엔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임문택 계엄사령관은 1960년대 초반의 짬밥을 떠올렸다.

1960년대는 먹고사는 것조차 힘든 시기였으니 군대에서 제공한 식사가 풍성할 리 없다.

사회악이니 그 정도의 음식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같아선 두들겨 패고 밥도 주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 난민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해안 경비에 각별히 신경 써서 입국을 막으세요.”

“…자칫 세계적인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일본과 전쟁 중입니다. 그리고 나는 적에게 아량을 베풀 만큼 도량이 넓지 못합니다.”

임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전쟁 중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조만간 국내에 체류 중인 일본인 전부를 추방할 수도 있으니 그것도 염두에 두고 일하십시오.”

“그럼 일본과의 관계가…….”

“계엄 상황이 끝나도록 대통령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면 국민투표를 실시할 겁니다. 그때 내가 내세울 공약 중 하나가 일본과의 국교 단절입니다. 이 정도면 내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아시겠지요?”

“알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확 뜯어고쳐 주십시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 바라는 일입니다.”

임 사령관은 정 권한대행이 몹시 마음에 든다.

이처럼 당당한 사람이 계속 대통령직에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서고 나날이 발전할 것이란 생각이다.

“참, 국회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그게… 확실하지 않아 아직 보고드리지 않았습니다만 여당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해요?”

“네, 헌법 제77조 제5항을 보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지금… 상황이 어떤데…….”

임 계엄사령관은 권한대행의 말을 받았다.

“한일해전이 끝났으므로 즉각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흐음!”

정순목 권한대행은 잠시 눈을 감았다.

결단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국회의원 중 욱일회 회원이 상당히 많지요?”

“네, 여당 사무총장인 박인재를 비롯하여 홍신표 등 49명이 욱일회 회원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여당 의원 3분의 1 정도가 골수 친일파인 거죠.”

“명단에 오르지 않았을 뿐 나머지 중에도 친일파가 상당수 있을 수 있겠군요.”

계엄사령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며, ‘유유상종’이니 나머지 여당 의원 중에도 상당수가 친일파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권한대행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한다.

“참, 지금 국회가 회기 중인가요?”

“그렇습니다. 임시국회가 열려 있는 중입니다.”

“흐으음!”

정 권한대행은 깊은 숨을 몰아쉰다. 국회의원을 잡아들이려 하면 보나마나 방탄 국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여 억지로 두들겨 패서 잡아들일 수는 없다.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군요. 회기 중이라 잡아들이는 것도 여의치 않고요.”

“권한대행님, 주제넘지만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제넘다니요. 말씀하십시오. 귀담아듣겠습니다.”

“제가 권한대행님이라면 국회를 해산시키겠습니다. 온갖 부정부패와 연루된 자들이 정쟁이나 일삼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당 의원 3분의 1은 친일파가 확실하고, 얼마나 많은 자가 이에 동조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

“이런 놈들에게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세비를 주는 건 너무도 아까운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국회를 해산시키십시오.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총선을 실시하여 새로운 인물들을 뽑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권한대행에게 그만한 권한이 있습니까?”

“제가 알기론 있습니다. 그러니 결단을 내리십시오.”

정순목 권한대행은 대꾸 대신 비서실장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인터폰을 든다.

통화 연결 음에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화기를 든다.

“네, 권한대행님.”

“현재 대통령과 총리 등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여전히 의식 불명 상태입니다. 뇌파검사 결과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그리고 교육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모두 코마 상태라고 합니다.”

준비된 답변인 듯 정제된 느낌이다.

“코마라면 의식을 되찾을 확률이…….”

“의료진은 의식을 되돌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썼습니다. 그들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로선 의식을 되찾을 확률이 거의 없답니다. 깨어난다 하더라도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하고요.”

“허어! 그것참…….”

정순목 권한대행은 나직이 혀를 찬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아! 교육부총리님을 찾았습니까? 어디에 있었답니까?”

“그게… 나이 어린 첩과 있었다고 합니다.”

“허어! 그 사람, 개새끼였군요.”

“네, 제가 생각하기에도 교육부총리는 개새끼 맞습니다.”

비서실장은 굳이 편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듯한 태도이다.

9장 썩은 살 도려내기

“현재의 상태에 대해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십시오. 권위 있는 의료진의 설명도 곁들이세요.”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병실을 공개해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근데 잠시 후 찾아 봬도 괜찮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오.”

수화기를 내려놓은 정순목 권한대행은 임문택 계엄사령관에게 시선을 준다.

“국회 해산을 선포하겠습니다. 만일의 사태를 주시하여 주십시오. 참, 국정원의 움직임도 파악하셔야 합니다.”

“대통령의 수족을 자르시려는 겁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요. 이번 정부는 참으로 한심할 때가 많았습니다.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 속에 담긴 뜻을 파악한 계엄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동원되어야 할 일입니다. 조직적으로 반기를 들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껏 일반 국민에게 행한 것을 고스란히 돌려받게 될 겁니다. 반항하면 가장 강한 방법으로 제압해도 됩니다. 아! 그렇다고 하여 죽이라는 이야긴 아닙니다.”

“……!”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벌어진 시위 진압 동영상을 보시고 그중 가장 강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

자신들의 뜻에 반하는 국민을 상대로 얼마나 무자비하게 진압했는지 이번에 톡톡히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습니다. 다만 국회 해산을 선포하기 전에 제게 꼭 알려주십시오.”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렇게 하죠.”

계엄사령관이 물러난 후 대통령 비서실장이 들어온다. 그리고 말없이 사표를 내민다. 권한대행은 그 즉시 사표를 수리했다. 의식불명인 대통령은 골수 친일파의 자식이다. 그런 사람 밑에서 수발들던 이를 계속해서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비서실 전원을 갈아치울 생각이다. 하여 적당한 인물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실리프 정보에서 제공한 명단이 있기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김현수 회장이 없었다면……. 휘유, 나라의 큰 복이었군.”

권한대행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실리프 정보에서 유사시를 대비하여 작성해 준 서류가 너무도 일목요연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엔 정부 부처를 다음과 같이 축소시켜 놓았다.

경찰과 검찰은 둘 다 독립된 수사권을 가지며, 경찰은 검찰의 하부 기관이 아니다.

감사부는 감사원의 모든 업무를 맡으며, 부정부패와 관련된 공무원을 색출해 내는 암행 공무원을 둘 수 있다.

외무부에 속한 암행청은 재외공관에서 벌어지는 비리 및 부정과 업무 태만 등을 잡아내는 기관이다.

조선시대의 암행어사와 같은 개념이라 적발된 공무원은 즉각 해임과 동시에 본국으로 송환되어 처벌받게 된다.

대사까지도 업무를 정지시킬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자질 미달이라 판단된 재외공관원 역시 본국 송환 및 일반부서 발령의 순서를 밟게 된다.

정보청은 국정원을 해산시키고 만들어지는 신설 행정기관으로 외무부에 속해 해외 정보만 관장한다.

국정원이 해체될 때 권력을 남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들은 전부 타 부처로 발령 낸다. 예를 들어 권력 행사가 어려운 내부문서 보관직 등이다.

이전의 대한민국의 행정기관은 2원, 17부, 5위원회, 3처, 18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를 대폭 축소시켜 12부로 줄이라는 것이다. 2원, 5위원회, 3처, 18청이 맡던 업무는 각부에 분장된다.

이렇게 되면 명령 계통이 명확해지며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 수를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각부의 수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되어야 한다.

2015년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당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 분야에 무지한 경제학 박사였다.

그 결과 메르스는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결국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수장으로 앉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실리프 그룹에선 그간 방만 경영으로 엄청난 채무를 발생시켜 놓고도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민의 지탄을 받은 공사를 모조리 해산시키길 권장했다.

아울러 경영 손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여 반드시 처벌할 것을 권했다.

대상은 수장부터 말단까지이며, 잘못을 범한 자에겐 구상금을 청구하고 파면하여 다시는 공직 사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해체되는 공사의 업무는 각 부에 분담된다.

국회 개선에 관한 의견도 있다.

먼저 의원의 숫자를 줄일 것이 권고되어 있다.

현재 299명인데 이를 국회의장을 포함해 50명으로 줄이며, 특혜를 거의 다 회수하여 명예직이 되도록 되어 있다.

아울러 겸직을 금지하여 영리 단체의 수장, 또는 특정 단체의 장 등을 맡을 수 없도록 한다.

세비는 연봉 4,800만 원으로 낮추며 보너스는 없다.

채용할 수 있는 비서관 숫자도 5급과 9급 각 한 명으로 제한한다. 국회의원의 업무 보좌는 국회행정처 소속 공무원들이 순환 보직으로 맡도록 한다.

대한민국의 국회가 썩어 문드러진 큰 이유 중 하나는 정당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법을 손질하여 어느 누구도 정당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길 권했다.

이럴 경우 현재와 같은 여당과 야당 구도가 재현되지 못하므로 소모적인 정쟁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리고 국회의원 개개인은 각각 국민 100만 명을 대리한 법률기관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