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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18화 (1,217/1,307)

# 1218

만일 어떤 의원이 소속 정당 대표의원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은 그를 찍어준 국민 100만 명이 당 대표를 찍어준 국민 100만 명보다 못하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특정 정당에 소속되어 당 대표 등의 지시를 받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그리고 정당을 없애면 공천에 얽힌 금품수수가 원천적으로 방지되며, 계파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같은 정당 내에서의 권력 다툼 또한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입후보 자격도 엄격히 제한하여 사기, 절도, 횡령 등의 전과자는 의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남자의 경우는 군필, 또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봉사 기록이 있어야 입후보가 가능하다.

사회봉사 시간은 관공서에서 인정받은 것만 유효하다.

다시 말해 사립 시설, 또는 종교 시설 등에서 봉사한 시간은 인정되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에도 일정 시간 이상의 사회봉사활동이 없으면 입후보 자격을 제한토록 한다.

사회봉사는 20세부터 40세까지 한 것만 인정한다. 훗날 꼼수를 부려 입후보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렇게 국희의원의 숫자를 줄인 대신 국회행정처는 필요에 따라 각 분야에 전문적 지식과 소양을 갖춘 자문위원들을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자문위원은 대개 대학교수들이 되는데 같은 분야 교수들과 학생들에 의해 매겨진 점수로 선별된다. 전문성과 더불어 인간성까지 따져 잡음이 일지 않게 하여는 의도이다.

이들을 필요한 때에만 자문은 구하는 일종의 브레인 탱크 역할을 맡는다.

“흐음, 나는 권한대행인데 이게 가능한가?”

이실리프 그룹에서 권한 내용 모두가 마음에 든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가능한지의 여부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하여 법전을 뒤져보았다.

다행히도 2017년 4월 국회 때 이에 대한 법이 개정되어 있다.

2015년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섰을 때 국무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하여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국무회의를 주관했다.

이후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껴 다음과 같이 수정되었다.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하며, 대통령의 유고 기간이 60일을 경과하면 국민투표를 통하여 신임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한다.

국가 비상사태에 관한 법률도 개정되어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필요에 따라 국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고쳐 있다.

“흐음! 다행히 내게 결정권이 있군.”

정순목 권한대행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뜻한 바를 밀어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때문이다.

“욱일회 명단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체포한 뒤 국회를 해산하는 것이 좋겠군.”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 국회의원들을 잡아들이는 건 문제가 아니다. 보나마나 국민의 여론이 비등해질 것이다. 그때 국회를 해산하면 된다.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극에 달해 있으니 친일파 의원들은 간첩죄로 다스리면 되겠군. 그런데 처벌은 어디까지…….”

법전을 뒤져보니 간첩죄에 관한 것은 형법 제98조에 기록되어 있다.

제98조 : ①적국을 위하여 간첩 활동을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흐음! 이번에 들어가면 오랫동안 못 나오겠군.”

정순목 권한대행은 곧 투옥될 국회의원 49명과 다수의 새빛회 멤버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사회의 지도층 노릇을 하며 떵떵거리며 살았을 것이다. 게다가 갑질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감옥에 가면 오랫동안 고생할 것이다. 하지만 권한대행이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욱일회와 유능한 일꾼 명부에 들어 있는 인물들은 모종의 장소에서 녹화를 하게 된다.

내용은 그간의 죄를 깊이 반성하며 뉘우침의 뜻으로 모든 직(職)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내용을 육성으로 발표하는 녹화를 하게 된다.

그리곤 곧장 지옥도로 끌려간다.

이번엔 약간의 식량이 제공된다. 쉽게 죽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오래오래 고통을 겪게 된다.

민족을 반역한 자들이니 죽는 순간까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겨워 비명과 신음을 지르게 될 것이다.

다음은 썩어빠진 공무원과 언론인, 법조인들 차례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색출하여 지옥도, 연옥도, 징벌도로 나누어 보내질 것이다. 이들의 전 재산 역시 국가에 귀속된다. 아울러 지독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게 될 것이다.

국가와 사회에 해악이나 끼치는 놈들이니 감옥에 가둬놓고 끼니때마다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비생산적인 일을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영원히 되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들의 사체는 아나콘다나 악어의 식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는 ‘썩은 살 도려내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공식적이지도 않고 이실리프 그룹에서도 현수를 비롯한 몇몇만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 * *

“남한의 움직임은 어때요?”

“외무부장관이 권한대행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도울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십시오.”

“네, 그렇게 지시해 두었습니다.”

엄규백 대표는 이실리프 정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시시각각 올라오는 보고를 보며 대답한다.

계엄군은 현재 욱일회 및 유능한 일꾼 명부에 있는 자들을 잡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49명의 국회의원과 그들의 보좌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함은 물론이고 극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계엄군은 무자비한 매질로 다스렸다. 이런 놈들은 인권을 보호해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욱일회 국회의원은 몇이나 잡아들였답니까?”

“전원입니다. 방금 전 49번째로 여당 사무총장 박인재를 잡아들였답니다. 계엄군의 전격적인 작전의 결과입니다.”

“아, 다행이군요.”

현수는 흡족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나머지 욱일회원 놈들은요?”

“하나하나 잡아들이는 중입니다.”

“유능한 일꾼의 명부에 있는 자들도 같이 잡아들여야 합니다.”

엄규백 대표는 노트북에 시선을 주며 대꾸한다.

“물론입니다. 모조리 잡아들이려 계엄군들이 대거 출동했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확실하고 전격적이라 좋군요. 진작 이랬어야 하는데……. 그렇죠?”

“맞습니다. 그동안의 정부는 몹시 무능했습니다.”

엄규백 또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이제 마무리하러 내려가십시오. 정순목 권한대행께서 뜻대로 사회정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엄규백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1함대 사령관 심흥수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즉각 출동합니다. 필승!”

통화를 마친 심 소장은 휘하 장교들을 소집했다. 5분 대기조처럼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는지라 금방 모여든다.

“방금 국방장관님으로부터 진도정벌작전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가 선봉이다. 이번에도 공을 세울 수 있도록 하라.”

“필승! 한 가지 질문 있습니다.”

시선을 돌려보니 고복현 소령이다.

“뭔가, 고 소령?”

“작전 명령은 지휘 계통에 따라 내려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해군참모총장님도 계시는데 왜 국방장관께서 직접 명령을 내리신 겁니까?”

고 소령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장교들 또한 심 소장을 바라본다.

“임문택 계엄사령관께서 4성장군 전원에 대한 업무 정지 명령을 내리셨다. 아울러 우리 해군 전체에 대한 숙군((肅軍) : 군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하여 군 내부의 부정과 불상사에 관련된 사람이나 내부에 잠재하는 불순분자들을 인사 조치하여 숙정(肅正)함.)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숙군이요?”

“그래, 엄숙할 숙(肅) 자를 쓰는 숙군이다. 알다시피 해군엔 욕심만 많은 장교 및 장성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심 소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소중히 생각하는 해군의 명예를 더럽힌 몇몇 고위 장교와 장성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던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현역 해군 소장이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무기 개발과 도입 정책을 총괄하여 해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하는 기획참모부장을 지낸 자이다.

해군에선 잠수함 대응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신형 해상작전 헬기 도입을 추진했다. 그때 영국제 ‘와일드 캣’으로 결정되었는데 비리로 얼룩진 선정이었다.

당시 와일드 캣은 개발된 실물도 없고, 체공 시간도 짧으며, 어뢰는 한 발밖에 장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해군이 요구한 성능에 크게 못 미친 것이다.

그런데 몇몇 해군 간부가 모여 있지도 않은 헬기로 시험 비행한 것처럼 성적서를 만들었는데, 133개 평가 항목 모두를 충족시킨 것으로 조작하였다.

이에 관련하여 전, 현직 해군 간부 여섯 명이 구속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1,000억 원대 국가 예산이 투입된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도 비리가 적발되었다.

중대한 결함이 있는 잠수함을 정상으로 평가한 예비역 해군 대령이 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1,6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통영함 도입사업은 아예 비리백화점이라 불렸다.

의기 있는 장병들은 일련의 사건을 해군의 수치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숙군 작업이 진행된다는 말에 눈을 크게 뜬다.

놀라서가 아니다. 훨씬 전에 있어야 할 일이 이제라도 실시되는 것이 반가워서이다.

“귀관들, 곧 출동이다! 준비 철저히 하도록!”

“네, 사령관님! 전체 차렷! 필승!”

“그래, 필승!”

1함대 소속 장교들이 물러나는 뒷모습을 보는 심흥수 소장의 입가엔 미소가 어려 있다. 이번 작전 또한 별 피해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이종무 장군 이름 다음에 내 이름이 나오겠군. 후후후!’

위대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사 교과서에 이름이 실린다는 건 영광스럽다. 후손들이 느낄 자랑스러움을 떠올린 심 소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김 회장, 고맙네. 이 모든 게 자네 덕분이네.’

현수가 북한을 통치하게 되었다는 것은 몇몇만 아는 비밀이다. 인터넷에서 루머처럼 떠돌기는 하지만 이를 믿는 이는 별로 없다.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 * *

“흐음! 이제 대강 준비가 된 건가? 그나저나 미국 놈들, 정말 못쓰겠군.”

현수는 지구 시간으로 2018년 7월 8일에 세계수가 있던 토들레아 일족의 영토에서 지구로 차원 이동을 했다.

아르센 대륙의 날짜로는 2859년 6월 7일의 일이다.

그 후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북한의 수뇌부에게 마법을 걸어 한반도 북쪽을 이실리프 왕국으로 삼았다.

그리곤 신격화 작업의 일환으로 터번스 토리안 백작의 저택을 청암동 공터에 내려놓고 다물궁이라 이름 지었다.

김정은을 위해 존재하던 호위총국은 이실리프 왕궁 근위사령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곧이어 대한민국의 국적을 포기했다. 그리고 대통령과 만나 북한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되었음을 고지했다.

그 후 이실리프 우주항공을 방문하여 이실리프호를 우주로 올리는 작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 이실리프호는 현재 원하는 궤도에 정확히 안착되어 있는 상태이다.

다음엔 아와사 자치령으로 가서 개발 상태를 둘러보았다. 아와사 호수가 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이실리프궁에서 지현과 더불어 뜨거운 밤은 보낸 것은 보너스이다.

지현이 행정수반의 일을 맡고 있는데 전성운 검찰총장에게 맡길 것을 고려하였다.

이러는 동안 휴전선에 배치되어 있던 거의 모든 병력이 지나와의 국경지대로 이동했다.

이들에겐 안주 기계공업단지에서 제작한 쏘면 맞는 제식소총 J―1이 지급되고 있다.

아울러 유사시 지나의 전차들을 작살낼 Y―1 전차도 보급되는 중이다. 이것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으며, 열 추적과 적외선 추적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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