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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21화 (1,220/1,307)

# 1221

또한 스트마르크 영지로부터 500㎞ 떨어진 영지, 원래 몬스터 해비탯이라 불리던 곳에서 구해준 세실리아가 있다.

“스승님, 정말…….”

피터가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세실리아가 끼어든다.

“세실리아가 위대하신 분을 알현하옵니다. 존체 강녕하셨는지요?”

현수는 잠시 모두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곤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리먼, 5서클이 되었군. 감축하네.”

“모든 것이 폐하의 은덕이옵니다. 이제라도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그래, 잘되었네. 근데 카시발을 제자로 거두었는가?”

카시발이 하리먼의 로브를 잡고 서 있기에 물은 말이다.

“네, 카시발이 마법에 재능이 있는 듯하여 미천한 신이 제자로 거두었사옵니다.”

“그래? 잘되었군. 카시발, 스승님 말씀 잘 듣거라.”

“네, 폐하!”

카시발은 청년이 다 되었고, 루시는 피어나는 꽃같이 아름다운 처녀가 되어 있다. 섭생이 좋아 그런지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하인스, 하인스는 실비아와 결혼했나?”

“네, 폐하. 얼마 전에 아들 호머가 태어났습니다.”

“오! 그래? 감축할 일이군. 결혼 선물은 나중에 주겠네.”

“감사하옵니다, 폐하!”

실비아가 더없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그러고 보니 라이사도 결혼한 모양이네.”

“네, 폐하. 왈로드 지안 반 루이체 공자와 결혼했습니다.”

해적들에게 납치당해 무려 4년 동안이나 못된 짓을 당한 라이사이다.

그 후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현수에 의해 완치되었다. 몸과 마음이 안정되자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왈로드의 구애가 시작되었다.

라이사는 본인이 가진 흠결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매번 거절했으나 왈로드는 끈질겼다. 결국 1년 반 만에 둘은 결혼했다. 루이체 백작은 둘의 관계를 흔쾌히 승낙했다. 마탑주가 맺어준 인연이라 감히 부정할 수 없었다.

“축하하네. 둘의 결혼 선물도 나중에 주지.”

“감사합니다.”

“그래, 로스톤과 스미든은 어찌 지내나?”

현수의 시선을 받은 로스톤은 크게 고개를 조아리곤 입을 연다.

“말씀하신 대로 하루에 가로와 세로 베기 각 3,000번씩 하고 40㎞씩 달리기를 한 후 하리먼 총리대신님 아래에서 행정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 잘하고 있군. 좋아. 아주 좋아.”

뺀질이 로스톤과 경솔하던 스미든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수준에 올라 있다. 상급을 목전에 둔 듯하다. 이는 견고한 하체와 가장 기본이 되는 베기 동작이 숙달된 결과이다.

게다가 행정 일을 배우고 있다고 했으니 머리가 굳은 것은 아니다. 이제 조금만 더 끌어주면 상급이 될 듯하다.

현수는 아직도 어린 꼬맹이 둘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냐시오, 피터, 너희도 잘 있었지?”

“네, 고모부!”

“네, 스승님!”

소년의 티를 벗고 청년기로 접어들려는 둘은 아주 친한 듯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장차 최연소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올라 천하를 호령할 아이들이다.

하리먼에게 준 개발지침서 말미에 이들에 대한 교육 방법을 써놓았는데 그대로 잘 진행된 모양이다.

11장 그래도 복수는 해야지

아르센 대륙인 중 검을 다루는 자 대부분은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한다. 오로지 연무장에서 칼을 휘두르며 땀 흘리기를 즐길 뿐이다.

이럴 경우 소드 익스퍼트 초급이나 중급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상급 이상, 최상급 나아가서 소드 마스터가 되려면 활발한 두뇌 활동이 필요하다.

깨달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여 현수는 그들에게 많은 독서를 지시했다. 그래서 그런지 눈빛이 초롱초롱한 것이 마음에 든다.

“시간 날 때마다 가르침을 내릴 터이니 가급적 연무장 근처에 머물도록 해라.”

“네, 고모부.”

“네, 스승님!”

두 아이 모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간 왕국에 머무는 기사들로부터 검술을 배웠는데 그랜드 마스터의 그것은 과연 어떨지 심히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현수는 나머지 사람들과도 접견했다. 왕국 선포를 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아직 개국식을 열지 않았기에 격식을 따지지 않고 자유스런 만남이었다.

인사가 끝난 후 본격적인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지난 수년간 이실리프 왕국에선 하리먼의 진두지휘 아래 모두가 힘을 합쳐 살기 좋은 왕국 가꾸기 작업을 했다.

그 결과 현수가 요구한 것의 90% 이상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이 중 주택 사업은 초과 달성 되어 있다.

다시 말해 모두가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하고 있다.

농사의 경우 현수가 남긴 종자들을 파종한 결과 어마어마한 양을 수확하였다. 이실리프 왕국민들이 양껏 먹어도 수확량 대부분이 남아돌 정도로 많다.

하여 늘 식량이 부족한 아드리안 왕국과 미판테 왕국, 그리고 테리안 왕국 등에 수출한다. 대신 이실리프 왕국에 부족한 것들을 사들이고 있다.

라이셔 제국과 크로완 제국 연합군이 카이엔 제국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부의 일방적인 쏠림 현상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입과 수출의 균형을 잡으라 했는데 아주 잘 지켜지고 있다. 문제는 무지막지하게 쌓이는 재고이다.

지난 3년간 왕국에선 많은 혼인이 이루어졌다.

몬스터 해비탯이라 불리던 영지에서 세실리아와 함께 온 25,000명의 여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인구가 소폭 늘어 현재 약 350만 명 정도 된다.

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다.

왕국의 영토 면적은 2만 5,000㎢에 불과하다. 그런데 종자 자체의 생산력이 어마어마하다.

성녀 스테이시 아르웬의 신성력만으로 개량된 밀 종자는 약 6.25배 정도 증산되는 능력을 가졌다.

여기에 숲의 요정 아리아니의 가호까지 더해지면 밀과 쌀의 수확량은 10배로 늘어나게 된다. 사대정령의 도움까지 더해지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아직 알 수 없다.

게다가 1년에 3모작을 한다.

따라서 이실리프 왕국에서 짓는 농사의 수확량은 같은 면적일 경우 대한민국의 30배 정도에 해당된다.

인구가 적으니 수확량이 소모량을 앞지르는 건 당연하다.

재고가 쌓이자 하리먼은 지시받은 대로 수입과 수출의 균형을 맞추려 애를 썼다.

상대 국가가 원하는 만큼 식량을 수출하는 대신 의복과 장신구, 무구, 도서, 일상용품 등을 수입했다. 이러고도 많이 남아 사치품을 들여오기도 했다.

덕분에 이실리프 왕국은 모든 물자가 풍족한 국가가 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하고도 남은 곡식이다.

곳곳에 커다란 창고를 짓고 공간확장마법과 보존마법까지 걸었다. 그런데 모두 가득 차 있다. 이제 곧 생산될 물량은 보관할 곳이 여의치 않아 더 많은 창고를 짓는 중이다.

현수는 창고의 곡식을 모조리 아공간에 담았다.

어디에 쓸 것이냐는 물음에 바세른 산맥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이실리프 자치령으로 보낼 것이라 말하였다.

말이 나온 김에 왕궁 앞 적당한 곳을 물색하여 둘 사이를 오갈 수 있는 포털마법진을 설치했다.

사람용과 물품용 두 가지인데 각각 두 개씩이다.

사람용은 한 번에 500명 정도 오갈 수 있고, 물품용은 컨테이너 1,000개를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규모이다.

현수는 상급 마나석 네 개를 꺼내 마법진이 반영구적으로 작동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마법진 설치 후 하리먼 등과 더불어 바세른 산맥 아래 자치령으로 이동했다.

그곳 역시 개발이 거의 끝나 있다.

각종 광물자원과 쉐리엔은 풍부하지만 산자락인지라 식량은 약간 부족했다.

이곳엔 이실리프 마탑 소속이 되기 위해 몰려든 마법사가 상당히 많다. 이들 덕분에 거의 모든 것이 마법으로 해결될 정도로 발달된 상태이다.

브론테 왕국에서 온 난민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이들 중 희망자를 골라 이실리프 왕국으로 이주시키는 것으로 의견 합일을 보았다.

가져온 곡식과 생필품 등은 풀어놓고 채집해 놓은 쉐리엔 등은 아공간에 담았다. 그리곤 서열을 정해주었다.

내무대신 : 스타이발 후작(마법사) → 카이엔 제국

외무대신 : 스멀던 후작(마법사) → 테리안 왕국

군부대신 : 가가린 백작(기사) → 미판테 왕국

궁내 시녀장 : 하일라 토들레아(엘프)

각각의 대신은 자신이 부릴 사람들을 직접 임명토록 했다. 본인과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해야 일도 즐겁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매관매직으로 의한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건국 초기이다.

잘해내겠다는 의욕이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 큰 시기이므로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이다.

다음으로 이실리프 자치령의 동량들을 키워낼 아카데미의 교수진을 임명했다.

아카데미 원장 : 토리나 백작 → 라이셔 제국

마법학부 학장 : 로윈 후작 → 미판테 왕국

기사학부 학장 : 전장의 학살자 하인스 → 카이엔 제국

정령학부 학장 : 후렌지아 토들레아

행정학부 학장 : 토리나 백작(원장 겸임)

교육학부 학장 : 스미스 백작 → 테리안 왕국

현수는 국왕 집무실에서 모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확실히 해주어야 명령 계통이 바로서기 때문이다.

이곳 이실리프 자치령의 본래 크기는 경기도만 한 면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당히 많이 넓어져 있다.

바다를 매립한 때문이 아니다.

드래곤 로드인 옥시온케리안은 제니스케리안의 오빠이다. 그리고 케이트는 제니스케리안의 제자이다.

그런 그녀가 현수의 아내가 된다 하여 축하하는 의미로 자신의 영역 중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특별히 할양해 준 결과이다. 아르센 대륙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결과 바세른 산맥 아래 자리 잡은 이실리프 자치령은 경기도와 강원도를 합친 정도가 되었다.

약 2만 7,000㎢이니 남쪽에 자리한 이실리프 왕국보다도 약간 넓다. 그리고 새로 얻은 땅에선 질 좋은 철과 구리 등의 광석 등이 풍부하게 채굴된다.

현수는 두 곳 모두를 이실리프 왕국으로 선포할 예정이다. 같은 왕국이지만 신하들의 위계는 별도로 한다.

왕성하게 오가기는 하겠지만 이쪽 사람들이 저쪽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어쨌든 둘은 서로 필요로 하는 물건에 대해 교류의 물꼬를 텄다.

“폐하, 하루라도 빨리 왕국 선포를 하시고 왕비님들을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그전에 할 일이 있다.”

“무슨 일인지 말씀만 하시면 소신들이…….”

스타이발 내무대신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마인트 대륙의 간악한 흑마법사들을 먼저 제거해야 하네.”

“네? 바, 방금 흑마법사라 하셨사옵니까?”

스타이발 후작은 한때 백마법사의 수장이었다. 따라서 흑마법사라는 말을 듣자마자 반응한다.

“그렇다. 마인트 대륙엔 5서클 이상 마법사가 10만에 이른다. 나는 이실리프 마탑의 탑주로서 그들을 제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 스승님의 명이 그러하다.”

실제로 멀린이 남긴 이실리프 마법서엔 흑마법사들을 눈에 뜨이는 족족 제거하라는 구절이 있다.

“흐, 흑마법사가 그렇게나 많이 있다는 말씀이시옵니까?”

“그래, 9서클 마스터급만 100명이 훨씬 넘지. 8서클 마스터는 300명이 넘고.”

“세, 세상에!”

스타이발은 마탑주이기는 하지만 고작 7서클 유저이다. 그렇기에 대경실색한다.

“놈들의 합공은 정말 지겨웠다.”

“헉! 그, 그럼 400명과 대결을 하셨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원래는 9서클 마스터가 한 40명쯤 더 있었고 죽지 못해 사는 리치도 아홉이나 있었다.”

“허어! 그, 그렇다면…….”

스타이발은 자신의 예상이 맞기를 바라는 얼굴이다.

“맞아. 내가 제압했지.”

놈들에게 엄청 당해서 3년 동안이나 정신을 잃었던 것은 쪽팔려서 말하지 않았다.

“아! 역시! 정말 위대하십니다. 9서클 마스터를 50명쯤 제압한 거나 다름없으니 말입니다.”

“50이 아니지. 리치 놈들을 죽여도 죽여도 다시 리스폰되어 정말 지겨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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