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2
혹자는 씹고 뱉은 껌 때문에 환경을 우려하는데 새로운 형태의 껌은 별다른 오염 없이 자연으로 돌아간다.
하여 70억 지구인 중 어린아이들을 뺀 60억이 매일 2개씩 꼬박꼬박 씹어주는 껌이 된다.
6개들이 한 갑이 300원에 출고될 경우 약 4,000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된다. 1년 순이익은 146조 원이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약 1,327억 달러이다.
껌 하나만 팔아도 단숨에 세계 1∼3위 기업의 순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순이익이 발생된다.
화장품으로 개발된 것은 부작용 없이 모낭충을 제거하는 효능을 가졌다. 인체엔 100% 무해한 제품이다.
이것의 매출 또한 어마어마해진다.
잎사귀는 차뿐만 아니라 피로 회복제, 알코올 중독 치료제, 암(癌) 억제제, 자양강장제, 숙취해소음료, 식재료 등으로 개발된다.
당연히 껌과 비슷한 순이익을 발생시킨다.
줄기는 화장실에서 쓰는 화장지의 원료가 된다.
기존 제품보다 흡수력 및 흡취력은 강하고 더 빨리 분해되는 환경보호 상품이다.
참고로, 2015년 세계 순이익 기업 순위는 아래와 같다.
스위티 클로버 제품군은 이실리프 메디슨과 이실리프 코스메틱에서 생산하는데 이로 인한 순이익 규모는 세계 1∼10위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
현수 본인은 현재 스위티 클로버를 만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하! 여독은 풀리셨는지요?”
요슈프가 귀족 예법에 따라 정중히 허리를 숙이자 현수는 살짝 고개만 꺾었다. 망국 후작가의 후손보다는 국왕이 훨씬 높은 직위인 때문이다.
“말라크가 말동무해 주어 편히 쉬었습니다.”
“식사 준비를 하였습니다. 저를 따르시지요.”
“네, 그럼……!”
요슈프의 뒤를 따라가니 그의 아내 수아드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춘다.
“오랜만에 전하를 알현하옵니다.”
“네에,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전하 덕분에 잘 지냈사옵니다.”
수아드와의 인사를 주고받자 요슈프가 입을 연다.
“차린다고 차렸는데 전하의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슈프와 그의 아내 수아드는 초라한 상차림이 마음에 걸리는 듯 어두운 안색이다.
지난 3년간 로렌카 제국군의 순찰은 더욱 잦아졌고, 촘촘해졌다. 하여 이곳이 발각될 뻔한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그때마다 비밀 통로로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유인하곤 했다. 그 결과 제국군의 발길을 돌리는 것엔 성공했지만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비단 이곳만의 상황은 아니다.
수도 인근 테라카에 머물고 있는 마일티 왕국 공작가의 후손 헤럴드 폰 하시에라가 이끄는 일족 역시 같은 일을 겪고 있다. 천험의 절지라는 그곳까지 로렌카 제국군의 발길이 닿은 까닭이다.
이 모든 일은 핫산 브리프 때문이다.
10서클 마법사이기에 반 로렌카 전선의 일원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지만 그래도 몰라 순찰 횟수 및 인원을 대폭 늘린 결과이다.
그 결과 반 로렌카 전선은 잔뜩 웅크리고 있다. 제국의 병사 또는 마법사들과 부딪치면 손해인 때문이다.
하여 가급적 외부 활동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는 중이다. 말라카가 벽에 부조를 새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었다 함은 식량 조달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채취와 수렵만으로 식생활을 해소해야 한다.
현수가 남기고 간 밀가루는 아주 든든한 심적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사는 인원은 2만 1,000여 명이다.
제국군에 의해 1,000여 명이나 희생당했지만 인구는 여전 2만 1,000여 명이다. 외부 활동이 적다 보니 출산율이 높아진 결과이다. 밀가루 5,000포대를 똑같이 배분한다면 약 4명당 1포대이다. 먹으면 또 얼마나 오래 먹겠는가?
최대한 아껴서 나눠줬지만 밀가루는 금방 떨어졌다. 그날 이후 이곳 사람들은 ‘가난의 행군’을 하는 중이다.
외부 순찰을 도는 인원들을 제외하곤 하루에 한 끼만 식사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식탁이 형편없다.
이곳 사람들에게 있어 현수는 귀빈 중의 귀빈이다. 한 나라의 국왕이며 마탑주이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그럼에도 차려놓은 음식을 보니 멀건 스튜와 작은 스테이크 하나가 전부이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빵도 하나 있다.
이 밖에 있는 거라곤 맑은 물 한 잔뿐이다.
“차린 게 너무 없죠?”
“…늘 이렇게 먹습니까?”
“네! 제국군 병사들의 순찰이 강화되어…….”
모든 설명을 들은 현수는 아공간에 있던 밀가루 등 식재료들을 아낌없이 꺼내놓았다.
라면공장 창고에 무지무지하게 많이 있었기에 20,000포대나 꺼내놓았음에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이 밖에 신선한 야채와 채소, 그리고 다른 식재료들도 꺼냈다. 마지막은 라면이다. 10만 봉지 정도를 꺼내주었다.
“당분간은 이것으로 버텨보십시오. 조만간 살맛 나는 세상이 올 겁니다.”
“살맛 나는 세상이요? 정말 그런 날이 진짜 올까요?”
요슈프는 동의하지 않는 눈치이다.
로렌카 제국군과 마법병단이 너무 강하여 웬만해선 그들을 물리치거나 깰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네! 꼭 올 겁니다.”
현수의 확신에 찬 표정을 읽은 요슈프는 이실리프 왕국군의 대대적인 상륙을 떠올렸다.
“아, 그럼! 이실리프 왕국군이 오는 건가요?”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요슈프를 본 현수는 자리에 앉아 스튜를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으며 대꾸했다.
“왕국군이요?”
“네! 전하, 전하의 군대가 상륙하는 겁니까?”
“글쎄, 딱히 왕국군이라 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튼 그보단 더 센 녀석들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마인트 대륙도 살맛 나는 세상이 되겠군요.”
요슈프는 진심을 담아 허리를 숙였다.
흑마법사들에 의해 억압받고 핍박당하는 마인트 대륙인들을 위해 이실리프 왕국의 국왕이 친정했다 생각하니 왜 안 그렇겠는가!
지난번 만남은 3년 전의 일이다.
그때 현수는 마인트 대륙을 돌아보았고, 이실리프 왕국으로 돌아가 착실하게 군비 확장을 거듭한 결과 드디어 징치에 나선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전하! 로렌카 제국을 멸망시킨 뒤 이실리프 제국이 들어서도록 제게 충성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현수가 대꾸하지 요슈프가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는다. 한쪽만 꿇은 게 아니라 양쪽 다 꿇었다.
그리곤 정중히 고개 숙이며 외친다.
“저, 요슈프 폰 화티카는 전하께 충성을 다하는 신하가 되고 싶습니다. 간악한 로렌카 제국을 칠 때 신과 신의 병사들이 선봉에 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실리프 제국이 마인트 대륙 전체를 장악할 때 개국공신이 될 기회를 달라는 뜻이다.
어느 나라든 건국 이후 그간의 공과를 따져 합당한 작위가 내려지는데 공이 클수록 높은 작위를 받는다.
선봉의 경우는 한 등급 더 위의 작위를 내리는 것이 관례이다. 최전방에서 전투를 벌인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요슈프 가문은 망해 버린 화티카 왕국의 왕족이었다.
가문의 창시자는 국왕의 아우라 대공위를 받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작위가 낮아져 후작에 이른 것이다.
“이실리프 제국?”
“네! 간악한 흑마법사 무리들이 이끄는 로렌카 제국은 멸망당해 마땅하옵니다. 부디 그들을 물리치시고 이 땅에 이실리프 제국을 건국해 주십시오.”
“……!”
현수는 한 번도 생각보지 않은 이야기에 잠시 말을 끊었다. 원래의 목적은 4서클 이상인 흑마법사들의 궤멸이다.
백마법사의 수장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들을 제거하고 나면 즉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슈프의 이야길 듣고 보니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
로렌카 제국이 멸망당한 후 반 로렌커 전선으로 연대하고 있던 200여 세력은 이전의 왕국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워낙 넓은 대륙인지라 인종도 다를 수 있고, 언어도 상이할 수 있다.
당연히 풍습 또한 각각일 것이다.
서로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심각한 충돌이 우려된다.
지난 몇백 년 동안 흑마법사들의 핍박을 받으며 서로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연대했던 이념은 사라질 것이다.
누가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하느냐로 생각의 방향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충돌이 빚어질 경우 마인트 대륙은 또 한 번 피로 물들 것이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흐음! 이곳도 통치해야 한단 말인가?’
강력한 중앙통치 세력이 있다면 내심으로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겉으론 그런 표현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서로가 융합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별 탈 없는 연착륙이 가능하다.
‘그런데 제국이 아니라 왕국이 되어야 하네.’
제국은 황제가 다스리는 국가이고, 황제는 제국의 세습 군주의 존호이며, 작위 중 지존의 작위이다.
제국은 문화적, 민족적으로 전혀 다른 영역과 구성원에게까지 통치권이 확장되어 있는 국가를 가리킨다.
경제력, 정치력, 그리고 군사력으로 주변 왕국에 대한 확실한 장악권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치권을 가진 다수의 왕국이 존재할 경우 왕국간의 암투가 예상된다.
이를 제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통치하는 것이다.
공, 후, 백, 자, 남작으로 작위를 내리고 이들을 직접 지배하면 암투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촘촘하게 짜여진 강력한 법규가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 * *
현수가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지구 곳곳에선 의외의 결과를 빚어낸 한일전으로 인한 긴급회의가 벌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인 백악관에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부통령과 국무장관, 그리고 외무장관과 국방장관 등이 배석해 있다.
이 밖에 미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장(DNI), 중앙정보부(CIA), 국가안전보장국(NSA), 국가정찰국(NRO), 국토안보부(DHS), 연방수사국(FBI)의 수장들도 함께하고 있다.
모두가 심각한 표정이라 모두의 앞에 놓인 커피에 손을 대는 이는 하나도 없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긴급 회동을 지시한 대통령이다.
4장 비상회의
“국방장관!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소?”
“그게… 저희도 놀라는 중입니다.”
제임스 포레스탈 미국 국방장관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실제가 너무 달라서 판단 기준마저 모호해진 느낌 때문이다.
이때 대통령은 존 캐리 외무장관에게 시선을 준다.
“외무장관! 한국이 우리 핵무기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소?”
“그렇습니다. 놀라운 건 우리가 실전 배치한 핵무기의 숫자가 아니라 호주 파인갭 기지에 감춰놓은 것까지 알고 있다는 겁니다.”
존 캐리의 답변에 대통령은 즉각 제임스 포레스탈에게 시선을 돌린다.
“국방장관! 진짜 그곳에 핵무기 4기가 있소?”
대통령의 시선을 받은 국방장관은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10메가톤급 ICBM 4기가 배치되어 있는 건 확실합니다.”
지난 수년간 국방부에선 전략 핵무기를 전면 재배치했다.
지나의 스파이들이 기존 발사기지에 관한 정보를 빼갔다는 첩보를 입수한 때문이다.
그 결과는 아직 대통령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만큼 최근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배치한 것이 파인갭 기지의 핵무기들이다. 그런데 한국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끄응!”
힐러리 로댐 클린턴(Hilary Rodham Clinton) 미국 대통령은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댄다.
남의 나라에 왜 핵무기를 배치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 정보가 샌 건지가 중요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