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33화 (1,232/1,307)

# 1233

그간의 행태를 보면 한국이 스파이를 파견하여 직접 정보를 획득한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을 이끌던 역대 대통령의 성향은 대부분 친미였다. 코마 상태에 빠져 있는 현직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친미 인사이다.

따라서 자신들이 비빌 언덕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스파이전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럴 만한 역량도 없는 찌질한 국가이다.

국가정보원이라는 것이 있지만 자국 보호를 위한 대외정보 획득보다는 정치인 또는 주요 인사들을 사찰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는 집단인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 대신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국내 민간인 사찰과 정보 조작에 몰두해 있다.

2012년 대선 관련 댓글 조작 시도와 2015년 민간인 감청을 위한 해킹프로그램 도입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사건 특성상 확실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자신들은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사건들이다.

어쨌거나 힐러리는 한국이 직접 미국의 핵무기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아예 논외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국정원은 그럴 깜냥조차 되지 못할 지리멸렬한 집단이라는 평가를 내린 때문이다.

하여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핵무기 발사기지에 관한 정보를 지나 또는 러시아로부터 얻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보다는 수없이 많은 스파이를 파견하는 지나일 확률이 매우 높다.

러시아와 한국이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이런 정보를 제공할 정도는 아닌 때문이다. 반면 지나인들의 음흉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이런 추측엔 오류가 없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지나인 또는 지나에서 온 이민자들에 대한 경계를 더욱 강화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힐러리의 말에 답변한 이는 CIA와 FBI의 수장들이다.

누구나 지나를 경제대국이라 칭하지만 군사력은 세계 최고가 아니다. 지나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택한 것은 세계 최강인 미국의 첨단기술을 훔치는 것이다. 분명한 범죄행위이지만 이를 당연하다 여기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스파이가 미국에서 암약하고 있다.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첩보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불법적이며, 비인도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따라서 잠재적 적국인 지나에 대한 미국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게다가 지나인들은 브로커 등을 통해 출입국 기록을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비자를 발급받는 일이 많다.

이런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일은 일상사나 다름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원정 출산 숫자도 상당하다.

2014년에만 4만 명의 지나인이 미국에서 원정 출산하여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속지주의((屬地主義, territorial principle) : 사람에 대한 효력 범위를 결정하는 법의 태도로, 자국 영역을 기준으로 삼는다.) 때문이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지나인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힐러리는 지나의 은밀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선 개입 때문에 막판 혼전을 경험했다.

초판 판세는 누구나 본인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칠 정도였는데 혹시라도 패배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까지 몰렸던 것이다.

그러다 막판에 누군가로부터 정보가 전해졌다. 지나가 이번 대선에 개입하여 힐러리를 낙선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보도되자 투표인단의 성향이 급변하였다.

그 결과 기사회생하여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다.

당선이 확정된 후 힐러리는 정보 제공자에 대한 신원 파악을 지시했지만 대선 캠프의 어느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다.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며 엎치락뒤치락할 때 불쑥 전해진 정보였는데 너무도 중대한 사안이었는지라 확인 절차보다도 유세 중인 힐러리에게 전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 정보 덕에 당선이 확정된 것을 힐러리는 물론이고 대선 캠프도 알고 있다. 당연히 사례를 하여야 할 일이기에 은밀한 조사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흐음! 지나에 대한 고삐를 확실하게 틀어쥐지 않으면 미국의 위상이 흔들릴 테니 반드시 그래야겠어.’

힐러리는 본인의 다이어리에 지나를 어찌 다룰 것인지에 관한 내용을 메모했다. 이때 국방부 소속 정보기관인 미국 국가안전보장국 키스 알렉산더 국장이 입을 연다.

“각하! 현재 NSA의 모든 요원이 총동원되어 정보 출처를 파악하는 중입니다.”

“누가 그랬는지 잡을 수는 있겠습니까?”

메모를 마친 힐러리는 알렉산더를 바라보며 묻는다.

대선 때 기여한 바가 커서 중요한 자리에 앉혀놨는데 영 미덥지 않은 때문이다.

“그럴 겁니다. 현재 한국계 전원에 대한 내사가 실시되는 중이니까요. 누가 스파이인지는 곧 밝혀질 겁니다.”

“꼭 잡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계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잠시 힐러리의 생각이 의논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지나로 조사 방향이 선회되었다.

“대통령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지시대로 방향을 바꿔 조사토록 할 터이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힐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찌푸려진 이맛살이 펴진 것은 아니다.

‘어이구, 저런 딸랑딸랑! 저런 걸 NSA 수장에 앉히다니……. 기회가 되면 얼른 갈아치워야겠어. 안 그러면 나도 다이어리 프린세스라는 오명을 뒤집어쓸지도 몰라.’

힐러리는 한때 세상의 조롱을 받았던 어느 여성 정치인을 떠올렸다.

오로지 권력만 탐하는 탐욕스런 자들 덕분에 아무런 정치적 식견이나 정치력도 없음에도 권좌에 앉았던 여인이다.

그녀가 대통령이 된 후 임기 동안 수행한 일들을 보면 한심 그 자체이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던 나라가 갑자기 수십 년은 퇴보한 듯 엉망진창으로 돌아갔다.

민주주의는 훨씬 더 퇴보하여 1970년대로 돌아갔다.

그녀의 고집 때문에 뻔히 보이는 길도 돌아서 가야 했다. 당연히 많은 시행착오가 빚어져 국가의 손실이 컸다.

전염병이 돌았을 때엔 국가수반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책임이 아니라는 말만 했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덕분에 각종 경제지표가 나날이 나빠졌지만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 했다.

그녀가 임명한 경제를 총괄할 수장은 고집만 세고, 안목도 없는 자여서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헛발질만 거듭하다 물러났다.

그렇게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던 그녀는 임기를 약 1년 앞둔 어느 날 탄핵 소추가 되어 권좌에서 불명예스럽게 내려왔다. 참다 못 한 국민들이 일어나 강력하게 탄핵을 요구한 결과이다.

그때의 지지율은 9% 미만이었고, 거의 모든 국민으로부터 무식하고 무능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오죽하면 자동차들마다 주유구 입구에 그녀가 벌거벗은 채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스티커가 붙은 정도였겠는가!

역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권좌에서 내려온 여성 정치인인 그녀의 별명은 다이어리 프린세스이다.

특정한 다이어리가 있어서라 아니라 자신이 권좌에 오르는 동안 온갖 알랑방귀를 뀐 인사들을 맞지도 앉는 자리에 앉힌 때문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탐욕, 무능, 고집, 부패, 권위 등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가리에 똥밖에 안 든 새끼들을 높은 자리에 앉혀 온갖 불편부당한 일이 빚어지도록 했다.

그래서 다이어리 프린세스라 불린 것이다.

사실 프린세스라는 말은 대단히 과분한 말이다.

그 여성 정치인에겐 교양, 예절, 고상, 우아, 미모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본인이 대단한 미모를 가진 것으로 착각하고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웃음을 짓는다.

이를 본 대다수의 국민들은 채널을 바꾸거나 인상을 찌푸렸다.

어쨌거나 힐러리는 그 여성 정치인과 같은 전철을 밟기 싫다. 그러려면 대선캠프에서 애쓴 자들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눈앞의 키스 알렉산더는 스스로 영리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야가 좁다. 이런 자는 아집이 강하여 잘못된 정책을 수립하거나, 타인에게 불편을 끼칠 확률이 매우 높다.

하여 들고 있던 다이어리에 K.A.F라 메모했다. 키스 알렉산더 해고라는 의미의 이니셜이다.

‘훗! 그러고 보니 나야말로 다이어리를 끼고 사는구나.’

힐러리는 내심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럼에도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중요한 회의석상이지 대통령으로서 근엄함을 보여야 하는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허리를 곧추세웠다.

“외무장관! 한국이 스텔스 미사일을 가졌다고 했어요?”

“그렇습니다. 윤성우 대사가 분명히 그리 말했습니다.”

모두의 표정이 더욱 침중해진다. 스텔스 미사일은 미국에도 없는 물건인 때문이다.

“흐음, 누가 스텔스 미사일에 대해 설명해 주겠소?”

대통령이 좌중을 둘러보자 국방장관이 입을 연다.

“레이더로 식별 불가능한 미사일이 스텔스 미사일입니다.”

“듣기론 F―35A 40대가 격추당했다는데 그 전투기들도 레이더로 식별 불가능한 스텔스기가 아닌가요?”

“맞습니다. F―35A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이 F―35A를 격추시킨 거죠?”

힐러리의 궁금증은 국방장관이 풀어주었다.

“저희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한국은 새로운 형식의 레이더를 개발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새로운 형식의 레이더요?”

“네! 그래서 스텔스기인 F―35A를 요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힐러리는 국방장관에게 시선을 준다.

“짐작이라고요? 확인된 정보는 아니라는 거죠?”

“그, 그렇습니다.”

“그럼, 한국에서 그런 걸 만들어낼 때까지 대체 무엇을 하셨습니까?”

대통령의 질책을 들은 각부 장관 및 정보기관 수장들은 나직한 침음을 낸다.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끄응……!”

“나는 우리 미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레이더는 아니군요. F―35뿐만 아니라 F―22도 한국에겐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하겠습니다.”

“그게…….”

CIA 국장이 뭐라 말을 꺼내려 하자 힐러리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말해보세요.”

대통령의 채근을 들은 CIA 국장 에모리 스튜워드는 좌중을 둘러본 후 입을 연다.

“지난 정권 때 록히드 마틴 비밀연구소와 Area―51, 그리고 NASA와 파인갭 등이 누군가의 침입을 받은 거 아시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일련의 사건을 감추기 위해 극도로 쉬쉬하던 때가 있었던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모든 첩보기관이 총동원되어 원인 분석은 물론이고, 누구의 범행인지를 밝히려 전력을 기울였다.

너무도 큰 손실을 입은 때문이다.

네바다주 사막 한복판에 자리 잡은 Area―51에선 비밀리에 연구 중이던 UFO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이 기지의 모든 컴퓨터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담긴 USB가 꽂혀 있었다. 10초에 한 번씩 모든 파일에 대한 덮어쓰기가 진행되는 것이었다.

본체 뒤쪽에 꼽혀 있는 이것 때문에 모든 컴퓨터가 포맷되었다. 애를 써봤지만 자료 복구는 불가능했다.

수만 번이나 덮어쓰기가 되는 과정에서 하드디스크 자체에 손상이 발생된 때문이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USB는 일본산이고, 바이러스는 지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이것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결론 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스트레일리아 중부 사막지대 엘리스스프링스 남서쪽에 위치한 파인갭에선 플라즈마포가 통째로 사라졌다. 아울러 컴퓨터 본체도 몽땅 사라졌다.

적어도 100명 이상의 인원과 중장비가 동원되어야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CCTV를 아무리 살펴봐도 침입자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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