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4
사건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인원과 비용을 들여 범인을 찾아내고 추적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다.
현재 파인갭은 복구되어 감청 작업을 하고 있지만 프라즈마 포는 없다. 미국의 기술력으로도 제작 불가능한 외계 문명의 결과물인 때문이다.
NASA에서도 기밀서류가 사라졌고,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복제된 것이 의심된다.
영국 요크셔 지방의 초원 위에 자리 잡은 멘위드 힐에서도 일이 벌어졌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RAF(영국 공군 소속 작전기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국가안보국 NSA의 영국 지부이며, 약 71만 평에 달하는 땅은 미국의 영토나 다름없다.
이곳에선 광범위한 감청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처 미상인 고압전류에 의해 모든 컴퓨터가 망가졌다. 회로가 몽땅 타버려 수리 불가능한 고철이 된 것이다.
그날의 일기는 매우 청명했고, 습도 또한 낮았다.
단 하나의 낙뢰로 보고되지 않은 그날, 실내에 있던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어버렸다.
누군가에 의한 EMP((Electromagnetic pulse) : 전자장비를 파괴시킬 정도의 강력한 전기장과 자기장을 지닌 순간적인 전자기적 충격파.) 공격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도 미궁에 빠져 있다.
록히드 마틴 비밀연구소에선 누군가에 의한 하드디스크 복사 사건이 빚어졌다. 경비들이 총동원되어 총격까지 벌였지만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
당시 복사된 기술은 록히드 마틴이 야심차게 준비하던 차기 프로젝트 ‘N+2 jet’가 유출된 것이다.
이는 시속 1,900㎞인 80인승 초음속 여객기 개발사업이다. 당연히 광범위한 기술이 적용된다.
이것엔 록히드 마틴이 보유한 첨단기술 거의 전부가 적용되었는데 그 모든 기술이 몽땅 유출된 것이다.
일련의 사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언론에 의해 밝혀지면 시끄러울 일이기에 오바마 정권은 이를 감췄다.
하지만 힐러리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이를 알고 있다. 이들 또한 이전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때문이다.
그렇기에 CIA 국장의 말에 모두가 침음만 내고 있다.
“아무튼 한국은 우리의 스텔스기도 포착해 낼 수 있는 뉴타입 레이더를 가졌고, 스텔스 미사일 또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힐러리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본 2함대와 3함대는 물론이고 전투기 80대와 잠수함 6대, 그리고 대잠 헬기, 조기경보기, 공중 급유기가 변변한 힘 한 번 못 쓰고 궤멸당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에 의하면 한국은 우리의 핵무기도 요격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 같습니다.”
힐러리의 말이 끝나자 외무장관 존 캐리가 대꾸한다.
“맞습니다. 윤성우 대사는 우리가 핵무기를 투사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길 기왕 쏠 거면 우리가 가진 걸 다 쏘라고 하더군요.”
“뭐요? 우리가 보유한 핵무기 전부를 쏘라구요?”
국방장관이 놀랍다는 표정을 짓자 외무장관 존 캐리는 또 한 번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우리가 실전 배치한 3,844개 전부를 쏘라더군요. 파인갭 기지 지하에 있는 4기를 포함한 숫자입니다.”
“그럼, 우리가 그걸 쏘면 한국이 요격한다는 겁니까?”
국방장관은 별 농담을 다 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네! 분명히 그랬습니다. 그걸 다 쏴보라고 하더군요. 한국이 어떻게 요격하는 건지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존 캐리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입가에 조소가 어린다.
“미친……! 한국엔 그런 기술이 없습니다. 그건 분명 허풍일 겁니다.”
“맞습니다. 말도 안 되는 뻥이지요.”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한국이 발전된 국가인 것은 인정하지만 변변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없이 탄도미사일을 어찌 막겠습니까?”
“그러게요. 뻥도 아주 대단한 뻥입니다. 외무장관께선 그걸 믿으신 모양입니다. 하하하!”
누군가의 말에 동조한 국방장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표정이다.
이때 존 캐리가 다시 입을 연다.
“그럼, 핵무기를 자기네 나라에 대고 쏴보라는 농담을 하는 외교관이 있을까요?”
존 캐리의 시선을 받은 국방장관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런 건 농담으로도 해선 안 될 말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건……!”
국방장관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NSA의 수장 키스 알렉산더가 끼어든다.
“어쩌면 정말 그런 기술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으잉……?”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이 본받을 만한 나라이거나, 기술력이 매우 뛰어나 타에 모범될 만한 국가여서가 아니다.
한국은 늘 멍청한 지도자를 뽑는 나라이다. 그리고 친미주의자가 득실거리는 국가이다.
하여 뜯어먹기 좋은 잘 익은 소갈비 같은 나라이다.
빨대만 꽂으면 언제든 단물을 쪽쪽 빨아먹을 수 있는 나라이니 모를 수가 없다.
아무튼 한국엔 뛰어난 인재가 많다.
그런데 이를 활용할 줄 모른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천재를 둔재로 바꾸는 놀라운 재주를 가졌다.
미국 같으면 그 천재를 잘 활용하여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케 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온갖 여건을 조성해 준다.
그런데 한국은 아무리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회의 틀에 끼워 넣고 그 안에서 적응하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그걸 견디지 못하면 미련 없이 내쫓는다.
오죽하면 아인슈타인이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짜장면 배달을 한다고 하겠는가!
수학과 물리 문제는 귀신같이 풀어내지만 다른 과목의 내신이 10등급이라 대학은커녕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할 것이기 때문이다.
발명왕 에디슨은 편의점 알바를 전전할 것이다.
수없이 많은 발명을 해도 특허청에선 서류가 빠졌다, 규정에 없다는 등의 핑계로 특허를 내주지 않을 것인 때문이다.
퀴리 부인은 못생긴 얼굴 때문에 취직을 못 해 백조 신세로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똑똑해도 얼굴이 안 받쳐 주면 취직하기 힘든 나라인 때문이다.
실제 예를 들자면, 옥수수 박사라 불리는 옥수수 육종학의 세계적 권위자 김순권 교수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미국이 55년간 연구해 만들어낸 옥수수 교잡종(하이브리드)을 불과 5년 만에 개발해 냈다.
개발도상국에선 개발이 불가능하다던 일이다.
그런데 수입업자들과 결탁한 한국의 관료들은 이 품종의 재배를 극렬 반대했다.
한국 땅에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발명품 ‘수원 19호’는 강원도 옥수수 농사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아울러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중남미에 충격파를 던졌다.
아프리카 농업을 폐농 지경으로 몰아간 잡초 스트라이가(Striga)와 옥수수 위축바이러스((MDMV) : 옥수수 생산량을 5∼10% 정도 감소시키는 바이러스. 심한 경우엔 더욱 현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한 때문이다.
그 결과 ‘농업혁명’을 일으켰다는 찬사와 함께 노벨평화상과 노벨생리학상 후보에도 여러 차례 올랐다.
그는 옥수수를 통해 남북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지나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서 홀대한 천재 과학자를 지나가 잽싸게 가로챈 것이다.
어쨌거나 국내 관료들은 이런 천재를 알아보지 못했다. 모조리 한직으로 발령 내거나 해임, 또는 파면이 마땅하다.
미국은 한국의 이러한 상황을 꿰고 있다.
한국의 공무원 중 일부는 무능력하고 안목이 없다.
그리고 공직사회는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그리고 부정부패와 독직이 팽배해 있다.
공무원들이 이러니 미국에게 있어 한국은 언제라도 등 칠 수 있는 봉일 뿐이다. 따라서 한국에선 핵무기를 요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키스 알렉산더가 어쩌면 한국이 그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발언을 한 것은 극히 일부 한국인들의 천재성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한국이 그 기술을 가졌을 수도 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근거가 있는 발언인가요?”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이번 한일해전의 전 과정을 보면 어쩌면 그런 기술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근거가 없음에도 그런 추측을 한다는 말인가요?”
냉소적 표정을 지은 국방장관의 발언이다.
“그렇습니다. 이번 한일해전에서 한국은 별다른 피해 없이 일본의 2함대와 3함대를 완전무결하게 박살냈습니다.”
“그거야 한국이 가진 스텔스 미사일 때문이 아닙니까?”
“그리고 막 자세 제어에 들어갔던 조기경보기와 제공 전투기들까지 격추되었지요.”
“그건… 아!”
일본의 조기경보기는 F―15K와 FA―16으로 격추시키기 힘든 고고도에 있을 때 격추당했다. 이것을 호위하는 4대의 제공 전투기가 있었음에도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한국이 보유한 F―15K에 장착된 레이더 탐지거리 바깥에 있었음에도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 뭔가 새로운 기술이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한국이 기존에 없던 요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확인해 봐야 할 사항입니다.”
국방장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외무장관 입에서 나오자 힐러리는 국방장관을 잠시 째려본다.
“당장 확인을 지시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힐러리의 시선을 받은 CIA와 NSA 국장 등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곤 들고 있던 패드에 지시사항을 입력한다.
다들 표정이 심각해졌다.
늘 하찮게 여기던 한국이 급부상하는 순간이다.
5장 그게 말이 됩니까?
“참, 한국이 전작권 회수를 요구했다는 보고서를 봤습니다. 그건 뭐죠?”
“아, 그건 말이죠. 윤성우 대사를 만났을 때…….”
잠시 존 캐리 외무장관의 발언이 이어졌다. 힐러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뭔가를 메모했다.
“주한미군의 주둔 의미가 사라졌으니 철수하든지 SOFA를 개정하라는 말 잘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힐러리의 말이 떨어지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국방장관이 입을 연다. 그런데 말끝을 제대로 맺지 못한다.
“한국이 어찌… 한국 따위가 어찌……!”
얼마나 화가 났는지 주먹 쥔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힐러리는 다이어리를 힐끔 바라본다.
“그보다 오키나와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곳은 매일 70㎝씩 침강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일본 열도 거의 전체가 그러합니다.”
“그러다 멈춘다는 보장이 없다면 주일미군 주둔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겠군요.”
“맞습니다. 현재 철수가 검토되고 있습니다.”
“좋아요. 어디로 옮기죠?”
“베트남 또는 필리핀입니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패전을 했다. 그리고 필리핀 수빅 기지에선 철군을 경험한 바 있다.
“주일미군이 철수하고 주한미군까지 철수하면 지나의 태평양 진출이 자유롭게 되겠군요. 일본의 2함대와 3함대가 없어졌으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철수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사안입니다.”
NSA의 수장이 입을 열자 다른 정보기관의 수장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이 바다 아래로 사라지면 동북아의 정세를 컨트롤할 최후의 보루가 대한민국인 때문이다.
“북한을 장악한 김현수 회장과 접촉을 시도하세요.”
“네?”
힐러리의 발언에 모두가 눈을 크게 뜬다.
“김현수 회장이 어떤 방법으로 북한의 수뇌부들을 굴복시켰는지 모르지만 이실리프 왕국은 자력으로 지나나 러시아를 견제할 힘이 없습니다.”
미군을 보내 돕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라는 의미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존 캐리가 나선다.
“그건 아닙니다. 김현수 회장은 푸틴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러시아에 조차지를 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지나는 이실리프 왕국을 도모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