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37화 (1,236/1,307)

# 1237

이제 남은 인생 전부를 단 한 푼도 없는 거지로 살아야 하는 상황과 조우한 것이다.

이때 아베 신조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한 천성 기지를 품은 초카이산은 이 구멍 속으로 빨려드는 중이다.

화산 아래 쪽 지각을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뜨거운 열로 녹여서 구멍을 뚫어놓은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은 초카이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엔 원전이 48기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두 가동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원전들 모두 지각 아래로 빨려드는 중이다.

엄청난 정령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4대 정령왕은 본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여 작업했다.

현수의 명에 따라 일본 열도 거의 전부를 침강시키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방사능을 뿜는 위험한 물건들은 모조리 지각 아래로 위치를 이동시키기로 한 것이다.

콰아앙! 콰아아앙―!

후쿠시마 원전 일대가 지면 아래로 쑥 꺼져 버리자 잠시 후 쓰나미가 쇄도하여 수많은 건축물이 무너져 내린다. 다행히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아닌지라 인명 피해는 없다.

같은 순간, 후지산이 분화되면서 솟아올랐던 화산 쇄설물은 도쿄 상공에서 쏟아져 내린다.

뿐만 아니라 게이힌 공업지역과 주쿄 공업지역 역시 화산재로 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모든 기계가 멈춰서면서 일본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

기타규슈 공업지역은 침강이 시작되자 곧바로 멈춰서 있는 상태이다.

한신 공업지역과 세토우치 공업지역 역시 화산재와 화산 쇄설물로 인해 멈춰 버렸다.

이제 일본에 남은 공업지역은 홋카이도 공업지역뿐이다.

그런데 삿포로 남쪽에 위치한 요테이산의 분화가 시작되었다.

우릉! 우르르릉―! 콰아앙! 콰콰콰콰콰쾅―!

5㎞ 상공까지 치솟았던 화산재는 홋카이도 공업지역을 고스란히 뒤덮었다. 이로써 일본엔 단 하나의 공업지역도 남지 않게 되었다. 경제대국, 기술선진국에서 일순간에 가난한 후진국으로 퇴보하는 순간이다.

“으아아! 으아아아아!”

쨍그랑! 와장창! 우당탕탕! 콰앙! 채채채챙―!

아베 신조의 집무실에선 계속해서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집무실의 모든 집기류가 박살 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끊긴 직후 대규모 정전이 시작되었다. 지진이 발생하자 발전소가 일제히 송전을 끊은 때문이다.

전화도 끊겼다. 위성을 이용한 휴대전화만 간신히 이용 가능한데 배터리가 방전되고 나면 충전할 방법이 없어 이마저도 끊기게 될 것이다.

모든 철도가 멈춰 섰고, 고속도로는 주차장이 되었다.

같은 순간 마트는 수많을 약탈자에 의해 힘없이 털리고 있다. 상점들도 약탈을 당했고, 여인들은 잔인무도한 손길에 그대로 노출되어 버렸다.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자 감춰뒀던 야비하고 잔인한 민족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우르르릉! 우르르르릉!

땅거죽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그때마다 수많은 건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지진대국 일본의 내진 설계 시준은 세계 Top―class를 갖추고 있다. 주택의 내진성도 향상되어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경우 건물의 붕괴로 인한 사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거의 모든 건축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

지진계에는 지진파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발생시키는 R파로 기록되고 있는 때문이다.

R파는 Rayleigh Wave를 뜻하는데 지진파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보인다.

전파 속도는 러브파(Love Wave)와 비슷하지만 진행 방향에 대해 역회전 원운동을 하기 때문에 매질의 밀도 변화를 수반하는 때문이다.

R파를 만나면 현대식 고층 건물들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고 학회에 보고되어 있는 오늘 일본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우르릉! 우르르쾅쾅―!

거의 모든 건물이 무너지면서 먼지가 솟구치지만 멀리 가지 않고 허공에 부유하고 있다 그대로 주저앉는다.

바람의 정령왕 세리프아가 현수의 명령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방향으로 대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있는 때문이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재난은 문명이 발달한 이후 한 번도 보고되지 않은 전면적인 피해를 입히는 중이다.

CNN 등 서방의 언론들이 앞다퉈 현장을 보도하고 있어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한국과 지나, 그리고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선 고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유럽 각국에선 우려 섞인 표정으로 대재난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반면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수립하고 있던 미국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소란스럽다.

그리고 9.11 테러가 일어났던 그날 같은 표정이다.

일본이 입은 피해 규모가 커서가 아니고 불쌍해서도 아니다. 지나의 태평양 진출을 막아줄 보루가 무너지고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오키나와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면서 주일미군 철수가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다급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일본이 보유한 미국 정부 발행 채권 때문이다.

재난은 영구히 지속되지 않는다. 그게 끝나면 곧바로 재건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그때 일본이 가장 손쉽게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미국 채권을 내다파는 것이다.

공업지역은 폐허로 변했고, 농지엔 화산재가 수북하다. 일본 입장에선 유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럴 경우 미국의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무려 1조 1,300억 달러가 넘으니 당연한 일이다. 일본이 채권 카드를 꺼내는 순간 미국 국채의 가치는 급전직하하게 된다. 이는 미국 경제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

그렇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Oh! No.”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회고록을 집필하고 있던 버락 오바마의 입에서 나직한 침음이 터져 나온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도쿄 스카이트리와 오사카에서 가장 높은 60층짜리 건물 아베노 하루까스가 무너지는 모습을 본 때문이다. 스타이트리는 634m이고, 아베노 하루까스는 300m짜리이다.

두 개의 랜드마크는 비스듬하게 쓰러지면서 다른 건물들의 연쇄 붕괴를 연출시키고 있다.

화산재 때문에 어두컴컴했는데 두 건물이 무너지면서 가스폭발 등을 일으켰는지 화재가 발생한다.

전기, 전화, 수도, 인터넷 등이 모두 끊긴 상태인지라 요란한 경고음을 동반한 소방차의 출동은 없다.

연락을 취할 방도가 없는 때문이고, 이곳까지 오는 도로 곳곳이 파괴되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이곳까지 올 여력이 없는 탓이다.

화산재 때문에 사방이 어두웠지만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사방팔방에서 솟구치고 있는 화마 때문이다.

거의 모든 주유소와 가스 저장소 등에서 화재가 발생되어 있으며 상당히 많은 목재 건축물 또한 화마의 희생양이 되어 불타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전기가 끊겼음에도 시야가 확보되는 것이다.

오바마가 나직한 탄식을 토하는 사이에 방송용 카메라는 10층쯤 되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듯하다.

그곳에서 사방을 파노라마 촬영을 했는데 화면으로 나타난 것은 지옥의 한 부분인 듯하다.

수없이 많은 화재가 발생되어 연기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살길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인간의 군상들이 보이고 있다.

“아마겟돈이 저럴까?”

아마겟돈(Amageddon)은 세계 종말에 있을 마지막 전쟁의 장소를 지칭하는 말이다.

버락 오바마는 차마 화면을 볼 수 없어 다른 채널로 돌렸다. 그러자 이스라엘 전역에 운석이 쏟아진 이후 발생한 중동전쟁의 참상이 보인다.

거의 모든 무기를 잃은 이스라엘군은 분노한 아랍연합군에게 학살당하는 중이다.

알 자지라에서 파견한 종군기자는 이스라엘 군들이 당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비추며 연신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고 있다. 이는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는 뜻이다.

이슬람과 적대하던 이스라엘을 운석으로 징벌을 가한 알라가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복수를 한다면서 감격해한다.

그간 이스라엘 때문에 쌓인 분노의 크기와 깊이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는 물론이고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군대를 파견했다.

이들은 아랍연합군이라는 기치 아래 단결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중이다. 작전명은 ‘분노의 대가’이다.

그간 쌓인 것들을 원 없이 풀기 위해 시작된 이 작전에선 포로가 없다. 유태인 말살이 궁극적인 목표인 때문이다.

쿠왕! 콰앙―! 우수수수수―!

“진격하라! 진격하라! 단 하나도 남김없이 사살하라.”

아랍연합군은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기로 했다.

잡초처럼 질긴 유태인들과 다시 얼굴 붉히는 일이 없게 하려면 모조리 죽여 버리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한 것이다.

바야흐로 제2차 홀로코스트가 시작되었다.

미국의 유태인들이 격렬하게 반응했지만 현 상태에선 미국의 개입이 어렵다. 이스라엘군은 지리멸렬한 상태이다.

따라서 중동연합군과 전쟁은 ‘미국 VS 아랍연합’이라는 모양새가 된다. 남의 전쟁에 끼어들어 총알받이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백악관과 의회 앞에선 유태 진영과 반유태 진영 간의 치열한 시위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태 진영은 파병하라는 목소리를 높였고, 반유태 진영은 결코 그래선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돈과 권력은 유태 진영 쪽이 월등히 많고, 강하지만 유권자의 수는 반유태 진영이 훨씬 많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정권을 유지하려면 둘 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둘의 요구는 정반대이다.

그렇기에 결정은 쉽지 않다.

파병을 하면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다치거나 죽을 것이고, 자칫 종교전쟁으로 비화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만일 러시아나 지나가 참전할 경우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수도 있다.

반대로 파병을 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다. 분노한 유태인들의 행패로 인한 사회 혼란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아랍연합군에 의한 유태인 말살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백악관과 의회 앞에서의 시위도 점차 격렬해지고 있다. 공권력의 살벌함을 알기에 물리적인 충돌을 하지 않을 뿐 언성은 최대한으로 올리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끄럽고 소란스럽다.

“끄응!”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입에서 나온 소리이다.

심한 변비 환자가 화장실에서 내는 소리와 비슷하지만 배석해 있는 국무위원 중 어느 누구도 웃거나 농담하지 않는다. 사안이 너무 심각한 때문이다.

* * *

“대단하군요.”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 정순목은 TV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현재 CNN이 보도하고 있는 영상은 도쿄에서 가장 높은 스카이트리가 맥없이 쓰러지면서 주변 건물들을 작살내는 광경이다. 쓰러진 스카이트리에 일격을 당한 건축물들은 거대한 도끼로 일격에 찍은 듯 쩍 갈라지는가 싶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수많은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는데 개중에 눈에 뜨이는 자가 있다.

전 도쿄도지사이며 유신회 공동대표이자 재특회의 실질적인 수장인 이시하라 신타로이다.

타고 있던 도요타 승용차가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잔해에 깔릴 것 같자 재빨리 차에서 내려 물러서며 뒤를 볼아 보던 중인데 화면에 잡힌 것이다.

콰아앙! 와르르르! 쿠콰콰콰쾅! 와르르르!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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