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39화 (1,238/1,307)

# 1239

“인원이 많은가요?”

“네! 현 인원만 15만 명이 넘습니다.”

대마도라 불리는 진도의 면적은 709㎢이다.

약 3만 명이 거주하던 진도에 전체 인구의 5배가 넘는 인원이 몰려든 것이다.

참고로, 진도는 거제도의 약 1.5배 면적이고, 거제도엔 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거제도의 인구밀도로 따지면 진도엔 45만 명이 거주해도 된다.

“그들 때문에 진도 정벌 작전에 문제가 있겠군요.”

“그건 아닙니다. 이실리프 자치령으로 갈 인원은 한 곳에 집중적으로 뭉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군의 상륙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정벌 작전은 그대로 진행하십시오. 그런데 노인수 씨를 비롯한 재일교포 15만 명의 숙식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이실리프 그룹에서 텐트와 담요, 그리고 식량과 생활용품 일체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역시……!”

정순목 권한대행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실리프 그룹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으니 충분히 짐작되는 것이다.

“다른 보고 사항은요?”

“이실리프 그룹으로부터 정부미 전량을 매각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식량부족국가이다. 이 때문에 북한 가구 대부분이 영양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아울러 부족한 물량이 약 38만 톤이라 발표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수년간 이어진 풍년 덕분에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 비축 물량이 상당히 많은데 이를 어찌 처리할지 고심하던 중이다.

“아! 그래요? 얼마나 필요하답니까?”

“가능한 많이 달라고 합니다.”

“도별 비축 물량까지 합치면 얼마나 되죠?”

“약 200만 톤 정도로 파악되었습니다.”

“좋습니다. 그걸 보내주죠. 수매 원가에 넘기세요. 관리 비용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이익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넘기겠습니다.”

계엄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순목 권한대행은 짐 하나를 덜었다는 표정이 된다.

정부에서 보관하고 있는 쌀은 5년이 지나면 헐값에 매각된다. 재고가 잔뜩 있었는데 일거에 치우게 생겼으니 좋은 것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하는 게 있는 듯하다.

“근데 우리 쌀값이 국제 시세보다 훨씬 비싼데도 그런다고 하는 겁니까?”

이실리프 그룹엔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온갖 것을 자치령에 수출하는 기업이다.

그중엔 한국인의 주식인 쌀도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국제 쌀값이 훨씬 싸다는 걸 알 것이기에 물은 말이다.

“네! 이실리프 그룹은 북한, 아니, 이실리프 왕국의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짐도 덜어주려는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흐음,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수매 원가보다 1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도록 하세요. 단, 1년 이상 묵은쌀은 당연히 더 깎아줘야겠지요.”

정순목 권한대행의 말이 끝나자 임문택 계엄사령관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북쪽에 왕국이 선포되면 주적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간 이어져온 긴장된 관계가 종식되는 거죠.”

군인답게 군사적 관점의 이야기이다.

“그렇지요. 남북한의 긴장관계 해소만으로도 우리로선 큰 이익입니다. 따라서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세요.”

현수 덕분에 해군과 공군의 전력은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번 한일해전의 완승이 그것을 증명한다.

일방적인 학살극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세계 군사력 순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어 있다.

한국으로선 국경을 사이에 둔 적이 없어졌으니 군사분계선에 집중 배치되어 있는 육군의 숫자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어쩌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꾸어도 되는 상황이 될 듯 하기도 하다.

어쨌거나 한일해전의 1등공신은 현수이다.

해군과 공군의 전력을 업그레이드시켜 주지 않았다면 패자는 대한민국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서울을 목표로 한 일본의 1메가톤급 핵미사일 발사를 막은 것도 현수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더 이상 선진국 또는 공업국이라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도록 열도 전체를 화산재와 화산 쇄설물로 덮어버린 것도 현수 덕분이다.

핵발전소들은 전부 지각 판 아래로 내려갔고, 수력, 화력 발전소들은 모두 가동이 멈춰졌다. 지반 부동침하 등의 사유로 붕괴되거나 그럴 우려가 심각해진 상태인 때문이다.

전기와 전화선이 끊어지면서 인터넷 사용도 불가능하다.

거의 도로가 엉망진창이 되었으며, 항만은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이 대부분이다. 공항 역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작이 났다.

자동차와 철강 등 이전까지 생산해 내던 것들을 다시 생산하려면 최소 2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사회 기반시설 거의 전부가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로 변한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은 가전 및 반도체 등의 세계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하게 될 것이다.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졌으니 땅 짚고 헤엄치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가 보유한 쌀 200만 톤쯤은 거저 줘도 된다.

그럼에도 돈을 받으라는 걸 보면 정순목 권한대행은 상당히 고지식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 사회악 척결 부문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현재 군과 경찰력을 총동원하여 체포하고 있습니다.”

“고리 사채, 조직 폭력, 불량 식품 제조, 폐수 무단 방출, 성폭행, 인신매매, 마약 밀매 등과 관련된 자들인가요?”

임문택 계엄사령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외국인 조직 폭력배들도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빠져나가는 놈 없이 모조리 색출해야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하고 쾌적해질 겁니다.”

임문택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여 전적으로 동의함을 표시한다.

“물론입니다.”

“체포 과정에서 마찰은 없나요?”

“일부가 그러긴 했지만 군을 동원하여 제압하였습니다.”

조직 폭력배 가운데 일부가 감춰두었던 권총을 꺼내 들고 극렬한 저항을 했었다. 이에 군은 K―21 장갑차를 동원하여 40㎜ 중기관포로 맞대응했다.

권총 몇 자루로 저항하던 조폭들은 엄청난 파괴력에 깜짝 놀라 두 손을 번쩍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적의 장갑차는 물론이고 전차까지 잡을 수 있는 중기관포를 어찌 권총 몇 자루로 대항하겠는가!

이날 저항했던 조폭들을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남들에게 휘두르기만 하던 폭력을 자신들이 당하자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자비는 없었다. 당해봐야 그간 자신들의 폭력이 남들에게 어땠는지 알 것이고, 봐줄 이유가 없는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에도 모종의 장소로 이송되어 매일매일 타작 당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겠지만 놈들에게 당한 사람들을 고려해 보면 배려해 줄 필요가 없어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있다.

하루에 알루미늄 배트 100여 개가 우그러질 정도지만 어느 누구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다.

“다른 문제점은 없나요?”

“한일전 때 국내 재산 처분 후 해외로 출국하려던 자들에 대한 처분이 남아 있습니다.”

얍삽한 종자들을 억류해 놓았다는 뜻이다.

“흐음! 우리나라 국민 자격이 없는 놈들이군요. 전부 재산 몰수와 국적 박탈 후 해외로 추방하세요. 아울러 영구 입국 금지 4명단에 올려 놓으시구요.”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뭐죠?”

“이실리프 그룹으로부터 진도 일부 지역에 대한 일시 점유 허가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권한대행은 무슨 뜻인지 단숨에 알아들은 모양이다.

“재일교포 등이 머물고 있는 곳이겠군요. 허가해 주세요. 그리고 지원해 줄 것이 있다면 계엄사령관 전결로 아낌없이 지원해 주시구요.”

“알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차나 한잔 마시지요.”

정순목 권한대행이 인터폰을 누른 후 비서실에 녹차 두 잔을 청했다. 그리고 아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비서가 찻잔을 내려놓고 나가자 그제야 권한대행의 입이 열린다.

“오늘 국회 해산을 선포할 생각입니다. 상황을 잘 파악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계엄사령관이 보시기에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습니까?”

“그야 권한대행께서…….”

“아닙니다. 저는 그럴 만한 그릇이 못 됩니다. 전체를 아우를 만한 시야도 없구요.”

계엄사령관은 짐짓 해보는 말인지 진심인지를 가늠하느라 잠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때 정순목 권한대항이 다시 입을 연다.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너무 오염되어 있습니다. 이 기회에 물갈이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워져야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홍진표 의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계엄사령관이 홍진표 의원을 추천한 것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의 행적이 너무 깨끗하기 때문이다.

전방부대 수색대 출신이니 병역필이다. 게다가 박사학위 소지자이며, 식견도 풍부하고 판단력은 갑(甲)이다.

아들은 전방 GOP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이중국적도 아니고 부정하게 모은 재산이 없으며, 위장 전입 같은 일도 저지르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도 하지 않았다. 지금껏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 없으며, 권력을 이용한 독직도 없다.

그리고 늘 바른 소리만 한다. 이렇게 깨끗한 정치인은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찾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추종하는 무리도 많다. 특히 미래를 짊어질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홍진표 의원… 좋은 분이죠. 학식도 많고, 인간성도 바른 몇 안 되는 정치인 맞습니다. 그런데 세력이 너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홍 의원을 중심으로 초선의원들 상당수가 결집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부정부패 척결과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정치권 쇄신만이 답이라는 기치 아래 모인 새로운 정치 세력입니다. 권한대행님의 뜻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국가는 없습니다. 그런데 홍 의원에게 맡기면 그렇게 될까요?”

정순목 권한대행은 본인의 바람을 담아 이야기한 듯싶다.

“무엇보다도 이실리프 그룹에서 전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실리프 그룹은 덩치가 커도 너무 크다. 정치력으로도 흥망을 결정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상장되지 않은 100% 개인기업이기에 외부 자본에 휘둘릴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된다.

하긴 대한민국 영토보다도 넓은 조차지만 셋이 있다. 서민금융을 대표하는 이실리프 뱅크는 자본금만 300조 원이다.

참고로 다음은 일반 은행들의 자본금 표이다.

이실리프 뱅크의 자본금은 일반 은행 전부의 자본금을 합친 것의 15배보다도 많다. 게다가 다른 은행에 비해 금리가 좋기에 서민들의 예금이 물밀 듯 밀려들고 있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은 이를 운용하여 전 세계 증시 등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

최근의 투자를 살펴보면 경제 위기 또는 외환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집중되고 있다.

그냥 놔두면 거대 유태자본에 의한 수탈 대상이 되거나, IMF 등의 횡포에 멀쩡하던 기업들이 갈가리 찢기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었을 것이고, 이는 욕심 사나운 자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된다.

하여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앙골라,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등에 집중 투자했다.

이실리프 그룹은 이 국가들을 욕심만 많은 늑대들의 발톱으로부터 구원해 준 것이다.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조건은 간단하다.

대출 커미션은 없으며, 감 내놔라 대추 내놔라 하는 여느 대출 조건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 하여 무턱대고 대출해 준 것은 아니다. 경제 위기 혹은 외환 위기를 모면하려 노력하는 국가에만 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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