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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49화 (1,248/1,307)

# 1249

“그건 말이다. 실제로 그런다는 게 아니라 …….”

어린 싸미라는 부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어쨌거나 그날 이후 싸미라는 자신이 귀한 여인이 될 것이며, 장수할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좋게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는 ‘긍정의 힘’을 터득해서가 아니다. 현자의 풍도가 그럴듯하였기에 모든 말이 진실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의 나이는 결코 늙었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싱싱한 시기이다. 이 나이에 과부가 되면 어찌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되겠는가!

따라서 핫산 브리프 공작은 반드시 구하러 올 것이다.

그렇기에 공작가로 온 이후 누구보다도 마음 편히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서재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을 읽었다. 기억력이 좋은지라 상당히 많은 부분이 머릿속에 담긴 상태이다.

다음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주방이다. 대부분의 귀족가 여식들은 요리하는 것을 천한 짓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싸미라가 주방에서 시녀들과 시간을 보낸 것은 평생 사랑하고 존경해야 하며, 진심으로 따라야 하는 임을 위한 요리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어서이다.

한 가지 요리를 배우면 가장 맛이 있는 것이 만들어질 때까지 반복해서 만들고 또 만들었다. 그리곤 최상의 것이 만들어진 레시피(Recipe)를 작성해 두었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이 무려 80여 가지이다. 어제도 하나의 성공 레시피를 추가했다. 부부가 함께 술 한잔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때 좋을 안주 요리이다.

이것을 만들면서 싸미라는 콧노래를 불렀다. 핫산 브리프 공작과 기분 좋게 술 한잔을 마신 후 정열적인 침대를 생각하니 절로 노래가 나왔던 것이다.

시녀들은 싸미라의 주방 출입을 막았다. 그런데 이를 막으면 자해하겠다는 공갈에 놀라서 물러났다. 싸미라의 신상에 이상이 생기면 황태자의 분노를 살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만든 음식을 반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아만다나 도로시 등이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아만다는 현수의 모습을 뇌리에 각인시켰다.

키도 크고 뚱뚱하지 않아 좋았으며, 늙지 않은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9서클 마법사의 나이는 대부분 100살이 넘는다.

문득 현수의 나이가 궁금해진 아만다는 몇 살이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혹시라도 100살을 훨씬 넘겼다는 대답을 들을까 싶어서이다.

도델 왕국의 국왕이자 부친의 나이는 올해 44세이고,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조부는 66세이다. 그보다 윗대의 증조할아버지도 생존해 있는데 그의 나이는 89세인데 완전 호호백발이다.

현수가 100살이 넘었다면 자신은 증조할아버지보다도 더 늙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다. 자신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시기이니 웬만하면 젊었으면 좋겠다.

“뭐 하나 여쭤 봐도 되나요?”

“응? 으응, 그럼! 뭘 알고 싶은데?”

“혹시 100살도 넘고 그래요? 어머……!”

물어봐 놓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걸 물으려던 것이 아닌데 입이 제멋대로 움직인 때문이다.

“아니!”

“그럼 200살도 넘은 거예요?”

아만다는 제발 아니라는 말을 해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현수는 왜 이러는지 깨닫고는 빙그레 웃었다.

“내 나이는 왜 궁금한데? 내가 혹시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일까 봐 그래?”

아만다는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감추고 싶었던 속내를 들켰으니 진실이나 알자는 표정이다.

“그게… 그래요. 우리 할아버지보단 젊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아만다의 아버님은 올해 연세가 몇이시지?”

“마흔네 살이요. 할아버진 예순여섯 살이세요.”

아만다는 어서 대답해 달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예쁘긴 정말 예쁘다.

하긴 헝가리의 여신이라 불리는 바바라 팔빈이 가장 예쁠 때의 모습이다.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겠는가!

“내 나이는 서른셋이야. 아만다의 아버님보다는 젊지.”

“…정말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끼어든 것은 스타르라이트이다. 현수가 아무리 젊어도 최하 150살을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때문이다.

“그래! 서른셋 맞아. 그나저나 다들 괜찮지?”

현수는 도로시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흐음! 여긴 좀 그렇군. 다들 가까이 와.”

“네에.”

컨테이너를 아공간에 넣은 현수는 여인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텔레포트했다.

이번엔 로렌카 제국의 마법사들이 좌표를 읽고 이동한 곳을 찾을 수 없도록 혼란을 주는 조치를 취한 후이다.

현수 일행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사 100여 명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로렌카 제국의 핵심인 9서클 마스터들이다. 이들은 현수가 이동한 곳의 좌표를 유추했다.

그런데 계산이 되지 않는다. 컨퓨징 마법이 중첩되어 있는 때문이다.

“이런 빌어먹을……! 추적이 불가능해.”

“공작! 어서 황궁으로 돌아갑시다. 놈이 거기로 갔다면…….”

누군가의 말은 중간에 잘렸다.

“맞네! 다들 황궁으로 귀환하세. 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지켜야 하네. 텔레포트!”

잠시 후 100여 명의 9서클 마스터 전원은 황궁으로 되돌아가 경계근무를 시작한다. 7서클 이상인 마법사 전원이 호출되어 황궁은 시끌벅적해졌다.

정비와 더불어 침소에 들었던 황태자가 나와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였다. 제국의 위기라는 판단을 내렸기에 어느 누구도 감히 태만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현수 일행은 맥마흔으로부터 약 100여 ㎞ 정도 떨어진 계곡에 있다. 몇 번의 텔레포트 끝에 당도한 이곳은 지형상 감시하기 용이한 곳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추적에 대비하여 부엉이 서너 마리를 잡아 패밀리어 마법으로 복속시켰다. 이들이 보고 듣는 것 모두 실시간으로 현수에게 전해지게 한 것이다.

그리곤 컨테이너들을 꺼냈다. 여인들이 쉴 수 있도록 침대와 소파 등을 세팅해 주곤 주방용 컨테이너를 꺼냈다.

맛없는 페시돈 요리로 배를 채웠을 리 없다. 하여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궁리 끝에 선택한 것은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인 치맥이다.

반죽은 타임 패스트 마법으로 숙성시켰다. 그런 다음 끓는 기름에 넣어 제대로 튀겨냈다.

시원한 생맥주와 절여진 무, 그리고 신선한 샐러드를 차려놓고 나니 냄새가 그럴듯하다.

싸미라와 아만다, 그리고 도로시와 스타르라이트는 누가 뺏어먹을까 두렵다는 듯 와구와구 먹어댔다. 시원한 생맥주 를 곁들인 심야의 식사는 대략 한 시간 만에 끝났다.

다들 배가 고팠는데 너무도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자 말도 안 하고 먹는 데만 열중한 결과이다.

“자, 이제 샤워를 하는데 이건 찬물이 나오는 거고, 이건 따뜻한 물이 나오는 거야. 이걸 이렇게 조절하면…….”

현수의 설명을 들은 여인들은 생애 처음으로 샴푸와 바디 클렌저, 그리고 폼 클린징을 사용한 샤워를 마쳤다.

당연히 감탄사의 연속이었다. 샤워를 마치곤 보들보들하면서도 하얀 수건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머리카락은 헤어드라이어로 말렸다. 그리곤 침실로 안내되었다. 샤워하는 동안 현수는 패드와 여름용 이불을 세팅해 놓았는데 그걸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너무도 화사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때문이다.

왕궁에서 태어난 아만다조차 평생 한 번도 못 본 것이라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컨테이너 하나당 두 명씩 자도록 조치한 현수는 캠핑용 의자를 꺼내놓고 앉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짐승이나 몬스터의 접근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짹, 짹, 짹―!

“하암! 끄응―! 으읏!”

가장 먼저 일어난 스타르라이트는 기지개를 켜다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좌우를 둘러본다. 아만다는 여전히 자는 중이다.

원피스 잠옷을 걸치고 있음을 보곤 자신이 입고 있는 것을 살핀다. 예쁜 꽃 그림과 나비가 그려진 것이다.

색감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촉감이 부드럽고 좋다.

“과연 10서클이시네.”

마법 처리된 것으로 생각한 스타르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습관처럼 청소를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도구가 없다. 그리고 더럽거나 어지럽혀져 있지도 않다.

어제 벗어놓았던 옷을 다시 입으려던 스타르라이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옷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는 때문이다.

지난밤 현수가 세탁해 놓은 결과이다.

“흐으음! 아아, 향기로워.”

스타르라이트는 은은한 꽃향기를 흠뻑 들이마시곤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리곤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10서클 마법사의 여인이 된 것이 너무 좋아서이다.

“오늘 아침은 샌드위치라는 거야. 자, 자리에 앉아.”

“네에. 그런데 뭘……? 우와아∼!”

“세상에! 이게 다 뭐래요?”

“어머! 너무 맛있겠어요.”

현수가 세팅해 놓은 식탁을 본 여인들의 반응이다.

레이스 달린 하얀 천으로 덮여 있는 식탁엔 현수가 신경 써서 만든 양송이스프와 베이컨과 달걀, 토마토와 치즈, 그리고 상추와 양파 등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놓여 있다.

후식으로 먹을 바나나, 멜론, 포도도 먹기 좋게 접시에 담겨 있다. 이 밖에 얼음을 동동 띄운 시원한 물이 담긴 유리병과 사과주스 용기도 있다.

각자의 자리에는 빈 접시들과 투명한 유리컵들이 있는데 음식을 덜어먹거나 물, 또는 주스를 따라 마시라는 의도이다.

식탁 중앙엔 꽃병이 있는데 잘 핀 야생화 한 묶음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머나! 이건…….”

마법사의 제국 국민답게 싸미라는 은빛 나는 포크와 나이프, 그리고 스푼을 보며 감탄사를 터뜨린다.

아르센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두 미스릴로 만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 언니, 이 접시 좀 봐요.”

아만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행남자기에서 생산한 ‘그레이스 아벨 홈세트’이다. 흰 바탕에 예쁜 꽃그림이 그려진 이것은 약 33만 원 정도 한다.

참고로 1골드는 100만 원, 1실버는 1만 원, 1쿠퍼는 100원의 가치가 있다. 따라서 이곳 화폐 기준으로 보면 1골드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델 왕국의 공주인 아만다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때 스타르라이트가 가장 먼저 스프와 샌드위치에 손을 댄다.

“잘 먹겠습니다.”

현수가 먹고 있는 걸 보았기에 두 손으로 빵을 들고 있다.

“저도 잘 먹을게요.”

싸미라가 눈빛을 빛낸다. 처음 보는 요리인 때문이다.

13장 복수를 준비하며

“여기서 기다려! 최소한 황성 외벽으로부터 20㎞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네! 그럴게요.”

싸미라 등은 고개를 끄덕인다. 여인들의 뒤쪽엔 마일티 왕국 공작자의 후손 헤럴드 폰 하시에라가 서 있다.

이곳은 천험의 절지라는 뜻을 가진 테라카이다. 싸미라 등을 부탁하고 의논할 것이 있어 되돌아온 것이다.

“헤럴드! 잘 부탁하네.”

“물론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내가 주의준 것을 결코 잊으면 안 되네. 절대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도록 반 로렌카 전선에게 기별을 해야 하고.”

“물론입니다, 마탑주님, 아니, 폐하의 뜻대로 철저한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래, 헤럴드만 믿네.”

헤럴드 폰 하시에라 역시 충성을 맹세하며 신하로 받아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아울러 로렌카 제국군을 징치할 때 최선봉에 세워 달라고 청했다.

얼마 전, 멸망당한 화티카 왕국의 후손 요슈프가 건국공신이 되어보겠다는 야망을 품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맥마흔을 휘저어놓고 사라졌던 핫산 브리프가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돈 이후 반 로렌카 전선은 전에 없이 많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조만간 복수전이 있을 것이고, 그때 도주하는 로렌카 제국의 잔당을 일망타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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