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51화 (1,250/1,307)

# 1251

오늘 이후 전, 현직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재조사가 실시될 것이며, 사회 각 분야에 포진되어 있는 친일파들에 대한 색출 작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친일파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며, 국민들의 제보를 받아 추가 조사 또한 실시하겠습니다.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사회가 다소 혼란스럽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예상치 못한 인사가 친일행위자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의 의지를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반드시 친일파를 뿌리 뽑을 것이며, 그들에게 가할 수 있는 최고의 징벌을 가할 예정입니다.

친일행위로 얻은 모든 재산은 국가에 귀속될 것이며, 친일행위자들은 모든 사회적 지위를 잃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그간의 죄를 물어 법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하겠습니다.

이에 반하여,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약속드립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나섰던 분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위로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누가 국가를 위해 일어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8월 15일

―대통령 권한대행 정순목

“흐으음!”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문을 읽은 현수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로 샤워한 듯 속 시원한 기분이 든 때문이다.

하는 일 없이 분란만 조장하고, 사회 불평등을 가속화시켰으며, 부정부패와 부당한 권력 행사, 그리고 정쟁만 일삼던 국회의 존재가 드디어 지워졌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국회가 만들어질 때가 되었다. 하여 현수는 얼른 다이어리를 꺼내 몇 가지 사항을 메모했다.

법을 제정해야 할 국회가 사라진 지금 국회법을 개정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투표뿐이다.

이것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을 메모한 것이다.

가장 먼저 정당 설립이 불허되어야 한다.

조선시대 때 정쟁을 일삼던 노론, 소론, 남인, 북인, 벽파, 시파, 동인, 서인이 어떤 짓을 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당쟁이 있어야 잘못된 정책을 성숙하게 고칠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민족의 피에는 아무리 좋은 걸 줘도 그걸 나쁘게 만드는 DNA가 있다.

예를 들어, 멀티―레벨 마케팅(Multi―level marketing)을 꼽을 수 있다.

A라는 회사에서 B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이를 C라는 광고회사에 광고를 의뢰하면 D라는 유명인을 내세워 광고를 제작한다.

이를 본 일반 대중인 E나 F는 그것을 돈 주고 구입한다.

이 과정에서 광고회사 C와 유명인 D가 돈을 번다. 물론 물건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A도 번다. E나 F는 광고비가 없는 가격에 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멀티―레벨 마케팅은 이렇듯 중간에서 돈을 버는 C나 D를 배제하고자 하는 판매 기법이다.

A가 만든 상품을 E가 구입해서 그것을 써본 후 상품의 질이 만족스럽다면 F에게 권유한다.

F가 이를 받아들여 상품을 구입하게 되면 A는 지출했어야 할 광고비 가운데 일정 부분을 E에게 준다.

F가 G에게 소개하여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F에게도 같은 돈을 준다. 그와 동시에 이런 판매가 이루질 수 있도록 최초로 소개를 한 E에게도 ‘당신 덕에 판매가 늘어서 고맙습니다’라는 의미에서 소개비를 주는 것이 바로 멀티―레벨 마케팅의 기본 개념이다.

소비자인 대중 입장에선 질 좋은 상품을 소개받아 사용하는 이득이 있고, 이를 다른 이에게 소개했을 경우 소개비를 받는 추가적인 이득이 발생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바로 ‘상품의 질’이다. 상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권유자가 욕을 먹는 시스템인 때문이다.

이러한 멀티―레벨 마케팅은 1980년대에 한국에 상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라미드’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회사에서 정한 고가의 상품을 정해진 숫자만큼 판매를 하면 그다음부터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앉은자리에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돈에 욕심을 내다 고랑에 빠져서 시름하고 있다.

‘상품의 질’과 관련 없이 ‘고가의 제품’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사탕발림에 속은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세월을 버렸고, 돈을 잃었으며,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를 잃었다.

젊은이들은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욕심으로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을 잃었고, 취업의 기회마저 놓쳤다.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소개해 주고, 광고비 대신 소정의 소개비를 받는다는 원래의 취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멀티―레벨 마케팅’이 ‘피라미드’라는 명칭으로 바뀌는 순간 좋은 의미는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돈에 환장하는 의미만 남은 것이다.

이렇듯 현재와 같이 정당 설립이 존속될 경우 좋은 의미는 사라지고 이전투구 같은 꼴불견인 싸움, 그리고 적당히 갈라먹기 같은 불합리한 일만 보게 될 것이다.

정당 설립을 불허한 후엔 국회의원 수를 50명으로 줄여야 한다. 300명이나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 각각은 국민 100만 명의 뜻을 대리하는 헌법기관이다. 특정 정당에 소속된다면 헌법기관이 동등한 헌법기관의 지시를 받아 표결에 임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된다.

그리고 공천권이라는 것이 생겨 모리배들이나 할 법한 밀실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의 숫자를 줄이는 한편 200가지가 넘는 특혜 역시 대부분 거둬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3개월 이상 의원직은 유지할 경우 평생 동안 연금을 지급받도록 되어 있다.

의원 당선 이후 강간이나 강도 같은 짓으로 직을 상실해도 준다. 참고로, 스웨덴은 12년 이상 의원직에 있어야 받을 수 있다.

불체포특권도 없애야 한다. 지은 죄가 있다면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조사받고, 처벌받는 것이 옳다.

이를 악용한 자는 나중에라도 사실이 밝혀질 경우 억울하게 당한 것의 10배를 감당하도록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어느 A라는 국회의원이 B에 의해 무고되어 10년 징역형을 살았다.

100년 후라도 억울함이 밝혀지면 B 본인은 물론이고 직계가족 전부의 재산을 몰수하여 A의 가족에게 주고, B가 생존해 있는 경우엔 100년 형에 처한다.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는 자격 또한 엄격해져야 한다.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치 않은 자에게 어찌 국정을 맡기겠는가!

그리고 범죄를 저질러 법의 심판을 받은 전과자에게 어찌 국가의 중대사를 의논할 자격을 주겠는가!

특별한 사유가 있어 군복무를 할 수 없었던 자는 그에 갈음하는 봉사활동을 요구한다.

현재 육군의 복무기간은 21개월이다.

수면, 휴식, 그리고 식사 시간 및 휴가를 감안하여 5,000시간의 봉사기록이 있으면 입후보 가능하다.

장애인과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사설기관이나 종교단체에서의 봉사활동은 이 시간에 산입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때문이다.

전과자가 된 것이 억울하다 생각하는 자에겐 재심을 청구할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무죄가 선고되면 전과기록 말소와 동시에 적당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국회의원 입후보 자격이 부여된다.

재심 결과 이전의 처벌이 정당했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그것의 절반쯤 되는 형량을 선고받도록 하면 재심청구가 보다 신중해질 것이다.

다음은 국적이다. 외국 국적을 가졌던 자는 국회의원 입후보 자격이 없다. 다만 초등학교 1학년 이후 국내에 머물며, 교육의 의무,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를 모두 수행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이처럼 국적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국가의 중대사를 외국인에게 맡길 수는 없는 때문이다.

이는 공무원에도 해당된다.

예를 들어, 미국 시민권자가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을 맡았을 경우 미국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는 때문이다.

이에 앞서 ‘세비(歲費)’라는 어휘 자체를 국어사전에서 지워야 한다. 이는 법률 용어로 ‘국회의원이 매월 지급받는 수당 및 활동비’를 뜻한다.

국회의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따라서 세비라는 말 대신 대다수 국민에게 적용되는 ‘월급’, 또는 ‘급여’라는 어휘로 바꿔야 한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머릿속 깊이 박혀 있는 특권의식을 지우기 위한 수단의 일환이다.

현수가 메모를 마치자 설화가 다시 하나의 파일을 내민다.

“이건 뭐야?”

“방금 전 임문택 계엄사령관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어요. 이건 그 내용이에요.”

“계엄사령관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고?”

파일을 받아 펼친 현수는 다시금 문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계엄사령관 임문택입니다.

독도 인근 해역에서 있었던 해전은 우리의 통쾌한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대마도라 불리던 진도에선 우리 군이 상륙하여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시 우리의 땅이었기에 이번 기회에 영구히 우리 영토로 복속시키고자 작전 중에 있습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며 그때 다시 국민들께 보고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현재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전쟁을 발판 삼아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도록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져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고리 사채, 인신매매, 마약밀매, 무기 밀수, 폐수 무단 방류, 불량 식품 제조, 폭력단체 결성, 섬 노예, 성폭행, 학교폭력, 도박, 외국인 폭력단체 결성 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계엄군은 사회를 정화시켜 선량한 대다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고자 합니다.

누구든 신고할 사안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경찰관서 혹은 군부대에 신고하여 주십시오.

동네 폭력이나 보복 운전 또한 처벌 대상입니다.

우리 계엄군은 신고 받는 즉시 출동하여 사실 확인 후 반드시 처벌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8년 8월 15일

―계엄사령관 임문택

“흐음! 잘하는 일이군.”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정보에서 계엄사령부에 이것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요.”

“그래! 알아.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그나저나 일본은 어때? 참, 이스라엘도!”

“TV를 보시는 게 제일 빨라요.”

설화가 리모컨을 조작하자 뉴스 화면이 뜬다. CNN이다.

쿠아앙―! 콰콰콰콰쾅―!

굉음에 이어 화산재와 쇄설물이 허공으로 치솟아오른다. 화면 아래엔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막이 뜬다.

규슈 중앙부에 위치한 아소산이 분화를 일으켰다. 높이1,592m였던 이 산의 현재 높이는 311m에 불과하다.

엄청난 분화로 폭삭 주저앉은 것이다.

분화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아나운서의 설명이 이어진다.

“일본 전역에서 발생된 이번 분화로 모든 발전소가 멈춰 섰습니다. 당연히 전기, 전화, 인터넷의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일본은 1800년대 이전으로 후퇴했습니다.”

화면은 어젯밤 깜깜했던 시가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의 모든 도로가 파괴 또는 사용 불가능해졌으며, 열차 또한 전부 멈췄습니다. 농지들은 화산재로 덮여 당분간 영농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멈춰선 열차와 자동차들, 그리고 화산재가 눈처럼 펄펄 날리며 쏟아지는 장면이 차례로 화면에 잡힌다.

누가 봐도 세계 일류를 꿈꾸던 일본은 망했다.

하지만 현수는 불쌍하다든지 애처롭다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자업자득이라 생각하는 때문이다.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전능의 팔찌』 5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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