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52화 (1,251/1,307)

# 1252

1장 원래 우리 거였어!

미국의 24시간 뉴스 전문 방송업체 CNN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일본 열도 전체에서 빚어지는 재앙을 취재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기자와 리포터들을 파견했다.

얼마 전부터 일본 열도 주변도서와 해안은 매일 70㎝씩 가라앉고 있는데 이는 전에 없던 자연현상이다.

CNN은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전문가를 초빙하여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지 명확히 집어낸 이는 없다.

이런 와중에 일본 열도에 척추처럼 박혀 있는 화산 83개가 연쇄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단순히 연기만 뿜어내고, 땅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다.

화산이 폭발할 때 인류에게 위협적인 것으로는 화산쇄설류, 라하르(Lahar), 그리고 화산 붕괴 등을 들 수 있다.

가장 위험한 화산현상인 ‘화산쇄설류’는 1,000℃ 이상의 용암과 화산재, 그리고 뜨거운 가스와 암석 등이 뒤섞인 유체(流體)가 약 70㎞/h의 속도로 흐르는 현상이다.

보통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하기엔 너무 빨라 매우 위험하다.

두 번째로 위험한 화산현상인 ‘라하르’는 화산이 분출된 후 퇴적된 화산암괴나 화산재가 흐르는 물에 섞여서 홍수처럼 쓸려 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산붕괴’는 정상이나 사면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뜨거운 유독성 가스에 의한 질식을 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분출된 화산재가 대기 중으로 올라가면서 기상이변 등을 발생시켜 인류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위에 언급된 내용 전부가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다.

곧 열도 전체가 침몰하여 모두가 죽을 것이라는 소문이 번지자 일본 국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아우성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는 어선 등을 이용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는 약탈과 방화, 살인, 강간, 강도 등을 서슴지 않고 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생각하기에 막무가내인 것이다.

CNN 리포터는 서로 먼저 배에 올라타려고 하는 이기적인 일본인들을 배경으로 말을 시작한다.

“제 뒤에 보이는 것처럼 한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이후 엄청난 재난이 닥치자 상당수 일본인은 국외로 탈출하기 위해 바닷가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리포터가 잠시 말을 끊는 동안 화면은 바닷가에 정박한 어선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화산활동이 시작되고 들이닥친 쓰나미 때문에 상당히 많은 선박이 충돌로 인한 폐선 지경이 된 때문이다.

본인이 먼저 승선하겠다며 밀치며 올라타려는 놈들에 의해 일부가 바다에 빠지는 모습이 보여진다.

“보다시피 필사적인 탈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을 떠나는 사람은 많지만 받아주겠다는 나라는 아직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에선 일본인 난민을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번엔 한일 양국의 지도가 보인다. 그리고 얼마 전 있었던 한일해전의 모습이 잠시 비춰진다.

밑에는 자막으로 한일해전이 발발한 날짜와 시간, 그리고 전쟁의 결과가 굵은 글씨로 써져 있다.

화면이 바뀌자 지나의 총리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일본인 모두를 추방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과 조어도를 놓고 분쟁을 벌이던 지나 역시 일본인 난민의 입국을 불허하며, 자국 내 일본인에 대한 전원 추방령을 내렸습니다.”

지나 내부에도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있어 골치가 아픈데 일본인들 때문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짜증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이 당하는 아픔이 통쾌한 듯 표정 자체는 굳어 있지 않다.

“아! 잠시만요. 한국에서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담화문 발표가 추가된다고 합니다. 잠시 화면을 돌리겠습니다.”

화면이 바뀌자 청와대 춘추관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의 기침 소리와 의자 끄는 소음이 들리는 가운데 단상 앞에 다가서는 이는 대통령 권한대행 정순목이다.

“지금부터 정순목 대통령 권한대행님의 긴급 대국민담화문 발표가 있겠습니다.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질문은 발표가 끝난 후 받을 예정임을 참고해 주십시오.”

새로 임명된 공보수석의 멘트에 이어 정 권한대행이 마이크를 살짝 잡아 위치를 조정한다.

“안녕하십니까?”

“네에.”

권한대행의 말이 끝나자 기자들이 일제히 대답한다.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 정순목입니다. 오늘 오전에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는데 추가로 국민 여러분과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 있어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메라 플래시가 펑펑 터진다.

잠시 뜸을 들인 권한대행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한국과 일본은 해전을 벌였고, 현재 우리 군은 우리의 영토였지만 일본이 강점하고 있던 진도… 아! 여기서 진도는 진돗개로 유명한 그 진도가 아니라 지금껏 대마도라 부르던 섬입니다. 허험!”

헛기침으로 잠시 말을 끊었던 권한대행은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진도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한반도에 속해 있던 섬이었습니다. 하여 이번 기회에 일본으로부터 되찾고자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현재 상륙작전이 진행되는 중이며, 진도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들을 몰아내는 중입니다.”

피잇! 파앗! 퍼엇―! 파팡, 파파파파파팡―!

카메라 플래시 마사지가 시작되었으나 권한대행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여 우리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국교를 해지함을 선언합니다. 그에 따라 지금껏 일본과 체결한 모든 조약 등도 해지합니다. 아울러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제 욕심만 부리던 일본을 징치하고자 합니다.”

파팡! 파파파파파팡―!

또 엄청난 플래시 세례가 퍼부어진다.

이건 특종 중에서도 특종인지라 기자들은 눈이 벌겋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보도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인들은 즉시 대한민국의 영토에서 떠나기를 통보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국내에 반입된 일본 및 일본인의 재산 전액을 몰수합니다. 오늘 이후 대한민국이 일본과 교류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파팡! 파파파파파파팡―!

플래시가 명멸하는데 누군가 손은 번쩍 든다.

“권한대행님! 온누리일보 강현철 기자입니다. 질문해도 됩니까?”

“따로 질문할 시간을 드린다고 했는데 성질 급한 기자님이 계시는군요. 좋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일 뿐 대통령님이 아니신데 국교 단절과 같은 중대사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겁니까?”

정순목은 강 기자를 슬쩍 째려보고 입을 연다.

“2017년 4월 정기국회 때 대통령 유고에 관한 법률이 제정 반포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 유고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방금 전의 결정은 법률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국교 단절 같은 중대사는……!”

기자의 말은 중간에 잘렸다. 권한대행이 단호한 표정으로 대꾸한 때문이다.

“방금 이야기했습니다. 법률에 위배됨이 없다는 것을!”

“아! 죄송합니다.”

기자는 자신의 무례를 깨닫고 얼른 고개를 숙인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다음 질문을 받겠습니다.”

“권한대행님! 신천지일보 조문래 기자입니다. 국내 일본인에 대한 추방령을 내리셨는데 일본 대사 같은 외교관도 포함되는 겁니까? 아울러 국내 일본 재산에 대한 몰수령을 내리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조문래 기자의 질문을 받은 정 권한대행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에서 파견한 대사 역시 일본인입니다. 당연히 추방 대상입니다. 일본 재산에 대한 몰수는 이번 한일해전의 전쟁 배상금 정산이 실시되지 않은 때문입니다.”

“국내 일본 재산이 상당히 많습니다. 배상금 정산을 하고도 남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대부업체도 그중 일부인데 그들의 재산도 압류인 겁니까?”

권한대행은 잠시 이맛살을 찌푸린다. 방금 전 질문은 손을 들어 동의를 구하지 않은 기자의 발언인 때문이다.

조아일보와 동선일보 같은 쓰레기 언론에 소속된 기레기들의 청와대 출입을 제한했음에도 비슷한 놈이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때문이다.

하나 권한대행은 별다른 언급 없이 답변했다.

“압류가 아니라 몰수입니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재산 전부를 합쳐도 전쟁 배상금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일본 자금으로 세워진 대부업체의 모든 재산도 국가에 귀속될 겁니다.”

권한대행의 단호한 표정을 읽은 기자 하나가 번쩍 손을 든다. 수염이 덥수룩하여 얼핏 보면 노숙자로 보일 외양이다.

“저쪽, 머리가 길고, 안경 끼신 기자분 말씀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겨레일보 황상문 기자입니다. 권한대행께 여쭙겠습니다. 전쟁 배상금이 대체 얼마나 되기에 국내 일본 재산 전부를 몰수하시는 겁니까?”

질문은 받은 권한대행은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재산이 상당히 많다는 전제하의 질문인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전부 합치면 어마어마할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쟁 배상금은 멀게는 임진왜란 이전에 왜놈들에 의해 목숨을 잃으신 선조들의 목숨값과 그때 이 땅에서 가져간 각종 문화재 등에 대한 보상이 있겠습니다.”

“네에?”

임진왜란은 1592년에 있었던 일이다. 2018년인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426년이 지난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먼저 있었던 인적, 물적 손실에 대한 배상을 받겠다는 의미이니 다들 놀라는 표정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일본은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으며,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그것을 정산할 생각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진심이신 겁니까?”

매우 우려스럽다는 표정의 질문이었다.

“물론입니다. 다음으로 조선 강제병합과 왜정시대 때의 탄압과 수탈에 대한 배상 책임도 물을 겁니다.”

“……!”

너무나 진지한 표정이기에 기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손을 들어 이의를 제기하거나 말을 끊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순목 권한대행의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우리의 땅 독도를 넘본 것에 대한 배상 책임도 묻겠습니다.”

시비만 걸었을 뿐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던 일이라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을 하려던 기자는 입을 다물었다.

정순목 권한대행의 단호한 눈빛과 표정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한일해전에 대한 배상금도 받아낼 생각입니다. 일본의 동의와 관계없이 1원 단위까지 알뜰하게 받아내서 정부 재정에 보탬이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말이 끝나자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외신기자가 번쩍 손을 든다. 권한대행은 손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거기 외신 기자분.”

“안녕하세요? 르몽드지 한국특파원 에드몽 가뱅입니다. 한국 내 일본 재산을 전부 몰수하신다 했는데 방금 말씀하신 배상금에 모두 충당되는 겁니까?”

한국말이 아주 능숙하다. 하여 권한대행은 잠시 시선을 주었다 다른 이들도 둘러본다.

“애석하게도 그러기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재산이 너무나 적습니다.”

“네에?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에드몽 가뱅은 의외의 답변이라 생각한 듯하다.

“아시다시피 일본 열도 대부분이 침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거의 모든 화산의 분화가 시작되었구요.”

모두가 아는 이야기인지라 고개를 끄덕인다.

“침강과 분화가 멈추고 난 뒤 남은 것을 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현재로선 진도 동남쪽에 위치한 규슈를 대한민국에 편입하는 것으로 정산을 마칠까 합니다.”

“네에?”

다들 놀란 표정이다.

규슈의 면적은 42,163㎢이며, 1,50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섬이다. 면적만 따지면 경기도와 강원도, 그리고 충청도 전체를 합친 정도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