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55화 (1,254/1,307)

# 1255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한 거죠?”

짐짓 떠보려는 의도의 물음이다.

“재선 때 유태인들의 협조가 없으면… 선거 자금 부족으로 당선이 어렵지 않나 해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흐음! 그들이 지지하지 않으면 무조건 내가 지는 건가 보 네요. 참 대단해요. 유태인들……!”

“대, 대통령님!”

이번엔 제임스가 진짜로 절절맨다.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불 수 있는 발언인 때문이다. 이때 힐러리가 샐쭉한 표정을 짓는다.

“파병 안 하고, 내가 재선을 포기하면 되겠네요.”

“네? 그, 그건…….”

제임스 포레스탈은 힐러리의 굳어진 얼굴을 보자 슬쩍 물러난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조금 더 연구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나가 보세요.”

국방장관이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 힐러리는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는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책상 서랍을 열고는 파일을 찾는다.

파란색은 현직 각료 및 고위관료와 장성들의 것이고, 분홍색은 입각하지 못한 자들에 관한 인사 파일이다.

“제이, 제이, 제이, 에이, 엠… 흐음! 여기 있군.”

제임스 포테스탈의 파일을 펼치자 출생지, 출신학교, 사회보장번호, 입각 이전의 행적들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부모와 조부모란을 읽어본 힐러리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제임스 포레스탈의 조부 제이콥 포레스탈의 직업은 랍비였다. 오리지널 유태인이라는 뜻이다.

미국 국방장관인 제임스가 어떤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는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힐러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곤 각료들의 파일을 전부 꺼내서 확인했다.

미국의 내각은 15부로 이루어져 있다.

국무부, 재무부, 국방부, 법무부, 내무부, 농무부, 상무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주택도시개발부, 운수부, 에너지부, 교육부, 보훈부, 국토안보부가 그것이다.

확인 결과 15명의 장관 중 일곱 명이 유태인의 피가 흐른다. 국무부, 재무부, 국방부, 내무부, 농무부, 상무부, 에너지부 장관이 이에 해당된다.

나머지 여덟 부를 살펴보면 법무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주택도시개발부, 운수부, 교육부, 보훈부, 국토안보부이다.

이들의 업무는 주로 미국 내부에 관련되어 있고, 유태인 장관이 있는 부처는 국제적인 일과 관련되어 있다.

이 밖에 대통령 고문단이 있는데 각료급 인사들이다.

부통령 겸 상원의장, 백악관 비서실장, 백악관 관리예산처, 환경보호국, 무역대표부, UN주재 미국대사,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중소기업청이다.

이들의 파일을 열어보니 8명 중 3명이 유태인이다.

부통령 겸 상원의장, 무역대표부, 그리고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를 맡고 있는 이들이 이러하다.

힐러리는 잠시 눈을 감고 각료와 고문들의 면면을 떠올렸다. 대선 캠프 때 공헌이 커서 임명된 이들도 있고, 능력이 인정되어 임명한 사람들도 있다.

이밖에 후보경선 때부터 선거 자금으로 쓰라며 많은 돈을 기탁한 기업 또는 단체의 권유를 받아 입각한 이들도 있다.

당선 직후 조각 (조각組閣 : 내각을 조직하는 일)할 때 난상토론 비슷한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누구를 어떤 각료로 임명할 것인지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그때의 장면을 떠올려 본 힐러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흐으음……! 그때 내가 왜 몰랐지?”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법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참고로, 예일대는 코네티컷 주 최고의 대학이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꿈에도 그리는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코넬, 다트머스, 펜실베이니아, 프린스턴 대학과 함께 아이비리그(Ivy League)를 형성하는 대학이기도 하다.

예일대는 하버드대의 영원한 라이벌이며, 미국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대 중의 명문대이다.

이런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결코 멍청한 여자가 아니다.

2012년 포브스 ‘올해를 빛낸 가장 매력적인 여성 12명’ 중의 하나였고,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였다.

지난 정부 때엔 국무부 장관직을 역임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뜻에 따라 임명했다고 생각한 각료들이 사실은 자기들끼리 밀고 당기며 자기들 입맛에 맞는 좋은 자리를 골라서 결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인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교묘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일어난 일이라 자신이 임명한 것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본인의 뜻이 아니었던 각료가 있기는 하다.

대통령 고문인 미국무역대표부 마이클 프로먼은 대선후보 때 경선 상대였던 버니 샌더스가 경선 포기를 약속하면서 임명을 부탁했던 인사이다.

힐러리는 버니 샌더스에 관한 파일을 찾아보았다. 그리곤 긴 침음을 냈다.

“흐으음!”

버니 샌더스는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을 피해 이민 온 유태인 2세로 대선후보 경선 당시 ‘미국의 적’은 독점금융 권력의 성역인 월가라 한 바 있다.

그리고 대형은행들을 해체시키고, 조세제도를 개혁하여 극소수 재벌에 편중되어 있는 부(富)를 중산층과 빈곤층에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태인임에도 유태 자본에 대한 비판을 하여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런 버니 샌더스가 강력하게 추천했던 마이클 프로먼은 버니 샌더스의 5촌 질녀와 결혼한 유태인이다.

그러고 보니 하나뿐인 딸 첼시 클린턴의 남편 마크 메즈빈스키 역시 유태인이다.

둘은 10대에 워싱턴에서 같은 학교에 입학하면서 알게 된 사이로, 나란히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 후 사랑을 키워 결혼한 사이이다.

둘의 결혼식은 유태인 랍비 제임스 포넷과 감리교 목사 이럼 쉴라가 공동으로 집전했었다.

힐러리는 트로이의 목마처럼 자신의 곁에 적의 스파이들이 박혀 있다는 느낌이 들자 상당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전까지는 유태인들에 대한 호불호가 없었다.

유태인들이 미국 재계는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까지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감은 별로 없었다. 정당하게 번 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니 하나뿐인 딸이 유태인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지 않다. 주변의 각료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만 보아도 그러하다.

철저히 유태인들로만 권력의 핵심, 또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태인이라 할지라도 능력만 있으면 함께 일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여자의 마음이 갈대 같아서가 아니다.

각료들을 임명할 때 들었던 충고나 권유 등을 고려해 보니 자신이 그들에 의해 놀아났음을 깨달은 때문이다.

심한 배신감이 느껴지자 혐오하는 감정이 불처럼 일어난 다. 마음 같아선 즉시 주변의 모든 유태인을 모두 내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명분이 없다.

“흐으음!”

힐러리의 장고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유태인들을 권력의 중심에서 밀어내려면 필연적으로 FRB가 틀어쥐고 있는 ‘달러 발행권’도 회수한 뒤, 정부가 주인인 새로운 중앙은행을 설립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일을 추진했던 에이브러험 링컨과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했다는 것이다.

링컨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 케네디를 암살한 리 하비 오스왈드의 공통점은 이들이 진짜 범인인지 여부가 아직까지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하여 여러 음모설이 떠돌았다.

그중 하나가 달러 발행권을 회수하려는 대통령들을 유태인들이 킬러를 고용하여 암살토록 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힐러리도 여러 가설을 흥미롭게 읽은 바 있다. 법학도였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그때는 그저 재미로 읽고 지나쳤다.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유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취한 행동인 듯싶다. 그러고도 남을 놈들인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파병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군.”

이스라엘의 육군과 공군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고, 해군도 육상 시설과 병력의 대부분을 잃었다.

잠수함 몇 척만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아랍 연합군이 물밀듯 들이닥쳐 무차별적인 보복을 가하는 중이다.

그 결과 엄청난 수가 목숨을 잃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스라엘의 군대와 경찰 전부가 사망자 명단에 오를 것이고, 저항하는 이들 역시 전부 죽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린아이와 여자들까지 목숨을 잃겠지만 그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한 짓이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지할 수도 없다.

뿌린 대로 거두고 있는 때문이다. 다른 말로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승자박(自繩自縛), 인과응보(因果應報)이다.

오늘 이전의 힐러리였다면 당연히 측은지심과 정의심 때문에라도 파병을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그래! 파병은 없어. 유태인들이 인류를 상대로 벌인 짓들에 대한 대가라 생각하자.”

스스로의 마음의 다잡은 힐러리는 책상 위에 수북한 결재서류에 시선을 주었다. 그리곤 그것 중 하나를 펼쳐 들고는 금방 삼매경에 빠진다.

이스라엘보다는 미국의 문제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같은 순간 제임스 포레스탈 국방장관은 유태인 각료들과 함께 회의실에 동석해 있다.

“한시라도 빨리 파병을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말을 듣지 않네. 자네들도 나서주게.”

“뭐라고? 대통령이 왜 파병 결정을 미룬다는 건가?”

“글쎄? 나도 모르겠네. 금방 결정을 내릴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간 건데 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느냐고 묻더군.”

“즉각적인 파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선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보지 그랬나.”

국무장관의 말을 들은 국방장관은 고개를 끄덕인다.

“했지! 왜 안 했겠는가!”

“그랬더니?”

“그래서 재선이 어렵다면 포기하겠다더군.”

“뭐라고……?”

지금껏 느긋한 표정과 자세로 제임스 포레스탈 국방장관에게 시선을 주고 있던 국무부, 재무부, 내무부, 농무부, 상무부, 에너지부 장관들이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 자리엔 현재 유태계 인사들만 있으니 이런 노골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힐러리가 재선을 포기한다 함은 자신들이 차지한 자리를 잃는 것을 의미하는 때문이다.

잠시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이 스쳐 지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인 때문이다. 하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대통령이 유고 상황에 처하면 부통령이 그 자리를 맡네.”

에너지부 장관의 발언에 상무부 장관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거든다.

“맞는 말이야! 한국이 지금 그렇지. 승계서열 5위가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더군.”

“이보게들……!”

재무장관은 얼른 회의실 사방을 둘러본다. NSA의 뉴 에셜론은 세상 어디든 감시, 감청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괜찮네. 키스 알렉산더는 우리 사람이니.”

국방장관의 말에 다들 놀란 가슴을 부여잡는다는 듯 털썩 기대며 잠시 긴장했던 표정을 푼다.

“그래도 조심할 건 조심해야지. 어쨌거나 대통령이 파병에 소극적이네. 자네들이 나서서 권유할 타이밍을 찾아보게.”

“그러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국방장관 제임스 포레스탈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는 파병 준비를 해야겠네. 뒷일을 자네들이 맡아주게.”

“그러지! 준비나 철저히 하라고.”

“이번 기회에 하마스, 알카에다, 헤즈볼라, 지하드, 탈레반, 보코하람 등의 씨를 완벽히 제거하는 쪽으로 검토해 주게.”

말을 꺼낸 재무장관은 웃는 표정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결코 평화스럽거나 온유하지 않다. 이슬람 저항단체 전원을 말살시키라는 뜻이 담겨 있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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