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56화 (1,255/1,307)

# 1256

나머지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유태인의 피를 이어받은 놈들답다.

3장 힐러리에게 전해

같은 시각, 현수는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흐으음! 이놈들 봐라.”

방금 전, 백악관 회의실에서 오갔던 대화는 이실리프호에 의해 생생한 음질로 녹음되었다.

음성만으로도 누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녹음 파일을 반복해서 재생시킨 현수는 피식 실소를 짓는다.

“이놈들이 누굴 흉내 내려고 해? 흐음, 그나저나 이놈들이 이러는 걸 어떻게 한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강한 여인이다. 하지만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심지 굳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심리적 동요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무방비 상태일 때 당하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사전에 이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유태인에 대한 반감이 더욱 굳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떻게 전달하지?”

현수는 턱을 괸 채 잠시 상념에 빠졌다. 그런데 문득 생각나는 자가 있다.

“근데 접근 가능할까?”

힐러리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다. 당연히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만날 수조차 없다.

“뭐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삐이잉―!

인터폰을 길게 누르자 설화가 응답한다.

“네, 오라버니.”

“엄 대표를 전화로 연결해 줘.”

“네, 알겠어요.”

송수화기를 내려놓은 현수는 책상 앞에 놓인 결재서류들을 들춰 보았다.

안주에 건설 중인 기계공업단지의 현황보고가 가장 위에 있다. 내용을 살펴보니 앞으로 열흘 후면 정리 정돈까지 모두 마쳐진다.

현재 생산 중인 품목을 눈여겨보니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던 각종 부품과 소재들이 100% 망라되어 있다.

일본과 국교 단절이 되어도 한국의 산업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남쪽 산업에 문제가 있으니 이건 얼른 공급해 줘야겠군.”

현재까지는 대한민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일본으로부터 소재와 부품의 수입도 늘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참고로, 한국과 일본이 수교한 첫해인 1965년의 대일 무역 적자는 1억 달러였다.

그 당시 돈으로 1억 달러면 엄청나게 큰돈이다.

어쨌거나 그 후로도 매년 적자폭이 커졌는데 2010년엔 무려 316억 달러가 적자였다.

이렇듯 대일 무역 적자 규모가 나날이 커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칫 산업이 일본에 예속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하여 대한민국은 기술력 향상에 힘을 쏟았고, 수입선을 다변화시켰다.

그 결과 지난 2014년엔 216억 달러까지 줄었다.

1965년 수교 이후 2015년까지의 무역 적자 금액의 총합은 무려 5,164억 달러로 집계된다.

열심히 물건 만들어서, 죽어라 수출했는데 원수 같은 일본 놈들 좋은 일만 시켜준 것이다.

한국의 정순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일본과 국교를 단절하겠다는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실리프 왕국은 일본과 접촉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일본과의 교역은 이제 없을 일이다.

대신 대한민국과 이실리프 왕국 사이의 활발한 교역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으로부터 원료를 수입한 이실리프 왕국은 부품과 소재를 만든다. 이를 공급받은 대한민국은 완제품을 생산하여 전 세계로 수출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원이 풍부한 이실리프 왕국에서 한국으로 원료를 보내고, 한국에서 이를 가공하여 반제품으로 납품하면 안주 기계공업단지 같은 공단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실리프 왕국은 왕정이고, 대한민국은 공화정이다. 체제 자체가 다른 두 국가의 교역은 100%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맡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다.

신뢰도 문제도 있고, 창구가 하나라면 종합적인 컨트롤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실리프 왕국이 정식으로 왕국 선포를 한 것이 아니므로 아직은 양국 간 아무런 협약도 맺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 수출을 할 때 통관절차가 애매하다.

“흐음, 이건 문제네.”

수교할 때 무관세통관 협약을 맺을 경우 이를 딴죽을 걸고 나설 나라들이 있는 때문이다.

대표적인 두 나라는 미국과 지나이며, 둘 다 FTA가 타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과의 교역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실리프 왕국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아래는 대한민국의 2014년 수출입 규모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간 교역만 완전무관세 혜택을 부여할 수는 없다. 형평성을 문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 무역에 타격을 입히는 요인이 된다.

아무래도 관세가 붙으면 완제품 가격이 높아져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낮아지게 된다.

“끄응! 이건 조금 복잡하군.”

현수가 생각하기에도 매듭을 풀려면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이긴 하다.

“뭐야? 이런 것까지 내가 해결해야 하나? 이건 주영이 부부에게 일임하는 게 낫겠군.”

말을 꺼내면 펄쩍 뛰겠지만 어쩌겠는가!

하나 현수 혼자서 이런 것까지 생각해서 타개점을 찾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현수가 들고 있던 파일에 몇 가지 메모를 하고 있을 때 인터폰에서 소리가 난다.

삐이잉―!

“오라버니, 이실리프 정보 엄규백 대표님 연결되었습니다. 3번 누르시고 받으셔요.”

“응! 알았어.”

송수화기를 든 채 3번 버튼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엄규백의 음성이 들린다.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회장님!”

“네! 근데 이 전화는 도청으로부터 안전한가요?”

“아! 그건… 잠시 기다리시면 제가 휴대폰으로 연결하겠습니다.”

“그러죠.”

수화기를 내려놓고 1∼2분이 흐르자 주머니 속이 아닌 책상 위의 휴대폰이 진동을 한다. 처음 보는 것이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계속해서 부르르 떨자 얼른 받았다.

“회장님! 엄 대표입니다.”

“아! 네에, 근데 이건 무슨 전화죠? 내 것이 아닌데.”

“앞으론 가급적 그걸 쓰십시오. 도청 불가능한 위성전화입니다.”

“위성전화요?”

“네!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에서 최근에 개발 완료한 겁니다. 지구 어디에서든 통신 가능하며 도청은 불가능합니다.”

“삼족오 때문인가요?”

현수는 확실히 머리가 좋다. 무엇 때문에 도, 감청이 불가능한지를 단숨에 꿰뚫은 것이다.

“네,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에서 말하길 운영체계가 완전히 다른 데다 음성신호를 특수 암호로 변환시킨 뒤 다시 복원하는 신개념 통신서비스라 어떠한 방법으로도 감청 및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비밀히 완전히 보장된다니 기분이 좋다.

“좋군요. 앞으론 이걸로 연결하지요.”

전화기에 스테파니의 동생 샌디 베나글리오의 기술이 개입되어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그나저나 지시사항이 있습니까?”

“미국의 유태인 각료들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고의적인 유고 상황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네에? 그게 정말입니까?”

크게 놀랐는지 엄 대표의 음성이 높아진다.

“그 내용을 은밀히 힐러리에게 전하고 싶으니 방법을 모색해 주세요.”

“증거자료가 있습니까?”

“백악관 회의실에서 있었던 각료회의 녹음 자료입니다.”

“네에? 그런 걸 어떻게?”

현수는 현재 평양에 있다. 그런데 앉은 자리에서 미국 백악관의 회의 내용을 들었다니 놀란 것이다.

“잊었습니까? 우리에겐 이실리프호가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저희가 전하지요.”

“전달 방법은요?”

“힐러리 클린턴의 비선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사용했던 비선이니 금방 전달될 겁니다.”

“알았습니다. 그럼 파일을 보내지요.”

“네! 방법은 아시죠?”

이실리프 정보가 사용하는 웹하드를 이용하라는 뜻이다.

통화를 마친 현수는 MP3 파일을 이실리프 정보로 보냈다. 그리곤 아리아니를 호출했다.

“호호! 부르셨어요?”

“그래! 잘 있었지?”

“네에,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숲이 없어요? 씨잉, 짜증이 나요. 헐벗은 산밖에 없어서요.”

“아리아니가 복원해 놓으면 다시는 못 건드리게 해줄게.”

“정말이죠?”

“그래! 대신 아무 나무나 자라게 하면 안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휴전선 이북 지역은 현재 대대적인 산림녹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전 국토의 과수원화가 지시된 때문이다.

하여 사과, 배, 감, 대추, 밤, 은행, 모과, 유자. 석류, 호두, 잣, 살구, 포도 등의 묘목들이 재배되고 있다.

묘목이 어느 정도 자라면 기후와 토질 등을 면밀히 고려하여 식재될 예정이다.

원래는 수년은 걸릴 일이지만 아리아니가 이 일에 개입하여 그 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하여 묘목들은 더없이 싱싱한 상태로 생장하는 중이다.

어쨌거나 허락 없이 산에서 나무를 베어내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 아울러 산불을 우려한 의용소방대가 결성되고 있다.

현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마음이 풀린다는 듯 생끗 미소 짓는다.

“참! 저 이제 돼요.”

“뭐가?”

“잠시만요!”

아리아니가 사라진 뒤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전에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은 때문이다.

똑, 똑, 똑―!

“네에, 들어와요.”

문이 열려 시선을 준 현수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뇌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선 때문이다.

“설마, 아리아니……?”

“호호! 네, 저예요. 저 예쁘죠?”

자신의 몸매를 한번 봐 달라는 듯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도는데 아찔할 정도로 육감적인 모습이다.

신장은 170㎝, 체중 54㎏ 정도인데 들어갈 곳은 확실히 들어가고, 나올 곳은 더욱 확실하게 나와 있다.

웬만한 사내라면 보는 순간 코피를 쏟을 정도이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미녀들을 섭렵한 현수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튀어나온 것이다.

“허어, 세상에……!”

아리아니가 걸친 의상은 몸에 달라붙는 원피스이다.

아직 더운 여름이라 소매가 없고, 가슴 부위는 푹 파였으며, 길이는 매우 짧은 것이다. 당연히 신체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드러나 현수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얼굴은 카이로시아와 로잘린, 케이트와 스테이시, 그리고 다프네의 모습이 섞여 있다.

초절정 미녀들의 예쁜 부분만 섞어놓으면 이상하게 보일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대단히 아름답다.

목에는 목걸이가, 귀에는 귀걸이가 걸려 있으며, 폭 넒은 팔찌까지 패용하고 있다. 머리카락은 금발인데 반짝이는 티아라를 꼽고 있어 공주 같은 모습이다.

곧고 쭉 뻗은 다리는 각선미를 보여주고 있고, 현수의 아공간에서 꺼낸 듯한 예쁜 샌들을 신고 있다.

그러고 보니 페디큐어 (페디큐어(Pedicure) : 라틴어로 발을 뜻하는‘페티’와 손질을 의미하는‘큐어’와 의 조어. 매니큐어(Manicure)가 손이나 손톱의 손질을 하는 것에 상대하여, 페디큐 어는 발과 발톱을 아름답게 다듬는 미용술.)까지 되어 있다.

“어때요? 마음에 드셔요?”

“그, 그럼! 아주 예뻐.”

“호호! 그럼 이 모습으로 고정할게요.”

“고, 고정……?”

“네! 그래야 주인님이 헷갈리지 않잖아요. 호호호!”

무엇이 그리 좋은지 몸을 배배틀며 교소를 터뜨리는데 너무나 섹시해 보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엔 아리아니가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 꽤 긴 시간이다.

예전엔 하루 종일 어깨 위에 앉아 종알거리거나, 노래를 불러댔고, 처음 보거나 신기한 것이 있으면 그게 뭐냐고 끊이지 않게 물었다.

그런데 그게 언제적 일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이다. 아마도 온갖 미용술과 화장술을 배우러 다니느라 시간을 썼고, 장신구와 패션에 관심을 가진 시간도 길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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