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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58화 (1,257/1,307)

# 1258

그리곤 아래에 첨부된 파일을 클릭했다. 용량을 봐선 TXT 파일 같은데 문서가 열리지 않는다.

“으잉?”

화면엔 이 문서를 보기 위해 인터넷에서 응용프로그램 검색을 하겠느냐는 메시지가 뜬다.

다른 이메일 같으면 절대로 클릭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안팀으로부터 자칫 해킹 바이러스를 불러들이는 일이 된다는 교육을 받은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딸인 첼시가 보낸 것이다. 결코 자신에게 해될 일을 할 아이가 아니다. 그렇기에 주저 없이 인터넷에서 응용프로그램을 찾아보겠다는 것을 클릭했다.

잠시 검색하는가 싶더니 처음 보는 문자가 뜬다.

파란 바탕에 하얀 글씨인데 위엔 2014라 쓰여 있고, 아래엔 두 글자가 보이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흐음, 뭐라 쓴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압축파일을 풀겠다는 걸 클릭했다.

잠시 후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러더니 뷰어 하나가 열린다. 그리곤 제법 긴 내용의 텍스트가 보였다. 당연히 영문이다.

친애하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 후보께!

안녕하십니까?

먼 곳에서 당신을 지켜보는 지지자입니다.

제게 지극히 중요한 정보가 있어 따님인 첼시 클린턴 양에게 부탁하여 이것을 보냅니다.

이 내용의 진위는 믿으셔도 될 겁니다.

당신과 치열한 유세전을 벌이고 있는…….

…하략…….

문서의 내용은 공화당 후보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갔는데 지나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지나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취지에서 선거 자금을 분산시켜 보냈다.

가명, 또는 차명계좌로 송금된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

보낸 이들의 면면이 삼합회를 비롯한 흑사회 조직들이다.

첨부파일엔 실제 계좌 주인의 인적 사항이 있었는데 삼합회를 비롯한 흑사회 조직원들이다.

이들은 1억 5,000만 달러를 선거 자금으로 제공할 테니 공화당이 정권을 쥐게 되면 지나인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지나인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될 경우 미국은 여러 문제와 직면하게 될 것이다.

범죄 발생 건수가 대폭 늘어나고, 다른 민족과의 마찰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안하무인하고 이기적인 지나인들의 태도 때문에 여럿이 불쾌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무기밀매, 마약밀수, 인신매매 같은 것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선거 막바지에 힐러리 클린턴은 이 돈에 대한 것을 언론에 터뜨렸다. 그 결과 호각지세였던 상황에서 저울추가 확연히 기울게 되었고,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이걸 첼시가 보낸 거라고?”

생각해 보니 유세장으로 이동하는 차에서 이 내용을 읽었다. 하여 즉시 참모진들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다음 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이 공표되면서 선거의 분위기가 반전하게 되었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첼시가 일등공신이었네.”

힐러리는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보낸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이것과 관련된 접촉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고마운 사람이네. 근데 누굴까?”

힐러리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인터폰을 누르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을 캡쳐하여 인쇄하면 어떤 나라에서 쓰는 뷰어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전 같으면 지체 없이 비서를 불러서 지시를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주변에 포진되어 있는 유태인들 때문이다.

“흐음! 그나저나 첼시가 이번에는 또 무슨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을까? 설마 이혼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미국의 정가(政街)는 윤리적으로 엄격하다.

이혼이 일상사인 나라지만 정치인들의 이혼 경력은 큰 오점으로 작용된다. 가정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인간이 어찌 정치를 하겠느냐는 뜻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동양의 개념이 미국의 정가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안녕, 엄마!

나, 엄마의 사랑스런 딸 첼시∼!

아빠에 이어 엄마도 대통령이 되어서 너무 좋아.

경호원들이 귀찮기는 하지만∼!

선거할 때 내게 엄마에게 정보를 전해 달라던 사람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어.

이번엔 긴급이래.

근데 나더러 읽지는 말고 전해만 달라네.

어쨌거나, 믿을 만한 친구가 준 거니까 이번에도 보내.

요 아래를 클릭해서 첨부된 파일을 읽어봐.

―딸 첼시가

힐러리는 아래의 첨부파일을 클릭했다. 뷰어가 깔려 있어서 그런지 단번에 화면이 열린다.

친애하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 대통령님께.

거두절미하고, 긴급히 전해 드려야 할 지극히 중대한 사안이 있어 따님인 첼시 양을 통했습니다.

이번에도 직접 나서지 못함을 양해하여 주십시오.

/http://darm.net/으로 가셔서 아이디(unbie)와 비밀번호(eogksalsrnr)를 입력하시면 ‘내게 쓴 편지’ 한 통이 있을 겁니다. (아래 화면 참조)

거기에 첨부된 MP3 파일이 전해 드리고자 하는 중대한 내용입니다.

주위를 모두 물리치신 후 혼자 확인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다음엔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 당신을 지켜보는 동방의 빛

고개를 갸웃거린 힐러리는 첨부된 화면 중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글을 읽을 수 없어 어떤 것이 ‘내게 쓴 편지’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눈여겨보고는 하이퍼링크를 타고 포털 사이트 창을 새로 열었다. 그리곤 아이디와 비번을 차례로 입력했다.

알려준 대로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메일이라곤 딱 하나뿐이다. 거기엔 첨부파일 하나가 있었다.

컴퓨터에 저장하려다 그러지 않고 열기만 했다. 이번에도 보안 때문이다.

“한시라도 빨리 파병을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말을 듣지 않네. 자네들도 나서주게.”

“뭐라고? 대통령이 왜 파병 결정을 미룬다는 건가?”

“글쎄? 나도 모르겠네. 금방 결정을 내릴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간 건데 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느냐고 묻더군.”

“즉각적인 파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선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보지 그랬나.”

“했지! 왜 안 했겠는가!”

“그랬더니?”

“그래서 재선이 어렵다면 포기하겠다더군.”

“뭐라고……?”

“대통령이 유고 상황에 처하면 부통령이 그 자리를 맡네.”

“맞는 말이야! 한국이 지금 그렇지. 승계서열 5위가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더군.”

“이보게들……!”

“괜찮네. 키스 알렉산더는 우리 사람이니.”

“그래도 조심할 건 조심해야지. 어쨌거나 대통령이 파병에 소극적이네. 자네들이 나서서 권유할 타이밍을 찾아보게.”

“그러지.”

“나는 파병 준비를 해야겠네. 뒷일을 자네들이 맡아주게.”

“그러지! 준비나 철저히 하라고.”

“이번 기회에 하마스, 알카에다, 헤즈볼라, 지하드, 탈레반, 보코하람 등의 씨를 완벽히 제거하는 쪽으로 검토해 주게.”

힐러리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진다.

음질이 너무 좋아 음성만으로도 누가 말을 한 것인지 확연히 구별된 때문이다.

누군가 정치적 공작을 위해 가짜로 만든 파일이면 신의 솜씨라 할 만큼 대단한 성대모사이다.

그런데 그럴 확률은 매우 적다. 각자의 특성이 너무도 확연한 때문이다. 말을 하는 동안 호흡을 잠시 끊는 것이라든지, 특유의 억양, 그리고 음색까지 완벽하다.

“으으음!”

힐러리는 지그시 어금니를 물었다.

본인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는 자들이 있는 것도 불쾌한데, 그들이 자신을 보좌하는 각료들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걸 어떻게 녹음했지?”

백악관은 도청과 감청이 불가능한 곳 중 하나이다. 보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여 매일 수시로 검사를 한다.

그런데 MP3의 음질은 잡음 하나 없이 깨끗하다.

‘지금은 누가 도청 내지 감청을 했는지보다 이 내용이 더 중요해. 근데 이걸 누구와 상의하지?’

힐러리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빌이 대통령일 때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이 있은 후 다소 소원해지긴 했지만 늘 많은 도움이 되는 존재이다.

“빌! ‘[email protected]’인 아이디로 메일 보낼 거예요. 바로 확인해 보고 연락 줘요.”

“그래? 알았어, 바로 확인하지.”

“참! 주위를 모두 물리치고 혼자 들어야 해요.”

“그래? 중요한 것인 모양이군, 알았어. 바로 확인할게.”

짧은 통화를 마친 힐러리는 첨부된 파일을 재전송하도록 했다. 빌이 받았는지 여부가 확인되는 걸 지켜보느라 화면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이 생소하다.

“처음 보는 사이트네. 그리고 이건 어느 나라 문자지?”

비서를 부르면 즉각 해결될 문제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사방에 깔린 게 적이다.

그리고 백악관 근무자 중 누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끄응! 여긴 백악관인데.”

자신의 근거지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바뀐 느낌이다. 당장에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 소음기 달린 총으로 쏠 것만 같다.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어 문을 잠그려 일어서는데 휴대폰이 진동을 한다. 남편이 건 전화이다.

“이거, 아무도 모르는 거지?”

“그럼요.”

“잘했어. 일단은 평상시와 같이 집무실을 지켜. 그리고 정시에 퇴근하고. 지금부터는 내가 알아서 움직일게.”

“그래요, 빌! 고마워요. 신경 써줘서.”

“당연한 일이야! 난 당신의 남편이라고. 이젠 조금 늙어서 기운만 없을 뿐이야.”

“뭔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할 테니 전화기 꼭 휴대해요.”

“응! 모든 일정 취소하고 곧장 그리로 갈 테니까 오늘은 외부 이동을 모두 캔슬시켜.”

“네! 그럴게요.”

힐러리는 남편이 믿음직스럽다 느꼈다. 그러자 기분이 조금 풀린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다시 화면에 시선을 주었다.

“동방의 빛?”

힐러리는 ‘The lamp of the East’를 입력하고 검색했다.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가 일본 식민 통치라는 암흑 속에서 신음하던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짧은 시이다.

이 시를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이 뜬다.

In the golden age of Asia

Korea was one of its lamp―bearers

And that lamp is waiting to be lighted once again

For the illumination in the East.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한국인인 거야?”

동방의 빛이 사람의 이름일 리는 없다. 따라서 이걸 누군가 닉네임으로 쓰는데 한국인이 아니라면 쓸 일이 없다.

“첼시에게 한국인 친구가 있었나?”

힐러리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중학교 때 친구 중에 아그네스 정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한국에서 이민 온 가정의 아이였는데 첼시의 생일 때 떡이라는 걸 선물로 가져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가져온 것은 오색경단이라는 것인데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동그랗게 빚어서 끓는 물에 익혀 여러 가지 고물을 묻힌 것이다.

동글동글한데 노란색, 검은색, 밤색, 연두색, 아이보리색으로 만들어진 것을 처음 보았을 때엔 장난감인 줄 알았다.

먹어보곤 그 담백한 맛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하여 가끔 아그네스의 엄마에게 부탁하여 오색경단이라는 것을 먹었다.

“그럼, 아그네스를 통한 건가?”

첼시에게 가까운 한국인이라면 중학교 때 친구 아그네스뿐이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힐러리는 첼시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물론 가족 전용 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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