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0
“지현호가 가장 먼저 올라갈 거야. 그럼 괜찮아질 테니 조금만 더 참아.”
“치이, 알았어요. 아무튼 대단해요. 개인이 위성 인터넷을 구축한다니요.”
“그게 왜 개인이야? 이실리프 왕국이 쏘아 올리는 건데.”
“말은 그래도 실제는 자기가 하는 거잖아요. 반중력 마법으로……! 그게 세상에 알려져 봐요.”
“뭐, 하긴 그러네.”
위성의 제작비도 현수의 주머니에서 나가니 맞는 말이긴 하다.
“다른 건 어때? 불편한 건 없어?”
“천지건설 사람들이 잘 구해다 줘서 괜찮아요. 인터넷만 조금 그랬어요. 전화는 어차피 별로 안 쓰니까요.”
“전화도 불편하긴 하겠네. 그것도 조만간 해결될 거야. 위성 전화기들을 이미 생산에 들어갔으니까.”
“네에, 자기만 믿어요. 그나저나 여기 오래 계실 거죠?”
“응? 으응.”
“치잇! 또 금방 가야 하는구나. 근데 뭐가 그리 바빠요?”
“여기저기 벌려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러지. 개발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그때부터는 괜찮아질 거야.”
“알았어요. 자기만 믿어요.”
지현은 현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곤 배시시 미소 짓는다. 너무도 행복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현이랑 조금 놀아줄까?”
“그래요! 잠시만요.”
인터폰을 눌러 현이를 데려오라 했다.
못 본 새에 부쩍 큰 듯한 느낌이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어쩌겠는가!
현수는 최선을 다해 현이와 놀아줬다. 목마도 태워주고, 자리에 누워서 비행기도 태워줬다.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 * *
“휴우! 하여간 자긴……. 죽는 줄 알았어요.”
“기분은 좋았구?”
“칫! 그래요.”
현수의 팔을 베고 누워 있는 연희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사랑하는 사내와 이렇게 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이 느껴진 때문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여름이지만 그리 덥지 않다는 느낌이다.
“우리 산책이나 갈까?”
“좋죠!”
둘은 서둘러 옷을 걸치곤 킨샤사 저택 뒤에 조성된 정원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잠든 시각이라 아주 호젓했다.
가로등을 켤까 하다가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하여 매스 라이트 마법으로 사방을 밝힌 채 걷는 산책이다.
“마법이 참 편리해요.”
“그치? 가면서 이거 배워 볼래?”
“어머, 정말요?”
마나심법은 이미 가르친 바 있다. 그렇기에 마법의 구현 원리와 방법을 알기 쉽게 알려주었다.
영특한 두뇌의 소유자인지라 어렵지 않게 깨닫는다.
그렇다 하여 마법사가 된 것은 아니다. 단 하나의 서클도 이루어내지 못한 때문이다.
현수는 호수 안에 있는 모던 하우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엔 강진숙 여사의 손길로 가꿔진 HAYRA가 있다.
‘Hyun soo And Yeon hui’s Rest Area’의 이니셜로 만들어진 어휘이다. 입구 현판엔 돋을새김으로 멋지게 ‘HAYRA’라고 새겨져 있다.
모던 하우스는 사용 빈도가 낮음에도 아주 정갈했다. 매일 청소를 하는 모양이다.
현수는 푹신한 쿠션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연희의 뒤에 앉아 본신의 마나로 마나회로를 각인시켜 주었다.
불과 1시간 뒤 연희의 심장엔 하나의 완전한 서클이 형성되었다. 완전 초보지만 드디어 마법사가 된 것이다.
서클을 확인한 연희는 너무도 기쁘다면서 와락 안겨왔다. 하지만 큰일은 치르지 않았다.
룬어로 이루어진 마법들을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현수가 알고 있는 1서클 마법은 약 100여 가지이다.
파이어, 파이어 볼트, 파이어 애로우, 아이스, 아이스 볼트, 아이스 애로우, 윈드, 윈드 애로우, 라이트 등을 가르쳤다.
연희는 분명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하지만 결코 현수 같은 천재는 아니다. 하여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한꺼번에 룬어와 마법을 배우려니 뒤죽박죽이 되어 그렇다고 한다. 하여 절대 다른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노트에 적어주었다.
룬어는 배웠지만 아직 다 외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룬어로 쓰인 마법을 풀어서 설명한 마법서는 아르센 대륙어로 쓰인 것이기에 보여줘 봤자 소용이 없다.
하여 한글로 적어준 것이다.
마법을 배운 후론 현수는 찬밥이 되었다.
간간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는 응답기로 전락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뭔가에 열중해 있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던 것이다.
새벽 동이 틀 즈음 자리에서 일어난 부부는 천천히 걸어 산택을 마치곤 저택으로 돌아왔다. 바디 리프레쉬 마법이 있기에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함은 없었다.
날이 밝자 곧장 부모님과 장모에게 문안을 여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곤 곧장 반둔두 자치령으로 갔다.
이번 주는 권철현 행정수반이 비날리아 지역에 머물고, 전 대한민국 공군참모총장인 김성률 통령이 반둔두에서 업무를 본다고 한다.
비날리아와 반둔두는 1,000㎞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아직 개설된 도로가 없어서 헬리콥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
알다시피 비행기는 이륙 후 5분, 착륙 전 5분이 가장 위험하다. 그런데 이곳에선 비행하는 동안에도 위험하다.
반군들의 대공 미사일이 있기 때문이다.
김성률 통령은 공군참모총장 출신이었기에 휘하에 근무했던 부하들을 스카우트하여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하여 두 곳의 인원과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는 포털 마법진을 설치했는데 권철현 행정수반과 김성률 통령 등 극히 일부 수뇌부들만 사용하는 것은 따로 설치했다.
물론 비밀이다.
몇 시간씩 걸리던 번거로움이 불과 몇 초로 줄어들자 권철현 행정수반과 김성률 통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확인해 보니 두 곳 모두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다.
정글은 필요한 만큼 확실히 개간되었고, 그곳에 살던 맹수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아리아니 등 4대 정령의 분체가 힘을 써준 결과이다. 이 밖에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도 전향적인 도움을 주었다.
비날리아 지역의 반군 가족들이 대거 이실리프 자치령의 거주민이 되면서 정부군과의 잦았던 충돌이 10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때문이다.
반군은 정부군의 입김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보장받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개간된 농토 및 농장에선 작물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를 수확하여 가공하는 공장들도 쉴 새 없이 생산된 물자들을 뽑아내고 있다.
* * *
“아이구, 이게 누구신가? 하핫! 반갑네, 반가워.”
가에탄 카구지의 집무실에 발을 들여놓자 결재 서류에 사인하고 있던 콩고민주공화국 내무장관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색한다. 정말로 반가워하는 것이다.
“오랜만입니다, 장관님!”
“그러게 말이네. 정말 오랜만일세. 바쁜 건 알지만 자주 좀 들려주시게. 자네가 보고 싶었던 때가 정말 많았네.”
이 말도 사실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권력의 쌍두마차인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과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은 현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가장 먼저 현수 덕분에 지나의 건설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직하고 친절한 천지건설을 알게 되었다.
가에탄 카구지는 얼마 전 완공 단계에 놓인 잉가댐과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돌아왔다.
잉가댐과 수력발전소 공사는 지나가 제안했던 공사비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발주되었다.
천지건설은 중간에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부담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나의 건설사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발주된 것이나 다름없다.
참고로, 지나의 공사 품질은 100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잘해야 50∼60이다. 게다가 날림공사라 완공 후 몇 년 만 지나면 하자 보수할 것 천지인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완공되어 가는 잉가댐과 수력발전소는 170∼180이라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너무도 공사를 잘해 하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상상 이상의 공사 품질을 보여준 것이다.
킨샤사 비날리아 간 고속도로 신설 공사는 내무부 산하 건설국장이 시찰했다. 현장을 다녀와 브리핑을 할 때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긴 한국의 최신 고속도로와 같은 품질이니 아프리카 사람인 가에탄 카구지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천지건설은 곳곳에서 철도 공사와 도로 공사, 그리고 광산 개발 및 각종 건축물 신축 등을 맡아서 일하고 있다.
워낙 고품질인지라 지나가 건설할 때보다 약간의 비용이 더 지불되지만 하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추가 부담이 없고, 하자 발생이 적으니 오히려 이득이다.
게다가 천지건설은 상당히 많은 자국민을 현장 작업자로 고용하여 실업률 감소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현장 일을 하며 자연스레 기술 습득이 되고 있다. 천지건설로부터 최신 기술을 교육받는 셈이다.
현수의 덕 중 두 번째는 천지약품이다.
의료 기반이 현저하게 열악한 콩고민주공화국에 질 좋고 가격 저렴한 한국산 의약품을 들여와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이전에는 변변한 항생제가 없어 자그마한 상처로도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러하지 않다.
웬만한 곳엔 전부 소매 약방들이 진출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은 의약품에 관한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의 약의 오용과 남용이었다.
천지약품은 투약 지침서라는 생각지도 못한 책을 발행하여 증상에 따른 정확한 투약이 가능토록 도왔다.
화영공사 왕영백 등이 몰래 수입한 지나산 가짜 의약품들은 철퇴를 맞았다.
저질은 한국산에 비해 확실한 약효의 차이를 보였고, 가짜는 각종 부작용을 일으켰다.
이에 분노한 카에탄 카구지의 특명에 따라 의약품과 관련된 지나인들 전원이 체포되었고, 수입된 모든 물품은 모조리 회수한 후 소각시킨 것이다.
왕영백 등 몇몇 지나인들은 그간 저질러 온 각종 악행 및 밀수 등의 협의까지 드러났다.
그 결과 재판을 받았고, 전 재산 몰수 및 감형이나 사면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투옥되었다.
그 안에서 다른 수형자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하는 등 개고생을 하고 있지만 교정당국은 보고도 모른 척한다.
각종 흉악 범죄로 수형 중인 죄수들조차 지나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에 치를 떤 때문이다.
이실리프 의료센터가 들어선 것은 가난한 콩고민주공화국에게 있어 신의 한수이다.
킨샤사 외곽에 위치한 이실리프 의료센터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지구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존경받는 최고의 의료진이 대거 입국하여 근무 중이다.
당연히 한국의 의료진도 다수가 근무한다.
설치된 의료 기구는 당연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다른 나라에선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미라힐 시리즈와 NOPA, 그리고 홍익인간 같은 특수의약품을 마음껏 사용하여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해 낸다.
특히 미라힐 시리즈는 각종 암 등 난치병에 효과가 좋아서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선진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일등공신이다.
의료센터 인근엔 이실리프 의과대학이 건설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발주했고, 천지건설이 공사를 하고 있는 이것은 완공 후 의료센터에 무상으로 기증될 예정이다.
이것은 콩고민주공화국 젊은이들에게 선진국 의료 기술을 배우게 하는 장(場)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의료센터 인근에는 커다란 테마파크와 수목원이 있어 관광 수입과 고용을 크게 개선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 이실리프 계열사에 근무하는 직원 자녀들이 다니는 최신식 학교가 있다.
기본적인 오전 수업은 인종이나 부모의 직책 등과 관계없이 한 교실에서 이루어진다. 모두가 항온 기능을 가진 교복을 지급받으며, 질 좋은 급식을 배식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