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62화 (1,261/1,307)

# 1262

5번 함인 테리나함은 태평양을 누빈다. 미국을 견제하는 수단이다.

6번 함 백설화함은 인도양의 바다를 책임진다.

마지막 7번 함 이실리프함은 현수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전 세계 바다 여행을 하기 위해 건조하는 것이다.

평상시엔 대서양을 초계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5대양 전부를 장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카헤리온도 그렇고 잠수함 등도 얼른 얼른 설계를 해서 넘겨야겠군. 조금 늦었네.’

완성만 되면 카헤리온 1대는 웬만한 나라의 육해공군 전력 전부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중첩된 공간 확장 마법과 경량화 마법 등은 어마어마한 양의 폭탄을 폭장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레일건을 무한정 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탄환을 가져갈 수 있다.

이밖에 카헤리온은 스타쉽트루퍼스의 병력수송기처럼 대규모 병력을 수송하거나 전차나 장갑차 같은 무기 수송을 맡아 전후방을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

권지현함은 혼자서 일본의 모든 전함과 잠수함을 상대할 능력을 가진다.

따라서 새롭게 진수될 잠수함은 소말리아의 모든 해적선을 남김없이 침몰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알 카에다와 알 샤바브가 아무리 은밀하고 조직적이라 하더라도 우주에 떠 있는 이실리프호가 동원되면 모든 것이 까발려진다. 백악관 회의실도 고음질로 감청되니 관심만 가지면 금방 발본색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가? 케냐는 거절인가?”

“아뇨! 하죠. 거저 준다는데 해야지요. 그쪽에 전갈 넣어주세요. 조만간 찾아가겠습니다.”

“아! 그런가? 고맙네.”

얼마 전 아프리카 대륙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있었다. 골칫덩이 보코하람 (보코하람(Boko Haram) :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 단체.) 때문이다.

이들은 교사 319명을 죽이고 여학생 2,000명을 납치하여 성폭행을 한 뒤 성노예로 팔아넘겼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여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분노한 아프리카 각국 정상은 IS의 지령을 받드는 보코하람 척살을 결의했다. 그때 가에탄 카구지는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을 대신하여 이 자리에 참석했다.

가에탄 카구지를 만난 케냐와 우간다 대통령은 이실리프 자치령의 자국 유치를 부탁했다.

자치령이 생기기만 하면 만사가 술술 풀린다 생각한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세로 신신당부했었다.

그들의 청을 들어주게 되어 기분이 좋은지 가에탄 카구지는 만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아뇨! 제가 오히려 더 고맙지요. 다 장관님께서 신경 써주신 덕분입니다.”

“자네 스케줄이 어떤지 모르겠으나 최대한 빨리 두 나라를 방문해 주시게. 자, 이거…….”

가에탄 카구지가 건네는 것을 받아 들자 빠르게 설명한다.

“그 번호는 우후루 케냐타(Uhuru Muigai Kenyatta) 케냐 대통령과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Museveni) 우간다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것이네.”

“아! 그런가요?”

“내가 주었다고 하면 되네. 그쪽에 전화 걸기 전에 내게 먼저 전화를 주면 더 편할 것이네.”

생색을 내겠다는 뜻이다. 돈도 안 들고, 번거롭지도 않은데 어찌 거절하겠는가!

“네에, 그럼 미리 연락드리지요.”

“아무튼 여러모로 고맙네. 자넨 우리 콩고민주공화국의 은인이네. 국민과 대통령을 대신하여 깊은 감사를 드리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가에탄 카구지의 머리가 정중하게 숙여진다.

얼마 전 아내는 유방암 4기 선고를 받았다.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라 예전 같으면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도 이실리프 의료센터가 있어 쉽게 극복해 냈다.

그 결과 현재는 아주 건강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이 모든 게 현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뻣뻣하기만 하던 고개를 숙인 것이다.

“에구, 우리끼리 왜 이러십니까?”

“아닐세. 정말 고맙네. 자네를 만난 건 행운이야, 행운!”

이름도 모르던 한국의 건설회사 직원이 죽을 뻔한 조카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인연은 없었을 것이다.

가에탄 카구지는 그때 일을 떠올리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조카를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큰 공사 하나를 주겠다고 마음먹었던 자신이 기특한 것이다.

* * *

“자기야! 이제 그만. 응? 이제 그만이요.”

이 말은 늘어진 이리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이곳은 모스크바에 자리 잡은 이실리프 저택이다.

늦은 밤에 당도한 현수는 독수공방하던 이리냐의 스트레스를 완전하게 풀어줬다. 그런데 너무 많은 힘을 써서 그런지 아예 널브러진 상태이다.

“바디 리프레쉬!”

샤르르르르―!

마나가 스며들자 늘어졌던 이리냐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생겼던 다크 서클도 확실하게 사라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스스해진 머리를 가다듬는 이리냐는 너무도 아름답다.

“자기가 여전해서 너무 좋네.”

“헤에, 저도 좋아요.”

이리냐는 조금 전의 고생을 잊었다는 듯 다시 현수의 품을 파고든다. 오랜만에 보는 남편이니 힘은 들지만 잠시도 떨어지기 싫어서이다.

“러시아 자치령 개발은 어때?”

“형부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어요. 두 분 모두 천직을 만난 것처럼 아주 열심이거든요.”

유리 파블류첸코와 안드레이 자고예프는 뛰어난 인재들이다. 게다가 배경까지 든든하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실리프 자치령 개발은 상당히 많은 것이 소요되는 일이다. 인력은 물론이고 각종 건설자재, 중장비, 운송수단, 식음료 등이 무지막지하게 소모되고 있다.

당연히 침체되어 가던 러시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싱그러운 숨결과 같다. 하여 푸틴과 메드베데프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러시아 전역의 밤을 지배하는 알렉세이 이바노비치까지 나서서 협조를 지시했으니 착착 진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덕분에 이리냐의 말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참! 저택은 아직이래?”

러시아 자치령은 시베리아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하여 다른 곳에 비해 공사 진척도가 약간 늦은 편이다.

겨울이 되면 모두가 일손을 놓고 쉬어야 하는 때문이다.

“거의 다 되었대요. 마무리 작업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참! 저택 청사진하고 조감도 보실래요?”

“그래.”

잠시 후 이리냐의 지시를 받은 집사장 안톤이 카트에 두툼한 도면을 실어왔다.

자치령 전체 개발도 등이 포함되어 많은 것이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네요. 수고가 많아요, 안톤!”

현수의 따뜻한 시선을 받은 안톤은 다시 직각으로 허리를 꺾는다. 왠지 이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 때문이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그럴게요.”

안톤이 물러간 후 현수는 찬찬히 도면을 살폈다.

전체 개발도엔 정령들의 도움을 얻어 지열발전을 할 곳과 온천 개발을 할 곳, 그리고 각종 광석을 채굴할 광산의 위치 들이 아주 상세히 표기되어 있다.

아울러 경관이 뛰어나 관광지가 될 곳도 표기되어 있다. 이런 것을 제외한 곳엔 사통팔달한 도로가 뚫리고 있다.

도로 개설 공사와 더불어 상하수도, 전기, 전화, 인터넷, 송유, 가스배관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

이런 곳을 제외한 곳 대부분은 농지와 축산지 등이 들어선다.

이곳으로부터 얻은 각종 농축산물을 가공 처리할 산업단지들도 자리 잡고 있고, 사람들이 모여 살 중소규모 도시들도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도시 규모는 아무리 작아도 최하 5만 명 이상은 모여 살게 설계되어 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람들이 적다는 느낌을 덜 받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체 인구가 50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니 100개의 도시가 자치령에 흩어져 있게 되는 것이다.

인구가 늘면 도시 또한 늘 수 있도록 여기저기에 터를 잡아놓았다. 최종 인구는 1,000만 명 수준이다.

현수는 이번에 자치령의 면적이 대폭 늘어난 콩고민주공화국에 2,000만 명이 거주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날리아엔 1,500만, 반둔두에는 500만 명이다.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러시아, 몽골 자치령에는 각각 1,000만, 한반도 북쪽에 자리 잡은 이실리프 왕국은 2,000만 명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총인원은 9,000만 명이다.

여기에 한국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인구 1억 4,000만 명짜리 새로운 경제 블럭이 완성된다.

범이실리프 왕국과 대한민국으로 이루어진 이것은 타국과의 교류가 전혀 없어도 충분한 자원 및 식량이 확보된다.

인구 1억 명이 넘었으니 충분한 내수시장이 형성되므로 외국의 경제 동향 따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러시아, 몽골과의 교역이 보장되어 있으니 이들 국가와의 관계만 잘 유지하면 무궁하게 번영할 터이다.

수출이나 수입을 하려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손을 비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러시아 자치령의 문제는 겨울이 되어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시작하면 일손을 놓다시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작업을 하기엔 너무 가혹한 환경인 때문이다.

그렇기에 콩고민주공화국이나 에티오피아는 물론이고 남쪽에 위치한 몽골 자치령에 비해 개발 속도가 현저히 늦다.

[흐음, 아리아니! 정령들 불러서 여기 겨울철 온도 좀 어떻게 해봐. 강수량 조절도 좀 하고.]

[네에, 신경 쓸게요.]

일일이 짚어서 지시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이야기해서 아리아니와 정령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낫다. 하여 뭉뚱그린 지시만 내린 것이다.

“이리냐! 이곳과 이곳엔 목재 펠릿 생산 공장을 추가로 짓도록 해.”

“자기야!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려면 원료인 목재 또는 부산물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여긴 암석지대라 원료를 구하기 힘들거든요.”

단번에 현수가 짚어준 곳의 입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이리냐가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 듯싶다.

“원료는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많이 꺼내 놓을 테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아! 말 나온 김에 여기 다녀오자.”

현수는 아공간에서 지도 하나를 꺼냈다. 바람의 정령왕이 만들어준 지형과 좌표만 기록된 것이다.

“매스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어라? 두 분 모두 어딜 가셨지?”

안톤의 지시를 받아 따끈한 커피 두 잔을 가져온 마가리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 침실을 바라본다.

마가리타는 얌전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조용히 내려갔다. 주인 부부의 은밀한 시간을 방해하기 싫어서이다.

같은 시각, 현수와 이리냐는 너른 암석지대가 펼쳐진 곳에 당도해 있다.

“후와! 마법은 정말 신기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모스크바에서 이곳 자치령까지의 거리는 수천 ㎞나 떨어져 있다.

비행기를 타도 몇 시간은 걸리고, 기차를 타면 며칠을 이동해야 하는 엄청나게 먼 거리이다.

하물며 자동차는 어찌하겠는가!

멀쩡하던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가 되어야 도착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이다. 그런데 그야말로 눈 깜박할 새에 위치가 바뀌었다.

현대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니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

“이리냐도 열심히 마법을 배우면 나중엔 가능할 거야.”

“어머! 정말요? 호호, 그럼 열심히 배울게요. 그거 배우면 언제든 언니들에게 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쵸?”

“그, 그럼! 언젠가는…….”

현수처럼 초장거리 텔레포트를 하려면 최소한 7서클 마스터는 되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에 잠들 때까지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오로지 마법 연구만 하는 아르센 대륙의 모든 마법사도 오르지 못한 경지가 7서클 마스터이다.

그러니 이리냐가 이런 화후가 되는 건 요원한 일이지만 벌써부터 기를 꺾을 필요까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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