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4
현수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똑똑한 아이들을 선발하여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들의 충성도이다.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말 중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짐승만도 못해서 남의 은공을 배반하는 일이 많아서 생긴 말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지 말라 해도 분명히 현수 몰래 다른 이에게 마법을 가르칠 수 있다.
그게 나중에 어떤 일로 번질지 알 수 없다.
세상을 흥하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추측컨대 그보다 나쁘게 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꼭두각시 마법을 걸어놓을 수도 없고.’
흑마법인 마리오네트라면 멀쩡한 사람이라도 무협 소설에나 등장하는 실혼인이 되게 할 수 있다.
그래 놓고 지시를 내리면 먹고, 자고, 싸는 일 말고는 오로지 마법진에 관한 일만 하게 될 것이다. 타인과의 대화도 없는 삶을 살게 되는데 그건 현수가 원하지 않는다.
‘방법을 생각해 둬야겠군. 어쨌거나 포털 마법진이 필요하기는 해. 그래야 물류비를 없애지.’
포털 마법진이 운용되면 비용 없이 몽골 등의 농산물이나 축산물이 불과 몇 초 만에 한반도에 당도한다.
반대로 바다에 접해 있지 않은 자치령들은 신선한 해산물 등을 공급받을 수 있다.
“그나저나 지나가 문제네!”
몽골에서 제공한 자치령은 지나의 국경과 닿아 있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제대군인들 위주로 구성된 국경수비대가 주기적인 순찰을 돌고 있다. 그런데 인원이 많지 않아 자치령 내로 스며든 지나인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은근슬쩍 주저앉아 개발 대상 토지가 자신들의 것이라며 보상을 요구한다.
이에 정당하게 몽골 정부로부터 조차받은 땅이므로 퇴거해 달라는 요구를 해도 지나인 특유의 막무가내를 부린다. 자신들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칼 들고 설치기도 한다.
이런 자들이 한둘이라면 무시하겠는데 그 숫자가 무려 1만이 넘는다고 한다.
일부는 자신들도 몽골인들과 마찬가지로 고용해 달라는 요구를 한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현수가 남바린 엥흐바야르와 오정섭에게 중책을 맡기면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자치령에 거주할 자에 대한 심사 기준이다.
일단 한국과 북한, 그리고 각국 교포와 몽골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이 중에서 특정 종교에 환장해 있거나 특정 사이트의 회원, 그리고 친일파의 직계 및 방계, 흉악한 범죄와 연루된 자 등은 100% 제외된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자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나친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자가 있다. 백화점 종업원의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리거나, 주차장 아르바이트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 등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자치령 영구 출입 금지이다. 다시 말해 관광할 자격조차 주지 않는다.
부정부패 또는 독직 등으로 기소되었지만 법원에선 무죄 판결을 받은 자 중 일부도 해당된다.
대한민국의 법관들은 무죄라고 하지만 이실리프 그룹에서 평가했을 때 ‘아니다’라는 판단이 서면 그 또한 자치령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법관들, 특히 대법관들이 내리는 판결을 신뢰할 수 없어서 따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지나인과 유태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몽골 자치령과 러시아 자치령의 경우엔 일본인도 받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니 밀입국한 지나인들의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문제는 이미 들어와 있는 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무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쫓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틀림없이 지나 정부가 나설 것이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싶어 안달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흐으음! 모조리 잡아다 광산으로 데려가서 죽을 때까지 강제 노역을 시킬까?”
들어와서 일하고 싶다고 하니 생각해 본 것이다.
순순히 따라오지 않을 것이니 함정을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아하! 그거 괜찮겠군.”
현수는 지도를 꺼내 좌표들을 확인했다.
지나인들이 모여 있는 곳 근처에 그럴듯한 술집 하나를 짓는다. 그것의 바닥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바텐더가 스위치를 누르면 행패 부리는 지나인들은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보내진다. 마나석을 쓰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흐음! 어디 보자. 어디가 좋을까?”
현수가 눈여겨보는 장소는 고비사막 한복판이다.
고비(Говь)는 몽골어로 ‘사막’이라는 뜻이다.
알타이산맥 동단으로부터 흥안령산맥 서쪽 기슭까지 동서 1,600㎞, 남북 500∼1,000㎞에 이른다.
마법진이 구현되면 사람이 사는 곳으로부터 200㎞ 정도 떨어진 사막 한복판에 텔레포트된다.
그러면 죽도록 헤매게 될 것이다. 땅의 주인이 떠나 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행패 부린 대가이다.
이렇게 하면 다시는 이실리프 자치령에 와서 행패 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고비사막을 빙 돌아서 다시 자치령까지 오려면 최소 1,000㎞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때문이다.
사막을 헤매다가 죽을 수도 있지만 그건 그놈들 사정이다.
다음으로 걱정되는 문제는 언제 있을지 모를 지나의 군사도발이다. 자치령은 국제법상 몽골의 영토이지만 전적으로 현수가 책임진다. 그렇기에 몽골에서 주둔시켰던 군인들 모두 철수된 상태이다.
오정섭 통령이 국경수비대를 꾸렸고, 한국군에 준한 장비들을 어렵사리 구해줬지만 아직 아쉬운 것이 많다.
전투기와 전차는 물론이고, 자주포와 장갑차가 아직은 하나도 없다. 소수의 알보병만 있는 셈인데 숫자가 너무 적어 화력을 집중시켜도 그리 큰 타격을 입힐 수 없다.
“흐음! 자치령 방어를 위한 송골매와 카헤리온이 필요하겠군. 아울러 헬기도 있어야 해.”
자치령은 인구수에 비해 넓은 면적이다. 따라서 전차 같은 육상 전력보다는 공군이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생각이 나면 그 즉시 움직이는 게 현명하다.
현수는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곤 오랜만에 앱솔루트 배리어와 타임 딜레이 마법을 구현시켰다.
창공의 왕이 될 카헤리온과 새로운 개념의 전투헬기 봉황을 구상해 내기 위함이다.
카헤리온은 그 이름값만으로도 송골매를 능가하는 성능을 가져야 한다.
현재 F―22 랩터는 마하 2.3이고, 송골매는 마하 4.0이다.
첨단 기술과 마법으로 도배된 카헤리온은 마하 6.0과 워프 기능을 가지게 된다.
참고로, 워프(Warp)는 사전적 의미로 ‘구부리다, 휘게 하다, 왜곡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카헤리온의 주요 성능 중 하나인 워프 이동은 공간을 접어 A에서 B로 순식간에 위치 이동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면 약 13시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카헤리온은 불과 2∼3초면 그곳에 나타난다.
공간을 접어 이동한 것이니 비행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카헤리온은 이 세상 모든 레이더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전략무기이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장거리 전략 폭격기 B―52라는 것이 있다. 2025년이나 되어야 실전 배치될 미래의 병기이다.
전략핵잠수함과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더불어 미국의 3대 전략무기체계의 한 축을 담당할 놈이다.
이것의 폭장량은 약 31톤이다.
그런데 카헤리온은 공간 확장 마법과 경량화 마법을 중첩시키거나 아예 아공간 마법을 적용시켜 한번에 10만 톤 이상의 폭탄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카헤리온 한 대의 능력이 B―52 3,225대를 능가하는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므로 품고 가는 것이 재래식 폭탄이라 하더라도 카헤리온 한 대만 뜨면 웬만한 도시 하나는 완전무결한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카헤리온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파스텔스 기능과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광학스텔스 기능이 기본이다.
엔진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연료 탱크에 공간 확장 마법과 경량화 마법이 적용되면 항속거리 10만 ㎞가 꿈이 아니다.
한 번 탱크를 채우면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돌 수 있으니 이 정도면 거의 무제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중력 마법을 이용한 수직 이착륙 기능과 추락 방지 장치도 당연히 적용된다.
카헤리온은 대기 모드일 때 우주에 계류된다.
이때 조종사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여 지구의 기지 또는 이실리프호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아무튼 우주에서 다양한 목적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실리프호 자체에도 공격 및 방어 무기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더 있어서 나쁠 것 없는 때문이다.
평시엔 적의 위성을 파괴하는 것 이외에도 우주에서 다가올 수 있는 UFO를 초계하는 것이 주요임무이다.
현수의 머릿속에서 구상되고 있는 전투 헬기 봉황은 미국의 AH―64D 아파치 롱보우를 가볍게 찜 쪄 먹을 수준이 될 것이다.
전파스텔스와 광학스텔스, 그리고 무제한에 가까운 항속거리는 기본이다. 일반적인 미사일도 많이 탑재되지만 적의 전차사단 10개를 궤멸시킬 레일건과 탄심 탑재가 특징이다.
이 밖에 조종사와 부종사 이외에 완전무장한 12명의 탑승이 가능하다. 다만 워프기능은 고려 중이다. 그러려면 최상급 마나석이 필요한 때문이다.
봉황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육중한 화물의 운반이다.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헬기는 러시아가 1960년대에 제작한 Mil V―12이다.
1969년 8월에 약 44톤의 화물을 싣고 2,255m까지 상승하여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봉황의 화물 운반 능력은 이보다 훨씬 크다. 중첩 가능한 초 고효율 경량화 마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적용하면 10만 톤도 문제없이 운반한다. Mil V―12 2,262대가 간신히 해낸 일을 단번에 해낼 수 있다.
각각의 자치령에 카헤리온과 봉황이 1∼2대씩만 있으면 방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우주에 떠 있는 이실리프호가 방위 임무를 대행해야 할 것이다.
“다했어요? 이거 드세요.”
현수가 서재 밖으로 나오자 테리나가 예쁜 미소를 지으며 주스 잔을 건넨다. 쉐리엔 열매를 착즙한 것이다.
“땡큐!”
단숨에 잔을 비우곤 샤워부터 했다. 현수가 결계 안에 머문 시간은 외부 시간으로 약 4.5일이다.
결계 내부 시간으로 따지면 810일 정도 된다. 나날이 높아진 IQ는 300을 돌파한 지 오래이다.
이런 현수에겐 NASA와 Area―51, 그리고 록히드마틴 비밀기술연구소 등에서 가져온 기술이 있다.
이 밖에 일본의 내각조사처와 지나의 국안부 등이 세계 각국의 연구소 등에서 몰래 빼낸 첨단 기술도 많다.
이것들 중에는 구상 단계의 이론적인 것도 상당히 많다.
현수는 이 모든 것을 취합하여 새로운 전략폭격기 및 수송기와 신개념 헬기의 설계를 마쳤다.
제작 도면에는 부품 제조 과정 등에서 마법진이 정밀하게 새겨지도록 되어 있다. 나중에 마나석만 박으면 곧바로 원하는 기능이 구현되도록 한 것이다.
설계 후 약 100여 차례에 걸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현수는 결계를 해제하자마자 각종 도면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물론 해킹 불가능한 보안 메일이다.
이실리프 우주항공과 이실리프 스페이스, 그리고 이실리프 코스모스와 이실리프 기술연구소는 이 도면이 완전한지 여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시뮬레이션 테스트까지 거쳤음에도 최종 검수 의견을 물은 이유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라는 배려였다.
이것이 마쳐지는 즉시 카헤리온과 봉황을 각각 10대씩 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