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5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이실리프 왕국에는 각각 두 대씩 배치될 예정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반둔두와 비날리아에 각각 한 대씩이다.
러시아와 몽골,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그리고 케냐의 자치령에도 각각 한 대씩 배치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도 한 대씩 배치할 예정이다.
일련의 이메일 발송을 마친 후 현수는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윌슨 카메론 대표와 통화했다.
전에 지시했던 내용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자 함이다.
확인 결과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현대미포조선과 대우조선해양의 소유 지분은 97.3%와 98.6%이다.
현수는 나머지 지분 전체를 매입하게 되면 상장을 폐지토록 지시를 내렸다.
다음은 민주영과의 통화이다.
주영은 잠수함 5대를 이실리프 상사 명의로 현대미포조선에 두 대, 대우조선해양에 세 대를 발주한 상태이다.
확인 결과 큰 틀은 거의 완성된 상태이며, 남은 공정은 무기체계 및 마무리 작업뿐이라 한다.
3,000톤급 핵추진잠수함의 명칭은 ‘이실리프급’이다.
참고로,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인 미시간함(SSGN 727)은 길이 170m, 배수량 1만 6,800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승조원 155명이 탑승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의 3,000톤급 중형잠수함 모델 중 하나인 대우 DSME는 작전 일수 70일, 승조원 48명 급이다.
최대 속도 20노트, 최대 잠항 심도는 350m이다.
이실리프급의 외형은 대우 DSME와 별 차이 없다. 하지만 내부 공간은 미시간함보다 훨씬 넓다.
공간 확장 마법이 중첩되어 있는 때문이다. 하여 승조원 250명까지도 작전 가능하다.
이것의 특징은 에어 퓨리파잉 마법진이 있어 오랜 기간 잠항을 해도 울창한 숲 속에 있는 것처럼 신선한 공기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잠수함은 미국의 씨울프급으로 수중 속도 38노트이다. 잠수 능력 부문은 러시아의 핵잠수함 시에라급이 최고로, 잠항 수심 750m이다.
이실리프급은 수중 속도 60노트, 잠항 수심 1,500m이다.
속도가 빠른 것은 그리스와 헤이스트 마법, 그리고 엔진의 출력 향상 덕분이다. 잠항 수심이 월등히 깊은 것은 중첩된 쉴드 마법 덕분이다.
이실리프급은 최대 속력일 때의 소음이 불과 20㏈이다.
적의 음탐관이 아무리 청력이 좋아도 절대 잡아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전파와 음파 흡수 마법진이 장착되어 적의 레이더나 소나로도 발견할 수 없다.
이실리프함은 어뢰는 물론이고, 탄도미사일 발사대, 레일건 발사대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이쯤 되면 ‘수중의 소리 없는 암살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도 남을 것이다.
민주영은 시찰로 여기겠지만 현수는 조선소들을 찾아가 나머지 작업을 하기로 했다.
현수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테리나는 또 예쁜 웃음을 짓는다.
“자기! 하고자 한 건 다 하신 거예요?”
“응, 다행히도!”
“고생하셨네요. 조금 쉬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근데 일본과 이스라엘은 어떻게 되었어?”
“일본은 화산 때문에 난리고, 이스라엘은 아랍 연합군에 의해 거의 멸망되어 가는 중이에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주일미군은?”
“걔들은 지금 철군 준비에 정신이 없죠. 필리핀으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해요”
“그렇겠지. 지나를 견제하려면. 참 지나는 어때?”
“아무래도 그쪽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내부 단속이 진행되는 중이에요. 다들 왜 그러나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데 아직까지 그 이유를 몰라요.”
지나는 일체의 대외 활동을 접은 채 공권력을 총동원하여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세계에선 대체 왜 그러나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편 원인 분석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테리나도 모르지?”
“네! 근데 혹시 자기는 알아요?”
“알지! 그건 핵미사일을 잃어버려서 그러는 거야.”
“네에? 지나가 핵미사일을 잃어버려요?”
“응! 내가 489개를 가져왔거든.”
“헉! 뭐라고요?”
테리나의 눈에 흰자위가 급속하게 늘어난다.
엄청 놀랐다는 뜻이다. 하긴 핵무기를 비핵국가가 이를 갖으려 하면 온갖 압박을 가하는 것이 국제사회이다.
어떻게든 못 갖게 하려고 경제적 압박은 물론이고, 군사적 투사까지 서슴지 않는다. 참고로, 북한은 이를 극복해 냈지만 이라크는 이겨내지 못했다.
그런데 핵무기를 한 개도 아니고 무려 489기나 가져왔다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어, 어디에 두셨어요? 그거? 아, 안전한 곳이죠?”
테리나가 당황한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이를 알기만 하면 당장에라도 군사들이 들이닥칠 것인 때문이다.
“그럼! 내 아공간에 있어.”
“아! 거기라면…….”
현수의 아공간은 신(神)조차 손댈 수 없는 영역이다. 존재조차 알 수 없는데 그 안에 담긴 것을 어찌하겠는가!
8장 대통령 유고 상황
“그, 근데 그걸 왜 가져오셨어요?”
“핵무기는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전쟁 억지력을 지녀. 그런데 지나는 너무 많이 가졌어.”
“자기야! 핵무기는 미국과 러시아가 더 많잖아요.”
“그치! 근데 미국과 러시아는 지나보다 영토나 자원 같은 것에 대한 욕심을 덜 부리잖아.”
“아……!”
테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의 욕심 사나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냥 놔두면 베트남과 인도까지 모조리 차지할 놈들이다.
“근데 그걸 보유했다는 게 외부에 알려지면…….”
“테리나가 소문내지 않으면 그럴 리 없어.”
“그럼 자기랑 나만 아는 일인 거예요?”
“그래! 그냥 알고만 있어.”
“아아! 자기야.”
테이나는 현수의 목에 두 팔을 걸고 와락 안겨온다.
권지현과 강연희, 그리고 이리냐도 모르는 일을 자신이 알았다는 것에 작은 감동을 느낀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 여자들은 조금 이상하다.
“오늘은 자치령 좀 둘러볼 거야. 같이 갈까?”
“호호! 저야 좋지요.”
현수와 테리나는 몽골 자치령 곳곳을 둘러보았다.
농토는 반듯반듯하게 정리되어 있고, 수로의 물은 찰랑찰랑하다. 농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다니기 편했다.
따가운 햇살 아래 밀과 옥수수 등이 잘 성장하고 있었다.
이 밖에 고추, 호박, 가지, 참깨, 들깨, 콩, 고구마, 감자, 수박, 참외, 토마토, 무, 배추, 양파, 조, 수수, 기장, 보리, 팥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상추, 쑥갓, 오이, 청경채, 갓, 아욱, 땅콩 등도 있다.
산지엔 사과, 배, 포도, 살구, 밤, 호두, 잣, 자두나무 등이 자라고 있으며, 조금 더 깊은 곳에선 송이, 능이, 표고, 느타리, 영지버섯 등이 재배되고 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니 소, 돼지, 닭, 양 등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축사엔 먹이가 풍부하게 공급되고, 식수는 맑고 깨끗했다. 이들의 분변은 한곳에 모아 잘 발효시킨 후 천연비료로 사용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도축장 인근엔 축산물 가공공장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잘 손질된 신선한 육류는 가장 먼저 자치령 사람들이 소모한다. 그다음은 몽골 정부에 적정가 납품되고 있다. 이렇게 하고도 남는 것들은 통조림으로 제조된다.
경관 뛰어난 곳은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다. 숙박시설과 식당 등이 들어서 있는데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지나치던 중 작은 도시가 있어 둘러보았다. 쇼핑센터, 극장, 도서관, 공연장, 지역방송국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좋은데.”
“그쵸? 저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여긴 공기가 맑고, 하늘은 깨끗해요. 그리고 사람들 얼굴에선 웃음이 가시지 않아요. 이만하면 천국이에요.”
테리나의 말처럼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논다.
세금 한 푼 안 내고, 물가는 놀랍도록 저렴하다.
원하기만 하면 100% 고용되며,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모든 빚을 청산한 상태이니 근심스럽거나 걱정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만 우울한 표정인 사내들이 몇 있었는데 슬쩍 물어보니 실연의 아픔 때문이다.
이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
하여 더 좋은 사람을 만나려는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늦은 오후 무렵 해모수궁으로 되돌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함 총관의 안내를 받아 잘 차려진 정찬을 먹었다.
몽골 자치령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육류로 조리된 것이라 맛이 좋았다.
“어서 슈퍼포션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후식으로 차를 마신 뒤 현수의 품에 안긴 채 기다란 소파에 기대어 있던 테리나가 한 말이다.
“조금만 기다려. 곧 복용하게 될 거야.”
“기대할게요, 그날을!”
테리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렇게 예쁜데 내가 뭐라고 애정의 늪에 빠져서 그런 거야? 세상에 널린 게 잘난 사내들인데.’
테리나가 목을 맸던 장면을 떠올린 현수는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때문이다.
그래도 그 일이 있었기에 이런 순간이 있는 것이다.
이제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여 테리나의 귓가에 입을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그래! 나도 그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내가 지금 참고 있는 거 알지?”
“하으윽……!”
현수의 입김이 간지러웠는지 살짝 움츠러든다. 그리곤 시선을 맞추며 품을 파고들었다.
“네! 그럼요, 사랑해요! 그리고 이렇게 자기 곁에 있게 해줘서 고마워, 으읍!”
테리나는 갑자기 입술이 덮이자 나직한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이내 두 팔로 현수의 목을 끌어안는다.
슈퍼포션을 복용하지 않았기에 침실의 열풍은 불지 않았다. 다만 숨 막힐 듯한 설왕설래가 길었을 뿐이다.
* * *
“앗! 아빠다. 아빠아∼!”
지현과 현이 중에 현수를 먼저 발견한 건 현이이다. 현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환성을 지르곤 쪼르르 달려왔다.
“어이쿠! 우리 현이. 아빠가 보고 싶었어?”
“네에, 아빠!”
현이는 현수를 그리워했는지 두 팔로 꼭 끌어안는다.
“자기야!”
“그래……!”
사랑하는 사람들은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현수와 지현은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현수의 품에서 떨어질 줄 모르던 현이가 잠들었다.
하루 종일 리노와 셀다, 그리고 두 녀석의 가족들과 뛰어다녀서 피곤했던 모양이다.
이곳은 양평 저택이다. 지현은 고등학교와 대학 동창회가 비슷한 시기에 있어서 잠시 귀국한 상태이다.
현수는 지현과 더불어 저택의 산책로를 걸었다. 아리아니의 입김과 정원사들의 손길이 닿아 모든 게 싱싱하다.
“어라! 여기 물고기도 있었어?”
산책로 곁을 따라 흐르는 작은 시냇물엔 열목어, 어름치, 쉬리, 꺽지, 버들치 등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다.
엉금엄금 기어가는 가재도 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1급수에서만 서식한다는 것이다.
시냇물의 폭은 약 3m이고, 평균 수심은 1.2m 정도이다.
중간중간 흐름이 느려지는 곳엔 작은 소(沼)가 있는데 지름 10m, 깊이 3m 정도이다.
리노와 셀다 가족, 그리고 관상용으로 방목하고 있는 꽃사슴 가족들의 식수원이다.
푹신하게 깔린 잔디를 밟으며 한가로운 한때를 보낸 현수가 저택 현관을 통과한 것은 늦은 오후이다.
“가주님!”
샤워실로 가려던 현수의 걸음을 잡은 건 풍채 좋은 장년인 정일환이다. 양평 저택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집사장이다.
“왜요?”
“텔레비전 좀 보십시오.”
말을 하곤 대꾸를 기다리지 않고 리모컨을 꾹 누른다. 아주 중요한 일인 모양이다.
CNN 화면이 뜨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여자 앵커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 아래에 큼지막한 자막이 떠 있다.
힐러리 대통령 총격으로 유고 상황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