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6
“끄응! 가르쳐 줘도 못 막나?”
“네? 뭐라 하셨습니까?”
정 집사장의 물음에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혼잣말이에요.”
말을 마치곤 화면에 시선을 주었다. 앵커가 빠른 속도로 원고를 읽고 있는데 내용을 줄이면 다음과 같다.
1. 미국 대통령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백악관 경호팀장의 총격을 받았다.
2. 상체에 두 발을 맞았는데 현재 대통령 전용병원인 국립 해군병원(National navy medical center)으로 후송되어 긴급 수술 중인데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3. 대통령 시해범인 백악관 경호팀장은 현장에서 다른 경호원들에 의해 사살되었다.
4. 범인이 사망하여 암살 시도에 배후가 있는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5. 백악관 경호팀장의 집무실 및 자택 등에 대한 수색이 시도되는 중이다.
6. 대통령 유고 상황 발생되어 법에 따라 부통령 겸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참고로, 조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부통령직을 수행한 바 있다.
힐러리가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조 바이든 또한 출마를 고심했다. 그때 조 바이든의 인기는 힐러리를 위협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힐러리의 런닝 메이트가 되는 걸 선택했다.
참고로, 조 바이든은 유태인이다.
잠시 화면을 지켜보던 현수는 이실리프 트레이딩 윌슨 카메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를 했다.
“어머나! 어떻게 해요?”
화장실에서 나오던 지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 자신의 경호팀장에게 총격을 받아 위중하다고 하니 놀란 모양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야. 잠시 서재에 있을게.”
말을 마친 현수는 지현의 반응도 기다리지 않고 서재로 향했다. 그리곤 곧장 이실리프호와 통신을 시도했다.
[미국에서의 상황을 보고하시오.]
[유태계 장관들의 모의에 의한 시해입니다. 녹음된 파일을 전송하겠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예상대로이다. 현수는 이실리프호에서 감청한 녹음 파일을 재생시켜 보았다.
유태계 장관들의 모의가 분명했다. 힐러리가 쓰러지면 조 바이든이 대권을 쥐게 된다. 그 즉시 이스라엘 파병을 결정하고 긴급 전개를 지시하라는 것이 요지이다.
“끄응! 이놈들이.”
[이스라엘의 상황을 보고하세요.]
[지난 운석 공격으로 790만 명 중 약 2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유태인들은 아랍 연합군의 대대적인 공격에 밀려 킨 유니스, 기자 시티, 아쉬겔론, 아슈도르, 홀론 등 서부 해안 지역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탈출하려 합니다.]
[지중해에서의 선박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이탈리아 카에타를 모항으로 하는 미해군 6함대가 출동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상당히 많은 선박이 동행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용선 계약자 거의 전부가 유태인입니다. 아! 방금 국방부로부터 출동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6함대 전함 44척 모두 이스라엘 해안을 향해 출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지중해의 민간 선박들을 총동원해서 국외로 탈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뜻이다.
현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실리프호에 실린 암석들을 얼마나 있습니까?]
[새로 보충되어 충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스라엘 서부 해안에 대한 운석 공격을 명령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될 때까지 무제한 투사하세요.]
[명령 재확인을 요청합니다.]
[이스라엘 서부 해안 지역에 대한 무제한 운석 공격을 명령합니다. 유태인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세요.]
[…명령 하달받았습니다. 계산 후 작전 실시하겠습니다.]
[좋습니다. 통신 끝!]
이실리프호와의 통신을 마친 현수는 벽에 걸린 세계 전도에 시선을 주었다.
“니들이 화를 자초한 거야.”
미군이 이스라엘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병력을 파병하면 틀림없이 이슬람 세력과 격돌하게 된다.
그것은 곧장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1차 세계대전 때엔 900만 명 사망, 2,200만 명 부상이었다. 1차 때보다 무기가 발달된 2차 세계대전 때엔 사망자만 5,850만 명가량이다.
지금은 2차대전 때보다 무기가 더 좋다. 특히 대량 파괴 무기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 2차 때보다 훨씬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될 것이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이 반격할 힘을 얻으면 보나마나 잔학한 보복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
몇 년 전인 2015년 이슬람 인구는 약 16억 3,500만 명이었다.
백린탄을 서슴없이 투하하고, 어린아이들에게도 총구를 겨누는 이스라엘군이다.
이스라엘의 병력은 적지만 무기의 질이 다르다.
그 결과 1억이 넘는 인명이 살상당할 수 있다. 핵무기까지 동원하면 더 많은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기에 현수는 남은 유태인에 대한 말살을 명령했다.
미군이 당도하기 전에 모두가 죽으면 3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 것이다.
어마어마한 인명이 오가는 명령이었지만 현수는 조금도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유태인에 대한 좋은 감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파병하지 않는다고 자신들의 대통령을 서슴없이 시해하는 놈들이니 자비로울 이유가 없다.
현수의 명령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실리프호에선 운석 투사가 시작되었다. 지난번에 계산을 끝내놓은 상태인지라 작전 전개가 몹시 빨랐다.
퉁, 퉁, 투투투투투투투투퉁―!
이실리프호의 하부에 열린 구멍들을 통해 상당히 많은 바위가 쏘아져 나간다. 암석질보다는 철질이 많아 크기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들이다.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투투투투퉁―!
잠시 멈춰 있던 발사가 재개되자 수백 개의 바위가 이스라엘 해안 지대를 향해 쏘아져 간다.
공기가 있는 대기권에 돌입한 바위들은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다. 마찰열 때문이다.
이스라엘 북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하이파는 공업과 해운이 발달된 도시이다. 이 도시의 남쪽엔 갈멜산이 있다.
중동의 나폴리라 불리는 이 도시는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아앗! 저, 저걸 봐!”
누군가의 고함에 놀라 하늘을 바라보던 유태인들의 눈이 커진다. 얼마 전에 있었던 운석 세례로 이미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는데 그때보다 적어도 열 배는 많은 운석이 쇄도하고 있느니 놀라지 않으면 이상하다.
“아앗! 또 운석이다. 엄청나게 많다. 모두 대피하라. 대피하라. 운석이 쏟아져 내린다. 대피! 대피!”
쐐에에에엑!
쿠와와아앙―!
가장 먼저 운석에 격중당한 곳은 하이파의 랜드마크인 바하이 사원의 둥근 지붕이다.
운석에 강타당한 바하이 사원은 그 형체를 잃었다. 반지름 50m, 깊이 20m쯤 되는 구덩이가 파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곧이어 하이파 전역에 운석들이 쏟아진다.
하나하나가 도달할 때마다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온다.
그 결과 커다란 구덩이가 파이면서 지하구조물까지 완벽하게 파괴된다.
무수히 많은 운석 크레이터가 생성됨과 동시에 인류 역사 내내 분란만 일으키던 유태인들의 숨이 멎는다.
지난번엔 이실리프호에서 자유낙하시킨 것이고, 이번의 것들은 의도적으로 쏘아 보냈다.
당연히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히는 중이다.
쐐에에에에엑! 콰아아앙! 고오오오오―!
콰아아아앙! 콰콰콰콰콰쾅! 쿠와아아앙―!
수없이 많은 사람의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너무나 큰 폭발음과 파공음 때문이다.
운석 공격은 10분도 안 돼서 끝났다. 그런데 하이파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건축물의 99.99%가 파괴되었다.
대신 상당히 많은 크레이터가 파여 있다.
이스라엘 북부 해안도시 하이파의 완전무결한 궤멸이다. 이 같은 일은 해안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죽어라 도시 외곽으로 도망쳤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엔 운석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랍 연합군이다. 눈에 보이는 족족 쏴서 죽인다. 하나라도 남겨놓으면 후환이 생길 것이라 생각하기에 추호의 인정도 없이 모조리 죽이고 있다.
훗날의 사서엔 오늘을 이스라엘 멸망의 날로 기록한다.
지난 운석 공격 때 간신히 살아남았던 590만 명 중 오늘 520만 명이 죽기 때문이다. 나머지 70만 명은 아랍 연합군의 소탕 작전에 의해 제거되거나 굶어 죽는다.
이날 이스라엘 상공에 떠 있던 위성 전부가 파괴되었다. 훗날 ‘알라신의 분노’라 이름 붙을 운석 쇄도 때문이다.
* * *
“정지!”
윌슨 카메론은 위병의 수신호에 따라 차를 세웠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뒤차와 동행입니다. 용무는 그쪽에서 물어보시길!”
위병 근무자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뒤차로 다가가다가 멈칫거린다. 검은색 세단 앞에 달린 번호판 때문이다.
외교 번호판을 달았는데 끝의 세 자리 수자가 001이다. 다른 나라 대사 차량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외교 차량의 번호가 012003이라면 앞의 012는 미국이 열두 번째로 수교한 국가라는 뜻이고, 뒤의 003은 그 나라 외교 공관 내 서열 3위라는 뜻이다.
1961년에 채택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관은 주재국에서 일반 외국인과 다른 특권과 면제 혜택을 누린다. 외교 차량도 같은 특권이 주어진다.
위병은 정중히 경례부터 했다. 외교관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이때 차창이 스르르 내려간다.
“주미 러시아 대사 세르게이 키슬라크 님께서 탑승하셨습니다. 해군병원에 용무가 있습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이다. 그런 강대국 대사 본인이 탑승하고 있다니 깜짝 놀란 것이다.
위병은 서둘러 초소로 돌아가 위병사관에게 보고했다.
안에서 다소 거만한 시선으로 윌슨 카메론 등을 보고 있던 사관 역시 화들짝 놀라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자신의 계급으론 감당 못 할 거물이 온 때문이다.
약 3분 후, 위병사관이 정중히 다가왔다. 그리곤 윌슨 카메론과 동행 여부를 묻고는 이내 차단기를 올린다.
이러는 사이에 안으로부터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검은 양복을 걸친 사내는 세르게이 키슬라크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이내 부동자세를 취한다.
“대통령 비서실장 마거릿 윌리엄스 님께 안내하겠습니다.”
윌슨 카메론과 세르게이 키슬라크의 뒤를 따라 병원 내 모종의 장소로 안내되었다. 대통령 유고 상황인지라 눈에 보이는 곳마다 무장한 병력이 있다.
“어서 오십시오, 대사님!”
대통령 비서실장 마거릿 윌리엄스는 세르게이와 여러 번 만났는지 대번에 알아본다.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마거릿의 시선을 받은 윌슨이 입을 연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대표 윌슨 카메론입니다.”
“아! 이실리프 트레이딩이요. 반갑습니다. 마거릿입니다.”
마거릿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척한다.
현재 이실리프 트레이딩은 세계 최고의 투자 집단이다.
2018년 현재 나스닥과 뉴욕증시 상위 100대 기업의 주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실리프 트레이딩 본사는 월가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월가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혹자는 지구에서 가장 많은 돈을 움직이는 곳이라는 표현을 하고, 유태인들의 부를 제친 유일한 집단이라고도 한다.
그런 곳의 대표이사라니 웃는 표정으로 맞이한 것이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마거릿 윌리엄스는 이내 업무적인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