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67화 (1,266/1,307)

# 1267

수술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힐러리 때문이다.

“대사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는지요? 아시다시피 현재 대통령께서 수술 중에 있습니다.”

윌슨보다는 세르게이가 더 무겁게 느껴진 모양이다.

“나는 이곳까지 미스터 카메론을 안내하는 역할입니다.”

“네에?”

러시아 대사가 고작 안내인 역할을 맡았다니 마거릿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윌슨은 가져온 가방을 연다. 이곳에 오기 전에 투시기를 거쳐 온 것이다.

딸깍―!

가방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마거릿은 대체 뭔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윌슨은 열린 가방 속에 스펀지로 보호된 삼각 플라스크 모양의 유리 용기를 집어 들었다.

“이건 우리 이실리프 그룹의 총괄회장이신 김현수 님께서 힐러리 로댐 클린턴 미국 대통령님의 부상 치료를 위해 특별히 보낸 겁니다.”

“그게 뭡니까?”

“미라힐Ⅹ라고 합니다. 말기 암이라 할지라도 단번에 완치시킬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이지요.”

“네에?”

마거릿이 놀라거나 말거나 윌슨은 지시받은 말을 했다.

“의료진에게 전하십시오. 총탄을 빼낸 뒤 상처 부위에 이것을 부으라고. 봉합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전하십시오.”

“네에?”

마거릿을 계속 놀란 표정만 지을 뿐이다. 이때 윌슨이 세르게이에게 눈짓을 한다.

세르게이 주미 러시아대사는 지갑을 연 뒤 백지 상태인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이것의 가운데에는 수술할 때 쓰는 메스 모양이 그려져 있다.

윌슨은 이를 받아 든 뒤 힘주어 떼어냈다. 그러자 얇은 메스가 된다. 윌슨은 본인의 팔뚝에 이것을 대고 그었다.

스윽!

“으으윽!”

살이 베어지자 시뻘건 선혈이 흘러나온다. 통증을 느낀 윌슨은 나지막한 신음을 내며 삼각 플라스크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곤 상처 부위에 두어 방울을 떨어뜨렸다.

부글부글―!

마치 과산화수소를 부은 듯 하얀 기포가 인다.

윌슨은 상처 부위가 시원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잠시 지켜보고 있다 티슈를 뽑아 상처 부위를 닦아냈다.

“헉―!”

“으읏! 이럴 수가!”

마거릿과 세르게이 둘 다 놀란 표정이다. 윌슨의 팔뚝엔 아무런 상처의 흔적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건 킨샤사의 이실리프 의료센터에서만 쓰는 기적의 치료제입니다. 대통령님의 환부에 부으면 지금 보신 것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삼각 플라스크의 뚜껑을 닫아 건네자 마거릿은 얼떨결에 이를 받아드는데 멍한 시선이다.

눈으로 보았지만 믿어지지 않는 때문이다.

9장 반은 붓고 반은 먹이세요

“미라힐에 문제가 있다면 푸틴 대통령께서 책임을 지실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대사님.”

“마, 맞습니다. 본국 대통령님께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니 믿고 써도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킨샤사의 이실리프 의료센터가 완공된 후 주영은 현수가 남겨놓고 간 명단을 보고 초청장을 발송했다.

러시아에선 푸틴과 메드베데프, 그리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실장과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 등이 대상이다.

이 밖에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와 지르코프,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을 장악한 래드 마피아 서열 2위 빅토르 아나톨리에스키도 명단에 올라 있었다.

알렉세이의 딸 올가와 남편인 유리 파블류첸코, 그리고 시아버지 로스아톰 사장도 받았다.

참고로, 로스아톰은 러시아 원자력을 총괄하는 회사이다.

마찬가지로 알렉세이의 딸인 나타샤와 남편인 안드레이 자고예프, 그리고 시아버지 UAC 부사장도 초청되었다.

UAC는 러시아 항공기 제조사들이 합병된 거대 회사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기르마 올데 기오르기스 대통령과 로마우 바이할 의무장관, 그리고 비아니 아자한 대통령 비서실장이 초청 대상이었다.

몽골은 차히야 엘백도르지 대통령과 폰착 차강 대통령 비서실장이 초청받았다.

아제르바이잔은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자키르 하사노프 국방장관, 야바르 자말로트 방위산업부장관 등이 받았다.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세르지우 카브랄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 그리고 에두라르도 파에스 시장이다.

온두라스에선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과 무역업계의 거물 다비드가 초청받았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는 대통령 이하 모든 각료, 그리고 차관과 국장급 공무원 전원에게 초청장이 발송되었다.

이 밖에 CMS 오머런의 세바스티앙과 MSC사의 아폰테 사장 부부도 끼어 있었다.

한국의 경우는 천지그룹, 백두그룹, 그리고 태백그룹 회장 및 사장들이 초청 대상이었다.

걸그룹 다이안 멤버 전원과 이실리프 계열사의 모든 사장도 개원식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이 밖에 뉴욕대 수학과 미하일 레오니도비치 그로모프 교수, 그리고 그의 조카이자 세계적인 가수가 된 윌리엄 그로모프도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

이들을 이실리프 의료센타의 성대한 개원식을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그리고 각기 두 병씩 미라힐Ⅹ를 받았다.

상세한 설명서가 붙어 있는 이것은 개원식에 참석한 귀빈들에게 주는 답례품이었다.

어쨌거나 푸틴은 이것 중 하나를 사용했다.

하나밖에 없는 딸 예카테리나 푸티나가 교통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었을 때이다.

의료진들은 얼굴의 상처가 너무 크고, 깊어서 위독한 상황이라 하였다. 요행히 수술에 성공하여 목숨을 건져도 성형수술로 원상회복시키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때 병원에 당도한 푸틴은 미라힐Ⅹ 한 병을 다 썼다. 설명서대로 반은 상처에 뿌렸고, 반은 먹인 것이다.

그러자 모든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상처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상식 파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의료진들은 넋이 나갔다.

이런 것이 있다는 걸 처음 안 때문이다.

의사들도 사람인지라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하는 테이블 데스를 경험하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미라힐만 있으면 못 고칠 병이 없을 것 같다.

하여 이 병원의 많은 의사가 사표를 던졌다. 그리곤 킨샤사로 달려가 채용해 달라고 애원한 바 있다.

이렇듯 직접 경험한 바가 있기에 푸틴이 세르게이 대사를 통해 잘못되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표한 것이다.

“이, 이것의 사용법은요?”

“절반 정도는 수술 부위에 붓고 나머지 반은 복용토록 하면 됩니다.”

“자,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아, 참! 혹시라도 의료진이 미라힐 사용을 거부하거나 주저하면 이 번호로 전화를 걸라고 하십시오.”

윌슨이 건넨 쪽지를 받아본 마거릿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존 오키프라는 이름을 본 때문이다.

존 오키프(John O’Keefe)는 신경과학자이다.

뇌세포의 위치정보 처리체계를 밝힌 공로로 지난 2014년에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마거릿은 쪽지를 들고 나갔다.

몸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 수술 중이던 집도의는 수술장 문이 열리고 의사 하나가 들어서자 짜증을 낸다.

“누가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오라고 했어?”

“박사님! 급한 겁니다.”

“급해……? 말해봐!”

저격당한 대통령을 수술하는 중간에 급하다고 들어왔으니 일단을 들어보려는 듯 수술을 멈춘다.

기다렸다는 듯 방금 들어온 의사가 말을 전한다.

“뭐야? 그게 말이 돼?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말을 마친 의사는 지시받은 대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킨샤사 이실리프 의료센터에 근무하는 존 오키프 박사의 얼굴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안녕하십니까? 존 오키프입니다.”

“누, 누구요?”

집도의는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세계적인 권위자의 얼굴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존 오키프!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게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2014년도 노벨 의학상 수상자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박사님. 미 해군병원 외과장 홉킨스 볼드윈 대령입니다.”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지금 수술 중이라 들었으니 급한 말부터 하겠습니다. 거기에 삼각 플라스크에 담긴 연초록빛 용액이 있습니까?”

홉킨스 볼드윈 대령은 의사의 손에 들린 미라힐Ⅹ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연초록빛 용액이 담긴 삼각 플라스크가 보입니다.”

“그건 이실리프 의료센터에서만 사용하는 귀중한 의약품입니다. 그것의 절반을 환부에 붓고, 나머지 절반은 복용시키세요. 아! 총알은 먼저 빼내야 합니다.”

“반을 상처에 붓고, 반은 먹이라고요?”

“네! 그러면 상처가 저절로 아물 겁니다. 그 전에 체내의 이물질부터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

홉킨스 볼드윈 대령이 이건 대체 뭔가 하는 표정을 지을 때 존 오키프의 말이 이어진다.

“나, 존 오키프의 모든 명예를 걸고 하는 말입니다. 그건 부작용 없는 기적의 치료제예요.”

“……!”

“빨리 부으십시오.”

“알겠습니다.”

홉킨스 볼드윈은 미라힐Ⅹ를 우측 폐에 부었다. 폐를 뚫고 들어간 총알은 이미 제거된 상태이다.

부글부글―!

환부에서 흰 기포가 일어난다. 그리곤 벌어졌던 상처가 서서히 오므라든다.

“헐! 이건 대체…….”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현상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자 맞은편에 서 있던 어시스트가 입을 연다.

“대령님! 심장에도 부으셔야 합니다.”

“아! 그, 그래.”

서둘러 심장 옆에 박힌 총알을 끄집어냈다. 그 과정에서 혈관을 건드렸는지 출혈이 시작된다.

“석션 (석션(Suction) : 흡입, 수술 중 발생된 혈액 등을 빨아들임.)! 포셉 (포셉(Forceps) : 지혈 목적으로 혈관을 잡을 때 사용하는 의료 기구. 지혈 감자라 고도 한다.)!”

홉킨스 볼드윈이 간호사가 건네는 포셉을 잡으려던 순간 영상 속의 존 오키프가 입을 연다.

“수술 중 상처가 발생되었거나 지혈되지 않은 상태라도 관계없으니 미라힐을 부으세요.”

“네? 지금 심혈관 손상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총알 빼냈으면 상처 신경 쓰지 말고 미라힐부터 부으세요.”

“아, 알겠습니다.”

환부에 미라힐을 붓자 또 거품이 인다.

그냥 놔두면 손상된 혈관으로부터 혈액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라? 혈관 문합 (문합(吻合, Anastomosis) : 혈관 또는 신경, 장기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도 안 했는데…….”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기에 다들 놀란 표정이다. 그렇다하여 마냥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힐러리의 의식이 없기에 식도까지 튜브를 꼽고 그것을 통해 나머지 전부를 집어넣었다.

몇 시간 정도 더 걸릴 수술이 불과 5분 만에 끝나자 다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한다.

“이 장면 녹화되었나?”

“네! 대령님.”

사람의 기억은 유한하지만 녹화된 영상은 복사만 잘하면 얼마든지 유지된다.

“미라힐이라고? 왜 이런 게 있는 걸 몰랐지?”

민간병원이 아니라 다소 폐쇄적이었던 때문이다. 이때 맞은편에 있던 어시스트가 입을 연다.

“이게 혹시 엘릭서로 소문난 그거 아닐까요?”

“엘릭서? 기적의 약?”

“네! 얼마 전에 대학 동기들이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때 이야길 들었는데 아무래도 이게 그건가 봅니다.”

“뭐라고 했는데?”

힐러리의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할 일이 없었기에 물은 말이다.

“이실리프 그룹에서 개발한 엘릭서라는 게 있는데 원액을 마시면 말기 암조차 치료된다고 했습니다.”

“마시기만 해도 말기 암을 치료해?”

“네, MD앤더슨에 동기 하나가 있는데 거기서 손 놓은 온두라스 대통령의 부친이 엘릭서를 복용하고 완치되었다고 합니다.”

전문의 과정에 있던 어시스트의 말이 끝나자 마취과 의사가 입은 연다.

“제 친구는 필라델피아 어린이 병원에 근무 중인데 콩고민주공화국 내무장관 가에탄 카구지의 막내아들이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에 걸려서 포기했는데 지금은 쌩쌩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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