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69화 (1,268/1,307)

# 1269

제임스 포레스탈은 에모리 스튜어드에게 자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인이 안 준다는데 어쩌겠나?”

“특허! 특허를 냈을 거 아닌가? 그리고 하나 구해서 복제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저작권법과 특허법에 대해 유난히 민감하게 구는 나라의 국방장관치고는 참 초법적인 발언이다.

“특허는 내지 않았네. 그리고 복제는 불가능했지.”

“뭐야? 벌써 입수해서 해봤나?”

“그래! 그랬지.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복제가 불가능했어. 우리의 능력을 총동원했음에도!”

10장 여기가 거기예요?

CIA국장 에모리 스튜어드의 말은 사실이다.

미라힐에 대한 소문이 번지자 CIA는 이실리프 의료센터에 가짜 환자를 입원시켜 미라힐을 사용토록 했다.

이 환자는 미라힐 투여 직후 암살당했다.

그의 시신은 곧바로 냉동된 후 미국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도착 즉시 체내 미라힐 성분을 추출해 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된 분석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몇 가지 성분은 쉽게 찾아냈다.

그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만한 효능을 보이는 물질은 다른 것도 많다. 그리고 그것들은 놀라운 치유 효과를 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나머지에 대한 정밀 분석을 시도했지만 끝내 성분을 알 수 없었다. 당연히 온갖 방법을 써도 합성 불가능했다.

“그럼 그놈을 끌고 오면 되잖아.”

에모리 스튜어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제임스! 자넨 이실리프 그룹 총괄회장도 모르나? 자기가 사는 나라보다도 큰 자치령이 세 개고, 북한까지 통치해. 아! 에티오피아에도 작지 않은 자치령이 있지.”

“그, 그 친구인 거야?”

제임스 포레스탈도 김현수는 안다.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 있는 곡의 작곡가이며, 작사가이다.

축구는 메시나 호나우두의 최전성기를 훨씬 능가한다.

프로로 뛰면 EPL에서도 경기당 최소 5득점 이상이 가능하니 데뷔 첫해에 발롱도르가 될 확률이 100%이다.

야구의 경우는 인간이 던져 보지 못한 속도를 보여주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 승률 10할이 당연하다. 인간이 반응할 수 없는 속력이기 때문이다.

사이영상 수상은 당연하고, 다음 해부터는 투수들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는 Kim,s Award로 바뀔 확률이 매우 높다.

게다가 수학 난제 6개를 모조리 풀어냈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새로운 방법으로 깔끔하게 증명해 낸 천재이다.

하여 수학과 관련된 상이란 상은 모조리 수여받았다.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필두로 네반리나상(수리정보과학), 가우스상(응용수학), 천상(기하학), 릴라바티상(수학대중화) 등을 모조리 휩쓴 것이다.

어쨌거나 현수는 직장인의 신화이며, 성공한 사업가이다.

이 밖에 데뷔만 하면 단숨에 초특급 영화배우가 될 사람이다. 하겠다고 나서기만 하면 할리우드의 모든 감독이 돈 다발을 흔들며 쌍수를 흔들 것이다.

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다.

한때 번갈아가며 세계 1∼2위를 차지했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불러다 마당쇠로 부릴 정도로 많다.

이 정도만 되어도 건드릴 수 없는데 현수는 러시아가 수교한 모든 국가의 국제협력담당 특임대사이다.

미국이 현수를 납치하면 그 즉시 러시아와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하더라도 러시아와의 일전은 피하는 것이 상수이다. 전쟁이 발발 즉시 수없이 많은 탄도미사일들이 우주를 수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무력을 보유했으니 미국이 러시아에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국토의 상당 부분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결과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닌 때문이다. 저고도와 중고도, 그리고 고고도까지 방공미사일 체계를 구축했지만 명중률이 낮다.

어쨌거나 현수는 거물 중의 거물이 되었다. 그렇기에 제임스 포레스탈은 입맛을 다셨다. 진귀한 보물을 가진 놈을 발견했는데 빼앗을 수 없으니 안타까운 것이다.

탐욕스런 유태인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가세! 우리가 여기서 김현수 회장 이야기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러니 가서 대책이나 마련하세.”

“그래! 그래야지. 그래도 김현수 그놈을 한 번 잡아서 족쳐 봤으면 좋겠네. 제까짓 게 돈이 아무리 많아봤자 일반인 아닌가?”

“김 회장이 불곰국의 푸틴이 임명한 국제협력담당 특임대사라는 걸 잊었나?”

“그러니까 말이네, 그것만 아니면……. 우리 같은 유태인이 아님에도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제임스 포레스탈은 일면식도 없는 현수에게 적개심이라도 느끼는 모양이다. 에모리는 계속해서 투덜거리는 제임스와 더불어 호텔 방을 나섰다.

그들이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쪽의 문이 열리더니 부스스한 머리를 한 여자가 비틀거리며 나선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뜨고 있는 핫한 신인 여배우 올리비아 키아나(Olivia Kianna)이다.

어제 있었던 파티에서 제임스를 처음 만났는데 눈독들이고 있는 배역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해서 따라왔다.

과음을 해서 인사불성이 되었는데 눈을 떠보니 발가벗은 상태이고, 탁자 위엔 100불짜리 한 장이 놓여 있다.

“으드득! 개만도 못한 새끼! 대체 날 뭘로 보고……?”

올리비아는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제임스 포레스탈은 본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마음대로 능욕하고, 잔돈을 던져 놓고 갔다.

자신을 창녀 취급했는데 명색이 최강대국 국방장관이라는 놈이 겨우 100불을 꺼내놓았다.

길거리 창녀도 이보다는 많이 받는다.

아마도 어제 주고받았던 차기작 주연에 관한 이야긴 모두 없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제임스 포레스탈, 이 개새끼! 두고 보자. 으드득!”

국방장관직에 영원히 머무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신임을 잃게 되거나, 다음 정권이 되면 물러나 야인이 되어야 한다.

올리비아는 중학교 동창 토비 잭슨을 떠올렸다.

얼마 전 동창회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뉴욕 암흑가에 몸담고 있으며,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했다.

“토비! 토비가 필요해.”

토비 잭슨은 뉴욕 마피아 5대 패밀리의 총괄보스 밑에서 일하는 솜씨 좋은 킬러이다.

지금껏 열두 번 임무를 맡아 모두 성공시킨 바 있다.

그런 토비가 한 번이라도 안아봤으면 하는 올리비아가 능욕당했고, 싸구려 창녀 대접을 받았다.

그에 대한 대가는 제임스 포레스탈의 죽음뿐이다.

물론 여건만 허락되면 죽기 전까지 지독한 고통을 안겨줄 고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나저나 뭐라고 했지? 김현수? 설마 그 김현수?”

올리비아 키아나가 가장 좋아하는 사내가 바로 현수이다.

신화창조 티저 영상을 보고 한눈에 빠져 버린 것이다.

하긴 넘치는 카리스마와 절제된 연기를 보고 안 반할 여자가 누가 있겠는가! 한때 국민전무 열풍을 일으켰고, 뭇 여성들의 방심을 뒤흔든 초특급 인사였다.

“근데 왜 김현수 그 사람을 어쩐다고 한 거지? 그리고 여우는 또 누구야?”

올리비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나 내막은 알 수 없다.

비틀거리며 샤워실로 들어간 올리비아는 제임스의 짐승 같은 체취를 지우려고 세 번이나 샤워했다.

그러는 내내 현수를 떠올렸다. 어젯밤 상대가 현수였다면 하는 생각을 하자 후끈 달아올랐다.

만일 상대가 현수였다면 올리비아는 100불 아니라 10불만 받아도 좋으니 매일 안아달라고 매달렸을 것이다.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올리비아는 호텔을 나서며 중얼거린다.

“이실리프 트레이딩도 그 사람 회사지? 한번 가봐야겠어.”

어젯밤 올리비아는 처녀성을 잃었다. 그럼에도 분노를 안으로 삭일 줄 안다. 영화판을 돌면서 처세를 배운 탓이다.

* * *

“어떻다고 합니까?”

“조금 전에 의식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지금 집무실로 되돌아가는 중이구요.”

“다행이군요.”

엄규백의 보고를 받은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힐Ⅹ라 부르는 회복 포션을 제때 잘 사용하여 효과를 본 것이 마음에 든 것이다.

“윌슨 카메론 대표가 말하길 힐러리 대통령이 회장님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해 달라고 했답니다.”

당연히 감사받을 일을 했으니 현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다.

사상 초유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미국 대통령이 각료들의 농간에 의해 저격을 받았다.

사전에 위험을 알려주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어 수술을 받았는데 완쾌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두 발의 총탄 중 하나는 우측 폐를 뚫었고, 다른 하나는 심장 바로 옆에 박혔다.

조금만 더 옆이었다면 심장에 총알이 박히거나 대동맥이 끊겼을 것이다.

총격을 받고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보면 제아무리 실력 좋은 의사라 해도 살려내기 어려운 일이다.

어쨌거나 해군병원 외과장 홉킨스 볼드윈은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수술을 하면서 어쩌면 데이블 데스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예후가 상당히 좋지 못했던 때문이다. 이때 미라힐Ⅹ가 등장했고 기적적으로 모든 우려를 씻어냈다.

당시의 수술 장면은 고화질로 녹화되었고, 지금까지 반복해서 재생되는 중이다.

이를 보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온다. 환자가 대통령인지라 파일의 외부 유출이 금해진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의사들은 말로만 듣던 미라힐Ⅹ의 효능을 보곤 입을 딱 벌린다. 이건 단순한 약품이 아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신의 선물’이다.

미라힐이 의사들의 입에 회자되는 동안 백악관 경호팀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작업이 진행되었다.

아내가 대통령이 된 후 막후에서 배우자 역할만 담당하던 빌 클린턴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동방의 빛’으로부터 전해 받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조사의 초점은 경호원들의 혈통에 유태계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이다. 3대는 물론이고, 5대 조상까지 탈탈 털어 유태계와 연관이 있다고 확인되면 그 즉시 인사 명령을 내렸다.

특정직에서 일반직으로 바뀌면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 없는 서류 수발 업무 같은 보직을 받은 것이다.

불만이 있겠지만 자신들의 수장이던 경호팀장이 시해 사건의 범인이기에 입도 열지 못한다.

빌 클린턴에 의해 백악관 경호팀은 물론이고, 시설관리팀까지 사정의 칼바람이 불었다.

이러는 내내 유태계 각료들의 은밀한 회동이 이어진다.

워싱턴에 위치한 윌러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최상층의 호화로운 룸에는 국방장관 제임스 포레스탈과 CIA국장 에모리 스튜워드, 그리고 에너지부 장관이 모여 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에너지부 장관이다.

“이봐! 제임스. 확실히 꼬리를 자른 거지?”

“그래! 사무엘은 현장에서 사살되었네. 구두로만 이야기했으니 증거가 있을 수도 없고.”

“그거 자네가 지시한 건가?”

“지시? 아! 사무엘을 현장에서 사살한 거? 만사불여튼튼이잖나. 후환이 남을 일은 가급적 없애는 게 좋지.”

제임스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 고개까지 끄덕인다.

이런 걸 보면 이놈은 확실히 유태인이다. 제 이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끄응!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에너지부 장관은 뒷목이 뻣뻣한지 손으로 주무른다. 힐러리 시해 사건 이후 계속된 긴장 때문이다.

잠시 후, NSA의 수장 키스 알렉산더와 국무부, 재무부, 법무부, 내무부, 농무부, 상무부 장관들이 차례로 들어선다.

“제임스! 웬일로 우리를 소집했나?”

“여우 사냥에 실패했으니 대책이 필요해서!”

제임스 포레스탈의 말이 끝나자 에모리가 거든다.

“여우의 분위기가 수술 후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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