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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70화 (1,269/1,307)

# 1270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 총을 맞아 수술을 했으니.”

농무부 장관의 말은 키스 알렉산더가 받는다.

“숨죽이고 있던 발정 난 늑대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네.”

빌 클린턴이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그래 봤자 별일 있겠나? 르윈스키를 내 비서로 채용하면 깨갱 하고 찌그러질 것이네.”

“크크크!”

법무장관의 말에 다들 웃음을 짓는다. 빌의 최대 약점이 바로 한때 백악관 인턴이었던 르윈스키이기 때문이다.

모니카 르윈스키를 대동하고 나타나면 빌은 낯을 붉히며 후다닥 도망가기에도 바쁠 것이다.

“문제는 빌의 근처에 있는 자들이네. 의도적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쪽 사람이 하나도 없네.”

“설마……?”

상무부 장관의 시선은 제임스에게 향해 있다. 힐러리가 자신들의 음모를 눈치챘는지 여부를 아느냐는 눈빛이다.

“그래서 회의를 소집했네.”

“무슨 일을 또 하려고?”

제임스와 에모리의 주도하에 여우 사냥을 시도했다. 충직하던 사냥개까지 토사구팽하며 벌인 일이다.

그런데 실패했다.

심각한 건 여우가 총을 쏘도록 한 사냥꾼이 누구인지를 눈치챈 듯하다는 것이다. 발정 난 늑대와 그 주변인들의 면면을 보면 그러하다.

상황이 역전되면 여우의 무리들에게 사냥꾼들이 포위된 채 하나하나 제거될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다들 모여서 앞날을 의논하자는 것이다.

“여우 사냥을 다시 한 번 하세.”

제임스의 말에 상무부 장관이 눈을 크게 뜬다.

“진심인가?”

“사냥을 해야지. 우리가 사냥당할 군번인가?”

“그건 그렇지. 좋네. 이번엔 무슨 방법인가?”

상무부 장관의 물음을 받은 제임스는 CIA의 에모리 스튜어드에게 시선을 준다.

“에모리! 자네가 나설 차례네.”

“험험! 지난 1960년대 후반에 우리 쪽에서 흔적 없이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하는 비밀 병기를 개발한 바 있네.”

“설마, 조개껍질에서 추출한 독극물을 3㎜ 크기의 얼음 탄환에 넣어 발사하는 것을 말하려는 건가?”

“그거에 당하면 피부에 미미한 붉은 흔적만 남기고 녹아버려 부검을 해도 흔적을 찾을 수 없지.”

농무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의 말이다.

이런 상태를 보이고 죽은 인사들이 꽤 있어서 음모론에 자주 등장하던 비밀 병기이다.

“맞네! CIA에서 개발했지. 그걸 쓰면 어떨까 싶네.”

“흐음! 사무엘 때문에 경계가 한층 더 삼엄해졌는데 가능할까?”

“사냥개가 한 마리만 있는 건 아니지. 그리고 꼭 개일 필요도 없지 않은가?”

경호팀 이외에도 암살 임무를 맡을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에모리와 시선이 마주치자 농무부 장관이 묻는다.

“성공 확률은?”

“80% 이상이네.”

“호오……! 높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거의 성사된다는 뜻이다.

“좋아! 그럼 여우 사냥이 끝난 후…….”

한참 동안 진행된 회동은 서로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끝났다. 여우 사냥의 작전 책임자는 제임스이고, 에모리는 필요한 장비와 여건을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자신들의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자 제임스와 에모리는 몹시 시분이 좋았다.

“에모리! 조만간 술 한잔하세. 내가 사지.”

“그래? 나야 좋지! 그나저나 그년은 어땠나?”

“그년……? 누구를 말하는 건가?”

“자네가 데리고 간 올리비아 말이네.”

“아! 걔……. 맛이 별로였네. 생긴 것만 그렇지 침대에서의 예절을 전혀 모르더군.”

“그래? 겉보기엔 색 좀 쓰게 생겼는데 아니었나?”

“처녀여서 그랬나 봐. 몇 번 더 맛보고 그때 자세히 이야기해 주겠네.”

“흐흐흐! 너무 힘 빼진 말게. 널린 게 계집이니.”

“후후! 그렇긴 하지. 그래도 길을 들여야지. 안 그런가?”

제임스와 에모리는 음담패설을 나누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같은 시각,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 더러운 이야길 들어서이다.

현수는 이실리프호로부터 중계를 받아 현장에서의 회의 내용을 모두 들었다. 지금은 제임스와 에모리가 주차장에서 헤어지는 모습을 보는 중이다.

“이실리프호! 방금 언급된 올리비아가 누구지?”

“…사진과 프로필 전송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딸깍―!

마우스를 조작하여 전송된 파일을 열어보았다.

매력적인 젊은 여인이 뇌쇄적인 포즈로 웃고 있는 사진이 보였다. 옆을 보니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연기파 배우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스크롤바를 내려 보니 누군가와 인터뷰한 내용이 간추려져 있다. 다음이 그 내용 중 일부이다.

―올리비아, 이번 영화를 보면 연기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특별한 과외라도 받았습니까?

―네, 받았지요. 호호!

―아! 그렇군요. 솔직히 말씀드려 전작에 비해 너무 확연하게 연기력이 향상하여 상당히 놀랐습니다.

―칭찬에 감사드려요. 호호호!

―그런데 누구에게서 연기 지도를 받으셨습니까?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제 연기지도 선생님은 김현수 님이세요.

―김… 누구요?

―한국의 천지건설 부회장이자 이실리프 그룹 총괄회장인 김현수 님이 제 연기 스승이에요.

―네에? 저도 그분 압니다. 아주 유명한 작곡 및 작사가이기도 하죠. 근데 김현수 회장님과 직접 만나서 연기 지도를……. 어라! 생각해 보니 그분 연기자가 아니잖아요.

―그분이 얼마나 바쁘신 분인데요. 저는 그분이 찍으신 신화창조 티저 영상을 보고 연기 연습을 했어요. 김현수 님은 연기자는 아니면서도 정말 명품 연기를 보여주셨지요. 기자님도 한번 보세요. 정말 대단하세요.

―아! 그런가요? 꼭 한번 챙겨서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 모든 젊은이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올리비아의 이상형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 이상형은요……. 한국의 김현수 님이에요. 그분이라면 저의 모든 것을 드려도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그분에게 꼭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호호! 저야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꼭 전해주세요. 기자님 덕분에 그분과 식사라도 할 수 있으면 나중에 뽀뽀 한 번 해줄게요. 호호호!

인터뷰 내용은 이외에도 많았지만 현수와 관련된 것은 이게 전부이다.

스크롤바를 내려 보니 다른 언론사와 인터뷰한 것들도 있다. 계속해서 이상형을 묻거나 사귀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이 있는데 올리비아는 한결같이 김현수를 꼽았다.

하여 올리비아는 일편단심인 여자라는 뜻에서 ‘헌신’과 ‘몰두’를 뜻하는 Devotion의 이니셜을 써서 D―Girl, 또는 DG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이는 고도의 계산된 홍보 전략이 만들어낸 이미지 크리에이션의 일환이다.

외국의 유부남을 흠모하기에 맺어질 확률이 없으니 인기가 하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승하게 만들었다.

현수의 좋은 이미지까지 등에 업은 결과이다.

“흐음! 그러니까 제임스라는 놈이 나를 좋아하는 여자를 제 마음대로 건드렸다는 거네. 그렇다면 그냥 둘 수 없지.”

현수는 힐러리에게 이메일을 보내 [email protected] 계정의 ‘내가 쓴 편지’를 읽어달라고 했다.

아이디는 같지만 비번은 변경되었다. eogksalsrnr에서 dltlfflvm0907로 바뀐 것이다. 보안을 위함이다.

첨부된 파일은 음성뿐만 아니라 영상도 포함된 AVI (AVI(Audio video interleaved) : 오디오와 비디오 정보가 하나의 비디오 파일 안 에 포함되어 있는 것.)파일이다. 고화질이라 확대하면 얼굴의 땀구멍까지 볼 수 있다.

너무도 확실한 증거이기에 제임스 포레스탈과 에모리 스튜어드 등 유태계 각료들은 국가원수 암살 시도 및 추가 모의 혐의를 결코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정가가 대통령 저격 사건으로 떠들썩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 * *

“행장님! 지금 주가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그래요? 지금 코스피 지수가 얼마죠?”

“1,500선도 이미 무너진 상태입니다. 벌써 400 포인트 이상이 떨어졌습니다. 손실을 줄이려면 빨리 털어야 합니다.”

증권팀장의 보고를 받은 이실리프 뱅크의 행장대리 김지윤은 잠시 눈을 감는다. 하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일단 상위 300개 종목에 대한 매수를 시작하세요. 우선은 하한까지 떨어진 것만 골라서 삽니다. 코스닥도 마찬가지예요. 모조리 사들이세요.”

“네에? 매수를 하라구요? 매각이 아니구요?”

증권팀장의 눈이 커진다. 더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아 치운 뒤 최저가라 판단되는 시점에서 다시 사들이는 것이 정석이다.

힐러리의 사망은 확인될 때까지 최하 사흘은 걸릴 것이다. 어쩌면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너무 큰 탓이다.

한국의 증시는 하루에 30%씩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다. 힐러리가 죽는다면 계속 떨어질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손을 뺄 것이 뻔한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증시는 미국과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미국에서 재채기를 하면 태풍이 분다는 말이 있다.

하여 개인은 물론이고 기관까지 무차별한 투매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확연히 낮아지는 중이다. 그런데 사들이라고 하니 의아한 것이다.

증권팀장은 아직 서른도 안 된 아가씨가 내리는 명령이 이상했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껏 김지윤 행장대리가 틀린 판단을 내린 경우가 없었던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명대로 코스피와 코스닥 상위 300개 기업에 대한 주식 매수를 시작하겠습니다.”

증권팀장이 정중히 고개 숙인다.

“하한까지 떨어진 것 우선입니다. 그리고 다 사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는 아시죠?”

김지윤 행장대리는 지금껏 식량과 원유와 관련된 주식 매수는 가급적 하지 않도록 했다. 그렇기에 이실리프 뱅크는 이런 분야 이외에만 투자했다.

투자팀장이 물러나자 김지윤 행장대리는 회전의자를 빙글 돌려 창밖 풍경에 시선을 준다.

“회장님의 뜻대로 될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김지윤은 힐러리가 총격을 받은 직후 현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곧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니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부를 매도하라고 했다. 그리고 정확히 세 시간이 지난 후 자금력을 총동원하여 전 종목 매수를 지시했다.

좋은 가격에 팔고, 낮은 가격에 되사라는 뜻이다.

2015년 6월 이후 1일 주가 등락폭은 ±30%로 바뀌었다.

100원 하던 주식이 단 하루만에 130원까지 가격이 치솟거나 70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11장 모두 사들이세요

이실리프 뱅크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내놓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씨구나 하며 모두 받아냈다. 국내 대기업의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던 중이었던 때문이다.

그런데 힐러리가 총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상대로 한국의 증시는 패닉 상태로 접어들었다.

전 종목이 하한선인 30%까지 떨어지자 서킷 브레이커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 : 일시적인 매매 중단 제도. 주가가 큰 폭으로 하 락할 때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고안된‘시장 기능 중지 장치’이다.)가 걸렸다.

국민연금이나 교원연금,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는 자신들의 재산이 아니니 다소 초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릴 일이다.

1억이던 자산이 불과 몇 시간 만에 7,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는데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이렇게 하루가 더 지나면 4,900만 원으로 줄고, 다음 날엔 3,430만 원이 된다. 그리고 그다음 날엔 1,029만 원의 순서로 쪼그라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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