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72화 (1,271/1,307)

# 1272

“행장대리예요. 현재 이실리프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주식 보유 지분 현황을 보고해 주세요.”

“잠시만요.”

증권팀장은 잠시 텀을 두었다가 숫자를 말하기 시작한다.

“현대모비스 59.6%, SK텔레콤 50.9%, 삼성전자 51.5%, 현대자동차 56.3%, SK하이닉스 60.5%, 한국전력 61.2%, POSCO 57.1%…….”

허일수의 보고는 매우 길었다.

보고된 수치는 이실리프 뱅크뿐만이 아니라 이실리프 트레이딩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포함된 것이다.

국내 주식은 트레이딩이 뱅크보다 10배 정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운용하는 자금이 월등히 크니 당연한 일이다.

힐러리 총격 소식이 전해진 직후 거의 모든 종목의 주가가 단숨에 하한선인 ―3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패닉 상태에 빠진 연기금과 기관, 그리고 일반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투매에 나선 결과이다.

이실리프 뱅크와 이실리프 트레이딩은 1일 등락 하한선까지 내려간 것 우선으로 모조리 받아내는 상황이다.

“증시가 마감되기 전까지 국내 상장사 지분율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행장대리님!”

“수고하셨네요. 계속해서 매입하세요.”

미국의 이실리프 트레이딩 빌딩 증권팀도 숨 돌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대통령 유고 상황이 보도되자 대부분의 종목이 하한까지 뚝 떨어졌다. 가장 먼저 개인 투자자들이 손절매에 나섰다.

힐러리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한 때문이다. 곧이어 기관과 각종 연기금에서도 투매에 나섰다.

반등은 기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매도 일변도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내다 판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보유 주식을 파는 대신 미국의 주식을 무제한 받아내기 시작했다.

“에머슨! 상황은 어때?”

“이건 뭐 땅 짚고 헤엄치는 것이나 다름없네.”

이실리프 트레이딩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 팔자이니 나오는 것을 받기만 하면 된다.

물론 하루에 떨어질 수 있는 ―20%까지 내려온 것들 우선이다. 하여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부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인 에머슨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지금 사들이고 있는 주식은 며칠 이내에 원래의 가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뉴욕 증시의 경우, 상당한 종목이 100원에서 80원으로 내려와 있다. 무려 20%나 떨어진 가격이다.

내일이나 모레면 다시 100원으로 오를 것이다. 그럼 수익률이 +25%나 된다.

한국은 더하다.

100원짜리 주식이 70원에 거래된다. 하루에 30%까지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다시 100원으로 올라가면 수익률이 무려 +42.85%나 된다.

미국과 한국의 증시는 규모에 차이가 있어 최종 수익률은 약 +30%가 될 것이다. 이는 동원된 자금이 며칠 만에 1.3배로 늘어남을 의미한다.

에머슨은 연말에 있을 성과급 액수가 어마어마할 것이라 기분이 매우 좋다.

“에머슨!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우리 회사가 나날이 커지는데 안 좋은가? 하하! 진짜 인생은 살 만해.”

“그래!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있었던 LOL이 기억나는군.”

“아! The league of loser? 그래, 우리도 한때는 루저였지. 골드만삭스에서 잘렸을 때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이래. 이쯤 되면 우리는 성공한 거지?”

“후후후, 성공? 이 친구야! 자네와 난 월가 최고 연봉을 받고 있어. 그런데 이쯤 되면 성공? 욕심도 많아.”

윌슨은 농담도 정도가 있지 않느냐는 표정이다.

“쩝, 그렇지? 아무튼 기분 좋다. 우리 회사가 정말 잘돼서. 김현수 회장님은 미다스의 손을 가진 게 분명해.”

“맞아! 대단하신 분이지. 그분의 눈에 뜨인 게 우리 행복의 시작이었네. 참 애슐리와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애슐리는 에머슨이 골드만삭스에서 해고되었을 때 가차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던 전처(前妻)이다.

그리곤 소식 한 장 없었다.

그러다 에머슨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 자리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애슐리는 재결합하겠다며 찾아왔다.

이에 에머슨은 냉소만 터뜨렸을 뿐이다.

뉴욕엔 돈 많은 남자 중년인이 즐길 거리가 널려 있다. 그런데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애슐리는 이혼 후 여러 남자를 만나면서 간을 봤다. 게다가 돈만 아는 무개념한 여성이다.

여러 놈과 놀아난 데다 속물근성까지 가졌음이 파악된 마당에 받아들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미쳤어? 애슐리보다 좋은 여자가 널렸는데.”

“그치?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애슐리는 자네에게 안 어울렸어. 조금 천박하다 할까? 상류사회에 발 들여놓을 자격이 미달이라 생각해.”

“동의해! 자네가 애슐리를 다시 볼 일은 아마 없을 것이네. 그나저나 주문한 것은 어때? 마음에 들어?”

윌슨을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해 연말에 받았던 성과급으로 무엇을 할까 하다 로키산맥 인근에 별장 한 채를 사들였다. 약 2만 5,000평짜리 목장이 딸려 있는 것이다.

공기 맑고 경관 뛰어난 곳이지만 딱 하나 불편한 것이 있다. 그곳에 다녀오려면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린다는 것이다. 하여 자가용 제트기 하나를 주문했다.

4,000만 달러짜리 제트기 ‘봄바디어 챌린저 850’이다.

19명까지 탑승 가능한 이것은 거실과 주방, 침실과 욕실 2개까지 갖추고 있다.

이것이 있기에 매주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였다가 월요일 아침에 되돌아오고 있다. 제트기에 탑승할 때마다 윌슨은 자신이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원하는 일은 거의 모두 이루어지니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자네의 것도 괜찮지 않나?”

바다를 좋아하는 에머슨은 요트를 샀다.

영화 스카이폴에서 ‘키메라’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레지나’는 약 56m 길이의 스쿠너 (스쿠너(Schooner : 소형 범선의 대표적인 것으로, 2개의 마스트를 갖춘 범선) 형태의 요트이다.

7명의 선원을 포함하여 최대 12명이 잘 수 있는 6개의 선실을 갖추고 있다. 가격은 1,280만 달러였다.

“내 것도 물론 좋지! 언제 한번 같이 바람이나 쐬지.”

“좋네! 대신 자네도 로키산맥의 신선한 공기를 경험하는 건 어때?”

“나야 좋지. 후후후! 그나저나 이러고 노닥거리지 말고 한 번 더 챙겨 보자구. 올해도 연말 성과급이 짱짱하겠지?”

“물론이네. 난 이번에도 성과급의 절반을 이실리프 자선재단에 내놓을 생각이네. 자네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으면 안 되지. 나도 절반은 기부할 생각이었네.”

윌슨과 에머슨 등 이실리프 트레이딩 직원들은 매년 자선재단에 상당한 액수를 기부하고 있다.

그 결과 뉴욕 외곽에 자리 잡은 ‘워릭’엔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1,000세대로 계획되었으나 현재는 약 5,000세대로 규모가 늘어난 이 아파트 단지엔 주로 어린이 노숙자들이 들어와서 산다.

인근에 학교도 지어져 있어 초등과 중등과정을 배우고 있다. 어린이 노숙자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 속에서 마음껏 공부하며 성장하는 중이다.

이들은 공부 이외에 각종 소문을 취합하여 보고하는 일종의 정보길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여 이실리프 트레이딩에선 이들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불한다.

이렇게 지불된 ‘정보 수집비’는 어린이 노숙자들이 자립할 때 사용할 기초 자금으로 적립되는 중이다.

식료품은 물론이고 전기와 수도, 가스와 통신까지 모두 이실리프 자선재단에서 부담하기에 돈 쓸 일이 없어서이다.

“올해도 규모를 늘려야겠지?”

“그래! 1,000세대 정도 더 늘릴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

뉴욕엔 약 6만 명의 노숙자가 있고, 이중 2만 5,000명이 어린이 노숙자이다.

이실리프 자선재단의 목표는 이들 전부에게 도움의 손길을 베푸는 것이다. 하여 매년 1,000세대씩 늘리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참고로, 이실리프 자선재단은 이실리프 트레이딩 임직원들의 기부금만으로 운용되는 중이다.

현재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직원 수는 72명이다.

이들만의 힘으로 5,000세대짜리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윌슨과 에머슨이 시황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누군가 소리친다.

“보스! 방금 CNN에 속보가 떴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벽에 걸린 대형 TV에 시선을 준다. 화면엔 대통령 비서실장 마거릿 윌리엄스의 얼굴이 나와 있다.

“불의의 총격을 받아 해군병원에서 이송되었던 힐러리 로댐 클린턴 대통령님께서 완전히 회복하였음을 발표합니다.”

“에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두 발이나 총격을 당했는데 어떻게 반나절 만에 완전히 회복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총에 맞았는데 어떻게 그럽니까?”

기자들의 반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수술을 받았는데 경과가 좋다거나, 회복 중에 있다는 발표라면 시비 걸 일이 없다. 그런데 방금 전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표현을 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시 총에 맞았다는 것이 루머였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대통령님은 우측 폐가 관통되었고, 심장 바로 옆에 총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이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로렌조 가필드 기자입니다. 방금 한 말에 대한 자세한 해명을 부탁드립니다.”

기자의 시선을 받은 마거릿은 다시 마이크에 입을 댄다.

“이실리프 그룹에서 제공한 미라힐Ⅹ라는 의약품이 있었기에 대통령님은 총상으로부터 완전한 회복을 하였습니다.”

“이실리프 그룹의 미라힐Ⅹ라는 건 대체 뭡니까?”

“그건…….”

잠시 마거릿의 설명이 이어졌다.

기적의 신약, 일명 ‘엘릭서’라 불리는 것이 있었기에 목숨을 건졌다는 것을 발표한 것이다.

마거릿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미라힐에 관한 뉴스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12장 슬슬 가볼까?

온두라스 대통령의 부친과 콩고민주공화국 내무장관의 막내아들이 미라힐 덕분에 멀쩡해진 것이 필두이다.

미라힐 시리즈를 만들어낸 현수가 에티오피아 코리안 빌리지와 러시아 까마귀 마을에서 일으킨 기적에 관한 것들이 보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킨샤사에 말기 암조차 며칠 이내에 완치시키는 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 소문이 번지자 항공사마다 예약 전화가 빗발친다.

이건 미국 안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CNN을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나라가 이러하다.

이실리프 의료센터만 가면 다 죽어가던 환자도 쌩쌩해진다는 증언이 이어지자 여기저기에서 짐을 싸고 있다.

세계 최대인 10,000병상짜리 의료센터 인근에는 정말 멋진 테마파크와 수목원이 있으며, 킨샤사 인근을 관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그 결과 여행사들의 전화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대박 조짐이 보이자 전 직원을 풀어 고객의 전화를 받는 중이다.

이러는 내내 현수의 이름은 전 세계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라 있었다. 이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사내가 있다.

“끄응!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놈이군.”

미국 내 유태계 인사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록펠러 가문의 아서 록펠러이다.

제임스 포레스탈의 외삼촌인 아서는 화면에 나와 있는 현수의 얼굴을 보고 이맛살을 찌푸린다.

“이봐, 톰슨!”

“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나는 이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눈에 다시 뜨이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

“그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톰슨이라 불린 록펠러가의 가신이 잠시 말을 끊은 이유는 현수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다.

록펠러가는 미국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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