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3
이렇게 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중엔 눈엣가시를 암살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특수 훈련된 전문 암살팀이 운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동원해도 현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저격을 하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갖춰지기 쉽지 않은 때문이다.
현수는 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어떤 때엔 어디에 있는지 소재 파악이 안 될 때도 있다. 최근엔 3년 이상 행적이 끊긴 일도 있었다.
한국이 아닌 자치령에 있는 동안엔 아예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자치령은 사전에 허가된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다. 따라서 암살팀은 자치령에 발을 들여놓을 수조차 없다.
현수가 한국에 머물 때에도 저격은 쉽지 않다.
양평 저택을 예로 들자면 러시아 스페츠나츠 출신 경호원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다. 이 밖에 대한민국 육해공군의 경호팀이 늘 삼엄한 경계태세를 갖춘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정원에서도 정예 요원이 파견되어 경호하고 있고, 이실리프 경호의 경호원들도 따른다. 게다가 상당수의 레드 마피아 조직원들도 물샐틈없이 경호하고 있다.
현수가 움직이면 약 200여 명의 경호원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나에서 파견한 초특급 킬러 ‘흑룡’은 한 번도 임무 완수를 못 한 적이 없지만 아직도 암살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톰슨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FRB 금괴 도난 사건이 일어난 후 현수에 대한 조사를 했던 때문이다.
금괴 도난과 현수가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들어 실시한 조사였다. 결과는 무혐의이다.
어쨌거나 톰슨은 전문 암살팀에 지령을 내렸다.
12명의 킬러와 12명의 보조요원 전원으로 하여금 한국행 비행기를 타도록 한 것이다.
이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현수 암살이다. 톰슨은 암살팀을 보내기는 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왠지 그럼 예감이 든 때문이다.
* * *
“흐음! 이제 되었나?”
현대미포조선소를 나서는 현수는 밀린 숙제를 한 기분이다. 이제 각각 완편된 1개 항모전단과 붙어도 충분히 궤멸시킬 잠수함 5척이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조금 전에 완성시킨 이실리프함은 다른 것들과 달리 바다 속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강력한 성능을 지닌 라이트가 곳곳에 장착되어 심해에서도 잠수함 외부의 광경에 대한 관찰이 가능하다.
빛줄기가 미치지 못하는 곳은 라이트 마법진으로 만들어진 빛이 보내지도록 만들었다.
원하는 거리만큼 떨어져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인데 한 번에 하급 마나석 하나가 소모되는 일이다.
마법이 구현되는 시간이 그리 길지 못하는 대신 아주 강력한 빛을 뿜어 반경 100m 정도는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이실리프급 5번함인 이실리프함은 현수와 가족들을 위한 유람용이지만 강력한 무장도 갖춘다.
초고속 스퀄 어뢰를 갖추고 있는데 현수와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에서 다각적인 연구 끝에 러시아의 VA―111 쉬크발(Shkval)의 성능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을 개발했다.
쉬크발보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한 화력을 품은 것이다.
이런 것을 100발이나 품고 다닌다.
7함대 주요 전력이 50∼60척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혼자서 1개 함대 전체를 작살낼 능력을 지녔다.
소리 없이 다가가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스퀄 어뢰를 쏘면 피할 수 있는 전함은 없을 것이다.
“카헤리온과 봉황도 잘 만들고 있겠지.”
이실리프 우주항공을 필두로 이실리프 기술연구소까지 항공과 관련된 계열사들은 현수가 설계한 카헤리온과 봉황에 대한 검수를 마쳤다. 결론은 완전무결이다.
하여 즉시 제작을 지시했다. 지금쯤 하루라도 빨리 완성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이것들만 모두 만들어지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도 결코 패하진 않을 것이다.
은밀히 정순목 권한대행을 만났다.
욱일회와 유능한 일꾼들, 그리고 사회악 척결 등의 큰일을 했고, 한일전도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미국과의 관계도 확실하게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차기 대통령으로 출마할 의사가 없다.
단기간에 일부에 집중된 문제는 해결했지만 국가 전반을 아우르는 통 큰 정치를 하기엔 스스로 부족하다 여기고 있는 때문이다.
현수는 에티오피아 아와사 자치령의 행정수반직을 제안했다. 물론 고사했다.
하여 한국처럼 까다로운 법률이 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마다 색안경을 끼고 딴죽이나 거는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며 설득했다.
그 결과 정순목은 운신의 폭이 제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치령 전반의 개발이 끝날 때까지 힘 좀 써달라는 현수의 제안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여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고, 업무 인수인계가 마쳐지면 그 즉시 떠나기로 약속된 상태이다.
차기 대통령으로 밀어줄 홍진표 전 의원도 만났다.
그의 곁에는 상당히 많은 인사가 있었다. 기존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인사들이다.
홍진표 전 의원이 이실리프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기에 자연스레 모여든 것이다.
조만간 있을 국민투표에서 정해지는 것 중 하나는 국회의원 숫자가 50명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의 6분의 1 수준이다. 가급적 권력기구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홍진표와 현수는 대한민국 정계의 물갈이를 의논했다.
박인재나 홍신표같이 썩어빠진 놈들이 국회의원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이다.
현수는 구태 정치인들의 명단과 더불어 그들의 비리 사실들이 낱낱이 조사된 파일을 건넸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려 하면 곧바로 경찰과 검찰, 그리고 각 언론사에 뿌려질 것이다.
썩어빠진 정치인 전부의 완전한 사회적 매장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현수는 차기 총선이 이전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선거가 될 것임을 주지시켰다. 의원 1명당 각기 인구 100만 명의 뜻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 되는 일이다.
이전처럼 좁은 지역구의 표밭을 다져서 될 일이 아니니 새로운 체제에 맞춘 선거운동을 준비하라고 조언해 줬다.
홍진표 전 의원과는 몇 가지 더 의논을 했다.
그중 하나가 작은 정부 운용에 관한 것이다.
공무원이 받는 월급은 100%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런 공무원의 숫자가 줄어들면 줄수록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세액은 줄어든다.
국민이 낸 세금을 흔히 ‘혈세’라고 표현한다.
피 혈(血)과 징수할 세(稅)의 문자 조합이다.
국민들이 낸 피 같은 돈은 가장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
방만하게 운영되던 모든 것을 최적화시키고,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지출을 없애거나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중복되는 부문이 있으면 과감하게 통폐합함이 마땅하다.
어쨌거나 공무원은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일부 공무원들은 상전으로 받들어야 할 국민을 무시하거나 제집에서 부리던 노비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막말하는 판사, 함부로 대하는 경찰 등이 있다. 이 밖에 민원을 담당하는 공무원 가운데 일부가 이러하다.
공무원이란 직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된 자들이니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특히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이용하여 뇌물을 받아먹거나 부정을 저지르는 놈들은 모조리 참수형에 처해야 마땅하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대한민국의 공무원 가운데 일부는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게으르다.
현수는 홍진표 전 의원에게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으면 이런 자들은 모조리 잘라내라는 충고를 했다.
이에 홍진표 전 의원은 새로운 사람을 뽑아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시험을 통해 공무원을 뽑을 때 적성과 인성, 그리고 지식과 업무 능력을 동시에 탐색할 수 없는 때문이다.
이에 현수는 남북한의 대치 상황이 해소되었으니 현재와 같이 60만 대군이 필요 없음을 주지시켰다.
이는 현재의 공무원들을 대신할 인원이 상당히 많으니 앞으로는 뽑지 말라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남성에게만 병역의 의무를 부과했다.
앞으로는 성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들의 뜻을 받아들여 남녀 모두에게 의무를 부과하길 권했다.
이럴게 하면 훨씬 많은 인원을 쓸 수 있게 된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는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는 현재의 공무원들이 맡고 있는 임무를 주면 된다.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발부하는 일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독거노인을 돌보는 행위 역시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관공서 주변을 청소하는 일도 마찬가지이고, 주차 위반을 단속하는 행위도 그러하다.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나므로 의무 복무기간은 18개월로 줄일 것을 권했다. 근속기간이 짧을수록 부정을 저지르거나 부패에 연루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청년들 입장에선 군복무 대신 행정업무를 배우는 기회가 되니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 뽑지 않으면 공무원의 숫자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정년퇴직자, 스스로 사표를 내는 자, 부정부패, 또는 범죄행위 등으로 파면되는 자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원이 줄면 공무원들의 급여를 일반 사기업 수준으로 인상하라고 했다. 대신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각종 연금 등을 개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라고 하였다.
궁극적으로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교원연금 모두 국민연금과 통폐합되어야 한다. 공무원도, 군인도, 교사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 차등 없이 공평해야 한다.
사법부 관행과 불합리한 법률에 관한 충고도 했다.
현재의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남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여성 목사가 신도로부터 3,000만 원을 빌려갔는데 이를 갚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이 여성 목사는 ‘사촌동생의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빌렸을 뿐 채권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다’며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 여성 목사에겐 15회의 동종 범죄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사기혐의로 기소된 이 여성 목사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참고로,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함에 있어서 일정한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이 여성 목사는 사기혐의가 유죄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풀려났다.
이미 15회나 같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풀어주는 것은 나가서 같은 범죄를 또 저질러 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같은 죄를 또 지어도 집행유예로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자들의 아픔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관행이다.
현수는 집행유예 제도를 엄격히 제한하여 죄를 지으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걸 국민들이 인식하게 하라고 했다.
도덕적 해이를 의미하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광범위하게 번질 수 있음을 충고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중엔 최고형량이 제한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하한선이 없으니 벌금 1원, 혹은 징역 1시간을 선고할 수도 있다. 피해액이 1조 원이 넘어도 5,000만 원의 벌금만 내면 곧바로 풀려날 수도 있다.
따라서 법률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저작권법을 위반했을 경우 저작권자의 피해 금액에 따른 형량 하한선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벌금형은 가급적 없애야 한다.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해도 피해를 입은 저작권자에겐 단 한 푼의 돈도 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가 너무 가난하여 범죄자로부터 벌금을 받아내야 간신히 운영될 정도가 아니라면 벌금형은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