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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78화 (1,277/1,307)

# 1278

“로드! 하인스가 이제 슬슬 가자고 합니다.”

“…알겠네.”

짧게 대꾸한 옥시온케리안은 다시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드래곤들에게 시선을 준다.

“이제 곧 출발할 시간이라 하니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네. 이번 원정은 우리 드래곤들의 사서에도 기록될 중대한 일이네. 그러니 다들 몸조심하길 바라네. 이상!”

옥시온케리안의 말이 끝나자 뒤에 서 있던 제니스케리안이 나직이 투덜댄다.

“하여간! 로드가 된 후로 말 길게 하는 기술만 늘었어. 그리고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 얘기를 다른 말로 또 하는 기술은 대체 어디서 배웠담?”

제니스뿐만 아니라 대다수 드래곤도 입이 댓 발은 튀어나와 있다. 로드의 말이 길기는 몹시 길었던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옥시온케리안은 일행을 둘러본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이번 원정의 지휘자인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의 이야기를 들어보세.”

“끄응!”

누군가 마뜩치 않다는 듯 낮은 침음을 냈지만 옥시온케리안은 그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현수를 바라본다.

내키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현수는 옥시온이 서 있던 자리로 옮겨갔다.

“이번 원정에서 가장 주의할 것은 자신의 안전입니다. 로드께서 말씀하신 대로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안배된 장소로 이동해 주십시오.”

현수는 잠시 말을 끊고 원정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제 친구 라이세뮤리안에게 이 말을 했더니 드래곤 체면에 어찌 그러겠느냐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그러하시군요.”

드래곤들은 속내를 들켰다는 표정이다. 현수는 이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어스 대륙에서 왔습니다. 그곳은 전쟁이 끊이지 않던 곳으로…….”

현수는 라세안과의 대화를 그대로 다시 했다. 죽지 않아야 복수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었던 때문이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위급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즉시 준비된 포인트로 이동해 주십시오.”

설득을 당해 그런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현수는 다소 안심된다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최근에 창안한 10서클 마법의 위력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일 것입니다. 따라서 쓸데없는 호승심을 부려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방해되지 않게 해달라는 뜻이다.

자존심 센 드래곤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허나 로드도 이에 대해 엄명을 내린 바 있다.

현수가 공격할 때 돕겠다고 끼어드는 것은 돕지 않는 것만 못 하다며 절대 로렌카 제국 수도 맥마흔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우리는 두 번의 텔레포트를 하여 마인트으로 갈 예정입니다. 그곳은…….”

잠시 설명이 이어졌다.

마나 효율과 안전을 위해 첫 번째 텔레포트 장소는 블랙 일 아일랜드이다. 그곳에서 인원 점검을 한 후 곧바로 두 번째 텔레포트 장소인 퍼시발 산맥 깊숙한 곳으로 갈 것이다.

이렇게 마인트 대륙에 발을 들여놓은 후엔 델타, 감마, 베타, 알파 포인트 순서로 이동한다.

다음은 마인트 대륙에 관한 정보를 습득할 예정이다. 이때부터 반로렌카 전선과 합동 작전이 시작된다.

“제 설명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다들 아셨습니까?”

“네에.”

몇몇 드래고니안과 인간들만의 대답이다.

로드의 호출과 가이아 여신의 신탁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참석해 있는 대다수 드래곤과 그의 자식인 드래고니안들은 현수를 한낱 인간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끝낸 현수는 옥시온케리안과 함께 블랙 일 아일랜드로 이동할 방법을 의논했다.

드래곤들은 자식인 드래고니안들을 책임지기로 했고, 현수는 인간들을 맡기로 했다.

“좋습니다. 그럼 그곳에서 뵙죠.”

“그러시게.”

로드는 고개를 끄덕이곤 드래곤들에게 향한다. 현수는 기에 눌려 쭈뼛거리는 인간들을 불러 모았다.

“아공간 오픈!”

현수가 아공간에서 꺼낸 컨테이너에는 34명의 소드마스터가 차례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절대 문을 열려고 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전했다.

아공간에 담긴 채 텔레포트된다는 말에 잠시 웅성거렸지만 아무도 토 달지 않았다. 그랜드 마스터이자 최고의 마법사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는가!

“스테이시 바싹 붙어.”

“네!”

이번 원정만 끝나면 이실리프 왕국이 건국된다. 그리고 곧바로 성대한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다.

성녀 스테이시 아르웬은 평생 남편으로 섬겨야 할 현수에게 지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찍소리 않고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바싹 붙어 선다.

“매스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르릉-!

현수와 스테이시의 신형이 가장 먼저 아드리안 왕국 최남단 항구도시 콘트라에서 사라졌다.

“휘유! 마나 유동이 정말 적군. 이게 10서클의 능력인가?”

현수가 서 있던 자리를 유심히 살피던 블랙 드래곤 샤카이데마룬이 한 말이다.

로드의 호출과 가이아 여신의 신탁을 받고 이 자리에 참석한 샤카이데마룬은 현수가 인간의 몸으로 10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일만 년을 사는 드래곤들조차 그러한 경지에 올랐다는 기록이 없다. 9서클 마스터가 되면 그게 끝이라 생각하여 더 이상 노력하지 않은 때문이다.

개중엔 그 이상을 추구한 드래곤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럼에도 10서클 마스터가 되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샤카이데마룬은 마나의 품으로 돌아갈 날이 이제 겨우 500년밖에 남지 않은 에이션트급 중에서도 최고참에 속하는 고룡이다. 지난 9,500년 동안 상당히 많은 드래곤을 보았고, 선대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 중 아무도 10서클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니 몹시 놀란 것이다. 하여 현수가 텔레포트할 때 바로 곁에서 이를 지켜본 것이다.

“자아, 우리도 갑시다. 텔레포트!”

“텔레포트!”

“텔레포트!”

드래곤들이 떠난 자리엔 자욱한 마나만이 흩날린다.

기다렸다는 듯 인간 마법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온다. 그리곤 각자 자리를 잡고 마나 호흡을 시작한다.

마나 농도가 상당히 짙어졌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원정대는 차례차례 콘트라를 떠나 블랙 일 아일랜드로 향했다.

그곳에서 인원 점검 후 퍼시발 산맥으로 향했고, 애초의 예상대로 델타, 감마, 베타, 알파 포인트로 이동했다.

* * *

“저는 이제 여러분과 헤어지겠습니다. 다들 임무를 숙지해 주십시오.”

“몸조심하게.”

라세안은 사위 겸 친구인 현수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이다. 이번 원정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나이 많은 드래곤들로부터 한낱 인간과 친구 관계를 맺어 이런 불편함을 만들어냈다는 비아냥을 여러 번 들은 때문이다.

현수가 장담한 대로 혼자서 흑마법사 전부와 대결을 펼쳐 승리를 취한다면 드래곤 사서엔 다음과 같이 기록될 것이다.

가장 안목 높은 드래곤 라이세뮤리안!

마인트 대륙의 흑마법사들을 쓸어버렸고, 인간 중 유일하게 10서클 마스터이자 그랜드 마스터이며, 보우 마스터이고, 정령왕들을 부리며, 가이아 여신의 사위가 된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과 가장 먼저 친구 관계를 맺었음이 이를 반증함.

둘의 교분 덕분에 인간과의 분쟁에서 드래곤이 희생되는 일이 없었음.

일행과 헤어진 현수는 멸망한 화티카 왕국의 후손들이 기거하고 있는 동굴을 찾았다.

“어서 오십시오. 폐하!”

“위대하신 분의 존안을 알현하옵니다.”

입구에서 현수를 맞이한 것은 요슈프 부부였다. 이곳에 오기 전 마법통신구로 방문 일정을 조율했던 것이다.

“폐하! 어서 오시어요.”

뒤늦게 나와 공손히 절을 하는 건 말라크이다. 피어나는 꽃처럼 점점 예뻐지고 있다.

“모두 잘 있었는가?”

“네! 폐하. 그런데 원정군은 어찌 되었는지요?”

최근 반로렌카 전선을 이끌고 있는 각 무리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있었다. 로렌카 제국에 의해 나라를 잃고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반로렌카 전선은 화타카 왕국의 후손 요슈프와 마일티 왕국의 후손 헤럴드 폰 하시에라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선임했다.

현수와의 인연이 가장 먼저 닿았으니 그를 인정한 것이다.

요슈프와 헤럴드는 현수로부터 명령을 받으면 이를 책임지고 전파하는 임무를 수행키로 했다. 그렇기에 현수가 이 자리에 온 것이다.

“로렌카 제국의 건국기념일에 황제가 황태자에게 양위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그날이 언제이지?”

“10월 10일입니다.”

“얼마 안 남았군.”

현수는 잠시 시선의 초점을 흐렸다.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이 되자 요슈프 등은 조용히 기다렸다.

“그날을 D-day로 잡지.”

“그, 그날입니까?”

요슈프는 로렌카 제국이 건국기념일에 멸망당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몹시 흥분한 표정이다.

“그렇네. 그날 맥마흔을 지도에서 지우겠네. 포위망 구축에 만전을 기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원군은 어디에……?”

요슈프는 얼마나 대단한 지원군이 왔을지 심히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지원군은 나를 포함하여 1,080명이네.”

“처, 천 명쯤 되는군요.”

요슈프가 파악하는 바에 의하면 로렌카 제국군의 수효는 4서클 이상 마법사 40만 명에 기사와 병사 100만 명이다.

도합 140만 명을 상대하러 1,080명이 왔다는 것은 약 1,300 : 1의 전투를 벌이겠다는 뜻이다.

“폐하! 반로렌카 전선의 병력을 모두 모아도 20만이 채 되지 않습니다.”

숫자는 20만이지만 대부분이 기사 내지는 병사들이다.

이들은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마법사들과의 전투를 견뎌내기엔 많이 부족하다.

마법사는 최고가 5서클 유저이고, 기사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을 넘는 이가 매우 드문 때문이다.

요슈프는 병력도 열세이고, 숫자도 적은데 어찌 싸워서 이기려느냐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데리고 온 지원군들이 핵심을 맡을 것이네. 반로렌카 전선은 그들의 지휘를 받아 전투에 임하면 되네.”

“폐하! 그래도 숫자가 너무 적습니다.”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네.”

“겨우 천 명을 조금 넘기는데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지원군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요슈프의 표정을 본 현수는 빙그레 웃음 지었다.

“1,080명 중 드래곤 214명, 7서클 유저 이상인 드래고니안 311명,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이상 드래고니안 519명, 그리고 34명의 인간 소드마스터가 지원군이네.”

“네에……?”

요슈프의 눈이 화등잔만 해진다.

전략병기 이상인 전력을 갖춘 드래곤만 214명이라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이 정도면 되겠지?”

“그, 그럼요! 그렇고말고요.”

로렌카 제국의 9서클 마스터는 약 100명이다. 9서클 비기너나 유저까지 포함하면 9서클 마법사만 약 400여 명이다.

반로렌카 전선에게 있어 이들 9서클 마법사들은 넘을 수 없는 벽이나 다름없다.

기록을 보면 9서클 마스터는 1 : 1로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9서클 유저는 4 : 1은 되어야 하고, 비기너는 16 : 1은 되어야 드래곤과 대등함을 보였다.

214명의 드래곤이 왔다면 로렌카 제국의 모든 9서클을 상대할 전력이 왔다는 뜻이다.

여기에 드래곤 못지않은 전력을 갖춘 드래고나안들이 있다. 8서클 마법사들을 전부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다.

현수는 10서클 마스터이니 7서클 이하 전부를 감당해 낼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현수 혼자서 로렌카 제국의 8서클과 9서클 전부를 감당하는 동안 드래곤과 드래고니안 등이 나머지를 정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반로렌카 전선의 힘이 가해지면 어쩌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요슈프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어려 있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이다.

2장 하늘을 날았으면 좋겠네

“그들은 자네들과 함께 도주하는 자들을 처리할 것이네.”

“그럼……!”

요슈프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다.

현수가 아무리 10서클 마스터라 할지라도 40만 명이 넘는 마법사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8서클 이상만 상대했던 지난 대결도 결국엔 몸을 뺄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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