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1
이때 기다렸다는 듯 폭죽이 터진다.
팡! 팡! 팡! 팡! 팡! 팡! 팡! 팡! 팡!
폭죽 터지는 소리가 아홉 번 연속 이어진다. 지구에서 거행하는 예포 비슷한 의식이다.
3장 맥마흔 멸망의 날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감축드립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슐레이만 새 황제시여! 영원히 군림하소서!”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신하들은 황제의 즉위를 축하하는 환호성을 터뜨린다.
귀족들을 향해 돌아선 슐레이만이 두 팔을 펼치자 이내 잠잠해진다.
“나는 오늘 로렌카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오늘 이후 우리 로렌카 제국은…….”
슐레이만이 말을 이으려 할 때 허공으로부터 마나 실린 음성이 장내에 울려 퍼진다.
“슐레이만! 드디어 황제가 되었군. 축하한다.”
“아앗! 하, 핫산 브리프다.”
“비상! 비상! 비상!”
땡, 땡, 땡, 땡!
요란한 경종이 울리자 장내의 마법사들 모두 일제히 룬어를 영창한다.
“네 이놈~!”
슐레이만은 성대하게 거행되어야 할 즉위식이 중단되자 분노의 일성을 터뜨린다.
오늘 오전 황태자에게 한 장의 서찰이 전달되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슐레이만 보아라!
금일 양위식이 거행된다하니 일단 축하는 한다.
그런데 어쩌냐?
오늘 중으로 황제 자리를 잃을 게 분명하니!
아쉽겠지만 목이나 잘 닦고 기다려라.
금일이 네가 세상에서 숨 쉬는 마지막 날이니라.
-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
슐레이만이 분노하고 있을 때, 현수는 약 500m 상공에서 장내를 둘러보고 있다.
황제 주변엔 공작과 후작이 우글우글하다. 뿐만 아니라 원로원 소속 리치도 상당히 많다. 이들보다 바깥쪽엔 백작과 자작, 그리고 남작 순으로 포진되어 있다.
현재 로렌카 제국의 수도 맥마흔에 있는 자들은 거의 모두 흑마법사이다. 현수와의 대결에서 거치적거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인을 모두 내쫓은 결과이다.
가로 20㎞, 세로 35㎞짜리 황궁 안에만 약 50만에 달하는 흑마법사가 모여 있다.
반로렌카 전선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다.
이곳에서 황제는 흑마법사들의 로드이다. 그런 로드의 명이 떨어지자 은둔하고 있던 자들까지 모두 집결한 결과이다.
황궁 외벽 바깥쪽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언데드 군단들이 포진되어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아주 새까맣다.
맥마흔 최외곽까지 언데드들이 배치된 이유는 현수가 텔레포트나 블링크 마법으로 도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10서클 마스터인 현수는 가급적 생포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잡히기만 하면 회를 떠서라도 10서클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는 것이다.
“슐레이만!”
현수의 말이 이어지려하자 슐레이만이 이맛살을 좁힌다.
“네, 이놈! 어디서 감히!”
“나,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은 백마법사를 대표하여 너희 흑마법사를 섬멸하려 이 자리에 왔다.”
“미친놈! 모두 공격하라.”
슐레이만이 또 한 번 노성을 터뜨리자 황궁을 둘러싼 서른여섯 개의 첨탑에 로브를 걸친 자들이 나타난다.
참고로, 첨탑의 최고 높이는 약 200m이다.
각각의 탑엔 9서클 2명과 8서클 3명씩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일제히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기가 라이트닝!”
번쩍, 번쩍-!
콰릉! 콰르르르르릉-!
“썬더 스톰!”
파지직! 파지지직-!
콰릉! 콰콰콰쾅!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파이어 퍼니쉬먼트!”
“퓨리 오브 더 헤븐!”
“프로미넌스!”
번쩍, 번쩍-! 화르르르! 화르르르르!
콰콰콰콰쾅-! 콰르르르르릉-! 콰콰콰콰쾅-!
현수는 화염과 전격 계열 마법들이 일제히 난사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유 만만하다. 벼락과 화염이 당도하기엔 너무 높은 곳에 떠 있기 때문이다.
“후후후, 고작 이건가?”
현수의 비웃음을 들었는지 흑마법사 중 500여 명이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지상에서의 공격이 현수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함을 알고 플라이 마법으로 솟구친 것이다.
플라이 마법으로 떠받치고 있는 자들은 7서클 마법사들이고 8서클과 9서클 마법사들은 룬어를 영창하고 있다.
500여 개의 입에서 영창되는 룬어를 들어보니 이번에도 화염과 전격 계열 마법이다.
삽시간에 약 200m 높이까지 솟구쳐 오르자 현수의 입술 또한 달싹인다.
“오늘 마인트 대륙의 모든 흑마법사를 멸하겠노라! 아리아니! 아공간 오픈하고 그거 꺼내!”
“네! 오라버니.”
현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공간에서 뭔가가 돋아나온다. 다음 순간 현수의 입술이 다시 달싹인다.
“라이트 웨이트!”
한 손으로 뭔가를 조작한 현수는 비릿한 조소를 베어 문다. 그리곤 장내를 훑어본다.
“매직 캔슬! 텔레포트!”
“아앗! 저, 저게 뭐냐?”
현수는 사라진 허공에서 뭔가가 떨어지자 흑마법사들은 일제히 마법을 난사한다. 조금 전과 같은 화염과 전격 계열 마법이다. 이 중 하나가 괴물체에 닿는 순간이다.
버어언쩍-!
쿠와아아아아아아아와앙-!
섬광에 이어 어마어마한 폭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곤 시커먼 연기가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거대한 버섯 모양이다.
이 순간 로렌카 제국의 황성은 한순간에 증발했다.
방금 전 양위를 마치고 처소로 물러나던 황제를 비롯하여 슐레이만 로렌카와 힐만 공작 등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먼지처럼 흩어졌다.
황궁 내에 머물고 있던 50만 흑마법사와 약 20만에 달하는 기사와 병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상당히 두꺼운 황궁 벽은 무지막지한 폭발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가루로 변한다.
다음 순간 도열해 있던 4,000만이 넘는 언데드 군단 역시 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는 현수가 지나 제2포병 기지에서 가져온 10메가 톤짜리 핵탄두가 폭발한 결과이다. 흑마법사들을 제거하기 위한 10서클 마법을 창안해 내지 못해 선택한 것이다.
어쨌거나 핵폭발로 인한 후폭풍은 사방의 모든 것을 완전하게 휩쓴다. 하지만 마냥 뻗어간 것은 아니다.
황성 외벽으로부터 약 20㎞까지 기세등등하게 쇄도하던 후폭풍은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뻗어가지 못한다.
이것은 어제와 그제 이틀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가장 먼저 땅의 정령왕 노이아가 높이 300m, 두께 200m짜리 진흙 장벽을 세웠다.
여기에 물의 정령왕 엘레이아가 적당한 수분을 주어 굳혔고, 바람의 정령왕 세리프아는 이를 적당히 말렸다.
다음으로 나선 것은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이다.
진흙 장벽에 강력한 화기를 부여하여 질그릇화시킨 것이다. 그 결과 웬만한 바위보다도 단단함을 갖게 되었다.
이 장벽은 】처럼 안쪽이 반구(半球) 형태로 휘어져 있다. 하여 불어온 후폭풍이 다시 황궁 쪽으로 가게 만들었다.
그 결과 엄청난 세기를 가진 열풍이 다시 한 번 황궁을 역방향으로 휩쓸었다.
“케엑! 끄악! 커헉! 으악! 컥! 캑! 악!”
방금 전의 엄청난 폭발에도 엄폐물 뒤에 있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던 자들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와 동시에 한 줌 먼지로 증발해 버린다. 인간의 육체로는 감당해 낼 수 없는 미증유의 힘인 때문이다.
그 결과 맥마흔은 글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황제와 슐레이만을 비롯한 50만이 넘던 흑마법사 전원과 20만이 넘던 기사와 병사들, 그리고 4,000만이 넘던 언데드 군단 역시 모조리 사라졌다.
아울러 로렌카 제국의 모든 문물 역시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던 휘황찬란했던 황궁 터엔 유리질로 반질반질해진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같은 순간, 맥마흔 외곽에 포진해 있던 옥시온케리안과 라이세뮤리안, 그리고 제니스케리안은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핵폭발에 경악한 결과이다.
“세, 세상에 맙소사!”
드래곤 로드인 옥시온케리안이 말을 다 더듬는다. 너무도 놀란 때문이다.
“헐! 저게 핵폭탄이라는 건가?”
라세안은 오늘 아침 현수에게 새로 창안한 10서클 마법이 무엇이냐고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만일 성공하지 못하면 모두가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확인 차원의 물음이다.
이를 견디다 못한 현수는 10서클 마법만으론 부족한 듯싶어 핵무기를 쓸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렇기에 라세안과 로드, 그리고 제니스는 어마어마한 폭발이 어스 대륙에서 가져온 핵폭탄으로 인한 것임을 알고 있다.
“으으! 무섭다. 무서워. 인간이 어떻게 저렇듯 강력한 폭발을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레드 드래곤 라이세뮤리안이 본체 상태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때 가까이 있던 제니스케리안이 부르르 떤다.
전율이 온몸을 훑어버린 것이다.
“…저 정도면 가히 신력이라 할 수 있는 거야.”
옥시온케리안이 다시 한 번 중얼거린다.
“맞아! 저거에 당하면 마법이고 뭐고가 없을 거야.”
“그래! 텔레포트를 하기도 전에 이슬처럼 흩어질 거야.”
라이세뮤리안과 제니스케리안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절대 저 인간과는 대결하지 말아야 해.”
옥시온케리안은 하마터면 현수와 한바탕 붙었을지도 모를 예전을 회상하곤 부르르 떤다. 존재 자체가 일순간에 먼지가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던 것이다.
“맞는 말이야. 산 하나를 뭉갠다고 해서 뻥인 줄 알았는데 이건 산이 문제가 아니네.”
드래곤 로드의 말을 받은 라세안은 예전의 대결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흔든다.
현수와 친구 먹지 않았다면 근거지인 라수스 협곡은 벌써 평지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 것이다.
같은 시각, 맥마흔을 둘러싸고 있던 다른 드래곤들도 모두 입을 벌리고 있다.
포위만 하고 있으면 혼자서 흑마법사들을 처단한다고 하였기에 미티어 스트라이크 같은 대단위 운석 마법으로 어쩌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폭발에 이은 먼지구름이 솟구치는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잠시 후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대부분 장벽에 막혀 되돌려졌음에도 대기가 화끈하게 달궈지는 느낌이다.
“세상에 맙소사! 대체 저게 뭐지?”
“정말 어마어마하네. 대체 뭐야? 자네 아나?”
“우와아! 저게 10서클 마스터의 마법인 거야?”
핵무기에 관한 것은 옥시온케리안과 라이세뮤리안, 그리고 제니스케리안만 아는 이야기이기에 다들 방금 본 것이 10서클 마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블랙 드래곤 샤카이데마룬의 두 눈은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상상도 못 한 위력에 깜짝 놀란 것이다.
같이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드래고니안들도 입을 딱 벌리고 있다. 현수가 라수스 협곡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대결을 했던 레뮈 등이다.
“우와아! 대체 저건 어떤 마법인데……?”
“헐! 과연 이실리프 마탑이네. 정말 대단해!”
“끄응! 저거에 당하면…….”
다들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같은 순간, 맥마흔 외곽으로 텔레포트한 현수는 켈레모라니의 비늘에 담겨 있던 마나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오늘을 위해 현수는 4대정령에게 몇 가지를 주문했다.
바람의 정령에겐 방사능을 품은 핵먼지가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공기의 흐름을 차단하도록 했다.
물의 정령에겐 10㎞ 이상 치솟은 핵구름이 그 자리로 고스란히 내려앉도록 비를 내리게 했다.
땅의 정령에겐 빗물로 인해 방사능이 흙속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표면을 단단히 굳히도록 했다.
불의 정령은 혹시라도 남아 있는 흑마법의 잔재가 있다면 모조리 불태우도록 했다.
하여 각각의 정령들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이프리트는 맥마흔 곳곳을 돌아다니며 완전 소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 배슬이 파괴되지 않았을 경우 리치들은 한 줌 재가 되더라도 리스폰된다. 그렇기에 인공이 조금이라도 가해진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다. 워낙 높은 온도를 형성시키기에 바위들도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핵폭발을 저지하고, 방사능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엔 상당히 많은 정령력이 소모되는 듯하다.
그래서 켈레모라니의 비늘에 담겨 있던 마나가 순식간에 다 빠져나간 것이다.
“부족한가? 그렇다면……!”
현수는 본신의 마나가 켈레모라니의 비늘 속으로 스며들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하여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