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2
만일 마나가 모두 소진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3분의 1 정도가 소모되자 마나 유출이 멈춘다.
이러는 동안 몇몇 곳에선 기적적으로 도주하는 데 성공한 흑마법사들을 처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9서클 마스터 몇몇이 운 좋게도 핵폭발과 동시에 몸을 뺐다. 하지만 온전하진 않다. 무지막지한 열에 노출되어 대부분이 심각한 화상을 입은 것이다.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드래곤 등은 보자마자 화염계 마법으로 그들을 구워 버렸다.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고 7일이 흘렀다.
4대정령은 현수의 명에 따라 방사능 확산을 막고 있었고, 드래곤 등은 포위망을 풀지 않고 있었다.
하나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는 내내 현수는 결계 안에 머물며 켈레모라니의 비늘에 마나를 공급했다. 정령들이 소모시키는 양이 많아서이다.
“우리 이제 시작할까요?”
“그래야지!”
현수는 맥마흔 외곽에 서서 황궁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건축물이 있던 자리는 그냥 벌판이 되어 있다.
스테이시 아르웬과 시선을 나눈 현수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들었다.
“자애로우신 가이아 여신이시여! 방사능에 오염된 대지를 복원코자 하오니 신성력을 베풀어주소서!”
“어머니! 병든 땅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하옵니다. 소녀에게도 신성력을 아낌없이 베풀어주소서!”
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로부터 두 줄이 빛기둥이 현수와 스테이시에게 쏘아진다.
둘은 환한 빛 속에서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곤 방사능으로 오염된 대지를 향해 두 손을 뻗어냈다.
“대지의 여신의 명이다. 오염은 사라져라!”
마치 한 입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동시에 달싹이자 현수와 스테이시의 전면으로 환한 빛이 뿜어진다.
현수로부터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드래곤 등은 멀찌감치 서서 둘을 바라보고 있다.
“마탑주가 없었다면 우리도 많은 피를 흘렀을 거야.”
“맞아요! 하인스님 덕분이에요.”
“여신의 사위가 된 게 이럴 땐 아주 유용하네.”
옥시온케리안과 라이세뮤리안, 그리고 제니스케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방사능 오염은 여신의 신성력에 의해 말끔히 제거될 것이다. 그러면 맥마흔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된다.
“로드! 저 친구가 말하길 이 땅에 이실리프 제국을 건국한다 합니다.”
“나도 그렇게 들었네.”
“이쯤 되면 뭔가 선물을 줘야 하지 않을까요?”
라이세뮤리안의 말에 옥시온케리안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자리를 피한 흑마법사들을 제거하러 다니세. 그 정도면 되겠지?”
“그러려면 이곳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지요? 먼저 레어가 될 만한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라세안의 말에 제니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같이 있을게요.”
“그래! 우리 둘이 있으면 심심하진 않을 거야. 안 그래?”
라세안과 제니스케리안이 정다운 시선을 주고받자 옥시온케리안이 피식 웃는다. 뭔가를 눈치챈 것이다.
“허험, 조만간 조카를 보겠군! 나는 찬성이네. 이 땅에도 중간계를 조율하는 존재가 있어야 하니. 자네와 제니스에게 이 땅을 맡기겠네. 여기선 자네가 로드를 하게.”
“…그러지요. 로드의 뜻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옥시온케리안은 헤츨링을 제외한 214개체의 드래곤 중 100개체에게 이주를 권했다. 마인트 대륙엔 상당히 많은 몬스터가 살고 있는데 그들을 제어하기 위함이다.
“우와아! 정말 엄청나게 넓군요.”
나이즐 빌모아는 편평하게 닦인 부지를 보며 탄성을 터뜨린다. 가로 60㎞, 세로 75㎞짜리 부지는 높이 300m짜리 옹벽으로 완벽하게 둘러싸여 있다.
4,500㎢이니 서울시 전체 면적의 7.5배나 된다.
13억 6천만 평이 넘는 이 땅은 대부분 바닥이 유리질로 되어 있다. 핵폭발과 이프리트가 뿜어낸 고열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조금 넓지?”
“조금이라니요? 어마어마합니다. 여기에 황궁을 지으라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네! 그간 경험이 있으니 최대한 멋진 작품을 기대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정말 황궁이 다 지어질 때까지 위대한 존재들이 저희를 돕습니까?”
“물론이네. 자재가 필요하면 같이 다녀도 되네.”
“그런데 그게…….”
나이즐 빌모아를 비롯한 드워프 장로들은 난색을 표한다.
무섭기만 한 드래곤들과 같이 일을 할 생각을 아니 겁이 난 때문이다.
“라세안 알지?”
“라수스 협곡의 지배자이신 라이세뮤리안 님이요?”
흉포한 성품으로 알려진 레드 드래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변을 지릴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래! 마인트 대륙에선 그 친구가 드래곤 로드이네.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니 어려워하지 않아도 되네.”
“…하아! 네에.”
대답은 하지만 꺼려지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이때 라세안이 나타나며 입을 연다.
“드워프들을 겁박하는 존재가 있다면 언제든 말해. 반드시 징치하여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지. 이건 마인트 대륙의 드래곤 로드로서 하는 말이다.”
드래곤의 일언은 천금보다도 훨씬 무겁다.
“가, 감사하옵니다. 로드!”
나이즐 빌모아와 그 일족들은 얼른 허리를 접는다.
“황궁이 다 지어지고, 이곳에 이실리프 제국의 근간이 될 건물들이 다 지어질 때까지 수고 좀 부탁하네.”
“네?”
황도(皇都) 건설은 라세안이 부탁할 일이 아니기에 빌모아 일족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내 친구가 초대 황제가 되는 거 알지? 그러니 잘 부탁해. 위저드 로드이면서 황제인 친구는 처음이라 말이야. 핫핫핫!”
“그,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 최고로 멋진 작품을 뽑아주게. 이 친구가 만족한다고 하면 내가 상을 주지. 핫핫핫!”
라세안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너털웃음을 짓는다.
“아, 알겠습니다. 로드!”
빌모아 일족은 다시 한 번 허리를 꺾는다.
“어떤가? 멋진 작품 기대해도 되지?”
“그럼요!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로드!”
* * *
“휴우~!”
청암동에 자리한 다물궁 옥상에 당도한 현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곤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아! 전하. 오셨습니까?”
현수를 발견한 궁녀가 공손히 허리 숙여 예를 갖춘다.
“수고가 많네.”
가볍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곤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인터폰을 눌러 설화를 호출했다.
“너무 오랜만이세요. 근데 어떻게 기별도 없이 오셨어요?”
현수가 차원이동한 기간은 석 달하고도 28일이나 지났다. 마인트 대륙을 정벌하고도 곧장 떠날 수 없었던 때문이다.
맥마흔을 10메가톤짜리 핵폭탄으로 작살낸 뒤 스테이시와 더불어 거의 한 달 동안이나 정화 작업을 해야 했다.
워낙 넓은 지역이었던 때문이다.
이 작업이 끝날 즈음 현수는 한 권의 고서를 접했다. 라트보라 남작이 로렌카 황궁 도서관에서 슬쩍해 놓았던 것이다.
거기에 쓰여진 것을 확인한 현수는 모든 드래곤과 함께 미지의 대륙으로 알려진 콰트로 대륙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마수들은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다. 오래전 드래곤들이 방문했을 때 살던 괴수들은 새롭게 나타난 마수들에 의해 모두 죽임을 당했다.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인 때문이다.
약 200년 전, 로렌카 제국이 번성하기 시작했을 때 이 대륙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총인원 33명인 9서클 마스터들은 모두 흑마법사이며, 다들 드래곤 하트를 섭취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콰트로 대륙에 마계로 통하는 통로를 만들었고, 그곳을 통해 마계의 마수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에 의해 기존의 괴수들 대부분이 죽었다.
라트보라 남작이 가져온 서책엔 이 대륙에 대단위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음이 기록되어 있었다.
콰트로 대륙으로부터 아르센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도시 콘트라로 향하는 것이다.
로렌카 제국이 아르센 대륙을 도모하고자 할 때 이들을 먼저 보내 크게 휘저으려는 의도이다.
뿐만이 아니다.
블랙일 아일랜드에서 약 1,000여㎞ 정도 떨어진 무인도에는 브론테 왕국으로 향하는 포탈 마법진이 있다.
언데드 병력이라 하여 영원무궁한 것은 아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로렌카 제국은 이런 상태에 이른 스켈레톤과 구울 등을 브론테 왕국으로 보냈다.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키는 한편 흑마법사가 될 재목들을 구하기 위함이다.
모르면 그냥 지나쳤을 일이다. 그런데 알게 되었으니 어쩌겠는가!
현수와 모든 드래곤은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콰트로 대륙으로 향했다. 그리고 약 한 달에 걸친 대접전 끝에 모든 마수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마계로 이르는 통로를 봉쇄시켰다. 그에 앞서 이 통로를 확인해 보았는데 엄청나게 길고 깊었다.
지구에서 가장 긴 동굴은 매머드 동굴(Mammoth Caves)이다. 미국 켄터키주에 위치해 있는데 길이가 무려 885㎞에 이른다. 참고로, 이 중 320㎞만 탐험된 상태이다.
마계 통로 또한 이에 버금갈 듯 길고 깊었다.
현수는 훗날을 위해 무려 20개의 핵폭탄을 터뜨렸다.
각각 500㏏짜리였는데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33배에 달하는 위력을 지닌 것이다.
그 결과 아주 단단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동굴이었지만 다시는 복구될 수 없도록 완전히 붕괴되었다. 폭발은 깊은 지하에서만 일어났기에 지상으로의 방사능 유출은 없다.
대륙 정벌 때 사용하려 비활성 상태로 있던 포탈 마법진은 활성화시키면서 약간 손을 봤다.
첫째는 단방향이던 것을 쌍방향으로 바꾼 것이고, 목적지가 콘트라에서 이실리프 왕국으로 변경되었다.
왕국과 콘트라로 오가는 포탈 마법진이 있으니 이제 이실리프 왕국은 아르센 대륙과 콰트로 대륙을 잇는 중간 기착지가 되었다. 이는 막대한 관광 수익 및 물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
어쨌거나 이제 아르센 대륙과 콰트로 대륙은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졌다.
현수와 드래곤들이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브론테 왕국이다. 그 결과 아르센 대륙 유일의 흑마법사 왕국이었던 브론테는 지도에서 지워졌다.
200여 개체가 넘는 드래곤들이 훨훨 날아다니며 브레스를 뿜어댄 결과이다. 날 수는 있지만 브레스를 뿜을 수 없었던 현수는 미티어 스트라이크, 파이어 프로미넌스, 파이어 퍼니쉬먼트 등으로 지상을 초토화시켰다.
브론테 왕국의 영토는 피판 왕국과 테리안 왕국이 반씩 차지했다. 험준한 갈비온 산맥 등 지형상 문제가 있어 다른 나라들은 그 땅을 갖겠다는 마음을 품을 수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졸지에 어마어마한 넓이의 영토와 백성들을 차지하게 된 테리안 왕국은 이실리프 왕국에게 상당한 영토를 추가로 할양했다.
그 결과 바세른 산맥 아래에 자리 잡은 이실리프 왕국은 대한민국보다 약간 넓은 100,000㎢ 정도로 확대되었다.
가만히 있다가 혜택을 본 피판 왕국에서는 영토 대신 막대한 예물을 보내옴으로써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물론 거절하지 않고 다 받아들였다.
현수는 같이 활동했던 드래곤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그리고 사탕을 주어 달랬다.
생전 처음 맛보는 시원함과 달콤한, 그리고 부드러움에 환장한 드래곤들은 값을 물어봤다.
현수는 쉐리엔과 만드라고라, 그리고 디오나니아와 포인세 등과의 물물교환을 제시했다.
물론 엄청난 폭리가 끼어 있었지만 드래곤들은 흔쾌히 거래에 응했다. 현수가 요구한 것 중 포인세와 쉐리엔은 지천으로 널려 있고, 본인이 직접 채취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는 체결되었다. 이로써 이실리프 메디슨과 이실리프 코스메틱의 원료 수급은 해결된 셈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진행되느라 상당히 지체된 상태로 지구에 귀환한 것이다.
4장 아랍 연합군 진격하다!
“그래. 여긴 별일 없지?”
“네, 그럼요! 지시하신 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어요.”
“그간 있었던 일들을 보고 받고 싶은데.”
“제가 준비할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서둘러 밖으로 나갔던 백설화는 현수를 편전(편전(便殿) : 임금이 평상시에 거처하는 궁전.)으로 안내했다. 그곳엔 김정은을 비롯한 이실리프 왕국의 수뇌부들이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