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3
이들은 현수가 등장하자 일제히 허리를 꺾는다.
“위대하신 전하를 알현하옵니다.”
현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중앙에 자리 잡은 상석에 자리했다.
“다들 앉지.”
“네! 전하!”
모두가 고개 숙여 예를 갖추곤 조심스레 자리에 앉는다. 이들은 전과 달리 상당히 조심스럽다. 왜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백설화가 생긋 웃는다.
뭔가 겁주는 말을 한 모양이다.
“준비되었으면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있었던 성과에 대한 보고를 시작하게.”
현수의 말이 떨어지자 김정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네! 전하. 자리를 비우신 동안 우리 왕국은…….”
늘 보고만 받아서 그러는지 김정은은 제법 요령 있게 보고한다. 보고받는 사람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정확히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의 지목에 따라 산림녹화와 농지조성, 그리고 각종 광물 채광 및 주택과 도로 건설, 산업기반 시설공사 진행사항 등에 관한 담당자 보고가 상세히 이어졌다.
현재 한반도 이북 지역의 개발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규제가 없으며, 주민들의 민원 또한 없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왕국이 되면서 모든 국토는 왕실 소유가 되었다. 따라서 토지 사용에 대한 왈가왈부가 있을 수 없다.
어쨌거나 동영상과 사진이 곁들여진 상세한 보고인지라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진척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숙천유전 개발과 유화단지 및 각종 화학공장 건설은 이미 착공한 상태이다. 경험 많은 천지건설이 일을 하면서 기술 전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다음은 주변국들에 관한 보고입니다. 먼저 대한민국은…….”
현재 한국과 이실리프 왕국은 관세 없는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던 각종 부품과 소재 등은 100% 이실리프 왕국이 공급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대금은 치약과 칫솔, 비누, 수건 같은 각종 생필품으로 받고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지진과 화산폭발로 인해 전 국토가 쑥밭이 되었음에도 아베 신조는 일체의 사과 없이 여전히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군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해군 2함대와 3함대 등을 복원시키는 중인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남한은 대마도라 불리던 진도를 점령하였을 뿐만 아니라 규슈까지 진출하였다. 일사불란한 상륙 작전이 벌어지자 일본의 육상 병력은 일패도지하는 중이다.
CNN은 늦어도 한 달 이내에 규슈의 모든 일본군이 전사하거나 도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간에 개입할 것으로 우려되던 미국은 일체의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7함대는 오키나와를 진즉에 떠났고, 나머지 주일미군 역시 모두 철수한 상태이다.
한국의 강력한 경고가 없었더라도 쉽게 돕겠다고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자국 군인들이 화산과 지진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파병하면 정권 자체가 위기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강력한 입김을 발휘하였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동방의 빛’으로부터 경고의 메시지를 받았고, 현수로부터 미라힐Ⅹ을 공급받았다.
둘의 공통점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인들에게 목숨의 빚이 있으니 각료들의 강력한 개입 요청을 모두 물리친 것이다.
경호팀장에 의한 총상을 입었지만 무사히 복귀한 힐러리는 단호한 인사 발령을 냈다.
가장 먼저 강력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국무장관이 교체되었다. 후임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아내는 대통령, 남편은 국무장관인 조합이 어디에 있느냐는 말이 있었다. 이쯤 되면 일당 독재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목소리는 크지 못했다. 힐러리가 전 백악관 경호팀장으로부터 총격을 받은 사실 때문이다.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CIA와 NSA, 그리고 FBI의 수장들 또한 모두 교체되었다. 해임된 자들의 공통점은 정보를 다룬다는 것과 유태계 인사라는 것이다.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지만 힐러리에겐 명분이 있었다.
국가수반인 대통령이 저격을 당할 때까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수장이 바뀐 정보 조직은 곧바로 리빌딩 작업에 착수했다. 조직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유태인 축출이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반발했지만 각 조직의 신임 수장들은 단호했다. 힐러리의 강력한 지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국무장관이 된 빌 클린턴은 능숙하게 국정을 운영했다. 쓴 소리를 서슴지 않던 언론에서도 칭찬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미국의 유태인 각료들은 하나둘 낙마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검은 속을 알았으니 아무리 유능해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 정순목은 국내 친일파들에 대한 소탕을 지시했고, 계엄군은 이를 받아들였다.
얼마나 뿌리가 깊고, 넓은지 언론은 매 시각 단위로 친일행위자들에 대한 명단을 추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신문이 매일 1면 하단에 친일행위자 명단을 싣는다.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인원이 너무 많아 거의 매일 5단통 정도의 지면이 할애되어야 한다.
체포된 친일행위자들은 모처에 격리되고 있다.
공직자, 정치인, 군인, 언론인, 교수, 사업가, 작가 등으로 구성된 친일행위자들의 모든 재산은 동결되었다.
가택은 샅샅이 수색되었고, 모든 예금과 부동산은 몰수되었다. 정당하게 일을 하여 번 것이라도 가차 없다.
귀금속과 골동품, 서화 등도 모두 몰수되었다.
이들은 모처로 이송되었는데 심한 고난을 겪고 있다.
매일매일 무지막지한 구타를 당하고, 욕설을 듣는다. 고통스런 순간이 지나면 반성문을 쓰는 시간이 된다.
이때 제대로 된 반성문이 작성되지 않으면 또 한 번 가혹한 폭력에 노출된다.
식사는 하루에 두 번 배식되는데 거친 잡곡밥과 무된장국, 그리고 김치만 제공된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항의하지만 모두 무시되고 있다. 국민투표를 통해 친일행위자들의 인권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법이 제정된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친일행위자은 법적으로 인권이 보장되지 되지 않는다. 짐승 같은 대우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구타와 욕설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아니다.
당사자들은 죽을 지경이겠지만 대다수 국민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친일파의 자식 등으로 살면서 세상의 온갖 호사를 다 부리고, 수많은 갑질을 하던 놈들이기 때문이다.
이러는 가운데 조만간 치러질 총선 및 대선 준비가 한창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회의원 정원이 50명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아울러 상당히 많은 법이 새롭게 개정되었다.
이번에 국민투표를 통해 제정된 법안들의 특징은 국회에서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음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법안들의 수정은 오로지 국민투표로만 가능한데 재적 국회의원의 10분의 9 이상이 법 개정에 찬성해야 국민투표에 회부 가능하다.
다시 말해 50명 중 45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전원이 찬성해도 국민들이 부결시키면 끝이다.
이번에 제정된 법안 중 하나를 예를 들자면 ‘친일행위자 처벌에 관한 법률’을 꼽을 수 있다.
1900년 이후로 친일행위를 한 자 또는 그의 후손들의 전 재산은 즉각 몰수되며, 모든 공직이 박탈된다.
아울러 인권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며, 300년간 모든 직, 방계 후손들의 공직 진입 자체가 차단되는 법안이다.
그간 떵떵거리고 살던 친일파들은 철퇴를 맞은 셈이다.
다음은 ‘공직자 윤리에 관한 법안’이다.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1만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뇌물을 받으면 즉각 파면함을 원칙으로 한다.
당연히 공직 재취업이 영구히 금지되며, 공무원 연금 대상에서도 삭제된다.
그리고 뇌물 액수가 100만 원 이상인 경우엔 그것의 1,000배를 벌금으로 추징토록 되어 있다.
100만 원을 받았다가 걸리면 모든 직책을 잃고, 10억 원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 폭력에 관한 법률’도 있다.
왕따나 학교 폭력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방치한 학교와 가해자의 부모에게 무한 연대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가해자는 가석방이나 감형 없는 수형 생활이 원칙이다.
폭력 행위의 정도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며, 피해 학생의 인원수만큼 형량이 추가되도록 되어 있다. 피해자가 10명 이상이면 최소가 50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돈까지 빼앗았다면 그 또한 별도의 처벌을 가한다.
이전까지는 소년범이 만 19세 미만인 사람이 저지른 범죄, 또는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뜻하는 용어였다.
그리고 범죄행위를 한 자가 19세 미만인 경우 소년법에 따라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 전 형법 제9조를 보면 만 14세 미만인 자를 ‘형사미성년자’라고 하여 처벌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이 법안은 대대적으로 손질되었다.
우선 소년범을 ‘만 12세 미만’으로 대폭 낮췄다.
누구든 만 12세 이상인 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성인과 똑같은 처벌을 받도록 한 것이다. 형이 확정되면 소년원이 아닌 교도소로 보내지도록 한 것이다.
남발되던 ‘집행유예’는 판사의 재량권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판사가 형량을 결정하면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집행유예에 관한 가부(可否)를 결정한다.
참석 배심원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집행유예가 결정되는 법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만일 배심원들이 부정하게 집행유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확인되면 10년형에 처하도록 했다.
부정의 소지를 근원부터 차단하겠다는 국민들의 뜻이다.
이 밖에도 상당히 많은 법률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개정되었다. 그중 수사권에 관한 것도 있다.
검찰과 경찰은 각각 독립된 수사권을 가지게 되었으며, 둘 다 행정부에 속하게 되었다.
경찰은 내무부에서, 검찰은 법무부에서 관장한다. 삼권분립이라는 말은 사라진 것이다.
당연히 검찰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에 정순목 권한대행은 대대적인 사정을 지시했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정치검사 및 판사들이 법복을 벗거나 구속당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비리가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국민들은 썩은 놈들이 구린 놈들을 수사하고 있었으니 그 모양 그 꼴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투표를 통해 법률이 대대적으로 수정된 이후 첫 번째로 적용된 판결은 성폭행 사건이었다.
116명의 고등학생이 2명의 여고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금품갈취를 했으며, 동영상을 촬영하여 협박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의 부모 중에는 시의원, 도의원, 및 부유층이 많았다.
검찰은 이들이 청소년인 이유로 형량이나 정보 공개를 거부했는데, 실형을 선고받은 가해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판결 중 최고는 징역 1,215년형이다. 범죄행위를 한 횟수 곱하기 형량을 합산한 것이다.
가해자 대부분 300년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으며 모두 가석방이나 감형은 없다.
이 사건은 재심 사건이었다.
‘재심’이란 확정된 종국 판결에 중대한 흠이 있는 경우 그 판결의 취소와 이미 종결된 사건의 재심판을 구하는 비상 불복 신청 방법이다.
다시 말해 이미 모든 재판이 끝났던 사건이다.
재심 결과 이전의 수사 및 기소, 그리고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이 사건을 처음으로 맡아서 수사했던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아울러 가해자 부모들에 대한 조사도 병행되고 있다.
만일 뇌물 등을 썼다면 새로 제정된 법률에 따라 처벌받게 될 것이다.
참고로, 뇌물을 써서 불편부당한 일이 야기된 경우 받은 자는 물론이고, 제공한 자도 처벌받는다.
받은 자는 공직 박탈 및 받은 금품의 1,000배를 벌금으로 내고,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뇌물을 준 자 역시 제공한 금품의 1,000배를 벌금으로 납부하고, 2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받은 놈보다 준 놈이 더 나쁘다는 취지의 법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