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5
5장 혹시 신(神)이시옵니까?
현수는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하기에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었다.
“일단은 지나인들을 이 땅에서 내보내도록!”
“네! 전하. 하명하신 대로 하겠습네다.”
황병서가 크게 허리를 굽히자 현수는 신하들을 둘러본다. 이쯤해서 짚어줄 것은 확실하게 짚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우리 이실리프 왕국과 지나와의 일전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병기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우선적인 배려를 하여 언제 붙더라도 이길 수 있도록 하라.”
“네에? 저, 전쟁입니까? 지나와……?”
평생을 남한과 전쟁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살았던 수뇌부들이다. 객관적으로도 남한의 전력을 압도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언제든 붙어보자고 떠들어댔다. 그럼에도 지나와의 전쟁이 코앞에 닥친 듯한 말을 듣자 긴장된 표정이다.
지나의 군사력이 무시무시하다 느끼는 때문이다.
새로 지급된 신무기들의 우월한 성능보다 우선한 선입견이 있는 것이다. 현수는 신하들의 경악한 듯한 표정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지나와 전쟁이 벌어지면 반드시 동북삼성 등을 되돌려 받을 것이다. 이점을 염두에 두도록!”
“네에……? 동북삼성을 말입니까?”
김정은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그리고 내몽골자치구 중 일부를 받아내야지.”
말을 하며 현수는 벽에 걸린 대형지도를 레이저포인터로 표시해 주었다.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흔히들 동북삼성이라 부르는 길림성, 요령성, 흑룡강성은 지나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다.
총면적은 약 79만㎢로 지나 전체의 약 8.2%에 해당되며, 이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억 1천만 명이다.
현수가 레이저포인터로 표시하고 있는 것에는 동북삼성 뿐만 아니라 내몽골자치구 중 일부도 포함되어 있다.
만리장성의 동쪽 끝 진황도(秦皇島) 부근을 기점으로 장성 서북부 일부를 휘감다가 승덕(承德)과 임서(林西)를 이으며 곧장 북쪽을 가로지른다.
이것만 약 70만㎢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만일 이실리프 왕국이 이 영토까지 얻게 되면 몽골에서 조차해 준 자치령과 곧바로 맞닿게 된다.
꿀꺽-!
너무도 넓은 지역을 원으로 그려서 그런지 이실리프 왕국의 수뇌부 전부는 침을 삼킨다.
현수가 차지하겠다고 표시하는 곳의 영토 면적이 아무리 적어도 150만㎢ 정도이다.
한반도 이북에 자리 잡고 있는 이실리프 왕국의 국토면적은 약 12만㎢이다. 그런데 국토를 12.5배나 넓히겠다는 뜻이니 다들 긴장한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은 분주하다.
국왕의 말대로 된다면 담덕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국강상 광개토경 평안 호태왕(國岡上 廣開土境 平安 好太王)’과 장수왕(長壽王) 시절 이후 최대 면적을 가진 거대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토면적 162만㎢는 세계 20위에 해당된다.
여기에 몽골의 10만 8,000㎢, 러시아의 10만㎢,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의 14만㎢와, 에티오피아의 4만㎢, 그리고 우간다의 4만 2,000㎢와 케냐의 6만 5,000㎢를 합치면 이실리프 왕국의 전체 면적은 약 212만㎢에 이른다.
세계 14위인 멕시코보다도 넓다.
참고로, 멕시코 국토면적은 1,964,375㎢이고 13위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149,690㎢이다.
추가로 몽골정부로부터 농지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게 될 고비사막의 112만 5,000㎢까지 포함시키면 전체 면적은 무려 324만㎢가 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32.5배 정도 되는 면적으로 세계 7위인 인도와 맞먹을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참고로, 인도의 인구수는 세계 2위로 약 12억 4,000만 명이다.
이렇듯 큰 국가를 경영해 본 바 없는 수뇌부들은 입만 딱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현수의 얼굴에서 자신감을 읽은 때문이다.
“저어, 국왕 전하!”
“왜 그러나?”
현수의 시선을 받은 김정은은 얼른 허리를 굽힌다.
“저, 전하의 뜻대로 되려면 지나의 해, 핵무기가…….”
동북공정과 서북공정, 그리고 서남공정 등을 일삼는 지나가 순순히 영토를 잃지는 않을 것이기에 한 말이다.
“지나의 핵이 두려운가? 내가 알기론 이 땅에도 핵무기가 있는데?”
“마, 말씀하신 대로 저희도 핵무기를 가지긴 했지만 지나는 저희보다 훨씬 많아서…….”
김정은의 말은 중간에 잘렸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현수 때문이다.
“핵이라면 내게도 500기쯤 있으니 걱정 말라.”
“…네, 네에? 뭐라고요?”
“저, 정말이십니까? 저, 정말이요?”
모두의 눈이 급격하게 커진다. 개인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은 이어진다.
“믿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게 당장 발사 가능한 핵무기 500기가 있으니 지나의 핵은 경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설사 그게 없다 하더라도 관계없고.”
“저, 전하, 핵입니다. 그냥 재래식 무기가 아닌 핵무기입니다. 근데 그걸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황병서의 말을 끊은 건 김정은이다. 뭔가 생각난 게 있는 표정이다.
“혹시 국제적 역학관계 때문에 지나가 핵을 발사할 수 없다는 그런 걸 염두에 두고 계신 것은……?”
김정은의 말도 중간에서 끊겼다. 뒷말을 듣지 않아도 뻔한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이 멸망당했음을 모두가 알고 있지?”
“그, 그럼요! 수없이 많은 운석이…….”
황병서가 다시 입을 열었으니 또 중간에 잘렸다. 물론 현수가 말을 이은 때문이다.
“그 많은 운석 중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곳에 떨어진 게 몇 개인지 혹시 아는가?”
“그, 그건……!”
CNN은 물론이고 CIA 같은 첩보기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물음이다. 너무 넓은 지역이고 많아서이다.
아직 국제관계에 능수능란함을 보이지 못한 이실리프 왕국의 수뇌부들은 당연히 대답할 수 없어 우물쭈물거린다.
현수는 신하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가 보고받은 바에 의하면 이스라엘에 떨어진 운석 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벌판 등에 떨어진 것의 수효는 정확히 331개이다.”
“……!”
모두가 멍한 표정이다. 저런 걸 어찌 아나 싶은 것이다.
“전체 운석의 숫자 중 331개는 0.001%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스라엘에 떨어진 운석의 총 숫자는 331,000개이다.”
운석 하나하나가 핵무기급 위력을 가졌으니 이스라엘 전체가 초토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에? 그, 그걸 전하께서 어떻게……?”
김정은의 말은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현수의 자신만만한 표정 등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은 때문이다.
“그렇게 되도록 지시한 사람이 바로 나니까.”
“헉! 네, 네에?”
“저, 정말이십니까?”
모두의 눈이 엄청나게 커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은 다시 이어진다.
“일본 열도에서 침강 현상이 빚어지고 83개의 화산이 일제히 터진 것도 알고 있지?”
현수의 표정을 읽은 김정은이 대경실색한다. 열도 침강과 지진은 인간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그럼 그것도……?”
“저, 전하! 저, 정녕 진심이시옵니까?”
김정은은 말을 잇지 못했고, 황병서의 말은 극존칭으로 바뀌었다.
“이제 곧 한반도 동쪽에 큰 땅이 솟아오를 것이며, 제주도 좌우와 이어도 인근에도 큰 땅이 새롭게 솟아난다.”
“……!”
모두의 눈빛이 급격하게 바뀐다. 방금 들은 말이 뻥이 아니라면 현수는 인간이 아닌 때문이다.
“호, 혹시 시, 신(神)이시옵니까?”
황병서의 물음에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위대한 인간일 뿐이다. 매스 라이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부신 빛을 뿜는 광구들이 허공에서 돋아난다. 형광등 10,000개가 동시에 켜진 듯 너무도 환한 빛에 모두가 눈을 가늘게 뜬다.
“헉-!”
“허억-! 이, 이건……!”
털썩-! 털썩! 터터터터털썩-!
모두가 놀라며 뒷걸음질 치다가 주저앉고는 멍한 표정으로 찬란한 빛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나직이 달싹인다. 물론 바로 곁에서도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매직 캔슬!”
파앗-!
한꺼번에 빛이 사라지자 마치 깊은 어둠 속에 있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뀐다.
“헉-!”
모두가 놀랄 때 현수의 입술이 다시 달싹인다.
“파이어 볼!”
말 끝나기 무섭게 현수의 손바닥 위에 직경 50㎝짜리 화염 덩어리가 생성된다. 새로운 빛이다.
빨갛던 빛깔은 오렌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흰빛이 되었다가 푸르스름한 빛깔로 변한다.
초고온이 되었다는 뜻이다.
파이어 볼이 천천히 주변을 맴돌자 이글거리는 뜨거운 열기가 수뇌부들에게 이른다. 하지만 피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놀란 표정으로 화염과 현수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다. 이건 대체 뭔가 하는 표정이다.
“가랏!”
현수는 다물궁 창밖의 커다란 바위로 파이어 볼을 쏘아 보냈다.
쐐에에에에엑-!
쿠와와앙-!
쏜살처럼 날아간 화염구가 공사하느라 땅에서 파낸 바위를 강타했다. 그 순간 시뻘건 화염이 바위의 감싸더니 이내 녹아내린다.
파이어 볼은 불과 2서클 마법이다. 그럼에도 워낙 효율이 높아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세, 세상에……!”
“저, 전하……!”
“내겐 남들이 모르는 힘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말을 끊음과 동시에 현수의 신형이 둥실 떠오른다.
다물궁의 정전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의 천정고는 약 15m이다. 옥좌에 앉아 있던 현수의 신형은 약 10m 높이로 솟구친 뒤 그대로 멈췄다.
“저, 전하……!”
모두의 시선이 허공에 떠 있는 현수에게 향해 있다. 당연히 경악하는 표정이다. 이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없던 것도 만들어낸다. 데이오의 징벌!”
말을 마치자 현수 바로 곁에 시커먼 구멍이 생기는가 싶더니 찬란하게 장식된 장검 하나가 솟아난다.
찌이이잉-!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자 서늘한 예기가 느껴진다. 김정은을 비롯한 신하들은 이게 대체 뭔가 하는 표정이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다시 달싹인다.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버언쩍-!
콰콰콰콰콰콰쾅-!
눈을 뜰 수 없는 섬광이 조금 전 파이어볼에 격중되었던 바위로 집중됨과 동시에 고막이 찢길 듯한 낙뢰음이 터져 나온다.
쩌어억-!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지자 모두가 뒷걸음질 친다.
“헉-!”
“흐익-?”
벼락에 격중된 바위가 갈라지면서 허연 수증기가 솟아나는 모습에 뇌가 마비되는 현상을 겪는 중이다.
검끝에서 구현된 벼락에 의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인 때문이다.
그런데도 믿어지지 않는다. 인간이, 그저 칼 한 자루를 들었을 뿐인데 벼락을 뿜어냈다.
이곳이 대한민국이었다면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무협지를 읽었을 것이고, 그중엔 뇌(雷)자가 들어가는 소설 하나쯤은 끼어 있을 것이다.
무림인이 기연을 만나 벼락을 뿜어내는 먼치킨 소설이다.
소설이 아니라면 무협 영화라도 보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방금 전의 일을 충분히 납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본시 무협 소설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는 북한이었던 곳이다.
그러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현수만 바라보고 있다. 순간적으로 뇌쇄된 것이다.
“저, 전하……!”
털썩-! 터터터터터털썩-!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된 김정은 등은 부르르 떨며 털썩 무릎을 꿇는다. 위대한 신 앞에 선 초라한 피조물이란 느낌을 받은 때문이다.
이 순간 수뇌부 전부는 현수에 의한 심령의 제압을 받았다. 자연스레 뿜어지는 카리스마가 뇌마저 완전하게 굴복시킨 것이다.
현수는 수뇌부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스라엘에 떨어진 운석보다 훨씬 많은 것을 북경에 쏟아낼 수 있다. 중경, 상해, 북경, 성도, 천진, 광주, 보정, 합이빈, 소주 등이 동시에 초토화되면 지나가 버틸 수 있을까?”
방금 언급된 도시의 인구는 약 1억 5천만 명이다.
이스라엘과 똑같이 당한다면 떨어진다면 이곳들 모두 황량한 폐허가 된다. 사람은 물론이고, 쥐와 바퀴벌레들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