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6
상상만으로도 끔찍한지 부르르 떤다.
“조금 전 지나의 핵이 무섭다 했는가? 한반도의 하늘엔 내가 올려놓은 우주 기지가 있다. 이실리프호라 한다.”
“네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본다.
“거기서 낙하시킨 것이 이스라엘을 그리 만들었다. 그냥 바위였지. 그런데 이실리프호에 바위들만 실려 있을까?”
“그, 그럼……?”
“이실리프 호의 12개 방위엔 고성능 레일건들이 장착되어 있다. 지나가 아무리 많은 핵무기를 발사해도 모조리 요격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지.”
“허얼-!”
레일건이 어떤 건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여 입을 딱 벌린다. 미국도 상용화하지 못한 것을 실전에 배치했다니 놀란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실리프호엔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사하여 1초 만에 반경 10㎞ 내의 모든 생명체를 말살시키는 이실리프의 창이라는 것도 있다.”
“끄으응!”
점입가경이라는 생각인지 다들 묘한 침음을 낸다.
“이 밖에 적의 주요 군사시설에 길이 6m, 무게 100㎏짜리 텅스텐 탄심을 쏘는 이실리프 미티어도 있다.”
“네에? 그, 그건……?”
미국도 실전에 배치하지 못한 신의 회초리(The rod from god)가 떠오른 수뇌부는 부르르 떤다.
이 땅을 공산당이 점령하고 있던 시절 가장 무서워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핵무기도 아니면서 그에 버금갈 위력을 가졌는데 요격이 불가능하다.
적이 언제 꺼내 들든 국제적인 비난으로부터 빗겨갈 것이고,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졌다.
이게 평양을 겨냥하면 곧바로 몰살이다.
사용 후에도 방사능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으니 미국 입장에선 배치만 하면 언제든 눈에 가시 같은 북한을 작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민들을 굶겨가면서 핵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그런 것을 이미 배치해 놓았다고 한다.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저, 전하! 바, 방금하신 말씀 저, 전부 사, 사실이옵네까? 시, 신은 너무도 놀라워서 도저히 믿을 수가…….”
황병서는 말까지 더듬는다. 너무도 놀란 때문이다.
“내가 신하들 앞에서 거짓말을 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죄, 죄송합네다.”
황병서는 말실수를 깨닫고 얼른 고개를 숙인다.
지난 2015년 북한 권력서열 4위에 있던 현영철이 전격적으로 처형되었다.
그는 2006년부터 백두산 서쪽 북·중 국경지대를 담당하는 8군단장으로 복무했다. 2010년엔 대장으로 진급했고, 2014년엔 인민무력부장이 되면서 실세 권력자가 되었다.
그런 그가 처형된 것은 회의석상에서 졸았던 때문이다.
당시 황병서는 이 처형을 직접 지휘했다.
그런데 오늘 지금껏 최고 존엄으로 여기던 김정은조차 하늘로 여기는 국왕에게 거짓말이냐고 했다.
이는 ‘최상 최고 극존엄 모독’에 해당된다.
현영철이 총살당한 것처럼 자신 또한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찍소리도 못 할 어마어마하게 큰 죄이다.
이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사형이다.
시신을 나름대로 온전히 남기게 되는 총살이면 감지덕지이고, 적의 비행체를 떨구기 위해 만들어진 고사총에 의해 시신조차 갈가리 찢기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즉각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여겼는지 무릎 꿇고 조아린다.
죄를 뉘우치니 제발 한 번만 봐 달라는 뜻이다.
“저, 전하! 하,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시라요. 미천한 이놈이 감히 하늘같으신 전하께… 고조 한번만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라요. 전하!”
“…일어서라!”
“아, 아닙네다. 소, 소인은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네다. 국왕 전하! 그저 한 번만 봐주시라요. 정말 잘못했습네다.”
황병서는 너무도 놀라 극존칭을 감히 잊은 듯하다.
“…알았으니 일어나라. 나는 너의 죄를 사한다.”
현수의 나지막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음성을 들은 황병서는 부들부들 떨며 일어선다.
“저, 정말 가, 감사하옵네다. 죽을 때까지 고조 충성 또 충성하겠사옵네다. 전하!”
황병서는 연신 고개를 조아린다.
다들 감히 전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느냐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든 처벌하자고 주장하면 그야말로 죽은 목숨이 된다. 다들 동조할 것이 뻔하다. 자신보다 상위 권력자가 사라지면 차례로 승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굴한 표정까지 짓는다.
현수는 상황을 정리해야 함을 느꼈다. 한 발짝 나서며 처벌하자는 말을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때문이다.
북한이 이실리프 왕국으로 바뀐 후 현수는 권력서열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당분간은 국정에 혼란이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황병서는 김정은에 이어 서열 2위였다.
그런데 북한이던 시절 현재의 서열 3위인 최룡해 전 노동당 비서는 한때 황병서보다 앞선 서열이었다.
북한의 권력서열은 자주 바뀌었는데 현수가 국왕에 등극한 이후 고착화된 상태이다. 당연히 최룡해에게 줄을 댄 인사들은 이게 못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기회가 생기자 이번 기회에 황병서를 밀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것이다. 하여 뒤쪽의 누군가가 한 발짝 내디디려는 순간 현수의 입술이 열렸다.
“조만간 배치될 카헤리온과 봉황은…….”
현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이실리프 왕국의 신하들은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카헤리온과 봉황은 세계 최고라 불리던 F-22 랩터라 할지라도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보다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전략병기이다.
특히 카헤리온은 평양에서 발진한 뒤 불과 2~3초 만에 워싱턴 상공에 당도한다고 한다. 그리고 품고 있던 폭탄 10만 톤을 쏟아낼 수 있다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봉황의 경우는 어마어마한 군수물자를 한 번에 이동시킬 능력이 있다.
대한민국의 K-2 흑표는 전투중량(전투 중량(Combat Weight) : 전투 시 필요한 전투원과 전투 장비, 물자 등을 포함하는 전체 무게.)이 56톤이나 된다. 이런 걸 한 번에 1,785대나 운반할 능력을 가졌다.
경량화 마법과 공간 확장 마법이 중첩되어 가능한 일이다.
카헤리온 또는 봉황 중 하나만 있어도 일본의 공군력 전부를 말살시킬 수 있다. 지나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량은 많지만 고물도 많이 섞여 있는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 이실리프 왕국엔 카헤리온과 봉황이 각각 두 대씩 배치될 예정이다. 단숨에 일본과 지나의 협공을 물리치는 것을 물론이고 박살까지 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잠수함도 추가된다고 한다. 미국의 최신예 핵잠수함보다도 더한 성능을 가진 것이다.
서해와 동해에 각기 한 대씩 있을 예정이며, 이것들 역시 각각 일본과 지나의 해군력을 완전무결하게 제거할 능력을 갖춘 것이다.
일련의 배치가 마쳐지면 공군과 해군 전력은 각각 세계 1위가 된다. 카헤리온 2대와 봉황 2대, 그리고 달랑 잠수함 2척으로 이룬 성과이다. 장거리 지원 내지 백업 역할은 우주에 떠 있는 이실리프호가 맡는다.
최신 병기가 배치되고 있는 육군 또한 그러할 것이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활동성을 저해하지도 않는 방탄복이 곧 지급된다. 아울러 혹한기나 혹서기에도 전투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항온전투복과 항온헬멧, 그리고 항온군화 또한 보급될 예정이다.
뿐만이 아니다. 적의 총탄이나 수류탄 등으로부터 병사들의 목숨을 보호하는 내복형 방탄복도 준다고 한다.
국왕의 설명대로라면 지금껏 보유하고 있던 모든 무기를 폐기해도 된다.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저, 전하! 저, 정녕 전하는… 전하는……!”
김정은과 황병서, 그리고 최룡해 등은 말도 잇지 못한다. 늘 미국의 협박을 받아왔고, 지나로부터 수모를 받아왔다.
경제제제 등으로 국제적인 왕따가 된 상태에서 식량난, 연료난, 비료난, 전력난 등을 겪었다.
치미는 분노를 감추려 미국 등을 상대로 강경한 자세를 견지했지만 속으론 ‘정말 공격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함을 안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 그런 모든 제약과 치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될 모양이다. 그렇기에 다들 눈물까지 그렁그렁하다.
“그러니 안심하고 맡은 소임에 열중하도록! 알았나?”
“네! 전하.”
다들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며 허리를 꺾는다. 이제부터 현수는 이실리프 왕국의 국왕인 동시에 수호신이기도 하다.
신하들은 신명을 다해 충성할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
* * *
“뭐야? IS가 해상에서도 날뛴다고?”
“그래!”
“이상한데? IS는 주로 내전 지역에서 활동하잖아. 그렇기 때문에 내전 지역이 아닌 곳은 IS가 대놓고 활동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현수의 물음에 민주영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지금까지는 그랬지. 근데 이젠 아닌가 봐.”
그러면서 벽에 걸린 세계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킨다.
예멘 남부 아덴만(Gulf of Aden) 해역 남부이다.
“근데 킨샤사로 갈 배가 왜 거길 지나가?”
아덴만은 해적들이 수시로 출몰하는 곳이다.
지난 2011년 1월, 이곳을 지나던 삼호 쥬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해 피납되었다. 이에 정부는 해군 청해부대를 파견하여 ‘아덴만 여명작전’을 실시토록 했다.
그 결과 해적 13명 중 8명을 사살했고, 5명을 생포한 후 선원 모두를 구출해 내는 개가를 올렸다.
“예멘 무칼라항에 볼일이 있어서 그랬어.”
“예멘에? 거길 왜?”
“왜긴, 이실리프 어패럴에서 수출한 항온의류를 예멘 총판에 갖다 줘야 했으니까 그렇지.”
“아!”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천과 부산, 그리고 목포에서 킨샤사로 정기선이 오간다. 선적 공간이 남을 경우 다른 계열사의 일도 처리해 준다고 들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대한민국은 해적들에 의해 나포당한 이실리프 상사의 메티스(메티스(Metis) : 바다의 여신(제우스의 첫번째 아내).)호 때문에 시끄럽다.
선원 가족들이 본사에 몰려들어 구출을 요청했고, 민주영은 정부에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마땅치가 않다. 메티스호에 타고 있던 선원들 전부 육상 어딘가로 끌려간 때문이다.
“근데 IS 소행인 건 어떻게 알았어?”
“놈들이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왔어. 사흘 이내에 1인당 300만 달러를 현찰로 지급하지 않으면 하루에 한 명씩 참수하겠다고.”
“뭐어? 참수를 한다고?”
민주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비디오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른다.
현수는 IS가 보내온 영상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배에 탄 선원의 숫자는?”
“외국인 선원 38명과 내국인 선원 7명, 그리고 이실리프 어패럴 직원 12명이 있어.”
“끄응, 57명이면 1억 7,100만 달러네.”
“그래! 어떻게 할까?”
민주영은 말만 떨어지면 그 즉시 돈을 주고 선원과 직원들을 구조할 생각인 모양이다.
“테러단체에게 돈을 준다는 건 그들의 손에 또 다른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어. 안 그래?”
“그렇긴 해. 그래도 어떻게 해? 사람 목숨이 달려 있잖아. 우리 회산 그만한 돈 지불해도 널널해.”
말은 이렇게 했지만 민주영은 자신도 마땅하다 생각하지 않음을 표정으로 나타내고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강도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다.
6장 메티스호 납치사건
“현수야! 돈 주고 빼오자.”
“아니!”
현수는 민주영의 간절한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야! 현수야. 사람들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야.”
“아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IS에겐 못 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IS는 시리아와 이라크뿐만 아니라 예멘,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알제리, 이집트,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러시아 카프카스, 필리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놈들은 잡은 인질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데 참수형은 기본이고, 탱크로 깔아뭉개서 죽이기도 한다.
휘하에 지난 2015년에 충성을 맹세한 보코하람 등이 있다. 이놈들은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미 만 명이 넘는 인명을 살해한 바 있다. 아울러 여중생들을 납치하여 성노예로 삼는 일을 저지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