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7
보코하람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은 이미 200만 명을 훨씬 넘었다. 그리고 이들의 잔혹한 테러에 의해 2014년 한 해에만 무려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밖에 알 카에다, 하마스, 탈레반 등도 수니파 무장세력이고, 이들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IS에 돈을 준다는 것은 이런 일이 더 벌어지도록 돕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그럼 어떻게 할 건데? 그 사람들 다 죽여?”
“…….”
현수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민주영은 더욱 큰 목소리를 낸다.
“무려 57명이야. 그 사람들 목 잘려서 죽거나 탱크 같은데 깔려서 죽는 걸 꼭 비디오로 봐야 해?”
“…….”
“야! 왜 말이 없어? 대답 좀 해. 사람이 57명이나 죽게 생겼어. 돈 주면 풀어준다고 하잖아. 근데 왜 그걸 못하게 해?”
“……·.”
“야! 그놈들이 어떤지 너도 알잖아. 지들 마음에 안 들면 사람 목을 막 베는 아주 흉악한 놈들이야. 마음 같아선 싸그리 죽여 버렸으면 좋겠는 놈들이라고.”
민주영은 계속해서 소리치고 있지만 현수는 아무런 대꾸 없이 지도만 바라만 보고 있다.
“야! 김현수. 놈들이 준 말미는 사흘이야. 근데 벌써 이틀이 지났어. 니가 얼른 결정해 줘야 돈 찾아서 놈들에게 줄 수 있어. 그거 하는 데 꼬박 하루 걸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결정해줘야 해. 안 그러면 인질들 목을 벨 거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나가? 어딜? 야! 어, 어딜가?”
민주영은 갑자기 나가 버리는 현수의 뒤를 따랐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후였다.
“야! 김현수. 대체 어딜 가는데? 엉? 야! 김현수!”
쾅쾅쾅쾅-! 쾅쾅쾅쾅-!
민주영은 연신 엘리베이터 문을 두들긴다. 안에 있을 현수더러 들으라는 뜻이다.
하지만 민주영이 내는 소리를 현수는 듣지 못했다. 장거리 텔레포트 마법이 구현된 후이기 때문이다.
스르르르-!
이실리프호 선장 김호인은 순간이동장치에서 빛이 나자 시선을 돌렸다. 이동 스케줄에 없던 일인 때문이다.
환한 빛이 나는가 싶더니 스르르 문이 열린다. 그리고 드러난 인물의 얼굴을 본 김 선장은 눈을 크게 뜬다.
“회,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어, 어떻게 여길……?”
이실리프호엔 두 가지 이동장치가 있다.
하나는 사물용이다.
우주에서 발생된 쓰레기를 지구로 보내고, 지상에선 식량, 자재 등을 보낼 때 쓴다. 이스라엘에 떨군 암석들 모두 이것을 이용하여 공급받은 것이다.
현재에도 수없이 많은 바위가 오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인간용이다.
휴가 또는 임무 교대가 있을 때 사용될 목적으로 준비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휴가 받은 인원이 없었고, 아직 임무 교대시기가 아닌 때문이다.
그동안 인간용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직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때문이다.
지구 어느 곳에서도 사용해 본 바 없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이다.
대원들 또는 그 가족에게 애경사가 있을 경우 신청만 하면 그 즉시 휴가가 수리된다.
이실리프호 근무를 지원받을 때 지상에서의 근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을 한 때문이다.
사물용을 보면 이상 없이 오가는 것 같기는 한데 사람용은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실리프호에 탑승한 대원들이 다 같이 본 영화 한 편 때문이다.
1986년에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 는 이런 이송 장치에 관한 것이다.
영화에선 비비원숭이를 이송하는 실험에 성공하자 주인공 본인이 실험체가 된다. 그 결과 이송에는 성공한다.
그런데 그 장치 안에는 파리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결과 주인공의 몸이 파리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대원들은 혹시라도 같은 일이 빚어질까 싶어 아무도 휴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김호인 선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 보름쯤 전에 둘째 딸이 결혼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어쨌거나 인간용 이송 장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실리프 그룹의 회장이 나왔다.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회장님! 아무런 기별도 없이 어떻게……?”
“급한 일이 있어 왔습니다. 일단 예멘 상공으로 이동부터 해주세요.”
“네? 아! 알겠습니다. 파일럿! 예멘 상공으로 즉시 이동!”
선장의 명을 받은 파일럿은 즉시 복창한다.
“네! 예멘 상공으로 즉시 이동합니다.”
파일럿이 조종간을 잡으러 가자 현수의 입이 열린다.
“가는 동안…….”
현수는 메티스호가 납치된 것을 설명하고 이실리프호의 레이더를 총동원하여 선원과 배의 위치 파악을 지시했다.
김호인 선장의 명을 받은 대원들은 즉시 임무 수행을 위해 움직였다. 부산스런 움직임이 줄어들자 현수는 이실리프호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반경 120m, 높이 12.5m짜리 이실리프호는 국제우주정거장 ISS보다 약 736배나 큰 공간을 가지고 있다.
대원들에겐 1인용 침실이 제공되고, 체력단련실은 물론이고 족구장과 테니스 코트까지 갖추고 있다. 한쪽엔 4개의 레인을 갖춘 25m 수영장도 있다.
내부를 둘러본 현수는 불편한 점이 없는지 여부를 물었다. 물론 없다.
함 내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고 하면 즉시 제공되는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샤워 시설이 부족하다고 하면 그것을 확장할 자재와 공구 같은 것이 공급된다.
선장은 현수와 대화를 하는 동안 많은 것을 메모했고, 그 즉시 지시가 내려졌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선장님! 예멘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 배와 선원들은 어디에 있는지 파악되었나?”
“네! 메티스호는 예멘항에 정박해 있고, 인질들은 전원 아덴대학교 교정에 억류되어 있습니다.”
선장은 현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같이 들었으니 새삼 보고할 필요를 못 느끼는지 아무런 말이 없다.
지난 2015년, 예멘 남부도시 아덴시의 아덴대학교는 IS로부터 남녀 학생들을 분리하여 교육하라는 협박을 받았다.
이들은 또 교정에서 음악을 금지하고, 학생들은 모여서 공동으로 기도하라는 요구를 했다. 그리고 IS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차량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했다.
아덴대학교는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2016년 여름 아덴대학교는 IS의 폭탄테러를 받았다.
그 결과 본관과 공학관 건물이 무너지면서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죽었고, 200여 명의 학생은 납치되었다.
이들 중 사내는 참수형에 처해졌고, 여대생들은 IS 대원들의 성노예가 되었다.
분노한 예멘 정부군이 IS와 치열한 교전을 벌였지만 신은 IS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결과 아덴시는 IS에 의해 장악되었다.
“IS 근거지에 대한 조사를 지시합니다. 예멘은 물론이고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의 모든 IS 근거지를 파악하십시오.”
“…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명을 받은 김호인 선장은 즉시 승조원들에게 임무를 배당했다. 그리곤 따끈한 커피를 내왔다.
“말씀하신 걸 조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차나 한 잔 하시지요.”
“아닙니다. 용무가 있어 잠시 지상엘 다녀와야겠습니다. 차는 나중에 마시지요.”
“…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현수는 이송 장치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짓을 하자 이송 장치를 담당하는 승조원이 텔레포트 버튼을 누른다.
위이이이이잉-!
번쩍-!
작은 소리가 잠시 이어지는가 싶더니 환한 빛이 뿜어진다.
이송 장치 안의 현수는 이실리프 상사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포탈로 이동했다.
보는 눈이 있기에 텔레포트 마법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세리프아! 내가 이동할 장소의 좌표는?”
“주인님께서 가시고자 하는 곳 좌표는
32KER975RDD-RED66542A71B-84LKW311TWKF6예요.”
“오케이! 알았어.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연기처럼 흐트러진다.
잠시 후, 현수는 아덴대학교 교정 뒤쪽 공터에 나타나고 있다.
“아리아니! 아공간 열어서 헤르시온 꺼내줘.”
“네! 오라버니.”
“아머 온!”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자 허리춤으로부터 위아래로 엷은 금속막이 쏘아져 간다. 순항미사일의 수면을 스치듯 날아가는 씨 스키밍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전신을 감싸는 마법갑옷 헤르시온은 온갖 마법이 중첩되어 있어 가볍고, 착용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인비저빌러티!”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자 스르르 모습이 사라진다.
“오라버니, 뭐 하시려구요?”
“정령들 좀 불러줘.”
“네, 알았어요.”
잠시 후 4대정령왕 모두 현수의 곁에 나타난다.
“여기 어딘가에 사람들이 억류되어 있을 거야. 위치 파악 좀 하고, 총을 든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와.”
“네, 주인님!”
“알겠습니다. 마스터!”
현수는 기다리는 동안 아공간의 컨테이너를 꺼내 산소탱크를 확인해 보았다. 57명이 들어갔을 경우 10분 정도 버틸 수 있을 정도만 남아 있었다.
“이거 가지고 될까? 되겠지.”
인질들을 구출한 후 즉시 텔레포트하고 곧바로 컨테이너를 꺼내기만 하면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주인님! 인질들 다 저기 있어요. 그리고 총을 든 남자들은 저기, 그리고 저기에 있구요.”
인질은 반쯤 무너진 석조건물 안에 있다.
“총 든 놈들의 숫자는?”
“근방엔 대여섯 명씩 열두 무리가 있어요. 총인원은 63명이구요. 저쪽엔 237명이 더 있어요.”
손짓하는 곳을 보니 대략 2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현수는 세리프아가 알려준 곳으로 슬슬 자리를 옮겼다.
“으으윽! 으으으윽!”
이상한 소리가 나기에 슬쩍 바라보니 사내 다섯이 여자의 사지와 머리를 잡고 있고, 한 놈은 그 여자를 겁탈하고 있다.
“이런! 매스 슬립!”
털썩-! 털썩-! 터터터털썩-!
사내들 모두 쓰러지자 현수는 잠든 여인을 안아 들었다.
“이런 쌍놈의 새끼들을……! 뭐야? 이런……?”
여인은 하혈을 하고 있었다.
“컴플리트 힐!”
샤르르르릉-!
상처가 일순간에 아물면서 솟던 선혈이 스르르 잦아든다.
“아공간 오픈!”
컨테이너를 꺼내 잠든 여인을 넣은 현수는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엔 다섯 놈이 중학생 정도 된 여학생 둘에게 못된 짓을 하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 매스 슬립!”
사내들을 재우고 여학생의 상처를 치유시킨 후 컨테이너에 담았다. 마음 같아선 체인 라이트닝 마법으로 튀겨 버리고 싶지만 참았다. 뇌전의 빛 때문이다.
다음 장소로 이동했는데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 빌어먹을 놈들!”
현수가 인질을 구한 것은 약 20분 뒤였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사라진 현수의 신형이 나타난 곳은 아덴만 항구에 정박해 있는 메티스호 갑판 위였다.
“아공간 오픈!”
컨테이너를 꺼낸 현수는 잠들어 있는 인질들 모두를 꺼냈다. IS에 의해 겁탈 당하던 여자들도 함께이다.
감금되어 있던 숫자를 더하니 모두 48명이나 된다.
“이러고 보니 많네!”
잠든 채 갑판 위에 놓인 인원수가 무려 105명이다. 잠시 이들을 바라보던 현수는 아공간의 종이를 꺼냈다.
이제 안전합니다. 즉시 원래의 항로로 운항하십시오. 여자들은 되돌아올 때 원하는 곳에 내려주기 바랍니다.
“매직 캔슬!”
샤르르르릉-!
“하암! 여긴 어디지?”
“으응? 뭐야? 밴가?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잠에서 깨어난 선원 등은 눈에 익은 장소에 있음을 깨닫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여기 누군가의 메시지가 있어.”
“뭐라고? 뭔데?”
“즉시 원래의 목적지로 떠나래. 근데 우리가 어떻게 그놈들 손에서 구출된 거지?”
“그러게? 정부에서 사람을 보냈나? 근데 왜 아무것도 모르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선원 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들을 보게 되었다.
“으잉? 누구지?”
“몰라. 아무튼 얼른 출항해야 해. 또 놈들에게 잡히면 우린 모두……. 빨리 움직이자.”
“그, 그래!”
모두들 참수당하거나 탱크에 깔리는 장면을 연상하곤 후다닥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은 순간, 현수의 신형은 이실리프호에 나타나고 있다.
“지이이이잉-!”
나지막한 소음에 이어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