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8
“회장님!”
“IS 근거지에 대한 파악은 끝났습니까?”
“네! 중동지역에서 파악된 곳의 수는 726곳입니다. 아프리카 쪽은 현재 파악하고 있는 중입니다.”
“파악 근거는요?”
“IS 대원 20명 이상인 곳들만 우선 찾았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지도 화면에 띄워주십시오.”
“네! 회장님.”
말 떨어지기 무섭게 화면에 지도가 나타났고, 붉은 점들이 명멸한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특히 많다.
현수가 지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동안 김호인 선장은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수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김 선장님!”
“네, 회장님!”
“파악된 IS 거점 전부에 대한 무제한 운석 공격을 실시하십시오.”
“네?”
“쥐새끼 한 마리 살아남을 수 없도록 강력하게 쏘세요.”
“회, 회장님!”
김 선장은 진심으로 하는 지시냐는 표정을 짓고 있다.
“IS에 의해 2018년 한 해 동안 사망한 인원만 3만여 명입니다. 100만 명 이상은 난민이 되었고요.”
“……!”
“내 기준으론 세상에 해악만 끼치는 놈들입니다. 살려 둘 이유가 없지요. 아낌없이 쏘세요. 다 죽을 때까지.”
현수의 결연한 표정을 읽은 선장은 자세를 바로 한다.
“네, 회장님!”
“지금 즉시 발사하십시오.”
“네, 명대로 하겠습니다. 통제관!”
“네! 선장님.”
선장의 부름은 받은 통제관이 명을 기다린다는 표정으로 부동자세를 취한다.
“IS 근거지로 파악된 726곳에 대한 무제한 운석 투사를 지시한다. 지금 즉시 실시하도록!”
“네! 726곳에 대한 운석투사를 명령 받았습니다. 정도는 어떻게 할 건지 지시해 주십시오.”
“최고속도로 투사하게. 그리고 지상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한 후 보고하도록!”
“네! 선장님. 최고 속도로 투사한 후 결과를 확인하여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러게.”
통제관이 물러선 후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현수는 주조종실 전면 유리에 시선을 주었다.
그것은 대형화면으로 바뀐 상태이고, 지도에 찍힌 726개의 점의 바로 곁엔 수식이 계산되고 있다.
그곳의 면적과 생체반응 수가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곳에 떨어뜨릴 운석의 크기와 중량에 대한 계산식이 진행되는 중이다. 무려 726곳이나 되지만 계산은 매우 빠르게 끝났다.
병렬로 연결된 성능 좋은 컴퓨터가 있는 때문이다.
“지금부터 지시받은 작전 수행 카운트 다운합니다. 10, 9, 8, 7 …3, 2, 1, 발사!”
투퉁! 투투투퉁!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퉁-!
작은 진동음과 함께 선체가 흔들렸다. 암석을 투사한 물리력에 대한 반작용 때문일 것이다.
이실리프호로부터 쏘아진 바위덩어리들의 특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일반적인 암석이 아니라는 것이다.
땅의 정령왕 노이아가 특별히 골라낸 철질 암석이다. 다시 말해 같은 부피의 다른 암석보다 무겁고 단단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유선형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대기권을 뚫고 들어갈 때 가급적 공기저항을 적게 받게 된다.
투투투투투투퉁! 투투퉁!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투퉁-!
상당히 많은 암석이 쏘아졌지만 적재실의 빈 공간은 그리 크게 늘지 않는다. 쏘아 보낸 것과 비슷한 양이 자동으로 공급되는 때문이다.
이라크 북부의 한 마을.
겉보기엔 한적한 마을 같지만 이곳엔 IS 대원들에게 끊임없는 테러를 명령하고 있는 수뇌부들이 머물고 있다.
험준한 지형 때문에 접근도 어렵고, 규모도 작아 서방에 알려진 바 없다. 하여 미국과 러시아 등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다.
“이봐! 모하메드. 어젯밤 그 계집은 어땠어?”
“그 계집은 별로였어. 차라리 그저께 계집이 더 나았네. 자넨 어제도 둘이었나?”
“아니! 셋이었지.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크흐흐! 그건 그렇지.”
모하메드는 나지막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참! 어제 손맛 좋았지?”
“손맛? 무슨……? 아! 그랬지. 난 두 놈 목을 잘랐는데 자넨 어땠나?”
“크흐흐! 어젠 셋의 목을 베었지. 근데 마지막 놈 목이 굵어서 조금 애 먹었네.”
음담패설을 마친 사내들은 어제 촬영한 인질 참수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수시로 나가 목을 베다 보니 이제 반쯤 전문가가 되었다며 킬킬거린다.
“그나저나 본부에서 떨어진 지령은 어떻게 되었나? 아직 결과 보고 없지?”
“한국 건? 그건 아직 그럴 시간이 안 되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보게. 생각난 김에 확인하지. 나도 궁금하니까.”
얼마 전, IS는 지구에서 가장 극성스럽게 선교 활동을 하는 한국의 개신교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봉사 활동을 가장한 선교를 위해 이슬람 국가들을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뜻이며, 즉각적으로 파견한 인원들을 귀국시키지 않으면 큰 코 다칠 것이란 내용이었다.
IS가 어떤 단체인지 잘 알고 있는 정부는 당분간 해외선교 활동을 자제하고, 인원 파견도 멈춰 달라는 협조공문을 모든 교회로 발송했다. 아울러 이미 파견한 교인들의 조기 귀국을 종용했다. 그리고 IS가 활동하고 있는 국가들을 여행금지국가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를 받은 일부 교회는 코웃음을 쳤다. 오히려 선교단원들의 숫자를 늘린 것이다.
정부의 만류가 계속되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겠다면서 자신들의 발길을 막지 말라고 위협을 했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출국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들이 출국 수속을 밟은 인천공항 로비엔 예멘이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 거점을 둔 IS의 활동이 극렬하니 가급적 여행을 자제해 달라는 공고문이 게시되어 있었다.
한두 군데가 아니고 출국수속을 밟는 통로마다 게시물을 걸어놓았다. 그런데 개신교회에서 파견한 선교단원들은 이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게시판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고 출국했다.
12개 교회에서 파견한 선교단원의 숫자는 427명이다.
그리고 이들의 목적지는 나라에서 그토록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했던 예멘과 이라크,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등이다.
봉사 활동을 떠나는 것이라 위장했지만 실제론 왕성한 선교 활동으로 무지몽매한 이슬람교도들을 개신교로 개종시키는 성과를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 직후 이들 모두는 피랍되었다.
놀랍게도 IS는 이들이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IS는 억류된 인질들을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경고를 정면으로 거부한 한국의 개신교계에 새로운 메시지를 보냈다.
427명 전원에 대한 참수가 예정되었음을 알린 것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대다수 국민은 쌤통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면서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전처럼 인질 석방을 위해 국민들이 낸 세금을 쓰지 말 것을 대놓고 요구한 것이다.
여론이 불리하자 개신교계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번에 피랍된 선교단원들은 교회 소속으로 선교 활동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봉사 활동으로 떠난 것이며, 종교 활동과는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이걸 보고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니들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는 뜻이다.
국가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돈을 쓰면 귀국하는 동안 면세점에 들러 값비싼 물건들을 사들고 와 마치 나라를 구한 영웅 같은 대접을 받으려 한다는 것을 경험상 아는 것이다.
그 후엔 협상에 소요된 돈을 지불하겠다는 자신들의 발표도 번복할 것이다. 그리곤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불났을 때 소방서에서 불 꺼줬다고 돈 내는 거 봤어? 왜 우리더러 돈을 내래? 못 내! 받고 싶으면 배 째!
어쨌거나 유투브엔 매일 매일 7명씩 목이 잘리는 장면이 공개되었다. 울면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 쳤지만 이들의 목은 모두 베어졌다.
다음 날에도 7명의 목이 잘렸고, 그다음 날에도 7명이 참수되었다. 그렇게 35명이 죽었다.
선교단을 파견한 교회에선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는데 돈을 주고 인질들이 풀려난 이후의 행적이 널리 알려져 있는 때문이다.
국민들의 여론이 자신들의 뜻과 다르자 각각의 교회들은 인질의 무사 송환을 위한 기도모임을 갖기로 했다. 그러면서 범 개신교계에 기도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런데 그 시각 14명의 목이 추가로 베어지는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IS가 참수 속도를 높인 것이다.
언론에선 이전과 달리 대대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다. 정부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이며, 여론이 싸늘한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수는 한국인 427명이 IS에 추가로 납치되었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선교단을 파견한 교회에선 전 신자 기도모임을 가졌다. 그렇게 모두가 무릎을 꿇은 채 두 손 모아 기도하던 어느 순간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앙! 콰콰콰쾅-! 우르릉! 콰르르릉-!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선교단을 파견했던 12개 교회의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외곽기둥이 폭파되자 육중한 천장이 주저앉으면서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 결과 교회들은 모두 폐허가 되었다.
즉각 119로 신고가 들어갔고, 규정에 따라 신속한 출동을 하였다. 하지만 119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서 한 일은 별로 없다. 건물 대부분이 거의 완전하게 붕괴되어 생존 가능성이 지극히 낮았으며, 추가 붕괴 위험이 있었던 때문이다.
예상대로 추가 폭발과 함께 추가 붕괴현상이 빚어졌고 동시에 화재가 발생되어 불길이 솟구쳤다.
하지만 소방대원들은 물을 뿌리지 않았다. 건물 잔해 아래에 깔려 있는 사람들을 익사시킬 수 있는 때문이다.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고도 한참 동안 119대원들은 구조 활동을 벌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7장 IS 최후의 날
같은 시각, 기세등등하게 출국했던 개신교 선교단원들은 총을 든 무리들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군화에 걷어 채이거나, 개머리판에 찍히고,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공포스런 상황 속에 처해 있는 때문이다. 한편에선 강간이 자행되고 있다.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 사내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강간의 현장을 보고만 있다.
눈앞에서 사람의 목이 베어지는 것을 목격하였기에 모두가 겁에 질린 상태인 때문이다.
“자! 다음. 너, 너, 너, 그리고 너, 너, 너, 너! 나와.”
밖에 있던 IS대원이 들어오며 사내들을 지목하자 사내들은 벌벌 떨며 애원한다.
“서, 선생님! 사, 살려주십시오. 진짜 잘못했습니다.”
“네! 정말입니다. 저희가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한번만 봐주십시오. 네?”
“시끄러! 어서 나오지 못해?”
퍼억-! 빠악-!
“케엑! 아악!”
“이 새끼들은 말로 해선 듣질 않아. 뭐해? 어서 갈겨.”
퍼억! 빠악-! 퍽퍽퍽-!
“악! 아악! 으아악! 케엑! 컥!”
“사, 살려주세요. 제발!”
잠시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졌다. IS대원들의 손속과 발길질에는 일말의 자비도 담겨 있지 않았다.
결국 애원하고 발버둥 치던 사내들 모두 바깥으로 끌려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단말마의 비명을 끝으로 세상과 하직했다. 참수당한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 자신들이 그토록 따르던 하나님에게 보내준다는데도 다들 원치 않는 표정이었다.
아무튼 선교단들에 대한 참수는 계속 이어졌다.
사내들이 모두 죽을 때까지 강간당하던 여인들도 모조리 목이 베어졌다. 참수 장면은 모두 녹화되었다. 그리고 유투브에 올려졌다.
이로써 427명 전원의 목이 베어졌다.
잘린 목들은 한 줄로 정렬되었고, 이 장면 역시 녹화되었다. 오늘 하루에만 105명의 목이 베어졌는데 이들의 목에서 뿜어진 선혈이 작은 내를 이루는 상황이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조회수가 급속하게 올라간다.
그런데 이들의 죽음을 비통해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선교단원들의 가족 대부분이 인질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러 교회에 갔다가 폭사하거나 교회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은 때문이다.
분노한 대한민국의 개신교계는 정부에 보복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싸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