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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89화 (1,288/1,307)

# 1289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그토록 경고했건만 정부를 협박하고 떠난 결과이다.

이들의 죽음에 분노하여 군대를 파견할 경우 애꿎은 희생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과반수가 넘는 여론이 파병을 반대하고 있다.

개신교계의 일각에선 무분별한 선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내 묻히고 말았다.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개신교계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대신 국내에 잠입한 IS대원에 대한 수색 활동은 열심히 벌였다. 추가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전 같으면 희생자들을 측은히 여겨 모금활동이라도 벌어졌겠지만 이번엔 아니다.

어쨌든 모하메드는 본부와 교신을 하여 한국의 교회들이 붕괴된 상황을 알게 되었다.

“이봐! 명령대로 잘 수행되었대. 놈들이 있던 건물은 모두 무너졌고, 동지들은 무사히 출국했다고 하네.”

“앗싸!”

모하메드의 말을 들은 사내는 기분 좋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러다 우연히 하늘을 보게 되었다.

“어라? 저건 뭐지?”

모하메드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히 높은 곳으로부터 무엇인가가 떨어지며 화염을 뿜고 있다. 마찰열 때문이다.

그런데 한두 개가 아니다.

쐐에에에에엑! 쓔아아앙! 휘이이이익! 쎄에에에에엑-!

쿠와앙! 콰콰콰콰쾅! 쿠와아앙-!

이실리프호로부터 쏘아진 철질 암석들은 IS의 726개 거점들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가히 원폭의 위력에 버금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은 8만여 명을 죽였고, 근방을 초토화시켰다.

21킬로톤의 위력이 이러했다.

지금 떨어지고 운석 중 가장 작은 것의 위력이 이에 버금간다. 크기는 작지만 운동에너지가 너무도 큰 결과이다.

현수의 명에 따라 목표 지점의 생체반응은 제로가 되어야 한다. 하여 거점 하나당 최소 2개의 운석이 떨어졌다.

미국과 러시아가 그토록 공습을 가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실리프호는 확실히 다르다.

IS가 활동하던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까지도 확실하게 작살내고 있다. 아무런 예고도 없던 일이기에 IS 대원들은 피하고 말고 할 겨를도 없이 모조리 저승길에 올랐다.

한국 여자들을 강간하고, 사내들의 목을 베던 모하메드와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현수는 이실리프호의 모니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운석이 떨어진 직후의 현장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다.

자욱했던 먼지가 가라앉은 곳은 그야말로 폐허이다.

건물들은 모두 무너졌고, 커다란 크레이터만 움푹움푹 파여 있을 뿐이다. 생체반응을 확인해 보았는데 결론은 제로이다. 다시 말해 모든 생명체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거의 동시에 떨어진 운석으로 인해 IS는 지리멸렬하는 중이다. 아프리카 지역까지 이런 공격을 가한다면 적어도 95% 정도는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다.

현수가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 김호인 선장의 입술이 열린다.

“회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방금 공격당한 곳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수니파 무장단체들이라는 겁니다. 시아파도 테러조직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은 놔둡니까?”

“아! 헤즈볼라 같은 것들을 말씀하시는 거죠?”

“네, 시아파에 의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많이 박해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놔두는 겁니까?”

김호인 선장은 헤즈볼라와 같은 시아파 계열 무장단체들도 징치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느냐는 표정이다.

“당연히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이슬람 무장세력들은 모두 제거 대상입니다. 그러니 수니파 무장단체들이 모두 제거되면 다음엔 시아파 세력들을 제거하세요.”

“정식으로 명령을 내리시는 겁니까?”

나중에라도 딴말이 나올 수 있기에 확실히 하기 위함일 것이다. 현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식 명령입니다. 이슬람 무장단체들 전부가 제거 대상입니다. 싸그리 지워 버리십시오.”

“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잠시만요.”

김호인 선장은 부하들에게 방금 떨어진 명령을 전달했다. 이러는 동안에도 운석들은 IS의 근거지들을 말살하고 있다.

“어라? 또 운석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엔 시리아와 이라크야. 뭐야? 정말 지구가 멸망하려고 이러는 건가?”

“얼른 인공위성과 연결해서 현장 확인해! 이번엔 어디에 떨어지는 건지 확인하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상관의 명령을 받은 대원이 인공위성을 통해 현장 상황을 모니터에 띄운다.

화면을 본 NSA의 신임 수장 존 오브라이언은 이맛살을 찌푸린다. 화면이 차례로 바뀌고 있지만 다 부서진 잔해만 있을 뿐 대동소이한 때문이다.

“NASA에 연락해 봐. 운석에 관한 정보가 있는지.”

“네! 알겠습니다.”

존 오브라이언이 화면을 보고 있는 동안 담당은 NASA와 통화를 마쳤다.

“보스! 자신들도 파악하지 못하던 것이랍니다. 그래서 그쪽도 지금 난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흐음! 전의 것도 그러더니 이번 것도? 우주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마치 정밀한 가늠자로 겨냥이라도 한 듯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만 운석들이 쇄도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엔 단 하나의 운석도 떨어지지 않았다. 실로 놀라운 적중률이다.

일 년 365일 우주를 들여다보는 NASA에서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정보기관 수장이 어찌 내막을 알아내겠는가!

존 오브라이언은 더욱 미간을 좁혔다. 그러다 눈을 크게 뜬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어서이다.

“이봐! 저기 저 지역들을 확인해 봐.”

“네? 뭘요?”

“운석이 떨어진 곳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저기 전부 IS 근거지들 아냐? 얼른 대조해 봐. 어서!”

“IS의 근거지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니 얼른 파악해 봐.”

명령을 받은 직원들이 IS근거지 명단과 운석에 의해 파괴된 곳을 비교해 본다. 하나하나 짚어가던 사내 역시 눈을 크게 뜬다.

“보, 보스! 저기, 저기는 IS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거나 의심되던 곳들입니다.”

“그렇지? 그렇단 말이지?”

존 오브라이언은 주먹을 말아 쥔다. 아무래도 테러집단 IS가 신의 저주를 받아 궤멸된 것 같아서이다.

“근데 정말 신이 계신 건가? 어떻게 저렇게 저렇죠?”

존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주에서 쏟아져 내린 운석이 테러집단을 정조준해서 작살을 내놨다.

인공위성에 찍힌 사진을 보니 살아남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저, 전화!”

“네?”

“전화 가져와. 아, 아니다. 내가 연락한다.”

“네? 아, 네에.”

존 오브라이언은 탁자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를 집어 든다. 그리곤 곧장 힐러리 직통번호를 누른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계속 신호음이 울리는데 받질 않는다.

같은 시각,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지고 있다. 걸려온 전화번호가 새로 NSA 수장에 임명된 존 오브라이언의 것이라는 걸 확인하고 통화버튼에 손을 대는 순간 가슴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진 때문이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비상! 비상! 비상이다!”

쓰러진 힐러리에게 황급히 다가서는 인물은 새로 백악관 경호팀장에 임명된 모건 터커이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재임하던 시절 경호팀장을 맡았던 대런 터커의 아우라 중책을 맡은 것이다.

“대통령님! 제인! 제인! 어서 이리로 와봐. 어서! A팀! B팀! 저격이다. 저격! 어서 확인해.”

“네! 팀장님. A팀! 지금 즉시 산개해 확인해라. 저격이다.”

“네에? 저격이요?”

“그래! 대통령님이 또 저격을 당하셨다. 즉시 확인해.”

“헉! 네에, 알았습니다.”

원거리 경호팀인 A팀 팀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B팀! B팀도 확인하라. 즉시!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B팀 대원들도 사방으로 흩어진다. A팀과 B팀원들이 흩어지자 근거리 경호팀이 즉시 총을 빼어들고 쓰러져 있는 대통령의 몸을 가리며 사방을 훑어본다.

모건 터커는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힐러리의 몸에 손을 댈 수는 없기에 여성경호원 제인을 부른 것이다.

“대통령님이 가슴을 움켜쥐셨어. 얼른 확인해 봐.”

“네? 네. 알았습니다. 팀장님.”

제인이 힐러리의 단추를 풀자 모건은 고개를 돌린다. 차마 속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이다.

“어, 어떤가?”

“어라? 이건 뭐죠?”

“왜? 어디에 맞은 거야? 피가 많이 나나?”

모건 터커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힐러리의 가슴을 바라보진 않고 있다.

“팀장님! 대통령님께서 방탄복을 입으신 것 같습니다.”

“방탄복?”

“네! 근데 이건 뭐죠? 얼음 조각 같아요. 얼음!”

“뭐? 얼음 조각이라고?”

“네! 조그만 얼음 조각이에요. 총알같이 생겼습니다.”

제인은 힐러리의 가슴 부위에서 발견된 얼음 조각을 건넸다. 이를 받아 든 모건 터커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는다.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겨울이긴 하지만 지구 온난화 때문에 얼음이 얼 정도로 춥지 않다. 그리고 대통령의 옷 속엔 얼음이 있을 이유가 없다.

“이건 뭐지? 아! 그거.”

순간적으로 스치는 무엇인가를 떠올린 모건 터커는 얼른 주머니 속에서 자그마한 약통을 꺼냈다.

협심증이 돌발하였을 때 즉시 입에 넣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니트로글레세린이 담긴 통이다.

이 약은 갑자기 막혀 버린 심장혈관을 즉시 확장시켜 혈류를 통하게 해주는 효능을 가진 것이다.

모건 터커는 과거에 한차례 협심증 증상을 보인 바 있어 늘 이것을 소지하고 있다.

어쨌거나 모건은 얼른 약통을 비웠다. 그리곤 작은 얼음 조각을 넣고 뚜껑을 닫았다.

대통령 시해에 관한 증거품이고, 곧 녹기는 하겠지만 얼음이 가진 성분은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님은? 대통령님은 어떠신가?”

모건의 다급한 음성에도 불구하고 제인은 침착했다. 호흡과 맥박, 그리고 손으로 몸을 더듬어 상처를 찾고 있다.

“흐음, 일단 심장박동엔 이상이 없습니다. 호흡도 정상이구요. 큰 상처를 입으신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아마도 얼음 조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게 심장 부위를 강타해서 일시적으로 혼절한 듯싶습니다.”

제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확인할 것은 다 확인했다. 경호 매뉴얼에 있는 그대로를 수행한 것이다.

“알았다. 그래도 잘 살펴봐라.”

“네! 팀장님.”

모건 터커는 사방을 훑어보곤 대통령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와 동시에 특급 비상령이 발동되었다.

최근 명령된 백악관을 중심으로 반경 2㎞ 이내를 경호팀의 통제하에 놓는 비상령이다. 이게 발동되면 모든 운송수단의 출입이 금지되며, 보행자 전원이 수색 대상이 된다.

저격범의 발이 아무리 빨라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비상령이 발동되자 워싱턴의 모든 경찰력이 총동원되었고, 즉각 주방위군도 동원되어 포위망을 구축했다.

“끄으응!”

“대통령님!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

“여긴 어디……?”

“저격받고 혼절하셔서 안전한 곳으로 모셨습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누운 채 모건 터커의 걱정스런 표정을 읽은 힐러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잡아달라는 뜻이다.

기다렸다는 듯 일으켜 세우자 좌우를 살핀 힐러리는 모건에게 시선을 준다.

“빌에게 연락해 주세요. 상황이 발생되었다고 하구요.”

“이미 연락드렸습니다. 그나저나 몸은 어떠십니까?”

“내가 무사한 걸 누가 알지요?”

“저와 제인, 그리고 근접경호팀 대원들과 국무장관님만 알고 계십니다.”

힐러리는 두꺼운 커튼으로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실내를 살피곤 고개를 끄덕인다.

“저격에 관한 건 누가 알죠?”

“특급 비상령이 발동되었습니다. 따라서 벌써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겁니다.”

“흐음! 좋군요. 일단…….”

힐러리는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첫째는 본인이 저격받았음을 언론에 공개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는 저격 직후 권한대행을 빌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일임한다는 말이 있었음을 언론에 발표토록 한 것이다.

모건 터커는 지시받은 대로 대통령 시해사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연히 난리가 벌어졌다.

이러는 동안 힐러리는 비선을 통해 동방의 빛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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