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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92화 (1,291/1,307)

# 1292

수도 개발 미술총감독은 미적감각을 갖춘 데다 놀라운 솜씨까지 가진 말라크 공녀가 맡았다.

이곳 역시 드래곤 및 드래고니안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흑마법사들을 소탕하는 것이 첫째 임무이고, 둘째는 개발공사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 * *

“회장님! 7차 보고 드립니다. IS의 거점 2,841곳과 탈레반의 거점 3,614곳에 대한 공격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 밖에 보코하람의 거점 726군데와…….”

이실리프호 김호인 선장의 보고가 잠시 이어졌다.

현수는 별다른 대꾸 없이 보고를 받으며 화면에 띄워지는 숫자에 시선을 주고 있다.

IS는 약 12만 명, 탈레반은 이보다 훨씬 많은 24만 명 가량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는데 거의 모두 말살되었다.

보코하람과 헤즈볼라, 하마스, 알 카에다, 알 샤바브 등도 완전히 작살났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죽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현수가 숫자에서 시선을 떼자 김 선장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IS 놈들이 100% 제거된 것은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운석이 떨어질 때 운 좋게 다른 장소에 있었던 자들이 더 있었습니다. 저희가 집계한 바에 의하면 전체의 99.6% 정도가 제거되었습니다.”

“좋아요! 그 정도면……. 탈레반 등은 어떻지요?”

“탈레반, 알 카에다, 알 샤바브, 하마스, 헤즈볼라, 보코하 람 등도 99% 이상 제거되었습니다.”

40만 명이 넘는 목숨이 사라졌지만 현수와 김호인 선장 모두 담담한 표정이다.

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더 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더 많은 난민이 발생된다. 그러면 세상은 점점 더 불안해졌을 것이다. 2015년에 유럽 각국을 강타한 난민 사건과 프랑스 테러사건이 그 예이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주시하십시오. 완전히 소탕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구요.”

화상으로 대화를 하던 김호인 선장은 얼른 고개를 숙인다.

“주시는 하겠지만 종전과 같은 운석 공격은 어렵습니다. 이제 극소수만 살아남은 상태이고, 애꿎은 사람들과 섞여 있는 때문입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그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보고하십시오. 잔존세력 소탕은 이실리프 정보에 맡기지요.”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저희보다 지상 작전이 더 확실할 겁니다. 그럼 이만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제 원대 복귀하는 것입니까?”

현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닙니다. 몇 가지 임무를 추가로 부여합니다. 첫째는 전 세계 폭력 조직에 대한 파악 및 처벌입니다. 작전 시 애꿎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운석의 크기를 잘 선별해 주세요.”

“네에……?”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전 세계 폭력 조직이라면 나라별로 아무리 적어도 최소 하나 이상은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2015년 경찰이 파악한 관리대상 폭력 조직은 213개파, 5,342명이다. 동네 깡패나 양아치들은 빠진 숫자이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세계 지도를 보면 237개 국가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나라에도 한국과 같은 숫자의 폭력 조직이 있다고 하면 50,481개 조직, 113만 7,846명이나 된다.

보아하니 이들 또한 처벌하려는 듯한데 조폭들이 한군데 모여 있을 리 없다.

따라서 이실리프호에 장착된 컴퓨터가 아무리 고성능이라 하더라도 이들 전부를 파악해 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여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현수가 먼저 말을 한다.

“이번 작전은 운석의 크기가 주먹보다 작아야겠지요?”

“회장님! 저희는 지상으로부터 3만 5,800㎞ 고도에 있습니다. 아무리 정밀히 계산을 해도 대기의 흐름이 수시로 변하므로 방금 내리신 지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듣고 보니 말이 된다.

이실리프호에서 떨군 암석은 대기권을 관통하는 동안 강한 공기저항을 받는다.

그 결과 야구의 너클볼처럼 이리저리 요동치게 된다. 아랫부분을 원추형으로 만들어도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전엔 커다란 바위를 떨궈 목표 지점을 포함한 인근까지 작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방금 내린 지시는 정밀 조준하여 사람 하나를 맞춰 보라는 것과 다름없다.

종전과는 수준이 다른 요구이다. 하여 현수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김호인 선장이 말을 보탠다.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 하나하나를 구분하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며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회장님!”

“좋습니다. 방금 내린 지시는 철회하지요. 다만 폭력 조직에 대한 것은 확실히 파악하십시오.”

이실리프호에 모든 전화와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네! 그건 말씀하신 대로 해보겠습니다. 다만 시간은 많이 걸릴 겁니다. 237개국을 다 뒤지려면 말입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인 때문이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너무 오래 끌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두 번째 지시 사항은 지구의 모든 마약농장과 마약공장, 그리고 마약조직원들 없애라는 것입니다.”

점입가경이라는 느낌이었지만 김호인 선장은 내색하지 않았다. 마약의 폐해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수의 지시는 사회정의를 이루는 일이다.

“…지시받은 대로 세상의 모든 마약농장을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여기저기 산재하니 충분한 시간을 주십시오.”

“좋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드리지요. 대신 농장뿐만 아니라 마약상들의 근거지도 모두 파괴해야 합니다.”

“IS와 탈레반 등을 제거한 수준이면 되겠습니까?”

“딱 그 정도면 적합합니다.”

현수가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약 중 일부는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마약 농장을 100% 제거해서는 안 된다.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주는 모르핀의 원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우선은 이실리프 메디슨에서 생산하는 홍익인간과 NOPA이다.

홍익인간은 두통, 생리통, 치통 등에 즉효를 보이고, NOPA는 CRPS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진통제이다.

현재는 이실리프 의료원에서만 사용하고 있지만 마약을 없애는 대신 이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면 된다.

이 밖에 쉐리엔 뿌리와 디오나니아 열매 등을 이용한 강력한 진통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울러 콰트로 대륙이나 마인트 대륙의 식물 중에서도 진통제의 원료가 될 만한 것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구의 모든 마약농장과 마약공장들을 완전무결하게 말살해도 진통제 제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김 선장은 이런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마약이 나쁘다는 것은 잘 안다. 그렇기에 지시사항을 복창한다.

“이실리프호는 회장님으로부터 전 세계 폭력조직의 거점을 파악하고, 마약농장과 마약공장, 그리고 마약과 관련된 거점 전부를 없애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네! 임무 완수 후 보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100% 제거 및 100% 말살을 의미하는 대꾸이다.

김 선장은 눈빛을 빛내고 있다. 지구에서 마약을 없애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기회가 온 때문이다.

“추가 지시사항은 없습니까?”

두 가지 모두 몹시 어려운 일이기에 그냥 해본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깜박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사이비종교 거점들도 모두 파악해 주세요.”

“네에? 설마… 그곳도 제거입니까?”

“봐서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면 당연한 제거대상입니다. 암세포는 건강한 세포까지 잠식하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고름은 살이 되지 않다는 거 아시죠?”

“…알겠습니다. 회장님의 지시대로 대한민국 영토 내의 사이비종교 거점 전부를 파악토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 시각 이후 이실리프호에서 이실리프 정보 홈페이지에 열어볼 수 있는 특별열람을 허락합니다.”

현수의 말이 끝나자 김호인 선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실리프 정보의 정보 획득력이 상당함을 알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만간 만주에 우주전함이 추가로 배치될 겁니다. 통신을 연계하여 협조받을 것은 받으세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실리프호에 지휘권을 부여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콩고민주공화국, 러시아, 몽골, 에티오피아 상공에도 각각의 우주전함들이 배치될 예정입니다. 이번 임무에 관한한 그것들에 대한 지휘권도 김 선장님에게 일임합니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김호인 선장은 크게 마음이 놓인다는 표정이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하는 편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폭력조직, 마약농장, 마약공장, 그리고 마약상들의 거점과 한국의 사이비종교 거점을 파악하는 작업은 각각 수행한 후 크로스 체크를 하면 누락이 확실하게 줄어들 것이다.

한국의 사이비종교에 대한 조사는 이실리프 정보가 훨씬 더 상세한 정보를 획득할 수도 있다.

목표지점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 그곳을 공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에 좌표만 입력하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새로 만든 프로그램은 목표물의 크기 또는 살상 예정 인원에 따라 적절한 크기의 암석을 골라서 발사하는 정도가 된 때문이다.

통신을 마친 현수는 산더미처럼 쌓인 결재서류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많긴 엄청 많군. 하긴! 나라 하나를 만드는 일이니. 쩝!”

나직이 혀를 찬 현수가 맨 위의 결재서류를 펼쳐 들었다.

이실리프호급 우주전함 제작에 관한 보고서이다.

“흐음! 이건 좀 자세히 봐야지.”

현수는 인터콤의 버튼을 길게 눌렀다.

삐이잉-!

“네, 회장님!”

낭랑한 비서의 음성이다.

“신 비서!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에 화상 연결해 줘.”

신은희 비서는 현수가 모교를 방문했을 때 무역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졸업 후 이실리프 무역상사에 취직할 수 있게 해달라며 애교를 부린 바 있다.

이를 잊지 않고 있던 현수는 이실리프 무역상사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채용토록 지시한 바 있다. 이렇게 입사한 신은희는 이실리프 무역상사에서 발군의 총명함을 발휘했다. 하여 전격적으로 현수의 비서로 발탁된 상태이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들고 있던 서류에 눈길을 주던 현수는 전면 모니터가 밝아지자 고개를 든다.

9장 황후는 누가?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네, 소장님도 안녕하시지요? 이렇게 뵈니 기분 좋네요.”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의 소장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항공 유도 무기체계 팀장을 맡았던 최희문이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물리를 전공하던 그의 아들 최윤준은 중증근무력증과 췌장암 말기 환자였다.

인연이 있어 현수에 의해 말끔히 나았고 무사히 졸업까지 했다. 현재는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낙하산이 아니라 실력으로 입사한 케이스이다.

이실리프 연구소가 개소되기 전 이준섭 이실리프 브레인 대표는 최희문 팀장과 윤강혁 소령을 찾아갔다.

참고로, 윤강혁 소령은 이실리프 메디슨 대표 민윤서의 아내인 윤영지의 사촌오빠이다.

첫 만남에 이준섭 이실리프 브레인 대표가 스카우트 의사를 밝히자 둘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근무조건이나 연봉 같은 건 아예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현수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바탕된 결과이다.

“네, 회장님! 근데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하하! 네에. 불편하신 건 없으시죠?”

“그럼요! 여긴 편 가르기가 없어서 마음 편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의 연구소들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으로 인한 대립이 매우 심하다.

그 결과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배제되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이실리프 기술연구소는 소장 이하 모두가 평등하다.

그리고 특별히 배당된 연구 시간 이외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아무도 그에 대해 터치하지 않는다.

다만 사전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연구라 판단될 경우에만 소장이 불러들여 논리적 설명으로 방향을 바꾸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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